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흔들리는 '내란 프레임'] [功 세운다고 경솔하고 성급하게 나서더니]

뚝섬 2025. 2. 8. 08:11

[흔들리는 '내란 프레임']

[功 세운다고 경솔하고 성급하게 나서더니]

[“탄핵 공작” 음모론과 지엽적 시비로 12·3사태 본질 가려질까]

 

 

 

흔들리는 '내란 프레임'

 

[박정훈 칼럼]

정치권 개입과 군·국정원 간부의 과장된 진술이
'계엄=내란'을 확정된 사실인 양 국민 인식 속에 각인시켰다
 

 

홍장원 전 국정원1차장 메모./헌법재판소 변론영상

 

12·3 계엄이 ‘내란’이란 프레임이 굳어진 것은 지난해 12월 6일이다. 계엄 선포 사흘 뒤인 이날, 곽종근 특전사령관(이하 당시 직책)이 민주당 김병주 의원 유튜브에 나와 “(의사당) 안에 있는 의원들을 밖으로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울먹이기까지 했다. 국회에 출동했던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도 기자회견을 자청해 “(의결 정족수인) 150명이 넘으면 안 된다”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국회가 계엄 해제 의결을 못 하게 막으라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 장관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였다.

 

같은 날 홍장원 국정원 1차장이 가세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 나와 “이번에 다 잡아들여서 싹 다 정리하라”는 대통령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방첩사령관에게선 이재명·한동훈·우원식 등 15명 내외를 체포하라는 요청도 받았다고 했다. 홍 차장은 당시 메모했다는 체포 명단도 박선원 민주당 의원을 통해 물증”이라며 공개했다. 이후 이진우 수방사령관 등이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국회)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 “4명이 (의원)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는 윤 대통령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는 검찰 공소장이 공개됐다.

 

군대를 동원해 국회를 마비시키려 했다면 ‘국헌 문란’이라는 내란죄 구성 요건을 충족한다. 이후 모든 정국 흐름은 ‘계엄=내란’을 전제로 진행됐다. 야당은 절반 이상을 내란 혐의로 채운 대통령 탄핵소추안과 내란 특검법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여당을 ‘내란 동조당(黨)’으로 규정하고, 다른 얘기를 하면 ‘내란 선동죄’로 고발하겠다며 ‘카톡 검열’까지 들고나왔다. ‘싹 다 잡아들이라’ ‘도끼로 부수고 끄집어내라’는 식의 엄청난 증언들이 나온 터라 내란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로 보였다.

 

공수처의 무리한 대통령 체포도 그 전제 위에서 강행됐다. 수사권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수처가 현직 대통령을 체포할 수 있었던 것은 내란 프레임에 올라탄 덕이었다. 법원이 체포 영장을 발부해 주고, 경찰이 영장 집행에 협조하고, 경호처 직원들이 저항을 포기한 것도 내란이 기정사실처럼 각인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통령 탄핵 소추안에 여당 일부 의원이 찬성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군·국정원 간부들의 폭로가 아니었다면 탄핵안 통과도, 대통령 체포도, 구속 영장 발부도 어찌 됐을지 모를 일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리가 개시되고 사실 검증이 이루어지면서 계엄 당사자들 증언이 조금씩 달라졌다. 김용현 국방 장관은 검찰 공소장 내용을 뒤집었다. 국회에서 빼내라고 한 것은 ‘의원’이 아니라 ‘(특전사) 요원’이고, 기재부 장관이 받았다는 쪽지도 대통령이 아니라 자신이 작성해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대통령에게 정치인 체포를 지시받은 사실도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을 우두머리로 규정한 검찰의 내란죄 법리를 전면 부정한 것이었다.

