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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중원'을 버렸는가] ....

뚝섬 2025. 2. 28. 11:35

[국민의힘은 '중원'을 버렸는가]

[탄핵되든 복귀하든 윤석열은 보수 재건의 중심이 될 수 없다]

 

 

 

국민의힘은 '중원'을 버렸는가

 

[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선고가 3월 26일에 열린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은 최후 진술까지 마쳤으므로 역시 3월에 결과가 나올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다면 이 대표 항소심에서 피선거권 박탈형이 나오더라도 대선 전 대법원 선고는 사실상 어렵다. ‘이재명 후보’는 상수다. 대통령 탄핵과 사법 절차 중단으로 ‘기적적 기회’를 잡은 이 대표를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승인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국민적 선택만 남는다.

 

윤 대통령 최후진술에 승복 메시지는 없었다. 비상계엄의 불가피성과 정당성을 호소하고 승부수(?)로 ‘임기 단축 개헌’ 카드를 던졌다. “12·3 계엄은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입니다.” “2시간 반짜리 비상계엄과 2년 반 동안 줄탄핵, 입법 예산 폭거로 정부를 마비시켜 온 거대 야당 가운데 어느 쪽이 상대의 권능을 마비시키고 침해한 것입니까?”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먼저 1987 체제를 우리 몸에 맞추고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개헌과 정치 개혁의 추진에 임기 후반부를 집중하려고 합니다.”

 

정치 싸움의 승패를 가르는 네 요소는 세력·명분·동력·타이밍이다. 윤 대통령은 늘 불리한 지형에서 무모하게 싸우다가 매번 참패했다.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 이후 ‘선거 연합’ 해체로 스스로 보수 동맹을 약화시켰다. 아군이 부족한 상황에서 강한 적과 싸우려면 확실한 적이 아니면 모두 우군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기는커녕 심각한 내분으로 아군마저 분열시켰다. 세력은 약하고, 명분도 부족하고, 동력은 없는데, 타이밍은 늘 늦었다. 총선 직전 ‘의대 증원 관련 담화’나 이번 ‘임기 단축 개헌’ 최후 진술이 몇 박자 늦은 사례다.

 

돌이켜보면 윤 대통령은 대통령 직과 국정 운영에 대한 역량과 책임감이 부족했다. 선거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다. 검찰총장에서 대통령으로 직행한 윤 대통령에게 선거는 어쩌면 한계일지도 모른다. 오류는 고칠 수 있어도 한계는 넘을 수 없다. 문제는 이게 윤 대통령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 전체가 ‘선거 포비아’ 상태다. 부정 선거·사전 투표 폐지 주장은 ‘선거 포비아’의 변주다.

 

정치적으로 세상을 지배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자기 생각대로 현실을 바꿀 물리적 힘(독재)이 있거나, 아니면 현실에 맞춰 자기 생각을 바꿔야 한다(선거). 아무리 부정 선거를 주장하고 비상 계엄을 옹호해도 선거를 없애고 독재 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법원을 공격하고 광장에 모여 ‘탄핵 반대’를 외치고 ‘계몽령’을 주장한다고 해도 ①비상계엄 ②탄핵 반대 ③부정 선거에 동의하는 민심이 50%를 넘을 수는 없다. 선거를 결정하는 중도층 민심은 훨씬 기울어져 있다. 세 가지 주장에 동의하는 여론은 35%를 밑돌고, 동의하지 않는 여론은 55%를 넘는다.

 

지금 여론조사는 ④공수처 수사의 적법성 ⑤헌재의 편향성 ⑥이재명 대표 선고의 형평성을 포함한 6개의 질문에 어떻게 답하든간에 윤 대통령이나 이 대표 둘 중 누구 편을 드느냐의 곤혹스러운 프레임이라 중도층이 응답을 기피하면서 강성 지지층이 과대표집되고 있다. 중도층 민심은 ‘정권 교체’ 쪽이다. 보수의 위기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위기에 동의해야 한다.

