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가슴의 태극기 배지]
[李 "성장 우선, 기본 소득 재검토", 진심이면 옳은 방향]
[李 “이념이 밥 안 먹여줘”… 그럼 반도체-전력망법 처리부터]
이재명 가슴의 태극기 배지
[박정훈 칼럼]
"더러워도 평화"를 외치며 태극기와 정반대 대척점에 서왔던 장본인이
이젠 태극기의 역사적 상징성까지 차지하겠다 한다
이재명 대표가 2023년 6월 서울 성북구 중국 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당시 중국 대사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싱 대사는 이 대표를 옆에 앉혀놓고 15분간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훈계조 연설을 늫어놓았고 이 대표는 묵묵히 듣기만 해 사대 굴종 논란을 빚었다. 이날도 이 대표의 왼쪽 가슴엔 태극기 배지가 달려 있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돌연한 친미(親美) 행보는 대선용 우클릭 프로젝트의 계산된 연출에 다름 아니다. 그간 친중(親中)을 달리던 그는 계엄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미국에 “감사한다”라거나 한미 동맹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말을 반복하고 있다. 민주당은 한미 동맹 국회 결의안까지 냈다. 과거 미군을 “점령군”이라 했던 이 대표였다. “사드 대신 보일러 놔드리겠다”며 한미 안보 협력을 조롱하고, 한미 정상회담을 ‘호갱(바가지) 외교’로 혹평하던 그가 태도를 180도 바꿨다. 선거가 다가왔다는 뜻이다.
이 대표의 이력은 모순이 모순을 부르는 인지 부조화의 일화로 가득하다. 후쿠시마 방출수를 규탄하던 날 횟집 가서 회식하고, 반(反)시장 입법으로 경제 발목을 잡아놓고는 “경제는 민주당”을 외치고, 온갖 음모론에 편승하더니 “가짜 뉴스 퇴치” 운운했다. 자기 재판을 질질 끌며 범죄 방탄에 부끄럼 없던 장본인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사법 파괴”라고 꾸짖었다. 앞뒤 다른 적반하장으로 사람들을 아연케 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기막힌 것은 ‘태극기 마케팅’이다. 공개 일정에 등장하는 이 대표 가슴엔 늘 태극기 배지가 달려 있다. 공식 행사는 물론 장외 집회에서도,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 나갈 때도, 심지어 중국 대사를 찾아가 일장 훈시를 경청하며 사대 굴종 논란을 자초한 날에도 배지를 빠트리는 일이 없었다. 다른 의원들에게도 배지를 달게 하고, 자기 차에 태극기 다는 퍼포먼스까지 벌였다. 대한민국 현대사에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던 이 대표가 이토록 태극기에 집착하다니 양복에 갓 쓴 듯 어색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좌파 진영이 태극기에 거부감을 갖는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과거 운동권은 태극기가 분단·독재의 산물이란 이유로 국민의례까지 거부했다. 민주노총은 지금도 국기에 대한 경례 대신 운동 구호를 외치고, 애국가 대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이른바 민중의례로 행사를 치른다. 문재인 대통령도 재임 중 대부분 외교 무대를 태극기 배지 없이 소화했다. 2019년 한미 정상회담 땐 ‘임시정부 100주년’ 배지를 착용해 성조기를 단 트럼프 대통령과 대조를 이뤘다.
태극기는 그저 국기(國旗)가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현대사가 이룬 기적 같은 성취에 대한 자긍심의 상징물이다. 지난 대선 때 이 대표는 1948년 정부 수립을 언급하며 “깨끗하게 나라가 출발되지 못했다”고 했다. “친일 세력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지배 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고 했다. 혼란스럽던 해방 공간에서 자유 민주주의를 선택함으로써 번영의 초석을 깐 건국의 역사성을 이 대표는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태극기는 전체주의 공산 독재에 맞선 체제 전쟁의 깃발이다. 이 대표는 6·25 전쟁이 “38선에서 크고 작은 군사 충돌이 누적된 결과”라며 ‘의도한 침략’이 아니라고 했다. 김일성이 스탈린·마오쩌둥과 남침을 사전 협의했다는 소련 측 기록조차 부정하는 사실 오류였다. 이 대표는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는 김정은에게 “김정일·김일성 주석의 노력이 폄훼되지 않도록 애써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김일성·김정일은 단 한 순간도 핵 개발과 적화 공작을 멈춘 적 없는 한반도 평화의 주적(主敵)이다. 그들이 무슨 노력을 했다는 건가.
