[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비틀비틀 독일을 보라… 금리 인하 망설이다 한국 경제 重病 속으로]

뚝섬 2024. 11. 25. 10:09

[비틀비틀 독일을 보라… 금리 인하 망설이다 한국 경제 重病 속으로]

["건전 재정" 강조하다 하루아침에 "적극적 재정" 외친다니]

['양극화 해소' 필요하나, 선심 포퓰리즘 안 된다]

[그냥 대학 장학금만 늘릴 게 아니라 졸업장 제값 하게 해야]

[곳간 빈 尹 정부의 갑작스러운 “양극화 타개”… 돈은 어디서]

 

 

 

비틀비틀 독일을 보라… 금리 인하 망설이다 한국 경제 重病 속으로

 

헌법 개정해 부채 비율 제한 둔 독일, 유럽 주요국 중 성장률 꼴찌
1억 달러 대외금융자산 있다해도…상당액이 '국장' 떠난 투자자 덕분
강남도 불꺼진 가게 속출… 지금 '재정건전성' 운운 폼 잡을 때 아냐

 

오늘도 출근길에 있는 매장 한 곳이 문을 닫았다. 차도는 차로 가득 차 있지만 가로변 상가들은 점점 비어가고 있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도 빈 상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나마 식당들은 어떻게든 버티고 있지만 이런저런 물건을 팔던 상가들은 급속히 문을 닫고 있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주문하는 것이 당연해진 시대의 모습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 문 닫은 가게들이 이어지는 거리를 걷다 보면 전체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19.7%까지 하락했다는 기사가 실감 난다. 자영업자 대부분이 중년이라는 사실을 떠올려 보면 OECD 회원국 가운데 미국(6.6%), 독일(8.7%), 일본(9.6%) 등 선진국들의 자영업자 비율이 우리의 절반 이하에 불과하기 때문에 자영업자 비율이 더 낮아져야 한다고 쉽게 이야기하기 어렵다. 내수 경기를 보여주는 소비 동향 추이는 22년 2분기부터 24년 3분까지 10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고, 앞으로 좋아질 조짐도 찾아보기 어렵다.

 

불 꺼진 가게들로 인해 컴컴해진 찬 바람이 부는 거리를 걷다 보면 27년 전 이맘때가 떠오른다. 1997년 11월 21일 우리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긴급 금융 지원을 요청했다. 보유 외환이 바닥났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 대한민국은 크게 변화했다. 2024년 10월 외환 보유액은 4156억9000만달러에 이른다. 세계 9위 수준이다. 대외금융자산에서 대외금융부채를 뺀 순대외금융자산은 9778억달러로 1조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순대외금융자산의 가운데 상당 부분이 ‘국장(국내 주식시장)’을 포기하고 원화를 달러로 바꿔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향하는 투자자 때문이라는 점을 떠올려 보면 마음은 무거워진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4년 3분기 말 기준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외국 주식 규모는 1020억4000만달러에 달했고, 이 가운데 미국 주식이 918억4000만달러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24년 10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인공지능(AI) 반도체로 유명한 엔비디아 주식 134억달러,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주식 128억달러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테슬라의 자율 주행과 스타링크가 세상을 바꿔놓을 것이라는 기대로 꾸준히 주식을 매입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삼성전자는 폭락을 거듭하다가 10조원 자사주 매입이라는 카드를 꺼내면서 겨우 숨을 돌리고 있다. 많은 대기업의 자금 사정에 대한 부정적 소문들이 떠돌고 있고, 한동안 찾아보기 어려웠던 명예퇴직과 기업 매각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석유화학, 철강을 비롯한 많은 주력 수출 부문이 중국에 의해 빠르게 잠식되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은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할 수 있고, 중국은 못 하는 영역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든 국민이 체감하고 있다.

