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컴백 '보안 전쟁']
[성남의 ‘이변’이 만들어갈 억강부약의 대동세상]
[유머의 정치인 레이건]
청와대 컴백 '보안 전쟁'
1980년대 모스크바 주재 미 대사관 건물에서 도청 장치가 3000여 개 발견됐다. 러시아가 벽·바닥 등에 몰래 심어놓은 것이다. 논란이 끊이지 않자 미 정부는 아예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지었다. 건축 장비·자재·설비·컴퓨터·가구에 콘크리트까지 미국에서 가져와 미 해병대가 시공했다. ‘보안 건축’ 원칙은 전 세계 미 대사관에 적용됐다. 30cm 삼중 방탄유리와 도청·전자파 방지 장치로 둘러싸인 런던의 미 대사관은 ‘10억달러 요새’로 불린다. 러시아도 미 FBI의 도청을 피하기 위해 자국 기술자와 자재로 워싱턴에 ‘방첩 대사관’을 지었다.
▶2012년 러시아 크렘린궁에서 도청·녹음 장치가 다수 발견됐다. 이듬해 독일 메르켈 총리의 휴대폰이 미 국가안보국에 10년간 감청된 사실이 드러났다. 프랑스 대통령들의 통화 내용도 도청됐다. 2015년 중국에선 시진핑 주석 등 고위층에 대한 디지털 감청 의혹이 불거졌다. 호주 정부 청사에선 중국에 의한 도청용 주파수 송출 정황이 포착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별장 마러라고엔 중국계 여성 스파이가 침입했다. 각국은 정상 집무실과 주요 부처에 전면 보안 점검과 함께 무선 주파수 차단, 재배선, 통신망 검열, 완전 차단 회의실 설치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서 도청 및 통신 회선 복제 정황이 발견됐다. 국정원 보안팀이 투입돼 수주일간 고강도 보안 점검을 했다. 윤석열 정부의 용산 대통령실 입주 때는 기존의 CCTV와 인터넷·전화선을 모두 교체하고 각종 도·감청 보안 조치를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를 보수해 최대한 빨리 용산에서 옮겨 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보안이 걸림돌이다. 청와대는 지난 3년간 일반에 관광지로 개방돼 있었다. 지금까지 700여 만명이 관람했고 외국인도 70만명이 넘는다. 중국·러시아·북한 등의 첩보원도 당연히 끼어 있었을 것이다. 건물 내부와 각종 시설물에 도청·추적·통신 장치를 몰래 설치했다면 큰일이다. 사전 보안 조치가 필수적이다.
▶경호실은 최근 비공개 점검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각 건물 벽·천장·전등, 외부 조경물·나무 등에 대해 일일이 무선·광학·음향·금속 탐지 검사를 하고 통신·전력선과 보안 시스템까지 재설치하려면 서너 달은 걸릴 전망이다. 본관·관저·비서동 보수도 필요하다. 국민 관광지를 빼앗아 다시 구중궁궐로 만들려 하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일부에선 관저 대신 다른 공관이나 안가를 쓰자는 얘기도 나온다.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배성규 논설위원, 조선일보(25-06-05)-
______________
성남의 ‘이변’이 만들어갈 억강부약의 대동세상
[김순덕 칼럼]
이변 많은 이재명 대통령 별명 ‘이변’
강자 억눌러 약자 돕는 ‘이재명 사상’
압도적 다수 민주당보다 강한 권력 있나
대통령 권력 분산시키면 대동세상 올 듯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흰색과 짙은 붉은색, 파란색이 조화를 이룬 넥타이가 시선을 끌고 있다. 2025.06.04. 국회사진기자단
성남 시민운동 시절 이재명 대통령의 별명은 ‘이변’이었다. 이 변호사의 줄임말이지만 인생을 살면서 이변(異變)을 많이 일으켰다는 의미도 들어 있다. 2017년 자전적 에세이 ‘이재명은 합니다’에 쓴 내용이다. 성남 시장통 단칸방에 살던 소년공이 변호사가 되고, 시민운동을 하다 벽에 부딪히자 성남시장에 당선돼 뜻을 이루고, 마침내 대통령이 된 것보다 더 큰 이변이 있을까 싶다.
