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은 이재명 대표에게도 유리하다]
[李 대표, 대선 승리에 장애물 될까 개헌 반대하나]
[野는 점령군 행세, 與는 네 탓 삿대질, 尹은 사저 정치]
[우 의장 "대선, 개헌 동시 투표" 국회 특위 발족이 관건]
[헌재 ‘전원일치’ 결정이 나라도 보수도 구했다]
[성숙하고 의연한 시민들… “나라가 두 쪽 날 것”은 기우였다]
개헌은 이재명 대표에게도 유리하다
[朝鮮칼럼]
지난 대선 때도 두 달 전에도 그는 개헌하자고 했다
정작 지금은 말을 바꿨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이 대표에게 중요한 숙제는 자신에 대한 공포심 낮추는 것
중도층 불안 줄일 최선책은 권력 분산하는 개헌 아니겠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뉴스1
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이 총대를 메고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이 즉각 동의했지만, 6월 3일 대통령 선거일에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동시 시행하긴 매우 어려워 보인다.
원래 개헌은 어렵다. 국회의원 재적수의 3분의 2가 동의해야 하고 유권자의 과반 투표, 투표자의 과반 찬성으로 통과되니 대통령 선출, 심지어 대통령 탄핵보다도 더 허들이 높다. 절차도 까다롭다. 개헌안에 대한 국회 합의가 도출된다 해도 국회 의결 전 대통령이 20일 이상 공고해야 한다. 그리고 국회 의결 후에는 국민투표일 18일 전까지 투표일과 국회 통과 개헌안이 공고되어야 한다. 여기에 38일이 소요된다.
게다가 국민투표를 하기 위해선 ‘국민투표법’도 개정해야 한다. 지난 2014년 헌법재판소는 재외국민의 투표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국민투표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2015년 12월 31일까지 법을 바꿨어야 하는데 아직 그대로다.
그러니 6월 3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려면 오늘(4월 9일)부터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 국회의 합의와 국민적 동의를 이끌어내 개헌안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까닭에 우 의장은 국회 헌법개정특위를 구성해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에 대한 개편안을 담은 ‘원포인트 개헌안’을 만들어 대선 때 통과시키고 부족한 내용은 내년 지방선거 때 추가 개헌을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원내 정당들의 정치적 합의를 전제로 한 제안인데, 이 역시 어렵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반대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우 의장의 제안 다음 날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현재 최우선 과제는 ‘내란 종식’이라고 강조했다. 5·18 정신의 헌법 전문 게재와 계엄 요건 강화 정도는 가능하다고 덧붙였는데 이건 그냥 하기 싫다는 이야기다. 그는 권력구조 개편 등 우 의장 제안의 핵심 사안에 대해서도 “논쟁만 격화되고 국론 분열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 이재명은 달랐다. 그는 “책임정치를 위해서는 권력이 분산된 4년 중임제가 필요하다. 제가 되더라도 임기 1년을 단축해서 그런 방식의 개헌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정말로 임기를 단축할 수 있냐는 질문에도 “그리 어려운 일이겠느냐. 국가 백년대계, 경국대전을 다시 쓰는 것인데 특정 임기 1년 줄이는 것이 뭐가 그리 중요한 일이겠느냐“고 흔쾌히 답했다.
그는 지난 2월 말 지상파 방송 유튜브에 출연해서도 ”이미 그때(지난 대선)는 치밀하게 고민을 하고 당의 입장도 정리돼 있었고 제 입장도 공표돼 있고 그게 변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그날 그는 ”지금은 내란 종식에 집중할 때“라고 강조했지만 ‘탄핵 인용이 되면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지 않느냐’는 질문에 ”뭐 안 할 수 없다. 저도 하고 싶은 얘기가 많다“고 답했다.