 

기업이든 정치든 경쟁력을 잃는 경우는 대체로 두 가지 때문이다. 시장 지배력이 있는 사업에서 혁신을 게을리하는 경우 ②시장 지배력이 약한 사업에서 무리하게 욕심을 내는 경우다. 삼성전자는 ‘AI 시대’를 읽지 못하고 HBM(고대역폭 메모리)에서 기술 경쟁력을 잃었고, TSMC가 지배하고 있는 파운드리에서 ‘2030년까지 TSMC를 넘겠다’는 무리한 계획으로 경쟁사를 자극한 전략적 오판이 겹쳤다. 삼성전자는 이례적인 반성문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잃었다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0.4%포인트나 낮추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도 키우지 않은 채 기존 산업에만 의존해왔기 때문에 1%대 성장률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게 우리의 실력”이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도 삼성전자와 이 총재처럼 위기를 인정해야 한다. 보수가 비주류로 전락한 것은 ‘세대교체’도 하지 않고 ‘혁신’도 없이 낡은 생각, 낡은 사람, 낡은 방식, 낡은 리더십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처럼 보수도 한때는 변화를 이끌던 시대가 있었다. 지금 보수는 변화를 이끌기는커녕 뒤쫓지도 못한다.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둔감하다. 보수가 ‘능력은 있다’는 신화가 무너졌다. 이젠 도전자 포지션으로 전락했다. 우위에 있던 국정 운영 능력에서 혁신을 통한 승부를 버리고, 민주당이 지배하고 있는 광장과 유튜브에서 무모한 승부를 하다가 지배력을 잃었다.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은 조기 대선에 대비해야 한다. 힘겨운 싸움이지만 링 안으로 올라가야 한다. 링 밖(광장과 유튜브)에서 아무리 큰소리쳐봐도 심판이 스물 셀 동안 안 올라오면 승부가 끝났다는 종이 올린다. 헌재가 윤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고, 이 대표가 항소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더라도 광장의 힘으로 헌재 판결에 불복하거나 대법원 선고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 링으로 올라가 부상 입은 이 대표와 정면 승부하는 것이 그나마 승산이 있다.

 

이 대표는 기적적 기회를 얻는다고 하더라도 아직 남은 허들이 있다. 대통령 출마 자격론 ②189석의 압도적 의석과 ‘이재명 대통령’의 결합에 대한 두려움 ③미·중 패권 전쟁과 외교·안보 노선에 대한 우려 ④민주당 내 반명·비명의 불안감을 넘어야 한다.

 

몇 가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으로 거침없이 선언할 정도로 자신감이 충만하다.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이 버린 중원을 공짜로 접수하기 직전이다.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이 전략적 회군을 하지 않는다면 ‘미션 임파서블’로 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조만간 현실이 될 수도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조선일보(25-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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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되든 복귀하든 윤석열은 보수 재건의 중심이 될 수 없다

 

[이기홍 칼럼]

尹 계엄 오판으로 만약 야당 집권하면
행정·입법 완전 장악… 나라 항로 바뀔 수도
尹 설령 복귀해도 리더십·신뢰도 상실
보수는 尹 연연 말고 새 리더십 창출해야

 

윤석열 대통령은 25일밤 68분간의 헌법재판소 최후 변론 중 40%가량을 야당과 좌파가 저지른 ‘폭거’ 사례를 열거하는 데 할애했다. 전체 1만9341자의 변론 가운데 7637자에 달했다.

<국정원 대공수사권 박탈→간첩법 개정 거부→국방예산중 핵심 감시정찰예산 삭감→방산물자 수출 발목잡기→ 한미일 군사훈련 비난 등 군의 안보활동 방해 →대통령 취임전부터 탄핵 공세→입법폭주→장관 방통위원장 감사원장 검사 판사 등 공직자 줄탄핵 → 예산폭거…>

물론 뉴스를 매일 접해 온 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필자 역시 그런 야당의 행태를 칼럼에서 다룬 게 15회가량에 달한다.

 

그런데도 옴니버스식으로 열거된 사례들을 보니 새삼 놀라웠다. 정말로 지난 2년 반 동안의 이재명 민주당은 극악스러웠다. 건국 이후 이런 야당은 없었다.

그러나 그럴수록 윤 대통령이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묻고 싶었다.

“그럼 그동안 대통령은 뭘 하고 있었나?”

 

대통령이 국민에게 실상을 알리고 경각심을 호소할 기회와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대통령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확성기를 가진 자리다. 기자회견을 매일 열어도 언론은 생중계하고 대서특필해 줄 것이다. 대통령이 수시로 마이크를 잡아 야당의 행태가 국익에 미칠 영향을 진솔하게 설명하며 자제를 호소하는 소통을 했다면, 국가 원로들을 포함해 중도와 보수 전체가 호응했을 것이다. 그런데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1년 9개월간 한 번도 회견을 안 하며 국민과의 소통을 거절한 것은 윤 대통령 본인이었다.

