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 창 TSMC 창업자, 젠슨 황에게 TSMC 맡기려 했었다]
[모리스 창(TSMC) 회장]
모리스 창 TSMC 창업자, 젠슨 황에게 TSMC 맡기려 했었다
29일 모리스 창 자서전 출간
애플·인텔과의 일화도 공개
젠슨 황(오른쪽) 엔비디아 CEO와 모리스 창 TSMC 창업자가 2022년 미국 피닉스에 건설 중인 TSMC 공장 현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모리스 창 대만 TSMC 창업자가 과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에게 TSMC CEO 자리를 제안했다가 거절 당한 일화를 공개했다.
창 창업자는 지난 29일 출간된 자서전 ‘모리스창 자전’에서 그는 자신이 지난 2013년 후임 CEO를 찾는 과정에서 황 CEO에게 TSMC CEO직을 맡아달라 제안했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황 CEO의 활달하고 확실한 성격과 반도체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고려해 TSMC를 이끌 ‘적합한 인재’로 생각했다고 썼다.
그는 책에서 “나는 약 10분 동안 그가 TSMC를 맡아줬으면 하는 기대와 희망을 토로했다”며 “조용히 듣고 있던 그는 깔끔하게 내 제안을 거절했다”고 전했다. “나는 이미 직업이 있는걸요”가 거절의 원인이었다. 창 창업자는 몇 주 후에 다시 제안을 해보려했지만, 황 CEO의 태도는 더욱 강경해 포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그는 “황 CEO의 대답은 아주 성실했고, 그가 당시 하던 일은 11년 후 엔비디아를 오늘날의 위치로 끌어올렸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창 창업자와 황 CEO의 깊은 우정은 반도체 업계에 유명한 일화다. 90년대 후반 엔비디아가 아무도 모르는 스타트업에 불과했을 때, 모두가 거절한 반도체 제조 위탁을 TSMC만이 받아줬다. 당시 인력이 부족한 엔비디아를 돕기 위해 창 창업자는 엔비디아에 TSMC 생산직 직원 2명을 파견해 물심양면으로 돕기도 했다. 황 CEO는 오늘날까지도 창 창업자를 ‘아버지로 생각하며 존경한다’고 말한다. 최근 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AI)반도체 ‘블랙웰’의 생산 결함 문제가 불거지며 양사의 불화설이 퍼질 때도 황 CEO는 직접 “TSMC는 훌륭한 회사이며, 생산 결함은 모두 우리쪽의 문제”라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창 CEO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인텔·애플 등과 있었던 일화도 가감없이 공개했다. 그는 자신이 TSMC 창업을 위해 투자금 모금에 나섰던 80년대에 당시 인텔 CEO인 고든 무어와 연락이 닿아 투자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당시 무어는 고민 끝에 TSMC 투자를 포기했지만, 이후 인텔은 TSMC의 고객사가 됐다. 그는 파운드리 사업에 도전하는 팻 겔싱어 인텔 CEO에 대해선 “인텔은 장기간 내부 제품 생산에만 집중했었고, 다른 회사의 제품을 만드는 사업으로 전환하는게 쉽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에게 행운을 빈다”고 했다.
그는 2013년 애플의 물량을 수주 받기 시작한 것은 TSMC의 큰 전환점이 됐다고도 회고했다. 그 전까지 애플은 삼성전자에서 칩을 생산하고 있었다. 그에 따르면 어느날 창 창업자의 부인 장수펀 여사와 그의 사촌동생이자 폭스콘 창업자인 궈타이밍이 저녁자리에 손님을 데리고 왔는데, 바로 제프 윌리엄스 애플 최고운영책임자(COO)였다. 이 자리를 시작으로 창 창업자는 머지 않아 팀 쿡 애플 CEO와의 점심자리도 갖게 됐다. 창 창업자는 “쿡은 (당시 아이폰용 칩 생산을 두고 TSMC와 경쟁하던) 인텔에 대해 가격이나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덤덤하게 ‘그들은 위탁 생산에 약하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창 창업자는 “당시 인텔과의 경쟁이 있었지만, TSMC의 기술이 훨씬 월등하다 믿었다”고 했다. 실제로 이후 애플은 2016년부터 TSMC에 아이폰용 칩을 독점적으로 위탁하기 시작했다.