입장이 확 달라진 것인데, 그에게만 뭐라 할 일은 아니다. 이전에도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대선 주자들은 다 개헌에 뜨뜻미지근했다. 선두 주자 입장에서 판이 흔들리는 것을 바라지 않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또 선두 주자들은 권력을 나누는 쪽보다 대통령 리더십을 강화하는 쪽을 선호했다. 개헌을 약속하고 당선된 후 말을 뒤집은 대통령도 있었고 많은 대통령들은 임기 말에 힘이 빠질 때가 돼서야 면피용 혹은 국면 전환용으로 개헌을 약속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탄핵심판 최후 변론 자리에서 개헌 추진을 약속했을 정도다.
그러니 말 바꾸기라는 지적이나 자기에게 불리하니까 피한다는 비판이 이 대표에게 별로 아프게 다가갈 것 같지도 않다.
다만 개헌이 그에게 진짜 불리한가 싶다. 민주당 의원들 중에서 전략적 사고를 하는 이들은 불안감 혹은 공포심을 낮추는 것이 이 대표의 중요한 숙제라고 말하고 있다. 본인도 인정하는 이야기다. 이재명 특유의 캐릭터와 거대 여당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는 제왕적 대통령의 힘이 결합하는 데 대한 두려움은 정치적 반대파의 것만은 아니다. 중도파 유권자들 상당수도 그 두려움을 공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대중의 불안을 낮추는 최선의 방법은 권력을 분산하는 개헌 아니겠나? 그리고 이재명 본인이 대통령 당선을 자신하고 있다면 더욱 그러하다. 많은 대통령이 증명했던 바, 집중되고 견제받지 않는 대통령의 권력은 대통령 자신을 찌르는 칼이었다. 따라서 개헌은 이 대표에게 유리하다.
-윤태곤 정치칼럼니스트, 조선일보(25-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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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표, 대선 승리에 장애물 될까 개헌 반대하나
6월 조기 대선과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자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제안을 두고 여야의 대선 주자들이 자신의 입장과 계획을 밝히고 있다. 대선 주자들은 권력을 분산하고 협치를 제도화하기 위한 개헌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반면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7일 대선과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하자는 우 의장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이 대표는 “개헌은 필요하지만, 지금은 내란 종식이 먼저”라면서 “국민의힘이 개헌으로 적당히 넘어가려는 생각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3년 전 대선 때 4년 중임제 개헌과 이를 위한 임기 1년 단축을 약속하며 개헌에 적극적이던 모습과 달라졌다.
다만 이 대표는 사전 투표가 허용되지 않는 현행 국민투표법을 개정한 뒤 헌법 전문에 5·18을 수록하는 정도의 개헌은 할 수 있다고 했다. 자기 진영이 동의하는 개헌과 국민투표법 개정만 하자는 것인데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걷어내자는 당초 취지와는 동떨어진 제안이다. 이 대표는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는 개헌은 대선 이후에 하자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호헌(護憲) 세력으로 규정하며 “대통령이 된 뒤 제왕적 권력을 다 휘둘러 보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 대표와 달리 민주당 비명계는 개헌에 적극적이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대선 때 합의 가능한 개헌부터 하자”고 했고, 김두관 전 의원은 개헌을 위해 임기 2년 단축을 수용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를 거치며 보수·진보 상관없이 대부분 개헌에 동의하고 있다. 유일하게 이 대표와 친명계만 반대하고 있다. 역대 개헌 논의를 보면 유력한 대선 주자들은 “개헌은 대선 이후에 논의하겠다”고 한 뒤, 당선되고 나면 자기 임기 중 개헌에 반대해왔다. 이 대표가 눈앞에 다가온 선거 승리에 개헌론이 장애물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고려를 하는 것이라면 그야말로 기우라고 할 수밖에 없다. 상당수 국민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개헌에 동의하는 것이 왜 대선 경쟁에 방해가 되겠나.