 

내수 경기가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기업들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 정부는 재정 지출을 확대하고 금융 당국은 금리를 인하해서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건전 재정 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재정 준칙’을 도입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재정 건전성이 무너져 신용 등급이 낮아지면 위기 시 대응할 수 없다는 논리이다.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외환 위기 직후인 1998년 15%에서 2023년 50.4%까지 증가하였으니 경계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주머니를 졸라매면 가계와 기업이 먼저 쓰러지고, 국가 경쟁력은 약화된다. 독일이 그런 상황이다. 2009년 독일은 헌법을 개정해 GDP의 0.35%까지만 새로 부채를 조달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15년이 지난 지금 독일은 유럽 주요국 가운데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2019~2023년 미국의 1인당 GDP가 6% 성장하는 사이에 독일은 오히려 1% 감소했다. 철도는 정시 운행을 못 한 지 오래다.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도 지연되고 있다. 무슨 일만 있으면 독일 사례를 꺼내 들던 지식인들은 정작 이런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가계 부채 비율이 높아 기준 금리를 낮추기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24년 3분기 가계 부채가 1900조원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기사를 접하다 보면 지금도 가계 부채가 급증하고 있다는 두려움이 밀려온다. 2006년 이후 우리나라의 가계 부채는 50~120조원씩 늘어났다. 하지만 2022년에는 7조원이 감소했고, 2023년에도 18조원 증가에 그쳤다. 올해 3분기까지 27조원이 증가했지만 지난 22년간 평균 증가액 62조원에 비하면 한참 낮은 수준이다. 부채를 죄악으로 생각하면 부채 감소는 반가운 일이지만 경제적으로 부채 감소는 경기 침체를 가져온다. 우리나라는 2025년부터 전체 인구의 20%가 65세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할 예정이고 2028년부터는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활동인구 감소로 인한 내수 침체가 심화되고 다시 실업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시작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무엇이든 해서 상황을 반전시켜야 하지만 주택 담보 대출 증가가 두려워 기준 금리 인하를 망설이는 사이에 우리 경제는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사이클에 진입하고 있다.

 

부채를 줄이고 재정 건전성을 높인다는 이야기는 멋있게 들린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멋있는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 재정 지출과 금리 인하라는 약을 얼마나 써서 침체의 늪으로 향하는 경제를 건져 올리고 비관적 분위기를 어떻게 돌려놓을 것인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우선이다. 약을 쓰지 않고 버티다 중병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부채라는 비뚤어진 뿔을 바로잡겠다고 한국 경제라는 소를 죽이는 그런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조선일보(24-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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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 재정" 강조하다 하루아침에 "적극적 재정" 외친다니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양극화 타개’를 임기 후반기 최우선 국정 목표로 내세우자, 그간 ‘건전 재정’을 금과옥조처럼 말해온 대통령실과 정부가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대통령실은 추가경정예산 편성까지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문재인 정권과 뭐가 다르냐”는 비판이 일자 더 이상 추경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 내년 예산안 심의가 진행 중인 와중에 내년 추경부터 언급하는 게 스스로도 겸연쩍었을 것이다. 경위야 어떻든 윤 정부가 임기 후반기 재정 운용 기조를 ‘긴축’에서 ‘확장’으로 바꾸려는 건 분명해 보인다.

 

그동안 “체감 경기가 코로나 팬데믹 때보다 더 나쁘다”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윤 정부 경제팀은 “내수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강변해 왔기에 ‘확장 재정’으로의 전환은 느닷없어 보인다. 경제부총리는 얼마 전 국회에서 ‘경제지표와 체감 경기 간 괴리 문제’를 지적하자 “그동안의 고금리, 고물가 누적 때문에 괴리감이 있는 것이며, 위기 상황이나 불안한 상황은 지나갔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재정 의존이 아닌 시장 주도의 성장 모습을 보이는 등 성장의 질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고 말해왔다. 며칠 전 기획재정부는 윤 정부 전반기를 평가하며 “물가 안정, 고용 확대, 수출 활성화를 통해 글로벌 복합 위기의 충격을 최소화했고, 가계 부채, 국가 부채를 연착륙시켰다”고 자화자찬한 바 있다.

 

입만 열면 건전 재정을 강조하던 정부에서 2년 연속 수십조 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해 환율 방어 비상금으로 세수 구멍을 메우고, 그런 꼼수까지 동원하고도 국가 부채가 연평균 70조원씩 불어나도, 현 경제팀은 건전 재정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강변해 왔다. 하지만 내수 침체 양상이 깊어지면서, 급기야 3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0.1%로 떨어지며 시장에 ‘성장률 쇼크’를 안겼다. 그런데도 경제팀은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재정을 동원하는 강력한 경기 부양책은 회피한 채, “내수가 회복 중”이라며 희망고문만 반복해 왔다. 이랬던 경제팀이 대통령이 ‘양극화 해소’를 강조하자, 이제 와서 ‘적극 재정’을 부르짖고 있다.

