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법대로 했나]
[서부지법 사태, 판사들의 진짜 걱정은]
[‘국민저항권’ 잘못 해석한 尹 지지자들]
법원은 법대로 했나
[송평인 칼럼]
현직 대통령 연루된 내란죄 수사
어느 수사보다 흠결 없어야 하는데
공수처 꼼수로 편법에 위법까지 판쳐
공수처와 한 몸 된 듯한 법원 책임도 커
윤석열 대통령 2차 체포영장에서는 형사소송법 110조를 배제한다는 언급이 빠졌다. 110조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수색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피의자가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체포할 수 있다(200조의 2)’는 조항과 110조는 우열이 없다. 법관이 한 조항은 적용하고 한 조항은 배제할 수 없다. 2차 영장에서 110조 배제 언급이 빠진 건 1차 영장의 위법성을 자인한 것이다.
“피의자를 체포 또는 구속하는 경우의 피의자 수색은 미리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는 때에 한정한다(216조 1항 1호)”는 규정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2019년 신설됐다. 그 전까지는 체포영장만으로 수색까지 마구 했기 때문에 ‘미리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 수색을 제한한 것이다.
대통령은 경호시설 내 관저에 있고 경호시설 밖으로 나와 ‘나 잡아가시오’ 하지 않는 한 대통령을 체포하려면 대통령 체포영장 외에 경호시설 수색영장까지 미리 발부받아야 한다는 것이 누가 봐도 명확한 이 조항의 의미다. 그러나 경호시설에 대한 수색영장은 110조에 따라 책임자가 승낙하지 않으면 집행 불능이다. 그러자 법관이 마치 입법자라도 된 듯 110조를 배제했다. 법원행정처장은 국회에 나와 영장의 위법성을 얼버무리고 대통령이 법원에 의해 발부한 영장을 거부한다고 비난했는데 그게 정당한 유권해석처럼 여겨져 영장 집행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윤 대통령의 경우 체포는 진술을 받기 위함이다. 피의자가 미리 진술 거부 의사를 밝히면 체포는 의미 없다. 그런데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는 체포를 강행했다. 법관은 법에 따라 영장을 발부하면 그만이다. 발부됐지만 집행되지 못하는 영장이 허다하다. 집행은 수사기관이 고민할 일이다. 집행이 어려우면 피의자와 수사기관 간에 타협이 이뤄진다. 법관이 공수처가 고민할 일을 제 일처럼 고민하다 위법을 저지르고 타협의 여지를 차단한 것이 110조 사태다.
대통령의 체포와 구속, 그에 더해 강제구인 시도에도 불구하고 아직 조사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답게 조사에 임하면 좋겠지만 피의자는 불이익을 감수하고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공수처가 스스로 한 수사는 거의 없이 검찰과 경찰이 다 해놓은 것을 막판에 끼어들어 이첩받아 놓고는 대통령 조사도 못하는 꼴이라니 한숨만 나온다. 한 일이라고는 대통령을 잡아넣은 것밖에 없는데 그것조차 경찰이 다 한 것이나 다름없다. 수사기관이 현직 대통령에 대해 방문 조사 등을 하는 건 단지 예우가 아니라 조사의 현실성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대통령 수감은 밀어붙여 안 했어도 조만간 대통령 신분을 잃으면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다.
한 국가의 중앙은 지리적 중앙이 아니라 대통령이 있는 곳이다. 대통령에 대한 영장을 서울중앙지법이 아니라 딴 법원에 낸다는 발상이 태생이 귀태인 공수처다운 꼼수다. 그러나 공수처가 원칙적 관할을 무시하고 가까운 중앙지법 대신 먼 서울서부지법까지 와서 영장을 청구할 때 중앙지법으로 돌려보내지 않은 법원에도 책임이 있다.
법원에는 법원 판결에 불만을 품는 소송 관련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서부지법은 중앙지법에 비해 규모가 훨씬 작아 방호가 취약하다. 대통령의 구속이 불러일으킬 극렬 지지자들의 반발은 예상 가능하고 방호대책까지도 고려했어야 한다. 영장이 중앙지법에서 발부됐다면 서부지법 같은 사태는 일어나기 힘들었을 것이다. 대통령이 연루된 내란죄를 서부지법 같은 데서 다루는 것 자체가 ‘도대체 왜’라고 묻게 만드는 비정상이다.