국민 60%가 개헌에 찬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선 후보들의 개헌에 대한 입장은 이번 대선에서 지지 후보를 선택하는 중요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대표를 포함한 모든 대선 주자들은 개헌의 방향과 추진 시기를 구체적으로 밝혀 유권자들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조선일보(2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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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는 점령군 행세, 與는 네 탓 삿대질, 尹은 사저 정치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각각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결정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뉴스1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7일 당 회의에서 대통령 보궐선거에 상당한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며 “원인을 제공한 국민의힘은 대선 후보를 낼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이 회의에서 전현희 의원은 “국민의힘의 위헌 정당 해산 사유는 이미 차고도 넘친다”고 했고, 이언주 의원은 국민의힘 상황을 옛 통합진보당과 비교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 출당을 요구했다. 지난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응답자의 33%는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국민 세 명 중 한 명이 지지하는 정당을 북한을 추종하다가 해산당한 통합진보당에 빗대며 정당 해산을 거론하는 것이 가당한가.
이 회의에서 박 원내대표는 명태균씨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과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기소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만약 당선무효형이 확정되면 국민의힘이 대선 기간 지원받은 보조금 397억원도 토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이재명 대표의 당선무효형이 나올까 전전긍긍하며 법이 정치에 개입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정당이 맞나 싶다. 민주당은 윤 전 대통령 재구속과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의 재수사도 검찰에 촉구했다. 민주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요구하면서도 다른 고위 공직자나 공공기관, 준정부기관 인사 등은 “새 정부 출범 때까지 전면 동결해야 한다”고 했다.국민의 눈에는 이런 민주당이 벌써 대선에서 승리한 양 점령군 행세를 하는 모습으로 비칠 것이다.
국민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기는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앞으로 대선 과정의 해당(害黨) 행위에 “가혹할 만큼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 이면에는 최근 김상욱 의원이 윤 전 대통령 파면 당일을 민주주의 기념일로 삼자고 주장하자, 친윤 측에서 징계를 요구하면서 불거진 당내 갈등이 있을 것이다. 양측 모두 할 말이 있겠지만 지금 국민의힘이 다소간 이견도 포용하지 못하고 친윤(親尹)·비윤(非尹)으로 나뉘어 분열할 만큼 여유 있는 처지인가.
이런 국민의힘의 내분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윤 전 대통령 스스로 행동을 삼가야 한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야기한 국정 혼란으로 국민은 이미 유무형의 수많은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그 때문에 대통령 탄핵심판을 거쳐 조기 대선까지 치르게 됐다. 이 모든 일을 초래한 윤 전 대통령이 사저 정치에 시동을 건 것처럼 비치는 것은 상당수 국민 눈에 거북하게 보임은 물론 당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조선일보(2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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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차출론’까지 떠오른 국힘, 대선 경선 나올 사람이 20명 가까이 된다고. 이 정도면 ‘인해전술’급….
○탄핵 이후 “청와대 다시 닫힐라” 관람객 3배 급증. 닫을지 말지 결정할 사람이 누가 될지 더 궁금.
-팔면봉, 조선일보(2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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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의장 "대선, 개헌 동시 투표" 국회 특위 발족이 관건
우원식 국회의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대선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뉴스1
우원식 국회의장이 6일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어느 때보다 개헌의 시급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크다”며 6월 초로 예상되는 이번 대통령 선거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우 의장은 “개헌은 시대적 요구”라며 “승자 독식 위험을 제거하고 국민 통합으로 가기 위해 권력을 분산하고 협치를 실효적으로 제도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투표법을 개정하고 국회 헌법개정특위도 구성하자고 했다.
작년 말 계엄 사태 이후 넉 달간 극심한 정치적 갈등과 혼란을 겪었다.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탄핵 소추당하면서 경제·안보 위기가 심화되고 국민 고통과 국정 혼란은 가중됐다. 제왕적 대통령제와 승자 독식의 헌법 체계가 한계를 드러냈다. 모든 것을 제도 탓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헌법 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나라를 원만하고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그동안 대통령은 일방적 국정 운영으로 전횡하고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외치며 발목 잡는 행태가 반복돼 왔다. 협치는 실종되고 ‘너 죽고 나 살자’식 극한 대립과 갈등이 되풀이됐다. 1987년 개헌 이후 대통령 3명이 퇴임 후 구속됐고 1명은 수사 중 극단적 선택을 했으며 2명은 탄핵으로 파면됐다.