 

‘양극화 해소’라는 국정 목표 자체는 나쁠 게 없다. 책임감 있는 정부라면 마땅히 추구해야 할 정책 목표이다. 하지만 임기 전반기 ‘시장경제 활성화’를 위해 감세와 재정 긴축을 주도했던 경제팀이 경제 철학을 180도 바꿔 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조선일보(24-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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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해소' 필요하나, 선심 포퓰리즘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임기 후반기에는 양극화 타개로 국민 모두가 국가 발전에 동참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임기 후반기를 맞은 윤석열 대통령이 ‘양극화 타개’를 새 국정 목표로 내세우면서, 정부도 그간의 ‘건전 재정’ 기조에서 벗어나 추가경정예산 등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검토한다고 한다. 대통령의 ‘양극화 타개’ 국정 목표도 갑자기 나왔는데 대통령의 지시로 정부가 재정 운용 기조를 바꾸겠다는 것도 놀랍다.

 

양극화 해소를 국정 목표로 삼는 건 문제 될 것이 없다. 어느 정권이든 이름만 달랐지, 양극화 해소 내지 완화를 주요 국정 과제로 삼아왔다. 문재인 정권의 이른바 ‘소득 주도 성장론’도 양극화 해소를 내세운 정책이었다. 최저임금을 2년 연속 두 자릿수로 올리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프로젝트, 노인 일자리 100만개 만들기 등이 구체적 정책으로 실행됐다. 그 결과는 모두 알다시피 고용 참사, 분배 참사로 이어졌고, 나라는 400조원이 넘는 새 빚을 떠안게 됐다. 

 

우리나라 양극화 문제가 악화된 것은 정규직·비정규직 근로자 간,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심하기 때문이다. 노동 개혁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좋은 일자리’를 위한 과도한 경쟁이 과도한 사교육 부담과 노후 준비 부실 문제, 서울 초집중 현상에 따른 집값 양극화 등 다양한 양극화 문제를 낳고 있다. 복잡하게 얽힌 양극화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쾌도난마식 해법은 없다. 정부가 노동 개혁과 사회 개혁을 하고, 양질의 일자리와 저렴한 주거 공간을 만드는 노력을 꾸준히 하는 것이 정공법이다. 소득은 일자리에서 생기고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니, 기업 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주 52시간 근무제, 중대재해처벌법, 세계 최고의 상속세율 등 과도한 규제를 정비하는 것도 양극화 타개에 도움이 되는 근본적 방안이다.

 

하지만 우리 정치권은 이런 근본 해법이 아니라 선심 정책 포퓰리즘으로 양극화 문제에 접근해 왔다. 소상공인 코로나 손실 보상 50조원, 병사 월급 200만원, 전 국민 기본 소득, 기초 연금 인상, 아동 수당 확대 등 여야 불문하고 갖가지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은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씩 풀자는 공약을 내세웠고, 국민의힘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약속했다. 금투세 폐지로 재미를 봤다고 여기는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내년 시행될 예정인 가상 화폐 과세도 2년 유예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세금을 줄이면 지출도 줄여야 하는데 양극화 해소라며 지출을 늘린다고 하니 결국 나랏빚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과 무엇이 다른가.

 

윤 정부 들어 작년 56조원에 이어 올해도 30조원 이상 세수 부족 사태를 낳고 있다. 세수 구멍을 메우기 위해 환율 방파제로 쓸 기금 돈까지 끌어다 쓰고 있다. 16년 넘게 등록금을 동결하고 대학생 국가장학금을 확대한 결과, 대학생 200만명 중 150만명이 국가장학생이 됐다. 이것은 장학금이 아니라 현금 뿌리기다. 하위 70% 노인에게 무조건 기초 연금을 지급하면서 월 소득 700만원 이상 노인도 기초 연금 수급자가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라가 빚내 돈을 풀어서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양극화 문제는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조선일보(2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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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대학 장학금만 늘릴 게 아니라 졸업장 제값 하게 해야

 

교육부가 2025학년도부터 국가장학금 지급 대상을 중산층 자녀에게까지 대폭 확대한다고 21일 발표했다. 국가장학금은 소득 수준을 1∼10구간으로 나눈 뒤 소득 8구간 이하 학생들에게 차등 지급해 왔는데 내년부터는 소득 수준 9구간 학생들에게도 연간 100만 원 이상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국가장학금 수혜 대상은 전체 대학생(205만 명)의 약 절반인 100만 명에서 150만 명으로 크게 늘어나게 된다.

