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휴면' 들어가는 한미 FTA] [트럼프를 움직인 2가지… ] ....

뚝섬 2025. 8. 2. 06:23

['휴면' 들어가는 한미 FTA]

[트럼프를 움직인 2가지… ‘마스가’와 ‘리스펙트’]

[13년 만에 FTA 사실상 폐기… 소나기 피했지만 새 시장 뚫어야]

 

 

 

'휴면' 들어가는 한미 FTA

 

과격하기로 악명 높은 한국 국회의 여야 충돌에선 최루탄이 터지기도 하고, 해머와 ‘빠루(노루발 못뽑이)’ 같은 건설 장비가 동원되기도 했다. 이 ‘흉기’들이 등장한 장면들의 공통점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다. 2008년 한나라당이 국회 외통위에 한미 FTA 비준안을 상정하려 하자 민주당 당직자들이 해머를 들고 와 출입문을 부쉈다. 한미 FTA를 저지하겠다며 빠루와 전기톱도 동원했다. 한미 FTA 비준안이 본회의에 상정됐을 때는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최루탄을 터트려 본회의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한미 FTA는 온갖 산고를 겪은 끝에 탄생했다.

 

한미 FTA는 ‘경제 영토 확장’을 내건 노무현 정부가 시작했고, 이명박 정부가 이어받아 완성했다.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한미 양국 국회에서 비준안이 통과돼 2012년 3월 발효됐다. 그 과정에서 국회 난동보다 심각한 사회적 후유증도 남겼다. 광우병 파동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한미 FTA의 속도를 내기 위해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 조건을 완화하자 일부 언론이 사실과 다른 ‘인간 광우병’ 문제를 보도하면서 한동안 온 나라를 괴담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

 

한미 FTA는 두 나라에 모두 이익을 안겼다.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2011년 117억달러에서 지난해 660억달러로 늘었다. 발효 후 10여 년간 한국은 연평균 100억달러의 추가 흑자를 얻었다. 우리만 덕본 게 아니다. 발효 후 작년까지 한국이 미국에 투자한 돈이 1300억달러, 미국 진출 한국 기업이 1만5000곳이 넘는다.

 

▶한미 FTA는 광우병만큼이나 트럼프와도 악연이다. 트럼프는 1기 때 한국을 불공정 흑자국으로 지목하고,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했다. 한국 협상팀은 픽업트럭 수출 관세에서 양보하는 등 협상 카드를 내밀어 FTA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트럼프 2기에 닥친 ‘관세 쓰나미’는 결국 넘지 못했다.

 

이번 관세 타결로 ‘상호 무관세’가 무너져 한미 FTA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미국은 여전히 한국에 무관세로 수출하는데, 우리는 15% 이상 관세를 물게 됐다. 그래도 일부 국가가 현행 관세율에 상호 관세율을 추가하는 것과 비교해 우리는 원래 무관세였기에 그나마 FTA 덕을 조금은 봤다. 실질적으로는 효력이 사라졌지만 파기된 것은 아니다. 법적으론 여전히 유효한 조약으로 남아있다. 앞으로 미국 정치 상황 여하에 따라 한미 FTA가 휴면 상태에서 깨어날 수도 있다. 안보 동맹과 함께 한미 관계의 두 기둥을 이뤘던 ‘경제 동맹’이 부활하게 될 날을 기대한다.

 

-이인열 논설위원, 조선일보(25-08-02)-

______________

 

 