이 대표는 ‘더러운 평화론’의 신봉자다. 북이 아무리 도발해도 “이기는 전쟁보다 더러운 평화가 낫다”며 인내할 것을 주장해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정치 초보 젤렌스키가 러시아를 자극한” 탓이라 하고, 중국에는 무조건 ‘두 손 모아 셰셰(고맙다)’ 하면 된다고 했다. 대만 해협이 어찌 되든 무슨 상관이나며 중국을 “왜 집적거리냐”고 했다.
그렇게 북·중·러에 ‘더러워도 평화’를 외치면서도 일본에는 “군사적 적성(敵性) 국가”라며 적대감을 드러냈다. 한일 정상회담을 “화해를 간청하는 항복식”이라 하고, 총선을 “신(新)한일전”에 비유했다. “자위대 군홧발” 운운하며 북 위협에 대응한 한·미·일 연합 훈련을 ‘친일 국방’으로 몰았다. 한미 동맹은 한·미·일 가치 연대의 토대 위에서 작동한다는 기본 사실조차 부정한 것이었다. 우방국과 함께 자유 민주 진영에 서서 싸웠던 태극기의 의미를 이 대표는 못 보고 있었다.
태극기는 피로써 나라를 지킨 조국 수호의 상징이다. 이 대표는 당대표 취임 후 천안함·연평해전 전사자를 기리는 ‘서해 수호의 날’ 행사에 2년 연속 불참했다. 재작년엔 기념식 대신 울산에 가서 한미 정상회담을 “굴욕 외교”로 공격했다. 그날도 이 대표 가슴엔 태극기가 선명했다.
그렇게 순국 장병을 무시하고 ‘더러워도 평화’와 ‘두 손 모아 셰셰’를 외치던 사람이 이제는 태극기의 상징성까지 차지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태극기와 대척점에 섰던 과거에 대해선 반성도, 한 마디 해명도 없다. 진정성 없는 위장 우클릭이란 뜻이다. “존경한다고 하니 진짜인 줄 알더라”던 그 유명한 어록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박정훈 논설실장, 조선일보(25-01-25)-
______________
李 "성장 우선, 기본 소득 재검토", 진심이면 옳은 방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성장과 실용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핵심 공약인 '기본 소득' 정책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강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핵심 정책인 ‘기본 소득’에 대해 “지금은 나누는 문제보다 만들어가는 문제가 중요하다”며 “심각하게 (재검토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또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 아니냐”며 “성장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고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의 동력”이라고 했다. ‘기업’ ’성장’을 10차례 이상 언급하고 ‘민간 주도 성장과 정부 지원 체제’를 강조했다.
이 대표는 그동안 모든 국민에게 기본 소득·주택·대출 등을 제공하는 ‘기본 사회’ 공약을 내세웠다. 당 강령에도 넣었다. 그런데 이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중도 실용 노선으로 중도 표를 얻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민주당의 폭주에 대한 국민적 반발과 지지율 정체에 따른 위기감도 작용했을 것이다. 어쨌든 국회를 장악한 당의 대표이자 유력 대선 주자인 이 대표가 ‘경제·성장 우선’ ‘기본 소득 재검토’ 입장을 밝힌 것은 올바른 방향이다.
문제는 이것이 선거용 발언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7월 당대표 출마 때도 지지율이 떨어지자 ‘먹사니즘’을 내세웠다. 성장을 14차례 강조하며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국가 경쟁력과 미래 먹거리의 핵심인 반도체 육성 특별법은 몇 달째 표류 중이고 전력망 확충법과 AI 기본법 등 경제·민생 법안도 줄줄이 국회에 붙잡혀 있다. 세계에서 가장 경직적인 주 52시간제, 막무가내 중대재해처벌법, 민노총 해악 등 노동 개혁을 기업들이 그토록 호소해도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러고서 무슨 ‘성장’인가.
