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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명품 그룹의 민낯] [가짜 명품족] ....

뚝섬 2025. 5. 29. 07:08

[세계 최대 명품 그룹의 민낯]

[가짜 명품족]

[명품백, 자고나니 100만원 올랐다… ‘호구시장’ 한국]

[만질 수 없는 명품 가방]

 

 

 

세계 최대 명품 그룹의 민낯 

 

서울 도심의 한 루이비통 매장의 모습./뉴스1

 

세계 최대 명품 그룹으로 꼽히는 프랑스 기업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가 국내에서 잇따라 구설에 오르고 있다. “터무니없이 비싸다” “가격을 또 올렸다”처럼 명품 기업에 늘 따라붙는 소비자들의 볼멘소리가 아니다.

 

LVMH의 핵심 브랜드인 디올은 지난 13일 국내 소비자들에게 정보 유출이 발생했다고 공지했다. 정보 유출이 발생한 게 1월이었는데, 디올이 상황을 파악한 건 그로부터 100일이 지난 뒤였다. 피해자들에게는 6일이 더 흐르고 알리기 시작했다. 개인 정보 유출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지만, 충성도 높은 소비자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디올 사태가 발생한 지 2주가 채 안 된 26일, 이번에는 보석 브랜드 티파니에서 개인 정보 유출이 일어난 사실이 알려졌다. 미국을 대표하는 보석 브랜드 티파니 역시 LVMH 산하다. 티파니코리아는 개인 정보 유출 피해 고객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최근 사이버 보안 사고가 일어났음을 인지했다”며 “한국인 정보 주체의 개인 정보가 일부 유출됐음을 확인했다”고 썼다. 세계 최대 명품 그룹이 기업 경영의 기본 중에 기본으로 꼽히는 보안 관리에서 잇따라 문제를 드러낸 것이다. 유통 업계의 한 인사는 “화려해 보이는 명품 제국 LVMH가 민낯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에서 유출된 개인 정보에는 이름, 전화번호뿐 아니라 명품 소비자들 입장에서 특히 민감할 수 있는 구매 데이터까지 포함됐다. 같은 그룹 산하 브랜드답게 두 회사는 국내 언론에는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다.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남겼지만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티파니는 26일 본지 보도로 고객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하루가 지나 기자에게 “고객 정보의 보호와 보안은 티파니의 최우선 사항이며, 이번 사안으로 인해 불편이나 우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는 이메일을 보내왔다. 디올 고객 센터에 전화를 하니 “추가적인 설명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신념을 실천하고 있는 것일까.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소비자들이 지갑을 연 덕분에 LVMH는 코로나 시절 호황을 누렸다. 디올은 지난해 국내에서 매출 9453억원, 영업이익 2266억원을 기록했다. 티파니코리아는 매출 3779억원, 영업이익 215억원을 올렸다.

 

5000만원에 파는 가방의 원가가 200만원이라고 하더라도 소비자가 찾으면 그만이다. 그게 시장 논리다. 동시에 어떤 기업이든 소비자에게 피해를 끼쳤다면 개선하도록 애쓰는 것도 시장 논리이자 기업의 도리다. 명품 기업의 한국 지사는 판매와 마케팅에 집중하느라 보안에 구멍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그건 그 기업 사정이다. 고객의 개인 정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기업, 사태가 발생한 뒤에도 성실히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기업 앞에 ‘명품’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겠나.

 

-석남준 기자, 조선일보(25-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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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명품족

 

“현재 시각 새벽 2시10분, 샤넬 오픈런 줄 서러 왔습니다. 지금 제 뒤로 텐트들이 있고 줄이 조금씩 더 길어지고 있어요. 원래 ‘신본’하면서 가까운 ‘롯본’도 대기 걸어놓는다는데 저는 신본만 하고 갈 겁니다.” 한 여성이 ‘샤넬 입장까지 10시간 대기’라는 제목의 영상을 유튜브에 띄웠다. 명품 구매족들 사이에서는 ‘신본’ ‘신강’ ‘롯본’ ‘압현’ 같은 말이 통용된다.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강남점, 롯데백화점 본점,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의 줄인 말이다. 유튜브나 인터넷에는 백화점 명품 매장 문 열자마자 쇼핑하는 ‘오픈런’ 경험담이 넘쳐난다.

 

▶코로나 불황에도 값비싼 명품 브랜드가 날개 돋친 듯 팔린 덕에 매출 1조원을 넘긴 백화점이 1년 새 곱절로 늘어 10곳이 됐다. 코로나 ‘보복 소비’에, MZ 세대로 불리는 2030 젊은 층까지 명품 소비에 가세했다. 샤넬은 작년에만 네 차례 값을 올렸다. 하룻밤 새 가방 값이 100만원이나 오르니 하루라도 먼저 사는 게 이득이라는 ‘샤테크’(샤넬+재테크) 심리까지 더해져 명품 소비가 폭발했다. 한정판 운동화를 사서 되파는 ‘슈테크’에 롤렉스 시계에 투자하는 ‘롤테크’도 등장했다.

