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봉 5400만원 버스기사들의 파업]
['버스 공포증']
['240번 버스 사건']
초봉 5400만원 버스기사들의 파업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조연맹은 8일 전국 대표자회의를 열고 서울, 부산, 인천, 경기 등 22개 지역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산하 시내버스 노조가 노사교섭 결렬 시 오는 28일 동시 총파업을 예고했다. 사진은 8일 서울역 앞 버스환승센터 정류장 버스 모습./연합뉴스
서울 시내버스 노조는 경기·부산 등 전국 21개 지역 시내버스 노조와 함께 28일 동시 파업을 예고했다. 실제로 전면 파업을 벌이면 사상 첫 전국 시내버스 노조 동시 다발 파업이 된다.
서울 시내버스 노조는 기본급 8.2% 인상, 63세에서 65세로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작년 12월 대법원 판결에 따라 격월로 받는 정기 상여금을 통상 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회사 측은 “노조 측 주장을 다 반영하면 임금 인상률이 사실상 25%”라며 “부담이 너무 크니 통상 임금 등 임금 체계를 먼저 개편한 뒤 임금 인상률을 정하자”고 주장한다.
대법원 판결대로 정기 상여금을 통상 임금에 넣으라는 노조의 주장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다만 지난 2월 고용노동부는 판결과 관련해 “노사 간 타협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임금 체계로 개편”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사측의 “선(先) 임금 체계 개편, 후(後) 인상” 주장도 일리 있다. 현재 상황을 먼저 짚어보자.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시내버스 기사의 초봉은 약 5400만원이다. 취업 정보 사이트 인크루트가 ‘2025 공공기관 채용 정보 박람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초봉이 가장 높은 곳은 중소기업은행(5466만원)이었는데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조사에서 공기업 평균 초봉은 3961만원이었다. 서울 시내버스 기사의 평균 연봉은 6300만원이다. 자녀 학자금, 태국 해외여행, 이사 휴가 등 복지도 많다. 2교대로 하루 9시간가량 일한다.
서울시는 노조 요구를 반영할 경우 임금 인상률이 실질적으로 25%가 된다고 추산한다.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넣는 데 15% 인상 효과가 있다. 또 기본급 8.2% 인상도 요구한다. 이 경우 평균 연봉은 6300만원에서 7900만원으로 뛴다.
버스 회사에 주는 세금은 연간 5000억원에서 7800억원 안팎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서울 성동구의 올해 예산이 7217억원이다. 버스 요금 인상 없이는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시내버스 기사의 임금은 준공영제를 시행한 2004년 이후 연평균 3.4%씩 올랐다. 작년에는 4.48% 인상됐다.
버스 기사가 대기업보다 임금을 많이 받지 말라는 법은 없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서울 시내버스 기사직은 ‘세금 일자리’다. 민간 회사가 버스를 운행하고 시가 예산을 들여 적자를 보전해 주는 ‘준공영제’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버스 적자를 메우는 데 연간 5000억원씩 세금을 넣는데도 누적 부채가 1조원에 가깝다.
이대로 가면 ‘시민의 발’이 시민의 발목을 잡는 격이다. 작년에도 12년 만에 파업을 벌여 출근길 대란을 만들었고, 올해도 파업을 예고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 버스 실험을 하고 있고 상용화도 멀지 않았다. 시내버스 주인 격인 시민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기사 연봉을 올리려면, 다른 데 쓸 세금을 끌어오거나 버스비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기사가 꼭 사람일 필요가 있을까.
-박진성 기자, 조선일보(25-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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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공포증'
고속도로를 운전할 때마다 백미러를 자주 보는 습관이 생겼다. 버스가 뒤에 따라오면 바로 차선을 바꾼다.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대형차 추돌 참사를 보며 저절로 밴 운전 습관이다. 지난주 토요일에만 3건의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에도 버스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려와 정차 중이던 차량을 들이받았다. 모두 버스기사의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로 추정된다고 한다.
▶천안~논산고속도로 정안휴게소 부근에서 버스에 받힌 차량엔 40대 부부가 타고 있었다. 몇년을 시아버지 병(病)수발한 아내에게 남편이 "날도 좋으니 여수 바다에 갔다 오자"며 떠난 길이었다. 남편은 전기기술자로, 아내는 피자 가게 점원으로 열심히 살아온 부부였다. 지난달 경부고속도로 신양재나들목에서 졸음 버스에 받힌 차량엔 50대 봉제사 부부가 있었다. 선량한 부부의 삶을 버스가 잔인하게 앗아갔다. 최근 고속도로 대형 사고는 대체로 '졸음운전, 정체 구간, 대낮 발생'의 특징이 있다고 한다.