공권력에 대한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해 11월 민노총의 윤석열 퇴진 촉구 집회에서 경찰이 100여 명이나 부상당한 사태에 대해 폭력 책임자들을 얼마나 엄히 처벌했었나. 이제 경찰 일이 아니라 자기 일이 되니까 비로소 정신이 번쩍 들었나.
법원은 애초에 김용현 전 국방장관에 대해 직권남용 수사권으로 내란죄를 수사한 검찰의 영장을 받아줌으로써 길을 잘못 텄다. 법대로 내란죄 수사권을 가진 경찰이 수사를 주도했다면 이 수사가 얼마나 반듯했을 것인가. 대통령이 공수처 수사를 거부하는 빌미도 차단할 수 있었다. 위법과 편법으로 점철된 내란 수사에는 법원의 책임도 적지 않다.
-송평인 논설위원, 동아일보(25-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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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지법 사태, 판사들의 진짜 걱정은
“어느 문명국가에서도 법원 판결이 마음에 안 든다고 판사 잡으러 가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이건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입니다. 앞으로도 판결이 마음에 안 들면 법원을 습격할 건가요!”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서울 서부지법에 지지자들이 진입해 난동을 부리고 있다. /뉴스1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에 대한 판사들의 반응은 유례없이 격했다. 성난 군중이 소화기로 법원 유리문을 깨부수고, 영장전담 판사를 찾아 판사실까지 난입한 사건은 큰 트라우마를 남겼다. 그간 서울서부지법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대형 사건을 다룬 일이 거의 없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재판 때 모였던 인파가 최대치였다고 한다. 정치적 사건에 단련된 중앙지법과 달리 대처에도 한계가 있었다. 영장 심사일에 버스로 정문을 막았지만 후문이 뚫려 봉변을 당했다.
서부지법이 주목받은 것은 지난달 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 영장을 청구하면서부터다. 공수처법상 1심 관할은 중앙지법이지만 공수처는 한남동 관저가 서부지법 관할이라며 이곳을 택했다. 그러면서 오전 0시에 영장을 청구해 ‘판사 쇼핑’ 논란을 불렀다. 게다가 서부지법이 내준 영장에는 유례없이 ‘형사소송법 110조·111조 적용 배제’가 적혔다. 한 현직 판사는 “보안 시설 압수 수색에 책임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수사기관의 부담을 법원이 나서서 없애준 셈”이라고 했다.
공수처가 수사권이 있느냐는 더 큰 문제다. ‘내란’과 ‘직권남용’은 둘 다 흠결이 있다. 내란죄는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는 ‘고위 공직자 범죄’ 가 아니고, 직권남용은 헌법 84조의 불소추 특권 범위여서 현직 대통령을 기소할 수 없다. 공수처는 수사권이 있는 직권남용과 관련한 범죄로서 내란죄 수사권을 주장한다. 그러나 법정형 징역 5년 이하인 직권남용을 매개로 법정형이 최대 사형·무기징역인 내란죄를 수사할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본말 전도’다. 현직 판사가 법원 게시판에서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법원 입장에서 수사기관의 ‘수사 권한’은 중요한 전제 사실이다. 아무리 수사를 잘해도 권한 없는 기관이라면 법원 판단을 받을 수 없다. 한 판사는 “체포·구속영장이 발부됐다고 이 문제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런 논란은 내란죄 수사권이 있는 경찰이 수사하고 검찰을 통해 영장을 청구했으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었다. 공수처가 사건을 가져오고 법원의 통상적이지 않은 결정이 이어지면서 일이 커졌다. 법치국가에서 법원 테러는 용납해선 안 된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 놀라고 분노한 판사들조차도 국민을 ‘엄벌’로 윽박질러 사법 불신을 회복할 수 없음은 알고 있다. 자신들조차 법적 의문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판사들의 진짜 고민이 있다.
한 판사는 “파장이 큰 사건일수록 절차 정당성이 중요하다. 수사 욕심이 앞서서는 안 된다”고 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수사 속도나 결과물이 아니라 ‘원칙’과 ‘정당성’이다.