노동·교육·연금·규제·교육·의료·공공 개혁 등 핵심 국정 과제는 대결의 정치에 막혀 나아가지 못했다. 국익 우선 대신 선거 유불리와 당리당략이 정치를 좌지우지했다. 포퓰리즘·선심 정책이 난무하고 정쟁의 악순환은 끝없이 반복됐다. 이래선 경제·사회적 발전과 도약은 기대하기 어렵다. 젊은 세대의 미래도 기약할 수 없다.
개헌에 대한 공감대는 국민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직 국회의장과 국무총리, 당대표 등 여야 원로와 헌정회 등 관련 단체들은 “이번 대선 때 개헌을 추진해 후진적 정치를 바꾸고 국가의 미래를 열자”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보수·진보 구분 없이 권력 분산과 협치를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민 60%가량도 찬성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내 개헌특위를 발족시켰다. 계엄과 탄핵이라는 국가적 위기가 뜻밖에 개헌 기회를 열어준 것이다.
여야 주요 대선 주자도 개헌에 적극 찬성한다. 일부는 2028년 총선과 대선을 동시에 실시하기 위해 임기 단축 개헌을 하자고도 했다. 유일하게 이재명 민주당 대표만 소극적이다. 이 대표는 3년 전 대선 때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주장하면서 “당선되면 임기를 1년 단축하겠다”고 공약했다. 대선 이후 국회 개헌특위 구성도 제안했다. 그런데 이제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지자 태도가 달라졌다. 민주당의 이 대표 측근들도 우 의장 제안에 반대나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이 대표로선 개헌이 대선 이슈로 떠오르는 것이 탐탁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차기 대통령 임기와 권한이 보장된다면 불리하거나 손해 볼 일이 없다. 적극적 개헌 의지를 보이면 국민 지지가 높아질 수도 있다. 6월 초로 예정된 대선까지 시간상 제약으로 개헌을 마무리하기 어렵다면 구체적 개헌안을 공약으로 내세운 뒤 대선 후 국민투표에 부칠 수도 있다.
그동안 주요 대선 후보는 개헌을 공약했다가 당선이 유력해지면 입장을 뒤집곤 했다. 역대 대통령도 자기 권력에 누수가 생길까 봐 개헌을 외면했다. 이번에도 그런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 그래야 후진적 정치를 바꾸고 한 단계 도약할 국가 시스템을 세울 수 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적극적 의지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힘들게 찾아온 절호의 기회를 놓친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다.
-조선일보(25-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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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장, 6월 대선 때 개헌 투표 제안. 이재명도 지난 대선 때 ‘제왕적 대통령제 끝내겠다’ 공약했는데….
-팔면봉, 조선일보(25-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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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전원일치’ 결정이 나라도 보수도 구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6일에도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에 대한 승복 의사를 밝히지 않은 채 자신을 지지해 온 탄핵 반대단체 앞으로 “늘 여러분 곁을 지키겠다. 결코 좌절하지 말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냈다. 그간 기각 또는 각하를 주장했던 국민의힘과 상당수 보수단체들이 줄줄이 헌재의 결정을 수용하고 나섰지만 정작 당사자는 끝까지 강성 지지층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헌재 선고 이후 우려됐던 국가적 분열의 위기를 막을 수 있었던 것은 헌재의 전원일치 결정이었다. 헌재가 111일이라는 장기간 숙의를 거치면서, 특히 예상 선고기일을 훌쩍 넘겨 숙고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 결과를 놓고선 세간에 온갖 억측이 난무했다. ‘인용 대 기각’을 넘어 ‘몇 대 몇’ 등 분분한 관측 속에 탄핵 찬반 진영과 정치권은 제각기 유불리 계산에 몰두했다. 하지만 헌재가 내놓은 결론은 재판관 8인 전원일치 의견에 따른 ‘대통령 윤석열 파면’이었다.