▶몇년 전 일본에서 열린 한 대학생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시모노세키에서 히로시마시로 이동 일정이 빡빡했다. 전세버스 기사에게 일행 중 누군가가 "좀 더 빨리 갈 수 없을까요?"라고 물었다. "곤란합니다." 흰 장갑을 끼고 모자를 꾹 눌러 쓴 기사는 시간을 못 맞출까 애태우면서도 액셀을 밟지는 않았다. 규정 속도 이상으로 운전할 경우 기록이 남아 기사가 불이익을 받는다고 한다. 유럽에선 버스기사가 2시간 운전하면 휴게소에서 반드시 30분을 쉬어야 한다. 독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경찰관이 버스에 불시에 올라 운전자 휴식 시간을 체크한다.
▶작년 여름 봉평터널 사고 후 우리 정부도 졸음운전 방지 제도를 만들었다. 고속도로에서 2시간 운행하면 15분 휴식하고, 최소 8시간은 쉬어야 다음 날 운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 생산된 버스는 전방 추돌 경고, 차로 이탈 경고도 장착됐다. 일부 차량은 자동 비상 제동 장치도 갖췄다고 한다. 앞으론 운전자의 눈꺼풀 움직임까지 감지해 졸음운전을 깨우는 최신 장비도 나온다.
▶하지만 제도와 장비만 갖춘다고 버스 참사가 사라질까. 버스 회사나 운전기사들의 책임 의식과 직업윤리가 무엇보다 요구된다. 졸음 버스는 순간적으로 차량을 40~50m 밀고 나가고 버스에 깔린 차량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다. 한 번 사고를 내면 버스 회사 문을 닫게 할 정도로 단호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운전의 단조로움이 졸음을 불러오므로 버스전용차로를 없애자는 말까지 하고 있는 게 시민들 마음이다.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길 간절하게 바란다.
-안석배 논설위원, 조선일보(17-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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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번 버스 사건'
5년 전 음식점 채선당에서 불친절한 종업원과 다투다 폭행당했다는 어느 임신부 글이 인터넷에 올랐다. '임신 사실을 알렸는데 배를 발로 걷어차였다'고 했다. 온라인이 발칵 뒤집혔다. 네티즌들은 융단폭격을 가했고 업체는 사과문까지 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반전이 일어났다. 경찰이 CCTV로 확인했더니 다툼은 있었지만 배를 발로 차지는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엔 임신부가 "대국민 사기극을 벌였다"며 십자 포화를 맞았다. 이른바 '채선당 사건'이다.
▶그 무렵 '국물녀 사건'도 터졌다. 어느 여성이 '여덟 살 아들이 음식점에서 50대 여성과 부딪히면서 된장 국물에 데어 얼굴에 화상을 입었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아들 데리고 화장실 간 사이 가해자가 사라졌다"는 그의 주장에 네티즌들이 또 격분했다. '국물녀 수배령'까지 내렸다. 그러나 일부 사실이 달랐다. 경찰이 확인한 CCTV엔 아이가 뛰어와 된장국 그릇을 손에 든 여성과 부딪힌 뒤 곧바로 어디론가 달려가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50대 여성이 국물에 덴 아이를 놔두고 자리를 뜬 게 아니었던 것이다.
▶지난 11일 서울시 버스운송사업조합 홈페이지에 한 시민의 글이 올라왔다. '건대역 근처 정류장에서 아이가 혼자 내리자 엄마가 문을 열어달라고 울부짖으며 부탁했는데 240번 버스 기사가 운행을 계속했다'는 목격자 고발이었다. 글은 다음 역에서 울며 뛰어내리는 엄마를 향해 기사가 욕을 했다고도 했다. 그날 밤부터 조합 홈페이지와 인터넷 커뮤니티는 '기사를 처벌하라'는 비난으로 도배됐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도 청원이 올라갔다. 인터넷엔 '240번 버스의 만행'이란 제목의 기사까지 떴다.
▶이번에도 반전의 계기는 버스 CCTV였다. 서울시가 확인했더니 버스 기사는 아이가 내린 정류장에서 16초간 출입문을 열었다가 출발했고 아이 엄마가 뒤늦게 하차를 요구했을 때는 이미 2차로에 진입한 상태라 정차가 어려웠다고 한다. 기사의 욕설도 없었다고 한다. 기사는 버스가 출발한 지 10초 뒤 좌우를 두리번거리는데 그때야 이 문제를 안 것으로 보인다고 서울시는 밝혔다.
▶부정확한 사실에 기초한 고발이 대중의 분노에 불을 붙이고 애꿎은 피해자를 만드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자극적인 먹잇감만 생기면 집단최면 걸린 듯 달려들어 몽둥이질을 해대는 것이 사이버 세상의 병리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발달로 이제 누구나 다 자기 매체를 갖게 된 시대다. 무책임하고 불성실한 글 하나가 누군가를 죽이는 흉기가 될 수 있다.
-최원규 논설위원, 조선일보(17-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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