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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는 '러 침공' 부인, 유럽은 美 빠진 '핵 공유', 무너지는 질서] ....

뚝섬 2025. 2. 24. 09:46

[美는 '러 침공' 부인, 유럽은 美 빠진 '핵 공유', 무너지는 질서] 

[햄버거집서 ‘내란’ 모의하는 나라, ‘5천조 기업’ 창업하는 나라] 

 

 

 

美는 '러 침공' 부인, 유럽은 美 빠진 '핵 공유', 무너지는 질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24일 전쟁 3년을 맞아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는 유엔 결의안을 제출했다. 그런데 트럼프의 미국이 러시아의 ‘침공(aggression)’이란 표현을 문제 삼으며 우크라이나 결의안에 반대하고 나섰다. 침공’ 대신 ‘양국 분쟁(conflict)’이라고 쓴 독자 결의안을 유엔에 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전 세계가 지켜본 것이다. 3년 전 미국 주도의 유엔은 ‘러시아 침공을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한다’고 했었다. 이제 와서 다른 나라도 아닌 미국이 침략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의 책임을 지우려고 한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고까지 했다.

 

트럼프는 전쟁 피해가 막대한 우크라이나에 매장 희토류 지분의 50%를 달라고 요구했다. 우크라이나가 거부하자 드론 운용 등 전쟁 수행에 필수적인 미국의 위성 통신망 이용을 끊을 수 있다는 협박까지 했다고 한다. 세계 경찰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고난을 이용해 이권을 챙기려는 모습이다. ‘약탈적’이란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린란드, 파나마, 가자지구, 캐나다에도 조폭식 위협을 가하고 있다.

 

독일 차기 총리로 유력한 기독민주당 대표가 “유럽의 (핵보유국인) 영국·프랑스와 핵 공유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독일은 미국과 ‘핵 공유 협정’을 맺고 있다. 미 전술핵이 배치된 독일·이탈리아 등 나토 회원국 5곳은 미국과의 협정에 따라 핵 사용 결정 과정에 의견을 반영하고 핵 투하도 자국 전투기로 한다. 핵폭탄 최종 활성화 권한은 미국 대통령이 갖고 있지만 핵 보유 및 통제권은 공유하는 것이다. ‘나토식 핵 공유’는 한국이 도입할 수 있는 북핵 대응 카드 중 하나였다. 핵 공유라는 개념 자체가 미국의 막강한 핵 억지력에 동맹국들이 기댄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트럼프에 대한 불신이 극대화되다 보니 미국을 배제한 핵 공유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80년간 미국은 동맹과 손잡고 전체주의 위협에 함께 맞서며 국제 안보 질서를 지켜왔다. 그런데 오로지 미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트럼프 2기 시대에 이런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우리가 알아왔던 미국, 그 미국에 의존해 왔던 세계 질서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접어야 한다.

 

-조선일보(25-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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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 안보 요구 외면하면서 “우크라 재건 위해”라며 거금 요구하는 美. ‘널 위해서’ 너무 강조하면 수상한데.

 

-팔면봉, 조선일보(25-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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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집서 ‘내란’ 모의하는 나라, ‘5천조 기업’ 창업하는 나라

 

[천광암 칼럼] 

모든 걸 ‘머니’로 환산하는 ‘트럼피즘’
그런 트럼프에 대응하기 바쁜 세계
‘분배 중시’ 시진핑도 “선부(先富)”
오직 한국만 속수무책에 무사태평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제조업체인 엔비디아의 21일 현재 시가총액은 약 4736조 원이다. 올해 우리나라 총예산의 7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요즘 반도체 주식이 약세인데도 이 정도다.

엔비디아는 본사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있는데, ‘발상지’도 멀지 않다. 자동차로 15∼20분 거리다. 치즈버거를 비롯해 토스트, 팬케이크 등을 파는 패밀리 레스토랑 데니스가 그곳이다. 10대 시절부터 데니스에서 접시닦이 알바를 한 경험이 있는 젠슨 황은 데니스 구석 자리에 죽치고 앉아 동료들과 함께 사업을 구상했고, 그 결과로 1993년 엔비디아가 탄생했다.

