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도그 파킹'은 이쪽입니다
개는 밖에 사람은 안에
'강아지 주차장' 확산세
개털은 골칫거리다. 짖거나 물기도 한다. 반려견 인구 1000만 시대, 언제나 환대받는 건 아니다. 위생상 혹은 안전상 실내에 들일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기에. 경기도 성남의 한 프랜차이즈 빵집, 점원이 “개는 동반 출입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식당이니까. 그러나 빵은 살 수 있다. 출입문 밖 바로 옆에 ‘도그 파킹’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기도 성남의 한 빵집 앞 ‘도그 파킹’ 구역에서 강아지 한 마리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김용재 영상미디어 기자
서울 화곡동의 한 약국 앞에도 지난해 ‘도그 파킹’ 표지판이 부착됐다. 개 목줄을 거는 튼튼한 고리(도그 훅)를 실외 벽면에 달아놓은 강아지 전용 대기 구역. 라온365온누리약국 관계자는 “동물약도 다루다 보니 견주들도 종종 오는데 (혹여 폐가 될까) 개를 끌어안고 들어오는 분들이 있다”며 “손님들에게 선택지를 하나 더 제공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개 주차장’이 전국에 확산하고 있다. 식당·카페·공공 화장실…. 소중한 가족을 탈것에 비유하는 게 달갑지 않을 수 있으나, 즉각적인 이해를 유도하는 용어로 받아들이는 편이 좋겠다. 반려견과 겸상이 가능한 식당이 생겨나는 속도로, 이에 대한 반감도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 가게에 개를 들이지 않으면서도 사람은 적극 끌어들이려는 점주들의 자구책이기도 하다.
눈길 끄는 디자인 측면의 효과도 있다. 한 카페 사장은 “신규 오픈하면서 반려견과 함께 오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다”며 “색감이 예뻐 인테리어에 한몫한 것 같다”고 평했다. 설치 비용은 크지 않으면서 “센스 있는 매장이라는 느낌을 준다”는 장점도 있다. 홍콩 등 해외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일찌감치 등장했고, 미국에서는 유료 서비스까지 나온 바 있다. 히터와 에어컨까지 갖춘 ‘개집’을 도심 곳곳에 놔둔 것이다. 휴대폰으로 개의 상태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고, 잠금 버튼 덕에 분실 염려도 어느 정도 해소했다고.
서울 화곡동의 한 분식집 앞 '도그 파킹' 구역에 앉아있는 푸들.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이제는 지자체로도 뻗어나간다. 서울 도봉구청 측은 지난해 11월 쌍문근린공원 내 화장실 앞에 ‘도그 파킹’ 구역을 설치했다. 마음 편히 볼일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구정 자문단을 통해 제안받은 아이디어”라고 했다. 스타필드 등 ‘도그 파킹’ 위치를 바닥 표시선으로 알려주는 대형 쇼핑몰도 생겨나고 있다. 다만 “다른 고객의 안전을 위해 목줄 길이는 1.5m 이내로 고정” 등과 같은 안내 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배설물 역시 당연히 보호자가 치워야 한다.
서로 얼굴 붉히지 않으려면 주차(?) 연습은 필수다. 반려견 훈련소 등에서 ‘도그 파킹’을 위한 분리 불안 해소 연습을 진행하는 이유다. 반려동물 업체 왈독 관계자는 “칸막이나 충분한 간격 없이 여러 강아지가 묶여 있을 경우 소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시청 ‘이루미 시책개발팀’이 독일 일부 이케아 매장의 ‘도그 파킹’ 제도를 벤치마킹해 제안한 일명 ‘기다리시개’ 프로젝트는 이 같은 이유로 불발됐다. 시청 관계자는 “개끼리 싸우거나 행인을 공격할 우려가 제기됐다”고 했다.
-정상혁 기자, 조선일보(25-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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