 

계엄군 측 진술도 미묘하게 변했다.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던 곽종근 특전사령관은 헌재 증언에서 ‘인원’을 ‘데리고 나오라’였다고 수정했다. 김현태 특전사 단장은 ‘국회의원’과 ‘끌어내라’는 단어는 지시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계엄 직후 ‘인원을 포박할 케이블 타이’를 휴대했다고 밝혔지만, 두달 뒤엔 ‘국회 문을 봉쇄할 목적’이었다고 뒤집었다. 검찰 공소장에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라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기재됐던 이진우 수방사령관은 “체포 지시가 없었다”며 공소장 내용 대부분이 자신이 한 말이 아니라고 했다.

 

‘체포 명단’을 폭로했던 홍장원 국정원 차장은 ‘오염된 메모’ 논란을 자초했다.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체포 대상을 통보받을 때 받아 적었다던 메모가 원본이 아니라고 실토했다. 나중에 기억을 떠올려 보좌관에게 옮겨 적게 하고 자신이 가필한 메모이며, 원본은 버렸다는 것이다. 여 방첩사령관은 홍 차장에게 ‘체포’란 말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온 국민에게 충격을 준 ‘이재명·한동훈 체포’ 의혹에 금이 간 것이다.

 

민주당부터 발을 빼고 있다. 윤 대통령과 한덕수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에서 ‘내란죄’ 부분을 철회하겠다고 후퇴했다. 내란죄는 두 사람 탄핵소추의 절대적 사유였는데 이를 뺀다면 국회 의결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정치인 체포’ ‘국회 마비’를 기정사실로 하고 강행된 현직 대통령 체포·구속은 또 뭐가 되나.

 

12·3 계엄은 헌법상 요건에 맞지 않고 절차를 위배해 위헌·위법 요소가 크다는 데 대부분 전문가가 동의한다. 그러나 이것이 형법상 내란죄에 해당되냐는 별개의 문제다. 점령군 행세하는 정치권의 개입과 군 사령관들의 과장된 진술이 내란 프레임을 기정사실로 만들었다. 다툼의 여지가 있는 사안을 빼도 박도 못 할 사실인 양 각인시킴으로써 정국 흐름과 사법 절차를 왜곡시켰다. 이제라도 냉정해야 한다.

 

-박정훈 논설실장, 조선일보(25-02-08)-

______________

 

 

功 세운다고 경솔하고 성급하게 나서더니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 심판 6차 변론기일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6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6차 변론기일에서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한 적은 없다. ‘인원’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앞서 곽 전 사령관은 국회 내란 국조특위 등에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 공개 변론에서 윤 대통령은 “인원”이란 단어를 사용했고, 자신이 그것을 “당연히 국회의원으로 이해했다”고 한 것이다. 의원이든 인원이든 윤 대통령이 국회에 군을 투입해 장악하려 했다는 사실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엄중하게 증거를 가리는 상황에서 혼선이 초래되는 것은 사실이다.

 

윤 대통령이 계엄 당시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정치인 체포를 명령했다는 증거로 검찰에 제출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메모’도 비슷한 논란 속에 있다. 홍 전 차장은 4일 헌재 공개 변론에 출석해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체포 대상 정치인) 명단을 불러줬는데, 당시 국정원장 관사 앞 공터에서 주머니에 있던 수첩에 받아 적었다”며 “사무실에 와서 보니 내가 봐도 알아보기 어려워 보좌관을 불러 정서(正書)를 시켰다”고 말했다. 통화 당시 적은 원본 종이는 구겨서 버렸다는 것이다.

 

이 같은 두 사람의 진술이 논란이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이들의 말이 수사기관이나 헌재에서보다 민주당 의원들을 통해 먼저 공개됐기 때문이다. 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계엄 사흘 후인 지난해 12월 6일 곽 전 사령관을 유튜브 생방송 인터뷰했다. 당시 김 의원은 “인원” “요원”이라고 말하는 곽 전 사령관에게 “국회의원들을 밖으로 끌어내라?”라고 유도 질문을 했고, 곽 전 사령관은 “예”라고 답했다. 최초의 발언이 이런 식으로 공개되는 바람에 지금 혼선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홍 전 차장의 메모도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처음 공개했다.

