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셰셰" 이젠 "미국에 감사"… 이재명의 가장 큰 리스크는 외교]
[美 정치권 "李와 민주당, 친중·반미관 우려" 꾸준히 문제 제기]
[이재명 외교 책사, 북핵·미국통 등 관료 출신이 핵심]
[국정원의 우크라 북한군 정보 보고도 '외환'인가]
["5월이 오면 모스크바 붉은광장서 조선인민군·러시아군 함께 행진을"]
"중국에 셰셰" 이젠 "미국에 감사"… 이재명의 가장 큰 리스크는 외교
이재명, 외교안보 발언 180도 변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작년 12월 23일 국회에서 필립 골드버그 당시 주한 미국 대사를 접견하고 있다. /뉴스1
“한미일 정상회의는 역사 바퀴를 해방 이전으로 돌리는 패착.”(2023년 8월 16일)
“자유·민주 진영 일원으로 역할·책임을 한층 강화하겠다.”(2025년 1월 17일)
계엄·탄핵 사태 이후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외교·안보 관련 발언이 극적으로 변했다. 연일 미국에 감사를 표시하고, 과거 맹비난하던 ‘한미일 협력’도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유·민주 진영으로서의 책임’을 강조하는 모습에선 ‘윤석열 대통령을 연상시킬 정도로 낯설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변신은 ‘유력 대선 후보 이재명’의 외교·안보관에 대한 동맹국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노력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17일 “조기 대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젠 국내 정치뿐 아니라 미국 등 우방국들까지 보며 정치를 해야 한다”며 “외교·안보 안정감을 보여주는 게 이 대표의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라고 했다.
이 대표는 17일 당 회의에서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노력에 감사한다”며 “한미 동맹은 더욱더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2월 13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관련 성명에서도 미국과 우방국들에 대한 감사를 표하면서 “우리는 자유·민주 진영의 일원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달 초 미국 LA 산불 사태 때 “어려울 때 함께 걷는 것이 동맹”이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공들여왔던 한·미·일 협력 체계에 대해서도 지난달 주한 미국·일본 대사를 잇따라 만나 “한미일 간 협력 관계도 계속될 것” “한·미·일 협력과 한일 협력은 대한민국의 중대한 과제”라고 했다.
이는 과거의 이 대표 발언과 180도 다른 것이다. 그는 2021년 7월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대해 “친일 세력들과 미 점령군의 합작”이라고 했고, 일본을 향해선 ‘적성국’이라고 해왔다. 2022년 10월 한·미·일 동해 연합 훈련에 대해선 “일본군의 한반도 진주와 욱일기가 다시 한반도에 걸리는 날이 실제로 생길 수 있다”고 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사태 등에서도 이 대표는 ‘반일몰이’에 앞장서 왔다. 하지만 조기 대선이 가시화됐다는 판단 아래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친중’ ‘친북’ ‘친러’ 이미지를 벗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총선 국면이던 작년 3월 “우리가 왜 중국에 집적거리나. 그냥 ‘셰셰’,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된다”고 했고, 작년 1월엔 북한의 무력 도발 자제를 촉구하면서 “우리 북한의 김정일·김일성 주석의 노력들이 폄훼되지 않도록 애써야 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엔 “초보 정치인 대통령이 러시아를 자극한다”고 비난도 했다. 그러나 계엄·탄핵 국면 이후엔 이 같은 발언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 대표의 민주당은 이날 외신 담당 대변인에 외국 변호사인 염승열씨를 임명하는 등 외신 챙기기에도 적극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 대표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우리 국민은 물론 동맹국들이 이 대표의 외교·안보 전략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는 점을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1차 탄핵소추안에 야당이 ‘윤 대통령이 북·중·러를 적대시하고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 정책을 고집했다’는 것을 탄핵소추 사유로 든 것 등이 이런 불안감을 가중시켰다는 분석이다. 미국에서 ‘중국 견제·압박’에 올인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까지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친중’ 이미지를 탈피하는 게 급선무가 됐다는 것이다.
민주당 차원에서 트럼프 라인을 뚫으려는 물밑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여야 방미단 중 한 명인 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통화에서 “우리 여야는 물론이고 세계 각국이 트럼프 행정부 라인을 잡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방미 중에 여야 의원들이 함께 미 의회 상하원 외교 라인을 만나고, 민주당 차원에선 방미 기간 동안 미 공화당 싱크탱크 인사들도 만나볼 생각”이라고 했다.