 

▶지난해 중국 베이징 중앙예술원의 한 여대생이 가짜 사치품을 걸치고 부잣집 딸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21일간 호텔과 공항VIP 라운지 등에서 무전취식한 동영상을 졸업 작품으로 내놨다. 가짜 다이아 반지 끼고 가짜 명품 가방을 들고 다니면서 고급 요리가 제공되는 경매장에서 비싼 보석도 착용해 보고 공항 VIP 라운지의 공짜 음식도 즐겼다. 명품을 걸치면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대접받는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최근 넷플릭스의 이성 교제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기가 급상승한 20대 여성 유튜버가 가짜 명품을 착용하고 나온 것 때문에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유튜브 구독자 191만명, 인스타그램 팔로어 370만의 인플루언서였던 이 여성의 유튜브 계정에는 예전 화려한 영상은 보이지 않고 화장기 없는 얼굴로 나와 사과하는 영상만 달랑 떠있다. 빼어난 외모에, 금수저 가정에서 태어난 데다, 자신의 능력으로 성공해 명품만 소비하는 ‘명품 인생’처럼 포장했는데 옷과 목걸이뿐 아니라 보여진 삶 자체가 가짜였다고 의심 받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명품은 인간의 허영심을 겨냥한 산업이다. 그래서 명품을 살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을 겨냥한 짝퉁 산업도 근절되지 않는다. 명품 소비가 명품 인생을 만들어줄 것이라는 막연한 동경이 하룻밤 새 사라지는 신기루 같다는 걸 보여주는 듯하다.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22-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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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백, 자고나니 100만원 올랐다… ‘호구시장’ 한국

 

해외업체들 줄줄이 가격 인상

 

프랑스 패션업체 크리스찬 디올은 지난 18일 핸드백 주요 제품 가격을 8~20% 인상했다. 인기 제품으로 꼽히는 ‘레이디백’은 110만원이나 올랐다. 530만원이던 미니 사이즈는 20%가 오른 640만원, 미디엄 사이즈는 650만원에서 16%가 올라 760만원이 됐다.

 

명품 가격이 끝없이 오르고 있다. 새해 들어 각 업체가 잇따라 가격을 기습적으로 올리고 있고, 올렸다 하면 기본이 두 자릿수 인상률이다. 업체들은 “통상 연초에 환율·관세 변동에 맞춰 가격을 조정하는 데다 원자재 값과 물류비, 인건비가 뛰어 가격을 올렸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들은 그러나 “명품 업체들이 구매 심리를 자극하기 위해 갈수록 더 자주, 더 기습적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명품 가격, 왜 계속 오르기만 하나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샤넬은 지난 14일 일부 핸드백 제품 가격을 최대 17%까지 갑자기 올렸다. 인기가 많은 코코핸들 미디엄 사이즈는 610만원에서 677만원으로 11%가 올랐다. 샤넬이 가방 가격을 올린 건 작년 11월 이후 두 달 만으로, 앞서 작년 7월에도 가격을 올렸다. 서너 달에 한 번꼴로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패션 업체 프라다는 작년 한 해에만 가격을 여섯 차례 올렸다. 작년 말인 지난달 17일에도 주요 가방 가격을 5~10% 올렸다. 영국 패션 업체 버버리도 오는 25일부터 주요 제품 가격을 10% 올리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 시계 업체 롤렉스도 지난 1일 주요 제품 가격을 10~16% 인상했다.

 

업체들은 환율·관세를 반영한 가격 조정이라는 입장이다. 디올이 속한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LVMH) 관계자는 “보통 연초에 가격을 조정하는데, 물류비·인건비 상승에 맞춰 필요에 따라 가격을 추가로 조정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그러나 환율·관세나 물류비에 따른 인상이라고 보기엔 가격 인상이 지나치게 잦고 인상 폭이 크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회원 수 60만명의 한 명품 커뮤니티엔 지난 19일 “가격을 올린다고 미리 공지도 하지 않고 하룻밤에 100만원씩 올리니 눈뜨고 코 베인 격”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일부에선 가격이 오를수록 더 사고 싶어 하는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를 악용한 상술이라고 비판한다. 갖기 힘들수록 더 손에 넣고 싶어 하는 심리를 이용해 업체들이 배짱 영업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 같은 상술과 가격 인상 심리에 길들여진 일부 소비자는 명품 업체들이 예외적으로 가격을 내리는 경우 오히려 반발할 정도다. 펜디는 작년 초 베스트셀러 제품인 바게트백 미디엄 사이즈 가격을 398만원에서 375만원으로 내렸으나 ‘가격이 내려갈 줄 모르고 비싸게 샀다’는 고객 항의로 곤욕을 치렀고, 샤넬도 지난 2015년 일부 제품 가격을 내렸으나 소비자 항의 전화가 빗발쳐 고객센터가 마비되는 사태를 겪었다.