 

수사기관과 법원, 헌재에서 차분히 진상을 가리면 될 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개인적으로 공을 세우려는 마음이 앞서 논란을 만들었다. 경솔하고 성급한 행태들을 개탄한다.

 

-조선일보(25-02-08)-

______________

 

 

○尹 탄핵 사건 증인들에게 꼬치꼬치 묻는 정형식 재판관 화제. 다른 재판관들은 궁금한 게 별로 없으신 건지?

 

-팔면봉, 조선일보(25-02-08)-

______________

 

 

“탄핵 공작” 음모론과 지엽적 시비로 12·3사태 본질 가려질까

 

윤석열 대통령 측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리를 12·3 비상계엄의 위헌·불법성 여부와는 동떨어진 지엽적 시비로 끌고 가는 모습이다. 불리한 발언에 대한 말꼬리를 잡는 식의 대응으로 사태의 본질을 흐려려는 전략이란 지적이 나온다. 그러면서 뚜렷한 근거 제시 없이 “탄핵 공작”을 주장하며 여론전을 부추기고 나섰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6일 헌재에서 “아직 계엄 해제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거 같다.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대통령에게서) 받았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였다는 것이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곽 사령관이 (국회)의원으로 이해한 거지, 내가 말한 적이 없다”거나 “인원이란 말을 쓴 적이 없다”고 했다.

이번 탄핵 심판의 핵심은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 해제를 군을 동원해 막으려 했느냐 여부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급박한 상황에서 당시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엔 입을 닫은 채 “다짜고짜 끌어내라 지시할 수 있느냐” “의원 표현 쓴 적 없다”는 식의 반론만 펴고 있다. 곽 전 사령관은 대통령에게서 “의결정족수 안 찼다” “문을 부수고서라도” 등의 말을 들었다는데 꾸며낸 얘기라는 건가. 그러나 이 발언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이 검찰에서 “(4차례 전화 지시에서) 대통령이 총을 거론했고, 문을 부수라 했다”고 한 진술과도 맞아떨어진다. 곽 전 사령관은 대통령에게 전화로 지시받을 때 지휘관들과 화상회의를 하고 있었고, 마이크를 통해 현장의 부대원들도 들었다고 한다. 사실관계는 수사를 통해 어렵지 않게 밝혀질 것이다.

 

정치인 체포를 지시했는지 여부도 탄핵 심판의 중요한 쟁점이다. 계엄 선포 직후 “싹 다 잡아들이라”는 지시를 들었다는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증언에 대해 윤 대통령 측은 “간첩 수사 잘하라고 격려했을 뿐”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홍 전 차장이 대통령 지시를 받은 뒤 방첩사령관에게 전화했고 10여 명의 정치인 이름을 들은 사실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조지호 전 경찰청장도 대통령으로부터 A4 용지에 쓴 정치인 등 체포자 명단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이런 본질 흐리기 전략은 ‘탄핵 공작’ 음모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직접 “홍장원 공작과 곽종근의 (민주당 의원인) 김병주TV 출연부터 바로 내란 프레임과 탄핵 공작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내놓고 있는 두 사람이 야당과 손을 잡고 ‘없는 사실을 불순한 의도로 지어내 누명을 씌우는’ 정치 공작을 하고 있다고 몰아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무모한 명령을 따르다 구속되거나 곤경에 처한 군 장성 등에 대해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자신의 ‘계몽’ ‘경고’ 의도가 몇몇 부하들 때문에 오해받고 있다는 황당한 생각을 드러냈을 뿐 정작 핵심 쟁점에 대해선 설득력 있는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어떤 말로 쟁점 흐리기를 시도해도 그날 밤 벌어진 군의 국회 장악 시도 사실이 덮어지지는 않는다.

 

-동아일보(25-0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