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진보도 보수도 아닌 상식과 염치를 원합니다] [국민의힘 사라지면.. ]

뚝섬 2025. 8. 1. 08:12

[진보도 보수도 아닌 상식과 염치를 원합니다]

[국민의힘 사라지면 '2030 보수'가 온다]

[올드보이의 귀환이 신선하려면]

 

 

 

진보도 보수도 아닌 상식과 염치를 원합니다

 

콜드플레이 공연 중 불륜이 들통난 커플
고개 숙이거나 숨고 회사에서는 물러났다

해괴한 논리로 잘못을 변호하는 인사청문회
지저분하고 부끄러운 몰상식·몰염치의 행진
늘 봐야 하는 대중의 정신 건강은 온전할까

 

새 정부 각료 후보들의 인성과 자질을 둘러싼 여러 논란이 한창일 무렵, 미국은 록밴드 ‘콜드플레이’ 콘서트의 소위 ‘키스캠(Kiss Cam) 스캔들’로 아주 시끄러웠다. 콘서트 현장에 모인 관중 중 커플을 카메라가 무작위로 찍어 12m 대형 스크린에 비추는 이벤트를 했다. 이때 공교롭게 한 회사 대표의 불륜 현장이 찍혀버린 것이다. 13억달러 규모 인공지능 스타트업 회사인 아스트로노머 대표 앤디 바이런이 같은 회사 최고 인사 책임자 크리스틴 캐벗과 다정하게 함께 있는 장면이 날것 그대로 3만명 관중 앞에 노출되었다. 노출된 시간은 단 16초. 커플은 당황하며 황급히 얼굴과 몸을 숨겼지만, 그 정도면 전 세계로 생중계되고도 남을 시간이다.

 

그 후 변화는 거의 빛의 속도로 일어났다. 불륜을 들킨 것보다 더 무서운 건 인터넷에서 퍼져나가는 것이다. 피 냄새를 맡은 인터넷은 쉬지 않고 밈을 만들어 퍼뜨리고, 온갖 패러디물이 꼬리를 물었다. 재빨리 티셔츠와 머그잔을 만들어 파는 사람도 나타났다. 불륜을 저지른 바이런의 아내는 사건 직후 모든 소셜미디어에서 자신의 성 ‘바이런’을 지우고 남편과 함께한 사진을 모두 삭제하고 침묵 모드로 들어갔다. 피해자인 아내를 위로하는 댓글이 봇물 터지듯 달렸음은 말할 것도 없다. 또 다른 불륜의 당사자인 크리스틴 캐벗은 회사에서 무기한 휴직 처리되었고 다시 돌아올 기약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건이 벌어진 사흘 후 회사는 이사회를 소집해 물의를 일으킨 대표의 사표를 수리했다.

 

대형 스크린에 커플을 노출시킨 카메라는 그 둘의 사적 장면을 공적 텍스트로 변환해 여론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언론과 기능이 유사하다. 부끄러운 모습이 만천하에 드러나자 그들은 고개를 숙이거나 숨고, 회사에서는 물러났다. 만약 그들이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자신들의 행위는 불륜이 아니라거나 관행이라는 등의 궤변을 늘어놓으며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출근한다면 어떨까. 심지어 어떤 조직적 세력이 그들의 불륜을 감싸고 변호하며 오히려 비난하는 사람들을 역공한다면 잘못이 뒤집히기라도 할까. 그런 그들이 영향력 있는 사회 지도층이라면 그런 장면을 대형 스크린으로 매일 바라보는 대중의 정신 건강은 온전할까.

 

고위급 인사의 청문회가 진행될 때마다 지저분한 장면에 놀라고 실망하는 일에 이골이 난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루하게 반복되는 ‘키스캠 스캔들’을 매번 경험한다. 콜드플레이 경우를 보며 세상은 그리 복잡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잘못한 사람은 염치가 있어야 하고, 부끄러우면 물러나는 게 상식이다. 콜드플레이 콘서트의 그 불륜 커플처럼. 그래야 회사가 온전하고 사회가 건전해진다.

