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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구에 “헌재 불신” 서한 보낸 인권위원장] ....

뚝섬 2025. 3. 5. 09:23

[국제기구에 “헌재 불신” 서한 보낸 인권위원장]

[해외 언론도 우려하는 韓 최대 리스크 ‘국론 분열’]

[부정선거론… 제대로 못 다툴 거면, 손 떼라]

 

 

 

국제기구에 “헌재 불신” 서한 보낸 인권위원장

 

12·3 비상계엄 사태 후 논란이 끊이지 않는 정부 기관 중 하나가 국가인권위원회다. 지난달 10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방어권을 보장하라는 권고를 의결한 데 이어 18일엔 구속 기소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등 장군들에 대해 신속한 보석 허가와 접견 제한 해제를 권고해 “내란죄 피의자 변호인단”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최근에는 국제인권기구에 헌법재판소를 비판하는 서한을 보내 논란이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에 보낸 답변서에서 ‘국민의 50% 가까이가 헌재를 믿지 못한다’ ‘헌재가 형사소송법 적용을 일부 배제하는 등 불공정한 재판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관이 정치 성향에 따라 재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국내 인권 단체들이 ‘계엄을 옹호하는 안건을 의결했다’며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에 인권위에 대한 특별 심사를 요청하자 안 위원장이 심사 관련 실무를 맡고 있는 사무소에 반박 답변서를 보낸 것이다.

▷한국갤럽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헌재를 ‘신뢰한다’는 답변은 52%, ‘신뢰하지 않는다’는 40%였다. 윤 대통령 지지층을 중심으로 헌재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진 건 사실이지만, 비상계엄 이후 시행된 국가기관별 신뢰도 조사 4건 모두에서 헌재는 정부 국회 검경 등 다른 국가기관보다 높은 신뢰도 1위였다. 윤 대통령 탄핵 심리는 8인 재판관 전원이 합의한 절차에 따라 마무리돼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재판관들이 정치적 성향에 따라 기계적으로 판결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안 위원장이 잘 알 것이다. 보수성향인 그는 헌재 재판관 시절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인권위는 대통령 방어권 보장을 권고하며 “신분을 이유로 인권 보호를 소홀히 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하지만 인권위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려 했던 계엄 선포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약자를 위한 기관이 대규모 변호인단의 도움을 받는 대통령 방어권만 챙기니 ‘윤권위’란 비아냥이 나오는 것이다. 대통령이 지명한 상임위원은 “대통령을 탄핵한다면 헌재를 흔적도 남김없이 없애버려야 한다”고 했다. 인권위는 위원 11명 중 6명을 대통령과 여당이 지명해 여권 편향적이라는 지적이 간혹 제기됐지만 이번엔 도를 한참 넘었다.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은 5년마다 118개 회원기구를 심사한다. 2001년 출범한 인권위는 2004년 최초 심사부터 가장 최근의 2021년 심사까지 줄곧 A등급을 받아왔다. 다음 심사에서 A등급을 유지할 수 있을까. 최근 해외 기관의 민주주의 성숙도 평가 결과 한국은 ‘완전한 민주주의’에서 ‘결함 있는 민주주의로 하락했다. 어려운 때일수록 인권위 같은 국가기관이 중심을 잡아야 할 텐데 오히려 내부 분열과 국격 추락을 부추기는 듯해 유감이다.

 

-이진영 노ㄴ설위원, 동아일보(25-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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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언론도 우려하는 韓 최대 리스크 ‘국론 분열’

 

12·3 비상계엄 며칠 뒤 평소 알고 지내던 미국 일간지 서울 특파원이 연락을 해왔다. 8년 넘게 한국 정치와 북한을 취재해 온 그가 대뜸 물었다. “최근 한국 이슈 중에 내가 놓친 게 있어?”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너무 갑작스러워 자기가 모르는 중대 사유가 있는지 궁금하단 취지였다. 마땅한 답이 떠오르지 않아 우물쭈물하는 사이 그는 “도대체 왜”를 반복하며 의아해했다. 계엄 사태 초기 외신들의 반응이 대체로 그랬다. 한국 같은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 계엄령이 내려졌다는 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외신의 눈에 비친 비상계엄 3개월