국가장학금 확대는 당정이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시안을 발표해 중산층 표심을 노린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새로 국가장학금 수혜 대상이 된 소득 9구간은 4인 가구 기준으로 소득과 재산을 합쳐 환산한 월 소득 인정액이 1220만∼1829만 원이다. 통계청 소득 10분위 기준으로 환산하면 월 소득 606만∼806만 원에 해당한다. 중산층 자녀에게까지 지급 대상을 넓히는 것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지원하는 제도의 도입 취지에 맞지 않을뿐더러 또래 중 대학에 가지 않는 25%의 청년들에게는 역차별이 된다. 가뜩이나 세수 결손이 심각한 형편인데 월 소득 인정액이 2000만 원에 육박하는 가구까지 세금으로 대학 등록금을 지원해야 하나.

교육부의 내년 고등교육 예산은 올해보다 약 1조 원 늘어난 15조6000억 원이다. 그런데 증액된 예산 중 55%가 국가장학금에 쓰인다. 대학 경쟁력 강화에 투자해야 할 재정을 중산층 학비 지원에 투입하면서 교육 재분배 효과도 없이 대학 교육 환경은 더 열악해지게 됐다. 16년째 이어진 등록금 동결로 대학들의 교육 여건 투자비는 늘기는커녕 동결 이전에 비해 반 토막 났다. 양동이로 빗물 받는 강의실에서 수업하고 고교보다 못한 실습실에서 연구하는 실정이다. 이런 대학에서 딴 졸업장이 제값을 할 리 없다. 한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대졸자 취업률이 낮고 고졸 대비 대졸자의 상대적 임금 수준도 떨어진다. 고졸자를 뽑는 일자리에 대졸자들이 대거 몰리는 하향 취업 현상도 고착화하고 있다.
 

 

어느 나라든 고등교육 정책의 목표는 대학 경쟁력 강화와 교육 기회의 확대다. 정부도 학령인구 급감에 맞춰 부실 대학은 구조조정을 하되 살아남은 대학은 규제를 풀어 혁신 경쟁을 장려하고, 정부 지원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대학은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대학 졸업장은 튼튼한 계층 이동의 사다리로 제값을 하게 된다.

 

-조선일보(2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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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간 빈 尹 정부의 갑작스러운 “양극화 타개”… 돈은 어디서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후반부의 우선적 국정목표로 ‘양극화 해소’를 제시한 뒤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들이 바뀐 기조에 맞춘 정책을 마련하느라 바쁘다. 하지만 정부의 내년 지출 계획을 담은 예산안은 이미 국회에 제출돼 있고, 올해는 ‘기금 돌려 막기’를 통해 재정 적자를 축소하는 상황이라 양극화 해소 방안들이 내년에 실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윤 대통령은 이번 주초 “정부가 직접 개입을 해서라도 임기 후반기에는 소득·교육 불균형 등 양극화를 타개하기 위해 전향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임기 반환점을 지난 지금부터는 사회적 불균형 완화, 서민 체감 경기 개선에 역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이 발언에 맞춰 대통령실은 서민·청년·중소기업을 지원할 정책 리스트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수도권과 비수도권 등 각 분야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하는 양극화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한국 사회의 고질병이다. 뿌리 깊은 난제인 만큼 철저한 원인 분석과 중장기적 해법 마련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중간 과정 없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 ‘민간 중심 역동경제’였던 국정목표가 ‘양극화 해소’로 바뀌다 보니 정부 안팎에선 “뜬금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등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민심 수습을 위해 황급히 내놓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양극화 해소에 들어갈 막대한 재원이다. 정부는 677조4000억 원의 내년도 예산안을 내놓으면서 재정 지속성 확보를 위해 2년 연속 긴축 예산을 짰다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세수 부족으로 내년에 80조 원 넘는 적자가 예상된다. 올해는 환율 방어에 쓸 외국환평형기금, 서민주거 안정용 주택도시기금 등에서 16조 원을 떼어 펑크 난 세수를 돌려 막고 있다.

더욱이 트럼프 2.0 시대가 시작되는 내년 세수는 수출 위축 등으로 더욱 악화할 공산이 크다. 올해 말 한국의 국가채무는 1200조 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양극화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기로 결정했다면 정부는 구체적 양극화 해소 방안과 비용을 제시하고, 필요한 재원을 어디서 마련할 것인지부터 밝혀야 한다.

 

-동아일보(24-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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