-김정환 기자, 조선일보(25-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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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치권 "李와 민주당, 친중·반미관 우려" 꾸준히 문제 제기
1차 탄핵안에 '北·中·러 적대' 등 친북·친중 기조 경계 목소리 많아
2023년 6월 8일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를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와 악수를 하고 있다./조선일보 DB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와 이어진 탄핵 정국 이후 미국 정치권과 언론에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외교관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 대표가 그간 보여온 북한에 대한 유화적 태도 및 중국 옹호 발언, 지난달 민주당이 주도해 발의한 1차 탄핵안에 언급된 탄핵 사유인 ‘북·중·러를 적대시하는 외교’란 문구가 암시하는 친북·친중 기조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많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이 대표의 외교관에 대해 “북한과 러시아에 대해 더 유화적인 입장을 취할 전망”이라며 “(이 대표는) 한중 관계가 위기에 처했을 때 주한 중국 대사와 공개 석상에 등장해 논란을 일으켰다”고 했다. 미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이 대표는 중국에 대해 (윤 대통령과) 매우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며 “(이 대표가) 일본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을 이용해 한·미·일 협력에 대한 한국의 약속을 뒤집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얼마 전 열린 VOA(보이스오브아메리카) 대담에서 미 정책연구소인 헤리티지 재단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이 대표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행동을 고맙게 여겨야 한다고 말했고, 한국은 대만 비상사태 시 어떤 역할도 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대표가 지난해 3월 총선 유세 때 “중국과 대만 문제가 어떻게 되든 우리가 무슨 상관 있나”라고 한 발언을 지적한 것이다.
미 하원 외교위 동아태 소위원장인 영 김 연방 하원 의원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한 세력’(민주당 등 야당)은 북한에 대한 유화 정책, 중국에 대한 순응을 선호한다. 이는 한반도 안정과 지역 전체에 큰 재앙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미 국방부에서 사이버 안보를 담당했던 존 밀스 전 육군 대령은 지난 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인 스티브 배넌의 인터넷 방송에 나와 이 대표에 대해 “좌파·친중 인사이고 미군을 ‘점령군’이라 불렀던 인물”이라며 “그의 반미 노선이 중국의 지정학적 목표와 일치하고, 좌파 정치인들은 극도로 반일 성향이어서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일본 언론에서도 이 대표의 반일(反日) 외교관(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최근 “이 대표는 일본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고 알려졌다. 이 대표의 영향력 확대는 개선 흐름을 타던 한·미·일 협력과 안보 환경에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로다 가쓰히로 산케이신문 객원 논설위원은 한 방송에 나와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일본은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 직후인 지난달 6~8일 NHK가 일본인 12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중 66%는 이 사건이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매우 혹은 어느 정도) 우려한다’고 답했다.
-워싱턴=박국희 특파원/서보범 기자, 조선일보(25-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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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외교 책사, 북핵·미국통 등 관료 출신이 핵심
당내 위성락, 외곽 김현종 조언… 盧·文정부 대북 유화파도 활동
위성락 민주당 의원과 김현종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조선일보 D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본격적인 외교안보 관련 메시지를 내면서 이 대표 외교안보 자문그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당내에선 외교관 출신인 위성락 의원이 키를 쥐고 이 대표에게 외교 관련 조언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위 의원은 노무현 정부 때 외교통상부 북미과장, 이명박 정부 때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차관급)을 지냈다. 주러시아 대사를 거쳐 이재명 캠프에 합류,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비례 위성정당의 남자 출마자 중 최상위 순번(2번)을 받았다. 위 의원은 통화에서 “당장 대선을 염두해 두고 외교안보 자문단을 짜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과거 민주당이 ‘사드 철수’ 같은 강경 노선과 정책 등으로 지금까지 오해를 받고 있는 측면이 있는데, 이를 불식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외곽에선 김현종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조현 전 주유엔 대사 등 외교·안보·통상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한미 FTA 협상단을 이끌었고,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청와대 외교안보특별보좌관, 국가안보실 2차장 등을 지냈다. 지난 대선에선 이재명 캠프에 합류해 국제통상특보단장을 맡았다. 이 대표 측 인사는 “여러 전문가 중에 김현종이 성향으로 보면 합리적이고 국제 경제에도 특화가 돼 있다”고 했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 이종석·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김정섭 전 국방부 기획조정실장 등도 당내 외교안보통일자문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등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정부와 청와대 요직을 거치며 야권의 외교안보 정책에 영향을 미쳐온 인물들이다. 국회 외통위 소속 의원은 통화에서 “대부분이 야권 외교안보 분야의 공공재 성격이 짙은 만큼 전 정권 주요 인사들이 대선 국면에서 여러 조언을 할 것”이라고 했다.
당내 일각에선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대일 외교 전문가는 부족하다는 말도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과거 친문 그룹에선 지일파들이 꽤 있었는데 지금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며 “대일 관계 역시 중요한 만큼 물색이 필요하다”고 했다.