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이 한창이던 지난달 초 그는 다시 연락을 해왔다. 한국 언론을 아무리 봐도 계엄의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내가 놓치고 있는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주장하는 ‘계몽령’이란 표현을 영어로 어떻게 옮겨야 하느냐고도 물었다. 나름대로 설명을 해줬지만 그는 전쟁 중인 국가에서나 하는 ‘계엄’이 ‘계몽’과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지 끝내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계엄의 충격이 잦아든 뒤부터 해외 언론은 보도의 초점을 실체 규명에 맞췄다.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정치적 도박”(BBC)임에도 윤 대통령에게 어떤 목적과 계획이 있었는지를 궁금해했다. 윤 대통령이 부정선거를 주장하면서도 뚜렷한 증거를 내놓지 못한다는 점이 특히 주목을 받았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1년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1·6 의사당 폭동을 선동한 것과 윤 대통령을 비교하는 보도(뉴욕타임스 등)가 이어졌다. 윤 대통령이 반국가세력 척결을 주장한 것에 대해 ‘반국가세력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는 지적(교도통신)도 나왔다.

한동안 간헐적으로 나오던 외신 보도는 윤 대통령 체포를 두고 벌어진 극한 대치, 서울서부지법 난동, 양분된 탄핵 찬반 시위를 계기로 다시 불이 붙었다. 해외 방송사들은 코로나19 때 한국 현지를 연결해 선도적인 방역 모델을 소개하곤 했는데 이번엔 부끄러운 한국 정치의 실상이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외신들은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인정하면서도 정파 간 대립이 계엄 사태로 더 극단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의 한 일간지 특파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만 해도 질서 있게 새 정부가 들어섰는데 이번엔 진보 보수의 접점이 없고 갈등이 너무 과격해 과연 봉합이 될지 걱정”이라고 했다.

계엄 사태 석 달이 된 요즘 해외 언론의 관심은 ‘계엄 이후’로 옮겨가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 이후 대선이 치러지면 리더십의 공백은 채워지겠지만 깊이 팬 분열의 골이 메워질지에 대해선 의문을 표하고 있다. 지금처럼 여론이 양극단으로 갈리면 누가 대통령이 되든 정파적 색채가 강해질 가능성이 높고, 극단적으로 행동하는 지도자는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기 어려워 외교적 경제적 손실이 클 것이란 시각이 많다. 한 한국계 미국인 기자는 최근 통화에서 “그동안 숱한 고비를 헤쳐온 한국이 이젠 미래가 불확실한 나라가 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권력 공백 채워져도 분열 메워질지 걱정

요즘 한국 주재 해외 특파원들 사이에선 “본사에 위험수당을 신청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고 한다. 계엄 선포로 군인들이 동원되고 법원에 난동이 벌어지는 나라에서 일해야 하는 상황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외국 기자들은 12·3 계엄선포문에서 언론·출판이 제한된다는 내용을 보고 크게 놀랐다고 한다. 그런 불안감 때문인지 이번 칼럼을 위해 연락했던 외국 기자들 대부분이 이름과 언론사를 익명으로 써달라고 했다. 외신을 통해 국제사회에 퍼지는 ‘불안한 한국’의 이미지는 계엄 사태가 끝난 뒤에도 오래 남게 될 것이다.

 

-신광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5-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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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선거론… 제대로 못 다툴 거면, 손 떼라

 

[김승련 칼럼]

궁지 몰린 與, 멀리하던 전광훈 손잡는 패착
선거부정 믿는 30% 위하느라 70%가 등져
광우병-사드 개탄했던 與, 민주당 뒤따르나
손해 각오한 與 후보 나와야 정치 달라진다

 

이영돈 PD가 1일 공개한 부정선거 다큐를 봤는데, 그동안 나온 유튜버들 주장과 다를 게 없었다. “조작값이 4일 땐 정상 투표용지 3장마다 1개씩 가짜 표를 넣는다”는 식으로 확언하는 장면이 반복됐다. 하지만 그런 일이 왜 가능한지, 그걸 믿어야 할 근거가 뭔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중앙선관위의 관리 부실은 있을지언정 서버를 조작해 선거 결과를 뒤집는 식의 개입은 어렵다는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다.

집권 여당을 향해 거대한 파도가 덮쳐 오고 있다. 2030 남성 지지가 늘었다지만, 정치에 무관심하던 중도층이 이 황당한 부정선거론에 여당이 끌려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탄핵 반대”와 “이재명 OUT” 구호에 이끌려 전광훈 세력과 손잡았다. ‘거리의 우파’가 펴는 부정선거 주장에 흔쾌히 동의할 수도 없으면서 한배를 타버린 것이다. 그 바람에 국민의힘이 애썼던 전광훈 세력과의 거리 두기는 없던 일이 됐다. 선출된 최고위원이 전광훈 집회에 가서 문제적 발언을 했다고 징계했던 게 불과 2년 전이다.

