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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노인 ‘지갑’ 속에 154조 원] [치매 머니]

뚝섬 2025. 5. 7. 06:28

[치매 노인 ‘지갑’ 속에 154조 원]

[치매 머니]

 

 

 

치매 노인 ‘지갑’ 속에 154조 원

 

치매가 찾아오고 인지 능력이 떨어지면 내 집도, 내 돈도 내 것인 줄 모르게 된다. 이렇듯 치매 환자가 스스로 쓸 수 없는 돈, 팔 수 없는 재산을 ‘치매 머니’라고 한다. 요즘 상속 분쟁은 치매 머니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치매 걸린 아버지와 합가해 오랜 기간 모셨는데 유언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아 집을 빼앗길 처지에 놓이기도 하고, 반대로 허울뿐인 간병을 내세워 재산을 야금야금 빼돌린 형제와 법적 다툼을 벌이기도 한다. 지인에게 사기를 당하거나 간병인에게 횡령을 당한 재산을 찾으려는 분쟁도 자주 발생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우리나라 치매 노인이 보유한 부동산, 현금 등 자산을 처음으로 조사했다. 약 154조 원에 달한다. 만 65세 이상 치매 환자 가운데 약 76만 명이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그 규모가 1인당 평균 2억 원이었다. 고령화에 가속도가 붙으며 치매 머니도 10년마다 130조 원씩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2050년에는 488조 원으로 급증해 그해 예상 국내총생산(GDP)의 15%를 넘어선다. 잠자는 돈이 많아지면 국가 경제의 활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치매 머니는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를 겪은 일본에서 등장한 용어다.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다 사망한 치매 환자의 통장에 1억 원이 넘는 현금이 있었다는 이야기며, 치매 부모의 자산이 동결돼 자녀가 간병비를 대다 파산했다는 등 안타까운 사연들이 넘쳐난다. 일본의 65세 이상 치매 환자가 보유한 치매 머니 규모는 2000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치매 노인의 자산을 지키기 위해 공공후견인, 공공신탁제도 등을 활성화하겠다고 한다. 법원이 법적 후견인을 지정하는 공공후견인 제도는 존재하지만 이용률은 저조하다. 최근 7년간 법원에 후견인 지정을 청구한 건수가 680건뿐이었다. 아직 제도가 잘 알려지지 않은 탓도 있지만 부모님 통장에서 간병비를 인출할 때 금액이 크면 법원의 허락을 일일이 받아야 하는 등 불편한 점이 많다. 책임은 크고 활동비 지원은 적어 후견인을 하겠다는 사람도 없다. 치매 환자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자산을 관리해 주는 공공신탁 제도의 대상도 아니다.

▷이미 노인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일본은 비영리법인, 은행 등이 복지 서비스 차원에서 치매 환자의 자산 관리를 해주고, 싱가포르는 저렴한 비용으로 공공신탁 제도를 이용하도록 했다. 우리도 치매 환자 자산을 관리할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무엇보다 평생 아끼고 모은 돈이 꽁꽁 묶이거나, 남 좋은 일만 시키게 된다면 그보다 억울한 일도 없다. 고령화 시대에는 노후 재테크의 개념도 바뀌어야 한다. 다 쓰고 가라(Die with Zero).’ 돈을 쌓아두기보다 소비하는 것이 나도 위하고, 자식도 돕는 방법이다.

 

-우경임 논설위원, 동아일보(25-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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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머니

 

경기도에 사는 한 국가유공자 노인은 통장에 돈이 들어오면 5만원권으로 인출해 집안 러닝머신의 빈 공간에 보관했다. 그렇게 4800여 만원을 모았지만 치매에 걸리는 바람에 돈을 모아왔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말았다. 딸이 분리수거 때 러닝머신을 버렸다. 다행히 수거업자가 돈을 발견해 경찰을 통해 찾아줬다.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도 비슷한 일이 자주 벌어진다. 한 치매 노인이 생활고로 기초생활수급자 신세가 됐는데 알고 보니 1억원 넘는 장롱 속 현금을 갖고 있었다.

 

▶치매 노인이 보유한 금융 자산을 ‘치매 머니’라고 한다. 주인도 모르는 돈인 만큼 범죄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다. 몇 해 전엔 자기가 돌보던 노인이 치매에 걸리자 은행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6년에 걸쳐 13억여 원을 인출해 빼돌린 간병인이 덜미가 잡힌 적도 있다.

 

▶치매 머니 피해를 막기 위한 각종 금융 상품도 등장했다. 미국에선 인공지능이 노인 각자의 씀씀이 패턴을 파악해 뒀다가 이상한 돈 흐름이 나타나면 경고하는 맞춤 금융 서비스를 한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은 연구를 통해 치매에 걸리기 5~6년 전부터 금융 거래가 집 주변에서만 이뤄지고 동일한 금융 거래 실수를 반복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치매 조기 진단에 활용한다. 반면 우리는 자녀가 부모 재산을 멋대로 빼가지 못하도록 성년후견 제도를 운영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일본은 전체 금융 자산의 20%를 75세 이상 노인이 보유하고 있다. 치매 머니는 우리 돈으로 123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큰돈이 장롱이나 은행 계좌에 방치된 것이 경제 활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일면서 치매 머니를 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만들어지고 있다. 손주 교육비로 증여하면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있다. 사망 3년 전에 사전 증여하면 상속세를 면제해주던 것을 7년 전 증여로 당기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치매 환자가 보유한 금융 재산이 150조원 넘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GDP의 6.4%에 이르는 거액이다. 65세 이상 치매 환자가 124만명이니, 1인당 2억원을 갖고 있는 셈이다. 2050년엔 치매 머니가 488조원에 달해 전체 GDP의 15%를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치매 머니는 결국 땀 흘려 벌어 놓고 써보지도 못한 돈이다. 무작정 모으고 아낄 게 아니라 건강할 때 맛있는 것 더 먹고, 보고 싶은 것 더 자주 보러 돌아다니며 슬기롭게 쓰다 보면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게 장수할 수 있을 것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5-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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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매 환자 예금과 부동산 154조원. 거래 묶인 ‘치매 머니’에 경제도 악영향. 국민이 아프면 나라도 아픈 법.

 

-팔면봉, 조선일보(25-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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