-양은경 기자, 조선일보(25-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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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대통령 외부 접촉 막은 공수처, 헌재 출석 끝나자 강제 구인 또 시도. 이 정도면 ‘나만 봐’ 스토커.
-팔면봉, 조선일보(25-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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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저항권’ 잘못 해석한 尹 지지자들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판사실을 수색하고 집기를 부수던 시점. 보수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에 ‘1·19 자유민주항쟁 선언문’이란 글이 올라왔다. ‘국민저항권’이 발동됐다는 글이었다.
작성자는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1·19 자유민주항쟁’이 시작되었음을 선포한다”며 “현직 대통령을 구속한 사법부와, 헌법재판소를 비롯한 기타 헌법기관 전체가 더 이상 국민을 대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자유민주항쟁 선언과 이에 따르는 개인 및 단체의 행동은 우리가 직면한 위기와 국가의 파멸 위험성을 고려하였을 때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적었다. 법원 난입 상황을 담은 영상에서도 “이제 국민저항권이야!”라고 외치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국민저항권 담았다는 ‘자유민주항쟁 선언문’
같은 날 서울 광화문 집회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이미 국민저항권이 발동된 상태이고 국민저항권은 헌법 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7일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도 국회에서 “(헌재가 헌법을 위반하면) 국민이 저항권을 발동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스팔트 우파를 넘어 제도 정치권에서도 국민저항권이 언급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저항권. 우리 헌법에 적시된 개념은 아니다. 130조에 이르는 헌법 어디에도 국민저항권이란 말은 없다. 다만 헌법학자들은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적힌 헌법 전문에 국민저항권의 근거가 담긴 것으로 분석한다. 4·19는 국민이 스스로 들고일어나 정권을 무너뜨린 시민혁명이었기 때문이다.
헌재는 2014년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 결정을 내리면서 결정문(2013헌다1)에 저항권의 개념과 행사 요건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통진당이 집권 방안 중 하나로 저항권을 제시했던 만큼 저항권이 무엇이고, 어떻게 행사될 때 헌법적 정당성을 갖출 수 있는지 판례로 명확히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헌재는 저항권을 “공권력의 행사자가 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하거나 파괴하려는 경우 이를 회복하기 위하여 국민이 공권력에 대하여 폭력·비폭력, 적극적·소극적으로 저항할 수 있다는 국민의 권리이자 헌법수호제도”라고 규정했다. 저항권은 ‘실력적 저항’이어서 ‘질서 교란’ 위험이 수반된다는 점도 인정됐다. 여기까진 윤 대통령 지지자들과 생각이 같다.
그러나 행사 요건으로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헌재는 저항권의 요건을 3가지로 엄격히 제한했다. 먼저 ‘단순 위헌’을 넘어 민주적 기본질서의 중대한 침해나 이를 파괴하려는 시도가 있어야 하고, 저항권 외에는 유효한 구제 수단이 없어야 한다. 무엇보다 저항권 행사는 ‘민주적 기본질서의 유지와 회복’이라는 ‘소극적인 목적’에 그쳐야 하고, 정치·경제·사회 체제를 개혁하는 수단으로는 이용될 수 없다.
尹 지지자 저항권은 헌재 판례와 어긋나
백번 양보해서 윤 대통령 탄핵안 의결과 구속으로 민주적 기본질서가 중대하게 침해됐다고 인정해 보겠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구제 수단이 충분하다. 비상계엄이 정당했다면 탄핵심판에서 이기면 되고, 석방을 원한다면 구속적부심이나 보석이 있다. 내란죄도 무죄를 받아낼 기회가 3차례나 주어진다. 하지만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바로 법원을 침탈하고 판사를 겁박해 사법부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다. ‘소극적 목적’으로 민주적 기본질서를 회복하려 한 게 아니라 아예 파괴하려 했던 것이다.
헌재는 통진당의 저항권을 ‘폭력’으로 규정짓고 위헌정당으로 판단했다. 윤 대통령을 돕는 법조인들이 진정으로 지지자들을 걱정한다면, 헌재 판례부터 제대로 알려주는 게 맞다.
-유성열 사회부 차장, 동아일보(25-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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