미국 전역에 1300여 개 점포를 가진 데니스는 한국으로 치면 롯데리아 같은 곳이다. 한국 젊은이들도 롯데리아에 앉아 ‘조 단위 시총’ 기업을 창업하는 꿈을 키울 수 있을까. 가벼운 상상만으로도 무리일 것 같다. 검찰과 경찰의 내란 혐의 수사로 백일하에 드러났듯이, 불명예 전역한 예비역 군인이 현역 정보사령관과 영관급 장교들을 불러 모아 놓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쳐들어가 서버를 탈취하고, 직원들을 감금·폭행할 모의를 한 장소가 롯데리아다. 한 공간에 이 두 행위가 공존하는 것을 상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당나라 군대’에서나 있을 법한 ‘롯데리아 모의’가 2024년 한국에서 벌어진 자체가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특별히 가슴이 쓰려 오는 대목이 하나 더 있다. ‘햄버거집에서 시총 3조 달러짜리 기업을 창업하는 나라’와 ‘햄버거집에서 내란 모의하는 나라’의 극명한 대비가 요즘 현실 세계에서 너무나 실감 나게 펼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한 달여간 행보를 보면, 2기 트럼피즘의 실체는 더 볼 필요도 없이 명확하다. 모든 문제를 미국 국익과 관련된 돈과 비즈니스로 환원시키는 ‘경제 지상주의’ 이외의 다른 어떤 것도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가자지구 해법에 230만 팔레스타인인들의 생존권이나 인권은 안중에 없다.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답게 그의 눈에는 해안 휴양지로서의 개발 가능성이 우선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終戰)과 관련해서도 ‘약소국을 침탈하는 강대국의 횡포’나 ‘전통적인 우방인 유럽 국가들의 안보’ 따위는 트럼프 사전에 없다. 미국의 도움 없이는 전쟁 수행이 불가능한 우크라이나의 처지를 이용해 희토류와 같은 자원을 챙길 계산부터 하는 게,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이다. 한국을 “머니 머신”이라고 부르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를 어떻게 대할지 예상하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노선이 옳고 그른지는 둘째 문제다. 힘의 논리가 우선하는 국제 정치의 세계다. 그러기에 대부분의 국가들이 트럼프 대통령 ‘코드 맞추기’나 ‘대응 태세 구축’에 들어간 상태다.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라는 거듭된 조롱까지 꾹꾹 참아가며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맞춰 대대적인 펜타닐 단속에 나서고 있다.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이달 초 일찌감치 트럼프 대통령을 찾아가 ‘1조 달러짜리 대미 투자’와 ‘방위비 증액’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상호관세의 주요 표적 중 하나인 유럽 국가들의 정상도 잰걸음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각각 24일과 27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중국은 빅테크 기업들을 대미(對美) 전선의 선봉에 세우고 ‘경제 대 경제’로 대응하는 카드를 빼 들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17일 중국의 간판급 빅테크기업 CEO들을 부르면서, 그간 ‘괘씸죄’에 걸려 은둔 생활을 해온 마윈 알리바바 창업주를 함께 불렀는데 작년까지의 중국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그림이다. 더 주목해야 할 게 있다. 경제보다 이념을 앞세우고 ‘공동부유(共同富裕·분배중시론)’를 주창해 온 시 주석이 CEO들 앞에서 “선부(先富·성장우선론)”까지 공공연히 언급하고 나선 점이다.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이다.

트럼피즘과 함께 밀려오는 거대한 파고 앞에 오직 한국만이 속수무책이고 무사태평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인 최상목 부총리는 여태껏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한 통 못 하는 처지다. 여당은 ‘12·3 비상계엄’의 후폭풍에 휩싸여 국정을 주도할 의지와 능력을 상실한 상태다. 야당은 “먹사니즘”이다 “잘사니즘”이다 말만 요란했지, 입법으로 보여주는 것은 하나도 없다. 이런 여야정이 마주 앉은 국정협의회이니 뾰족한 결과물이 나올 리 만무하다. 자동차·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을 겨냥한 관세 폭탄의 시곗바늘만 무심하게 돌아가고 있다.

중요한 시기에 나라를 이런 궁지에 몰아넣은 ‘대한민국 1호 세일즈맨’의 책임이 크고도 무겁다.

-천광암 논설주간, 동아일보(25-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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