 

자유 언론 무용론도 생각해 보았다. 아무리 언론이 자유로워도 정부가 귀를 막고 권력이 그에 반응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 잘못을 드러내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불법을 드러내도 처벌하지 않는 사회라면, 언론도 곧 시들해질 것이다. 자유주의 언론은 권력을 비판하고, 권위주의 언론은 권력에 협조한다. 권력이 언론 보도에 무반응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들에게 협조하도록 길들이고 비판 언론을 탄압하는 사회를 전체주의 사회라고 한다. 중국이나 북한이 이 범주에 속한다.

 

거센 여론의 압박에 일부 후보는 지명 철회되고 일부는 자진 사퇴한 걸 보면, 다행히도 아직 우리나라는 중국이나 북한 쪽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사회 요직 곳곳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여러 인사의 몰상식과 몰염치의 행진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명백한 잘못이 나와도 해괴한 논리로 변호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있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어떤 비열한 행동도 상식의 기준을 넘어서 무한 관용으로 감싸는 세력이 있다. 그들의 방식은 극단적이고 무조건적이며 언어는 저급하다. 그런 사람들이 그냥 일반인이면 좋겠는데, 불행히도 유명인이라 대형 스크린에 매일 떠서 대중은 할 수 없이 그들을 봐야 한다. 뉴스 회피를 넘어 뉴스 혐오 현상을 불러올까 걱정이 된다.

 

정치인의 언어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보수 쪽 인사들과 진보 쪽 인사들이 서로 다른 언어 체계를 갖고 있다고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보수주의 성향의 사람들은 확실성과 안정에 무게를 두고 변화에 저항적이며 권력이나 전통을 옹호하는 언어를 자주 구사한다고 한다. 이에 비해 진보주의 성향의 사람들은 자비심이나 자선, 선행에 호소하는 언어를 즐겨 사용한다. 각기 다른 이념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행복에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연구한 또 다른 학자는 보수주의자들은 행복을 알리고(report) 진보주의자들은 행복을 과시한다(display)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언어의 프레임 효과 연구로 유명한 조지 레이코프 같은 언어학자는 보수주의자들의 언어 프레임 능력이 뛰어나서 진보 진영의 언어들을 뒤집는 사례들을 제시하며, 그 배경으로 수많은 보수 싱크탱크의 역할을 지적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보수 쪽 프레이밍 실력이 월등한 모양이다. 보수주의자들의 언어가 훨씬 단순 명료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단순하면 보수, 복잡하면 진보라는 것이다.

 

진보나 보수를 막론하고 우리나라 정치 언어를 이해하는 데 이런 연구들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적용할 사례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연구는 극단주의자들의 언어 특징으로 억제, 망설임, 분노, 염려, 욕설, 죽음 관련 언어를 지적한다. 막말과 욕설, 비아냥거리는 말과 저주를 아무렇지도 않게 남발하는 우리 정치는, 적어도 언어 사용 면에서는, 보수도 진보도 아닌 극단주의에 가깝다. 사상이란 염치와 상식을 갖춘 인간에게서나 기대해 봄직한 것이다.

 

-박성희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한국미래학회 회장, 조선일보(25-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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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사라지면 '2030 보수'가 온다

 

[朝鮮칼럼]

사이비 보수 유튜버들과
종교 집단이 기웃거리는
'좀비 정당'엔 답 없어

역설적이나 희망 생겼다
공정 경쟁 지지하는 2030
그들이 보수를 이끌 것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장련성 기자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요즘 국민의힘이 딱 그렇다. 7월 24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 지지율이 17%를 찍었다. 민주당은 43%, 이재명 대통령은 60%를 넘나들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언론에서도 국민의힘 기사가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선 후 열을 내며 개혁을 독촉했지만, 이젠 그런 성화도 지친 것이다. 그래서 국민의힘은 고쳐 쓸 수 없는 당이고, 미래가 안 보이는 게 아니라 아예 미래가 없다고도 한다. 늙은 건물주와 한물간 판검사의 당’이라는 조롱도 들린다.

 

국민의힘은 대선보다 대선 이후 더 크게 지고 있다. 유례없는 총선 3연패에 대선도 지고, 당 출신 대통령이 두 명이나 탄핵됐는데, 개혁은 변죽만 울리고 단 한 걸음도 나가지 못했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고, 모두가 혁신의 객체이면서 주체”라는 송언석 비대위원장의 말은 길이 남을 명언이다. 이렇게 된 데는 누구도 책임이 없고, 따라서 청산이나 개혁도 없다는 걸 이렇게 우아하게 말하기란 쉽지 않다. 국민의힘 내부에 팽배한 ‘졌잘싸’도 유치한 정신 승리다. 국민의 회초리를 이렇게 맞고도 이처럼 막무가내로 버티면 좀비 정당이 틀림없다. 정당으로서 생명이 다한 것이다.