이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 49.42% 역시 이변이다. 1728만7513표로 대선 최다 득표수지만 절반을 넘기진 못했다는 점에서다. 이번 대선의 큰 의미는 12·3 계엄 심판이었다. 두 달 전 갤럽 여론조사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이 57%,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파면 결정 뒤엔 ‘잘된 판결’이 69%였다.
이에 비하면 이 대통령의 49.42%는 계엄 심판 정서를 온전히 담아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 압도적 의회 권력을 확보한 채 국민 주권의 명분 아래 사법부까지 위협하는 대통령에 대한 견제 심리가 과반수 미만 득표율로 드러났다고 봐야 한다.
다행히 이 대통령은 4일 취임사에서 공존과 통합의 가치를 말했다.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DJ)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겠다”며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를 천명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김영삼 정부 공보처 장관을 지낸 오인환은 2023년 저서 ‘박정희의 시간들’에서 “실용주의자인 박정희는 경제 리더십으로 5000년 가난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 쿠데타 일인자들과 달랐다”고 했다.
이번 기회에 박정희 유신독재의 잔재도 이 대통령이 청산해 주었으면 한다. 윤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가 박정희 유신의 망령인 것처럼 이 대통령의 아픔 역시 박정희 독재의 마지막 유산이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가 1976년 정착한 경기 성남 상대원동은 개발독재 시대 서울 청계천 같은 판자촌에서 집단 이주해 온 철거민들로 북적대던 곳이다. 1960년대 말 14만 명이 옮겨간 경기 광주 대단지엔 상하수도 시설도, 일자리도 없었다. “굶주림에 XX를 삶아 먹었다”는 흉흉한 풍문이 나도는 가운데 1971년 일부 주민들이 일자리를 요구하며 시위하는 ‘광주 대단지 사건’이 벌어졌다. 이후 주민교회가 생기고 도시빈민운동과 산업선교가 활발해지고 경기 동부 등 운동권이 집결하면서 성남은 시민운동의 메카가 됐다. 이변의 대통령 등극은 사실상 박정희가 낳은 성남시민운동의 ‘청와대 입성’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이변인 셈이다.
성남공단 소년공 시절,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와 힘든 노동과 구타에 고통받았던 것도 군사문화 탓이 컸을 것이다. 장애까지 입은 때문인지 그는 성남시장 때도, 경기도지사 때도, 심지어 4일 새벽 대통령 당선인 인사 때도 “이재명이 꿈꿨던 강자의 폭력을 제지하고, 약자를 보듬어서 모두가 함께 사는 억강부약(抑强扶弱)의 대동(大同)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다.
좋은 말씀이지만 억강부약은 삼국지 위지(魏志)에 나오는 구절이고, 대동 세상은 공자가 꿈꿨던 유토피아다. 공장 간부들 때려주고 싶다는 소년공 때 심정처럼, 부자 재산 빼앗는 임꺽정 얘기처럼 요즘 시대에 맞는다고 보기 어렵다. 굳이 이 대통령이 강자를 억누르겠다면 압도적 다수 권력인 더불어민주당부터 제어해 주기 바란다. 양보와 타협의 정치가 살아나면서 민주당이 사법부 독립을 무너뜨린다는 국민 불안도 가라앉을 수 있을 것이다.