국민이 야당의 폭거를 모르거나 다 잊거나 덮어주려 했던 것도 아니었다. 지난해 4월 총선은 투표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여당의 압도적인 승리가 예상됐었다. 국민은 이재명 민주당의 오만과 폭주를 심판할 마음을 다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걸 스스로 차버린 게 윤 대통령 본인이다. 오로지 아내만 감싸고 돌다 정권의 도덕적 기반을 무너뜨리고, 고집불통 버럭 행태로 야당보다 더 거만하고 오만한 이미지를 굳힌 자업자득이었다. 보수 진영의 위임을 받아 성루에 선 수성(守城) 총사령관으로서의 책임을 방기하다 기껏 대책이라고 내놓은 게 황당하고 어설픈 계엄이었다.

그 결과가 뭔가. 만약 탄핵이 인용되고 그 여세로 5월 대선에서 민주당이 집권하면 87년 민주화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행정·입법 권력을 진보(좌파) 진영이 완전 장악한 체제가 된다. 물론 과거에도 여대야소는 있었지만 기껏해야 과반을 한두 석 넘긴 데(2004년 열린우리당 152석, 2008년 한나라당 153석, 2012년 새누리당 152석) 불과했다.

다수당의 법안 일방 처리를 막는 장치인 선진화법(2008년 제정)을 무력화시키는 패스트트랙을 통해 모든 입법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5분의 3 의석(180석)을 차지한 정권은 2020년 코로나 총선에서 180석을 차지한 문재인 정권밖에 없었다. 하지만 당시는 정권 임기가 2년밖에 안 남아 대선을 의식해야 하고 부동산 실정(失政) 등으로 정권의 힘이 빠진 상태였다.

그런데 만약 현 민주당이 5월 대선에서 집권하면 최소한 2028년 4월 총선까지 3년간은, 임기 초의 무소불위 대통령과 슈퍼 의석 여당이 일사불란하게 수십, 수백 개의 이른바 개혁입법(좌파 숙원 법안들)을 통과시키고 경제·사회·공영언론·문화·역사 등 나라 구조 전체를 바꿔 놓는 ‘대변혁’의 시기가 될 수 있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명시한 헌법에 위배된다는 논란이 일어도 한때 좌파 혁명 노선을 추구했던 노동단체 간부 출신 재판관을 포함해 우리·국제법연구회 출신들이 다수 포진한 헌재가 최대한 폭넓게 진보적으로 헌법을 해석해 줄 것이다. 나라의 항로가 지금까지와 많이 다른 방향으로 갈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헌재의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을 생각할 때 유념해야 할 대목이 있다. 한국의 대통령 탄핵은 미국과는 의미가 다르다. 미국은 대통령이 탄핵돼도 정권 자체는 유지된다. 러닝메이트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해 잔여 임기를 채우기 때문이다. 닉슨이 탄핵위기에 처해 사임하니 같은 당 소속 부통령인 포드가 승계해 잔여 임기를 채운게 그 예다. 국민의 4년 임기 정권 선택 자체가 무효화되지는 않는 것이다.

대선은 대통령 개인을 뽑는 선거인 동시에 나라의 항로에 대한 선택이다. 앞으로 5년간 우리나라가 이 방향으로 가길 원한다고 국민이 결정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대통령 개인의 허물로 인해 국민의 5년짜리 결정 자체가 무효화된다. 다른 공직자와 달리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부 판단은 헌법 위반 정도의 심각성이 공직 권한을 박탈하기에 충분한지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의 5년짜리 체제 선택 결정 자체를 무효화할 만큼 중대했는지도 판단해야 한다.

민주당에 이런 판을 열어준 윤 대통령은 얼마전까지도 탄핵이 당연히 기각될 것으로 확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계엄 선포 때도 드러났지만, 객관적으로 판세를 읽고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에 대해 의구심이 생길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부산 엑스포 유치나 지난 총선의 결과가 나오기 직전까지도 승리를 확신했다는 외눈박이 판단력, 즉 ‘자기 객관화 능력 부재’의 연장선상이다.

수감 후 여당 지도부와의 면담 때 윤 대통령은 당이 왜 안 움직이느냐고 불만을 터뜨렸고, 보다 못한 당 간부가 왜 상황 파악을 못 하고 어린애처럼 칭얼대느냐고 질타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설령 탄핵이 기각돼 복귀한다고 해도 보수 재건의 중심축이 될 능력도 자격도 잃었다. 이미 리더십은 바닥을 드러냈고. 신뢰 자본을 까먹었다.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보수 진영 재건 움직임에서 윤석열이라는 이름은 키워드에서 지워야 한다. 윤석열에 대한 입장이 새 리더십 선택의 기준이 돼선 안 된다. 윤석열을 중심에 놓으면 범보수 진영이 결집될 수도 없고, 설령 뭉쳐진다 해도 그 한계는 명확하다.


-이기홍 대기자, 동아일보(25-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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