헌재가 거듭된 평의를 거쳐 만장일치에 이른 과정이 어땠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그 결론에서 보듯 재판관들 사이에 크게 의견이 엇갈렸다는 내부 갈등설은 전혀 근거 없는 추측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단지 막판까지 헌재 재판관들의 어깨를 짓누른 것은 법적인 논리를 넘어 통합의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는 압박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간 재판관 한 명 한 명은 갈라진 국론의 한복판에서 논란과 비난, 신상털기와 협박의 대상이 됐다. 선고가 끝나고도 재판관들은 여전히 신변 보호를 받는다고 한다. 특히 이른바 ‘보수파’로 분류된 재판관 3인으로선 외부 압박 못지않은 내적 갈등에도 직면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 그 어떤 인연이나 이념을 넘어 일치된 의견으로 민주공화정의 가치를 지켜냈다.
국민의힘 안에는 여전히 헌재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고, 일부 보수단체는 ‘헌재 해산’까지 외친다. 윤 전 대통령 역시 파면 이후에도 승복 메시지 없이 지지 세력 결집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진정 보수라면 오히려 헌재에 더욱 고마워해야 한다. 자칫 극우 세력에 휩쓸려갈 뻔한 보수를 구한 것은 그 전원일치 결론이었다. 지금 보수에 필요한 것은 흥분과 분노에서 벗어나 보수의 가치를 재구성하기 위한 반성과 성찰의 시간이다.
-동아일보(25-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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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하고 의연한 시민들… “나라가 두 쪽 날 것”은 기우였다
6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동화면세점~코리아나호텔 앞 편도 전 차로에서 사랑제일교회의 전국 주일 연합 예배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시티투어 버스에 탑승한 관광객이 예배 광경을 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내려진 이후 처음 맞이하는 주말은 평온했다. 그간 탄핵 반대 집회를 이끌었던 보수단체들도 즉각 승복 의사를 밝히며 예정했던 집회를 취소했다. 전광훈 목사가 수년째 주최하는 광화문 주말 집회가 열렸지만 참가 인원은 파면 결정 이전보다 크게 줄었다. 4일 헌재 선고 당일에도 극소수의 돌발 행동을 제외하면 폭력 사태는 없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나라가 두 쪽으로 갈라져 대립과 갈등으로 치달을 것이라던 우려는 기우에 그치는 듯하다.
헌재의 선고 전만 해도 탄핵 찬반 시위대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탄핵 선고일까지 서울 도심 광장은 격렬한 탄핵 찬반 집회로 몸살을 앓았다. 헌재 선고 직전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선고 결과가 내 생각과 다르면 수용하지 않겠다’고 답한 응답자가 44%나 됐다.
우려했던 불상사가 없었던 데는 헌재가 8명의 재판관 전원 일치로 설득력 있는 선고문을 내놓은 공이 크다. 경찰도 올 1월 발생한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를 교훈 삼아 경력을 총동원해 헌재 주변을 ‘진공상태’로 만드는 등 치밀한 경비 작전을 펼쳤다.
하지만 성숙한 시민 의식이 없었다면 헌재의 공들인 선고문도, 경찰의 철통같은 경비도 무용지물이 됐을 것이다. 극렬히 대치하던 광장의 시민들은 파면 결정이 나오자 “헌재 결과에 승복한다”며 평화롭게 해산했다. “이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이고 법치주의”라고 했다. 민주화 이후 38년간 평화로운 정권 교체를 거치며 승복의 문화를 체화해 온 덕분일 것이다.
계엄 선포 후 국회로 들이닥친 군경을 맨몸으로 막으며 계엄 해제 결의안을 가결할 시간을 벌어준 것도 시민들이었다. 국회 앞 축제 같았던 탄핵 촉구 집회는 일부 여당 의원들까지 설득해 대통령을 탄핵 심판대에 세웠다. 극단적 세력이 부정선거를 비롯해 온갖 허위 정보를 퍼뜨리고 일부 정치인이 이에 올라타 선동했지만 지혜로운 시민들은 의연하게 헌법 질서를 파괴한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고 일상을 되찾았다.
12·3 비상계엄 선포부터 파면 선고까지 123일은 한국 민주주의의 취약성과 회복력을 동시에 보여준 시간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 단계 더 높아진 민도(民度)를 외면하는 정치는 파면당한 대통령이 그러했듯 똑같이 실패하고 대가를 치를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25-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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