-주희연 기자, 조선일보(25-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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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우크라 북한군 정보 보고도 '외환'인가
전사한 북한군이 소지하고 있던 사진과 신분증. /NK인사이더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실태가 정확하게 파악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 병사는 심문에서 “(참전인 줄 몰랐고) 훈련을 실전처럼 해본다고 했다” “1월 3일 (전장에) 나와서 동료들이 죽는 것을 보고 방공호에 숨어 있다가 5일 다쳤다”고 했다. 이 병사가 전선 상황을 진술하는 것은 국가정보원 요원이 우리말로 물으며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어준 덕분이다. 우크라이나군이 통역기의 기계음으로 심문했으면 겁에 질린 병사는 제대로 말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국정원은 국회에 “파병 북한군은 사망 300여 명, 부상 2700여 명의 피해를 입었다”고 보고했다.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한 이유로 “드론에 대한 무의미한 원거리 사격과 후방 화력 지원 없는 돌격 전술 등 현대전에 대한 이해 부족”을 꼽았다. 우리 정부가 현지에 관련 요원을 보내지 않았으면 실시간 확인이 어려운 정보와 전황 분석이다.
민주당 등은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특검법을 발의하며 외환(外患) 혐의를 넣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쟁 또는 무력 충돌을 유도하려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난데없이 ‘해외 분쟁 지역 파병’도 포함했다. 지금 그런 파병이란 존재하지도 않는다. 만약 우크라이나에 군이나 국정원 분석팀을 보내는 것을 문제 삼은 것이라면 안보를 희생시키는 것이다. 북한군 실상과 전장 현황, 능력과 전술, 김정은이 챙기는 반대 급부 등은 현지에 가지 않으면 정확한 파악이 어렵다.
민주당 의원은 “우크라이나에 군 1명이 가더라도 파병”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엔 서방 각국의 군 관계자들이 활동 중이라고 한다. 아무도 이들을 파병이라고 하지 않는다. 민주당은 우크라이나의 북한군 정보를 실시간 파악하는 국정원을 보고도 ‘외환’ 혐의를 씌울 것인가.
합참의장이 14일 국회에서 “군 작전에 ‘외환’ 용어 쓴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군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북 확성기나 전단 살포 등 정상적 북 도발 대응 작전까지 ‘외환’으로 몰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 군 작전과 훈련을 마비시킬 수 있다. 무인기 평양 침투에 대해선 “김정은이 돈 들여 확인할 걸 왜 제가 해주나”라고 했다. ‘외환’ 혐의는 분명한 단초가 드러나면 별도 수사로 밝혀도 된다.
-조선일보(25-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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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 오면 모스크바 붉은광장서 조선인민군·러시아군 함께 행진을"
--(김정은의 가상 독백)--
[남성욱의 한반도 워치]
"러시아 80주년 전승절에 모스크바서 러 푸틴과 정상회담 열고
노벨평화상 올인하는 트럼프, 나 김정은과 정상회담 추진할 것
군수산업으로 그럭저럭 버티면서 체제유지하는게 최우선 과제다"
평양도 새해가 시작됐다. 김정은은 신년사 없이 새해맞이 축하 공연에 참석했다. 그는 강경한 대미 대응을 강조했지만, 체제 결속에 주력하고 대외 메시지는 최소화했다. 김정은의 복심과 복안을 추정해 보는 것이 을사년 한반도 정세 전망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아래는 김정은의 생각을 추정한 1인칭 시점의 ‘신년 독백’이다. 가상이지만 사실을 바탕으로 했다.
신년사 없이 새해 시작한 북한… 팩트 기반 김정은의 가상 독백
2012년 권좌에 오른 이후 다사다난하지 않은 해가 없었지만 지난해 주변 정세는 필설로 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공화국이 처한 고립무원 외교의 돌파구를 마련한 것은 작년 6월 평양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체결한 북·러 군사동맹 조약이다.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이후 평양은 얻은 것이 없었다. 바이든 정부 들어 대북 제재는 철저히 이행됐다. 북·중 관계가 순망치한(脣亡齒寒) 관계라고 하지만 중국은 한반도에서 ‘두 개의 조선 정책’을 고수하며 대북 지원에 소극적이다. 시진핑 주석의 배려만을 기대하며 무한정 기다릴 수는 없었다. 9만여 명에 달하는 우리 노동자를 철수할 것을 요구하고 압록강 무역도 재개하지 않으면서 중국이 북한을 견제하는 건 미국의 눈치 때문이다. 베이징과 모스크바를 오가는 시계추 외교는 시절 인연에 따라 하면 된다. 사회주의 국가들이지만 국가 이익이 우선이다. 유엔 대북 제재를 돌파하려면 전시 상태인 모스크바를 붙잡아야 했다. 전쟁 중인 러시아와 군사동맹 조약을 체결하는 것은 지난해가 적기였다. 우리의 외교·군사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약 체결 과정에서 푸틴에게 우크라이나 파병을 선제적으로 제안했다. 러시아의 병력 손실이 60만여 명에 이르렀고 양국 외교 관계의 판을 흔들기 위해 조선인민군을 파병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인민군대의 희생은 불가피하지만 러시아에서 얻어낼 것이 적지 않다. 연간 4000억원의 용병 대금도 기대된다. 공화국의 연간 수출액이 5000억원에 불과한 만큼 경제적 수익도 쏠쏠하다. 지난 8월부터 모스크바에 탄약과 KN-23 탄도미사일을 실은 컨테이너 2만여 개를 보내고 2조원 이상의 실리를 챙겼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의 토대인 우주 항공 기술을 비롯해 핵잠수함 등 러시아의 군사 및 경제적 지원은 기본이다. 유엔 대북 제재를 무력화하려면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뒷배가 중요하다.