 

◇뛰어도 줄 서도 사는 ‘호구’ 시장

 

지난달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유로모니터는 2021년 우리나라 명품 시장 규모는 141억6500만달러(약 15조8800억원)로 전 세계 7위라고 밝혔다. 본래 명품 주요 소비자인 40~50대를 넘어 최근 20~30대까지 시장이 확장된 결과다.

 

업체들이 가격 유지를 위해 공급을 거의 늘리지 않는 상태에서 수요는 자꾸 커지니 제품 구하기는 갈수록 ‘하늘의 별 따기’다. 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뛰어 들어가 제품을 구매하는 소위 ‘오픈 런’ 현상이 심해지는 이유다. 실제로 크리스찬 디올이 제품 가격을 올린다는 소문이 돌자, 지난 15일~16일 각 백화점 매장엔 제품을 사려는 이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도 “이러니 한국 소비자가 호구라는 소리를 듣는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명품 소비가 크게 늘면서 제품에 웃돈을 붙여 소비자에게 되파는 소위 ‘리셀러’들이 기승을 부리는 것도 최근 명품 가격이 왜곡된 원인으로 꼽힌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리셀러를 가려내기 위해 백화점 매장마다 제품을 판매하면서 신분증을 확인하고 있지만, 매일 수백명씩 찾아오는 리셀러를 차단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송혜진 기자, 조선일보(22-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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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질 수 없는 명품 가방

 

[윤대현의 마음 속 세상 풍경]

 

팬데믹 상황에서 새로운 소비 행동을 경험하고 있다. 일반적으론 재해 상황에선 생필품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감에 ‘패닉 바잉(panic buying)’이 일어난다. 요즘은 명품 구매나 고급 음식점을 방문하는 소위 ‘분노 소비’ 행동이 이슈가 되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명품을 사려는 사람들이 명품 매장 앞에 길게 줄을 선 모습이 보도됐다. 상식적으로 코로나 전염에 대한 공포로 사람을 멀리하게 되고, 경제적으로도 넉넉지 않은 시절이라 명품 소비가 줄어들 것 같은데, 정반대 현상이 일어나는 셈이다. 대출받아 고급 음식점에서 분노 소비를 즐기는 인플루언서의 동영상도 인기다.

 

신조어인 분노 소비를 ‘퇴행’이란 심리 반응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지나치면 병적 퇴행에 의해 중독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적절한 수준의 ‘건강한 자아의 통제하에서의 퇴행(regression in the service of ego)’은 지친 마음에 잠시 쉼을 줄 수 있다. 모범생의 삶은 훌륭하지만 피곤한 면이 있다가끔은 나에 대한 통제의 끈을 잠시 풀고 조금은 유치하고 어린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은 마음이 스스로를 위로하는 한 방법이다. 적당한 분노 소비라면 잠시 현실을 잊고 내가 사고 싶은 물건의 가치에 나를 동일시하면서 잠시 불안정한 정체성에 위로를 주는 행동이라 이해할 수 있다.

 

한편,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명품 가방이 한 가상현실의 메타버스(metaverse) 플랫폼에서 500만원 가까운 가격에 팔렸다고 한다. 새로운 결의 소비 현상이라 느껴진다. 만질 수 없는, 오직 가상 세계에서만 존재하는 가방의 가치가 고가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메타버스 기술은 ‘디지털 치료제’라 불리는 새로운 치료 영역에도 접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전쟁 트라우마가 있는 경우 공포스러운 기억을 가상현실로 구현하여 점진적으로 스트레스 반응의 강도를 줄이려는 연구 등이 진행되고 있다.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는 마음의 기능을 ‘현실 검증력’이라 한다. 현실 검증력에 병적인 문제가 생길 때 환상을 현실로 믿는 ‘망상'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에 감동하는 것은 현실 검증력의 방어를 조금은 낮춰 가짜 현실에 몰입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마음 안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영화를 가짜 이야기라고 거리를 두고 본다면 감동할 수 없다.

 

팬데믹이란 현실의 스트레스 상황이 새로운 가상의 디지털 공간에서의 또 다른 나, 즉 디지털 부캐(부캐릭터)를 통한 내 정체성의 충족감을 더 강하게 추구하게 되는 한 요인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조선일보(21-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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