이 대표식 기본 소득이란 애초에 가능하지도 않다. 거기에 드는 천문학적 세금을 누가 감당하나. 다른 복지 혜택을 없앤다고 하지만 민주당이 가장 먼저 반대할 것이다. 이 대표는 기본 소득을 재검토하겠다지만 ‘전 국민 25만원 현금 살포’ 같은 포퓰리즘은 그대로 주장하고 있다. 쌀이 남아돌아 국가적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 쌀을 국민 세금으로 다 사주겠다고 한다. 그러면 쌀이 더 남아돌게 된다. 이미 일부 지자체는 주민들에게 지역 화폐를 경쟁적으로 살포하고 있다.
성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선언한 이 대표는 최우선적으로 반도체 특별법과 AI 기본법 등 시급한 경제·민생 법안부터 처리해야 한다.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의 주 52시간 근무 완화에 대해 이 대표는 “실용적, 전향적으로 판단하겠다”고 했다. 그러면 산업 경쟁력은 높아지고 기업들도 박수 칠 것이다. 이념 편향이나 반기업, 포퓰리즘과는 과감하게 결별해야 한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기 바란다.
-조선일보(25-01-25)-
______________
李 “이념이 밥 안 먹여줘”… 그럼 반도체-전력망법 처리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이념·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 아니겠나”라며 탈이념·탈진영의 실용주의 노선을 강조했다. 그동안 강조해 온 ‘복지’ ‘분배’ 대신 ‘성장’을 11번이나 언급했다. 자신의 간판 브랜드인 기본소득은 정책 우선순위에서 제외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 대표는 특히 기업 중심의 ‘민간 주도 성장’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기업이 앞장서고 국가가 뒷받침해 다시 성장의 길을 가야 한다”고 했다. “기업의 성장 발전이 곧 국가 경제의 발전”이라며 첨단 분야에 대한 네거티브 규제 전환 등 기업 활동 장애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저성장의 고착화와 정치적 혼란으로 국민들의 삶이 어려워진 지금은 경제적 안정과 회복, 성장이 더 중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 대표가 과거에 여러 차례 실용주의를 천명했음에도 말과 행동이 서로 달랐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7월 당 대표 출마 당시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을 강조했다. 출마선언문에서 ‘성장’을 14차례나 언급하고 전력망과 인공지능(AI)을 신성장 키워드로 제시했다. 하지만 정작 ‘전력망 확충 특별법’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엔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찾아 “성장이 곧 복지이자 발전”이라며 “민생의 핵심은 기업활동”이라고 했지만 기업 경영을 옥죄는 상법 개정안, 파업 조장 우려가 있는 ‘노란봉투법’ 등을 밀어붙였다.
기업이 앞장서는 성장을 강조한 이 대표의 선언이 진정성을 얻으려면 몇 마디 말보다는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우선 반도체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 주 52시간 규제 적용 예외 등을 골자로 하는 반도체 특별법부터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 세계 각국이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는데 우리만 기업의 손과 발을 묶고 경쟁할 순 없다. 반도체, AI 등 첨단산업 전력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한 전력망 특별법의 국회 통과도 시급하다. 기업 활력을 높일 수 있는 경제 입법에 매진하고 반기업 입법을 철회해야 이 대표의 성장론이 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분장술’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동아일보(25-01-25)-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時事-萬物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트럼프 손짓에 北 미사일 응수… 韓엔 ‘위험한 밀당’] .... (1) | 2025.01.27 |
---|---|
[‘계엄’도 황당한데 ‘계몽’… 국민이 바보인가] .... (0) | 2025.01.27 |
[‘계엄 쪽지’ 6, 7개라는데 최상목-조태열 외엔 왜 입 닫고 있나] .... (0) | 2025.01.25 |
[트럼프 2기의 실용주의 징후… 세계는 ‘딜’을 준비한다] .... (2) | 2025.01.25 |
['레거시 미디어' 대신 유튜브만 찾아봤더니] (0) | 2025.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