오는 5월 러시아 80주년 전승절 행사가 열리는 모스크바를 방문해서 푸틴과 정상회담을 하는 이벤트를 외교 파트에서 검토 중이다. 1949년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처럼 시베리아 횡단 열차로 모스크바 야로슬랍스키역에 도착하는 퍼포먼스도 국제사회에 주는 강력한 이미지로 괜찮다. 러시아가 열병식에 북한군을 초청할 수도 있을 것이다. 조선인민군과 러시아 군대가 붉은 광장을 함께 행진한다면 조선의 위상을 과시할 것이고 트럼프 미 대통령도 유심히 관찰할 것이다.
올해 최우선 외교 목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다. 노벨평화상 수상에 올인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나와의 정상회담을 무조건 추진할 것이다. 시기와 조건 등에서 과거와 달리 내가 주도권을 잡을 것이다. 2018년 싱가포르와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이 사진만 찍고 끝난 것은 상대에 대한 준비 부족 때문이었다. 하노이에서 영변 핵 시설의 포기와 유엔안보리 제재 결의안 11건 중 5건의 해제를 교환하는 안을 제시했는데 너무 순진했다. 목표치는 최대한 크게 부르고 적당한 선에서 절충하는 트럼프의 협상 전술이 필요하다. 트럼프 1기 정상회담에서는 시진핑의 백업을 활용했는데 2기에서는 푸틴의 뒷배를 최대한 활용해서 당당하게 나갈 작정이다. 트럼프와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의 시나리오도 불가능은 아닐 것이다.
1기 트럼프 당시 27통의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이제는 시간은 내 편이지 트럼프 편이 아니라고 워싱턴에 편지를 보낼 것이다. 목표는 핵군축 협상이다. 핵무기는 계속 강선 우라늄 농축 시설에서 생산하니 현재 재고 수준에서 동결하고 대북 제재 해제와 경제 지원 등을 요구할 복안이다. 1단계에서 핵군축을 하고 2단계로 비핵화를 논의하자고 포장하면 트럼프를 유인할 수 있다. 하반기가 되면 정상회담을 하자고 뉴욕 채널을 통해 연락이 올 것이다.
우리 내부 동향을 철저히 감시하는 것은 통치에 제일 중요한 과제다. 지난해 압록강 수해로 1500여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복구에 만전을 기하고 있으나 연말에 현장을 가보니 살림집 건설 등이 아직도 안 되었다. 책임자 등을 처벌하든지 충격요법을 쓰지 않으면 공화국 관료 등은 면종복배가 몸에 배어 있어 복지부동이다.
경제가 어렵다고 해서 고민이 깊다. 연말 내각총리를 김덕훈에서 박태성으로 바꾼 이유도 경제를 살려보라는 의미다. 국가 계획 경제가 작동되지 않으니 인민들이 장마당 경제로만 몰린다. 공식 환율과 장마당 비공식 환율 간에 괴리가 심하다. 과거 5차례 시행했던 화폐개혁도 검토 대상이다. 물가와 월급을 현실화하고 구권을 신권과 제한적으로 교환하면 인민들의 벽장에 숨어있는 돈을 끌어내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혼란이 발생할 수 있어 전면 시행 여부를 고심 중이다. 과거 사례를 검토해 보니 물자 공급이 확대되지 않으면 미봉책에 불과한데 방치하면 장마당 경제가 확대되니 진퇴양난이다.
내가 세계 최강의 미국 대통령 트럼프와도 당당히 협상하는 국제적인 거물이 되었는데 솔직히 경제 문제는 집권 14년이 되어도 해결이 안 된다. 하긴 조부 등 선대 지도자들도 풀지 못한 인민들의 살림살이에 요술 방망이는 없다. 군수산업으로 그럭저럭 버티면서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인민들에게 최소한의 물자만 공급하면 된다. 자유와 먹거리가 넘치면 남측의 혼란이 공화국에도 나타날 수 있다. 을사년에도 선대 지도자의 유언을 깊이 새겨야 한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조선일보(25-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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