-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조선닷컴(24-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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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창(TSMC) 회장
이건희 회장이 탐냈던 대만 반도체의 巨人 모리스 창 물러난다
TSMC 창업, 30년 이끈 대만 반도체의 아버지
정치적·기술적 대전환기 앞두고 퇴임
“애플과 관계 흔들릴수도”…고개 드는 위기론
대만 반도체 산업의 대부로 불리는 모리스 창(張忠謀) TSMC 회장이 내달 퇴임합니다. 86세의 고령인 모리스 창 회장은 1987년 TSMC를 창업한 이후 30여년간 회사를 이끌었습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89년 대만을 방문했을 때 직접 스카우트를 시도한 일화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퇴임을 앞둔 모리스 창 회장의 발걸음은 꽤나 무겁습니다. 반도체 미세공정 전환이 점점 난해해지고 있는 가운데 10나노 이하 기술 구현을 위한 투자 비용이 점점 늘고 있고 경쟁자인 삼성전자가 김기남 사장 체제에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대거 확보해 새로운 시장에서의 기술 주도권을 잡았습니다.
모리스 창 TSMC 회장. /TSMC 제공
최대 고객사인 애플과의 관계도 관건입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의 점유율은 여전히 탄탄하지만, 최근 격화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으로 인해 최대 고객사인 애플과의 수급관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협도 있습니다.
◇ 無에서 有 창조한 대만 반도체 산업의 아버지
모리스 창 회장은 1952년 미국 MIT에 입학해 당시 미국에서 각광받기 시작한 반도체 엔지니어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에 입사해 중국계 아시아인으로서는 흔치않게 그룹사 총괄 부사장까지 승진하며 역량을 인정 받았습니다.
미국에서 승승장구하던 그는 1985년 54세의 나이에 고국인 대만으로 돌아왔습니다. 당시 침체돼 있던 조국의 경제 산업을 부흥할 수 있는 길은 반도체 산업뿐이라고 여긴 모리스 창 회장은 대만공민기술연구원(ITRI) 원장직을 맡으며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정부에 제안합니다.
모리스 창 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인 대만 정부는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 설립을 적극 지원했습니다. 대부분의 창업자금과 설비 투자를 모두 정부에서 담당했습니다. TSMC는 현재도 사실상 공기업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정부에서 많은 지분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이후 TSMC는 세계 반도체 위탁생산의 중심지로 거듭나게 됩니다. TSMC의 등장과 함께 생산라인 없이 설계만을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Fabless) 기업들이 잇달아 등장했고 PC, 모바일 산업 고도화와 함께 TSMC의 매출도 수직 상승했습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인텔보다 한 세대 뒤처진 공정 제품을 저렴한 가격이 생산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했던 TSMC는 이후 엔비디아, ATI 등 대형 고객사들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생산하며 호황을 맞았고, 이후에 애플, 퀄컴 등의 모바일 AP 주문을 따내며 전성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 기술적·정치적 전환기 맞은 TSMC
TSMC는 여전히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구가하고 있지만 미래 시장을 내다보면 꼭 전망이 밝다고 할 수만은 없습니다. 반도체 생산기술이 10나노에 근접하면서 미세공정 전환이 점점 난해해지고 있고, 투자비용도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치솟고 있습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김기남 DS부문장 체제에서 파운드리 분야에 유례 없는 투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것도 부담입니다. 특히 삼성전자가 10나노 이하 미세공정 기술에서 필수 장비로 부각되고 있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싹쓸이'하며 경쟁사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이고 있는 것도 부담입니다.
업계에서는 내년부터 7나노 반도체 공정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삼성전자는 더욱 투자의 고삐를 당기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7나노 공정 구현이 가능한 EUV 장비로 공장을 가득 채운 신규 라인을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EUV 장비는 네덜란드의 ASML이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는데 워낙 첨단기술 장비여서 1년에 생산할 수 있는 장비의 대수가 한정돼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으로 인해 최대 고객사인 애플과의 관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부담입니다. 최근 모리스 창 회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도전이며 이전에는 직면할 필요가 없었던 장벽"이라며 "1970년대 미국과 일본과의 무역 분쟁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TSMC가 애플, 퀄컴 등을 고객사로 확보한 이후에 본격적인 전성기를 맞았고 매출 비중 또한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은 회사의 생존이 달린 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습니다. 모리스 창 회장이 명예로운 은퇴를 앞둔 상황에서도 쉽게 샴페인을 들 수 없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황민규 기자, 조선일보(18-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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