여당은 욕을 덜 먹을 논리를 찾아냈다. “부정선거라 단언은 못 한다. 하지만 학식 있고, 괜찮은 분들까지 부정선거를 강력하게 주장하니, 어떻게든 조사는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자기 목소리는 빼고, 남의 의견을 빌리는 형식이다. 비대위원장도, 대구시장도 딱 이렇게 표현했다. 30%가 부정선거를 의심한다는 여론조사가 있다. 바꿔 말하면 70%는 이런 주장을 황당하게 여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부정선거 절연이 필요한 것은 표 계산 때문만이 아니다. 여의도 정치에 비과학, 반지성은 발붙일 곳이 없어야 한다. 쉬운 일을 푸는 데 정치인은 필요 없다고 말한 게 영국 처칠이다. 그의 말대로 정치인은 어려울수록 문제를 풀어낼 책무가 있다. “이런 의견이 있으니 알아는 보자” 정도라면 정치와 지도자가 왜 필요한가. 현재 여당은 선거 시스템 특별점검법 발의를 진행 중이다. 법 통과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강성 지지층과 보조를 맞추려는 고육책이다.

지난 20년 동안 여의도 정치에 비과학적 주장이 더러 있었다. 2008년 광우병, 2016년 사드, 2023년 후쿠시마 오염수 사안을 봐도 그건 좌파 단체가 주장하고, 민주당이 2인 3각으로 이슈를 키웠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15년 뒤엔 죽는다던 주장은 17년이 흐른 지금 잊혀졌다. 사드 레이더 전자파에 새들과 참외가 튀겨진다며 경북 성주군 어르신들 앞에서 춤추며 선동했던 의원들은 온데간데없다. 일본 원전이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을 때 “일본의 핵 테러” 때문에 우리 바다에 큰일 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민주당이 지난 1년 동안 우리 해안 오염을 진지하게 거론했다는 뉴스를 거의 못 봤다.

이제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경로를 따라가고, 거꾸로 민주당은 여당의 혼선을 즐기는 처지가 됐다. 요즘처럼 언론의 취재로 부정선거 의혹이 하나둘 설명된다면 부정선거 지지 여론은 20%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 국민의힘은 이 사안이 광우병, 사드처럼 흐지부지되면서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그 길을 바라는 것인지 궁금하다.

 

이런 비상식적 선거부정 주장에 기질적으로나, 사명감 때문에 외면할 수 없다고 나서는 정치인을 보고 싶다. 지금 국민의힘의 문제는 부정선거론을 품은 것보다 황당한 주장에 분명히 선을 긋고 나서는 리더가 없다는 점이다. 김문수 홍준표 오세훈 한동훈 같은 잠재 대선 후보들은 아직까지는 당의 모범답안 주변을 맴돌고 있다.

이쯤 되는 사안이라면 당은 공식 견해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비공식적으로라도 치열하게 조사를 벌여야 한다. 그런 뒤 부정선거를 전면에 내걸고 다툴 만하다고 여긴다면 싸워야 한다. 부정선거 판단이 안 선다면 냉정하게 선을 긋길 바란다. 부정선거라는 게 정치적 지향점에 따라 없던 게 생기고 그럴 게 아니지 않나.

현실 정치인들로선 쉬운 길은 아니다. 당 경선을 거쳐 대선 후보가 되려면 ‘극렬 우파’의 뭉치 표가 필요하다. 하지만 계엄과 탄핵으로 지친 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놓고 싶은 누군가가 있다면 나서야 할 때다. 10% 안팎의 강경 지지층이 똘똘 뭉쳐 당을 인질로 삼으려 해선 안 된다. 마찬가지로 이들의 황당함을 알면서도 활용하려는 정치인의 태도는 시대착오적이다. 낡은 정치와 결별하려는 그 정치인은 당장의 경선 때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선거가 이번 한 번뿐인가. 그 과정은 정교하게 기록될 것이고, 유권자들은 그의 도전과 용기를 반드시 기억할 것이다.

 

-김승련 논설위원, 동아일보(25-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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