강한 것으로 치면 이 나라에서 대통령 권력보다 강한 건 없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위주의적 권력을 분산시킨다면, 지금의 한국이 원하는 억강부약의 대동 세상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 박정희가 남긴 정경유착 부정부패 지역감정 강성노조와 함께 내로남불 같은 엘리트의 천민성과 타락성도 이 대통령이 처리해 주었으면 좋겠다. 안타깝지만 대통령 박정희부터 사생활에서 모범을 보이지 못해 측근의 환멸을 샀다고 오인환은 지적했다. 대통령은 공사 구분뿐 아니라 사생활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 대통령은 DJ 정책도 쓰겠다고 했다. 북한과의 대화 협력뿐 아니라 포용력과 폭넓은 인사 기용도 배웠으면 한다. DJ 집권 초 민주화운동 인사들과의 만찬에서 한 참석자가 “청와대는 감옥 같은 곳이지요”라고 했다. 자유롭지 못하고 바깥세상 돌아가는 것을 모른다는 의미였을 터다. 유머로 유명했던 한승헌 감사원장이 이의를 제기했다. “감옥은 들어갈 때 기분 나쁘고 나올 때 기분 좋은 곳인데, 청와대는 들어갈 때 기분 좋고 나올 때 기분이 안 좋으니 정반대 아닙니까?” 대통령 내외도 폭소를 터뜨렸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들어갈 때도, 나올 때도 기분 좋기를 바란다. 실패한 대통령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김순덕 칼럼니스트, 동아일보(25-06-05)-
______________
유머의 정치인 레이건
나는 2004년 6월 5일 미국 워싱턴 D.C. 워싱턴힐튼호텔 앞에 서 있다. 바로 이 자리에서 1981년 3월 30일 오후 2시 27분쯤, 미합중국 제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이 총격당했다. 범인 존 힝클리 주니어는 영화배우 조디 포스터에게 관심을 끌기 위해 이런 짓을 저질렀다고 자백(?), 아니, 고백(告白)했다. 어쨌든, 레이건 대통령은 1981년 그날 그 시각이 아니라, 2004년 오늘 향년 93세로 자연사했다. 총알은 맞아도 살 방도가 있지만 세월이 데려오는 죽음은 절대로 피할 수가 없다. 탁발(托鉢) 승려도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흐얀도.
누구에게 미국 대통령 레이건은 천사이거나 또 누군가에게는 악마일 수 있다. 갖가지 모습 가운데 레이건은 ‘유머(humor)의 정치인’이었다. 심장 2.5cm 옆에 박힌 총탄을 빼내려 수술대에 오르기 전 의료진을 보고는, “여러분이 모두 공화당원이어야 될 텐데”라고 말했다. 의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대통령님. 오늘은 우리 모두가 공화당원입니다.” 산소 호흡기를 낀 레이건은 메모지를 달라고 한 뒤 “내가 지금처럼 큰 관심을 할리우드에 있었을 때도 받았더라면 거기 계속 있었을 텐데요”라고 적었다. 마취에서 깨어나서는, “도대체 그 친구(총격범), 뭐가 불만이었대?”라고 했다.
사건 두 달 후 레이건은 베를린에서 연설을 했는데 관중 속에서 풍선이 터져 총소리 같았다. 레이건 대통령은 태연히 “못 맞혔어(Missed me)”라고 피식, 한마디 던지고는 연설을 이어갔다. 폭소가 환호가 됐다. 1984년 민주당 후보 월터 먼데일과 벌인 2차 대선 TV 토론에서 사회자가 레이건에게 너무 나이가 많아 직무 수행에 문제가 없겠냐고 묻자 “저는 상대 후보가 너무 젊고 경험이 부족하다는 걸 절대 정치적으로 공격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받아쳤다. 웃음바다 속에서 먼데일도 웃었고, 레이건은 사상 최대 압승을 했다.
힝클리 주니어는 정신병원으로 이송되었다가 2016년 9월 석방돼 가수가 되었다. 자작곡을 업로드하며 정식 앨범도 있다. 소설가로서 자괴감이 든다. 소설은 현실을 못 따라간다.
-이응준 시인·소설가, 조선일보(25-06-05)-
______________
○ 살인·방화 등 노인 강력범 증가. ‘일흔이면 마음 가는 대로 해도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데, 마음이 청춘이니….
-팔면봉, 조선일보(25-06-05)-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時事-萬物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용, 통합, 양보" 李 대통령 취임사 지켜지길] .... (3) | 2025.06.05 |
---|---|
[백악관, 韓 대선 뒤 “中 영향력 우려”… 美 경계심 해소 급하다] .... (4) | 2025.06.05 |
[필사적인 필사… "나를 바꾸고 싶다"] ['기업 2류, 정치 4류'… ] (4) | 2025.06.05 |
[광복 80주년, 대한민국이 선 자리] [한국은 끝났다?… ] (5) | 2025.06.04 |
[국힘 해체 수준으로 보수 정치 재탄생해야] .... (1) | 2025.0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