 

국민의힘이 왜 이 지경까지 됐나. 윤석열, 전광훈, 전한길, 세 사람이 먼저 눈에 띈다. 모두 보수 진영을 오른쪽 끝까지 끌고 간 주역들이다. 비상계엄을 감행한 눈먼 검객이거나, 그걸 계몽령으로 옹호한 선지자들이기도 하다. 지금 국민의힘 내의 찬탄·반탄, 찬길·반길 논란도 결국 이들을 둘러싼 분란이다. 그런데 최근 전한길씨는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할 것인지 계속 함께할 것인지 공개 질의서를 보낼 것”이라며, ‘국민의힘 내 프락치 축출’을 주장했다. 일종의 이단재판을 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민주 정당에서 기가 막힌 일이다. 그런데도 당 대표 경선에 나선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씨를 포용해 “용광로 같은 단합을 이뤄야 한다”고 했다. 장동혁 의원도 전씨가 문제가 아니라 “내부 총질자들에 의해 당이 극우 프레임에 빠지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에 대한 국민적 판단은 이번 대선으로 일단락됐다. 논란이 많았지만, 헌법재판소의 판결도 가이드라인이다. 헌재 판결은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재와 횡포를 인정하면서도, 해결 방법은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조율되고 해소되어야 할 정치의 문제”라고 보았다. 그런 관점에서 비상계엄은 “민주정치의 전제를 허무는 것으로, 민주주의와 조화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헌재 판결에 큰 국민적 저항은 없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아직 정당 차원에서 그걸 못 받아들인다. 12·3 비상계엄과 그 이후 사태에 책임지는 인적 청산도, 당 개혁도, 새로운 정치적 비전도 없다. 아직도 비상계엄과 탄핵이란 허깨비와 사투 중이다. 헌재가 지적한 민주정치와 민주주의 문제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역사적이고 이념적이다. 한국 보수의 실천 이념은 반공·애국·친미였다. 하지만 탈냉전 후, 그리고 선진국 반열에 오른 오늘날 그 이념은 별 호소력이 없다. 자유민주주의·법치주의·인권 같은 훌륭한 정통 보수 이념이 있지만, 국민의힘을 그 이념의 대표자로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민의힘 홈페이지를 보면, 당의 역사는 1997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부터다. 이승만, 박정희가 없다. 보수 정당의 역사에서 건국과 산업화가 사라진 것이다. 국민의힘에는 과거도, 미래도 없고, 그냥 현재만 있다. 한마디로 이념의 진공 상태다. 사이비 보수 유튜버들과 종교 집단이 기웃거리고, 당 스스로 그 유혹에 빠져 끌려다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심지어 대통령조차 그랬다. 떴다방처럼 당명을 바꾸고, 스타 마케팅으로 그 공허를 버텨왔지만, 이제 한계에 달했다. 도저히 대통령이 될 수 없는 상대가 승리했다는 건 국민의힘은 아예 답이 아니라는 뜻이다.

 

역설적이지만, 그래서 보수에 희망이 생겼다. 국민의힘이 사라지면 새로운 세대가 떠오를 것이다. 2030이라는 새로운 보수다. 4050은 확고한 진보다. 하지만 조국, 강선우 의원처럼 부모 찬스, 갑질이 득세하고, 국민지원금이나 뿌리는 진보는 2030세대의 대안이 아니다. ‘2030보수’는 닥치고 평등보다 공정한 경쟁을 지지하는 반사회주의 우파다. 전교조 대안으로 등장한 2040 MZ세대의 교사노조, 서울교통공사의 제3노조 ‘올바른 노조’가 그들이다. 호남 젊은 층에도 그런 보수가 생겼다. 보수의 겨울이 혹심할수록, 두꺼운 얼음장 밑에는 새 희망이 들끓고 있는 게 느껴진다. 그 열망과 함께 가는 정치 세력이 미래의 보수를 이끌 것이다.

 

-김영수 영남대 교수·정치학, 조선일보(25-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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