트럼프를 움직인 2가지… ‘마스가’와 ‘리스펙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분남(two-minute man)’으로 불린다. 주의력 지속 시간이 2분이라는 뜻인데, 트럼프 내각도 2분남 맞춤형으로 운영된다. 대통령에게 올리는 보고서는 5쪽 이내, 문자보다 직관적인 사진과 그림을 선호한다. 트럼프가 올 4월 국가별 관세를 발표할 땐 대형 그래픽 패널이 등장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도 한국 협상단이 제시한 가로세로 1m짜리 ‘마스가’ 패널이 돌파구 역할을 했다.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는 한국이 1500억 달러(약 210조 원) 펀드를 투자하는 미국과의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다. 한국 협상단이 투자 규모 못지않게 신경 쓴 부분이 트럼프의 정치 구호인 ‘마가(MAGA)’와 비슷한 프로젝트 이름과 구체적 내용을 한눈에 보여주는 그래픽이다. 세종시 공무원들이 만들어 보낸 그림 파일을 미국 현지에서 출력해 스티로폼 패널에 붙여 완성했다. 관세 협상의 키맨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마스가 패널을 보여주자 “그레이트 아이디어”라고 했단다.

▷트럼프 마음을 연 두 번째 열쇠는 ‘리스펙트’였다. 러트닉 장관은 면담을 앞둔 한국 협상단에 트럼프 상대법을 알려주며 “트럼프가 존중받는다고 느끼게 하라”고 거듭 강조했다. ‘리스펙트’라 말하고 ‘아부’라고 알아들었을 것이다. 정치 전문 더힐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가 주재하는 각료회의에선 ‘여기가 북한인가’ 싶을 정도의 아부 경쟁이 벌어진다. 국방장관은 “대통령이 이끄는 미군에 입대하고자 하도 많은 신병들이 몰려들어 수용이 어려울 지경”이라 보고하고,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대통령의 업적을 설명하고 싶은데 기밀 사항이라 그럴 수 없어 안타깝다”고 한단다.

 

▷일방적 관세를 얻어맞은 외국 정상들도 예외가 아니다. 트럼프를 만난 일본 총리는 “신의 선택을 받은 남자”라 했고, 이스라엘 총리는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영국 총리는 국왕의 국빈 방문 초청장을 건네며 “두 차례 국빈 방문은 한 번도 없었던 일”이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첨이야말로 돈도 들지 않으면서 트럼프에게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보도했다.

주의력 결핍에 어려운 얘기를 싫어하고 칭찬받기 좋아하는 트럼프와 회담을 준비하는 일은 ‘어린아이를 대하는 준비를 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포린폴리시). 그래도 다들 수천억 달러의 선물 보따리를 안기며 트럼프 기분에 맞추려 안달이다. 정의란 힘이 대등한 사람끼리나 통할 뿐, 투키디데스의 명언대로 ‘강자는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약자는 감내할 수밖에 없음(The strong do what they will and the weak suffer what they must)’을 절감하는 시절이다.

-이진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5-08-02)-

______________

 

 

13년 만에 FTA 사실상 폐기… 소나기 피했지만 새 시장 뚫어야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된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 백악관 캐비닛 룸에서 한국 측 협상단과 함께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운 채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지영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트럼프 대통령,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 대표,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박정성 무역투자실장,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백악관 X

 

한미 관세협상이 우여곡절 끝에 타결됐지만, 이로 인해 한국과 미국이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은 완전히 무력화됐다. 북미지역 FTA인 ‘CUSMA’를 미국과 맺고 있는 캐나다, 멕시코는 아직 협상을 끝내지 못했지만, 무관세 혜택은 종료될 것이 확실시된다. 한국을 세계 5위 수출국으로 키워준 FTA 중심의 자유무역 질서가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관세전쟁으로 인해 붕괴하고 있다.

이번 협상 타결로 한미 FTA에 따라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되던 한국산 제품에는 15%의 상호관세가 붙는다. 한국산 자동차·부품도 기존에 2.5% 관세를 물고 있던 일본·유럽연합(EU)과 같은 15% 관세가 붙어 ‘FTA 프리미엄’이 없어진다. 50% 고관세를 물어야 하는 철강업체들은 미국이란 최대 수출시장을 잃을 위기다. 반도체, 의약품에도 곧 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서 인기가 높은 K뷰티 제품, 불닭볶음면 등 K식품도 관세가 붙어 가격 경쟁력이 약화된다. 2012년 발효돼 13년간 대미 수출을 견인해온 한미 FTA가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미국은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 관세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현지 공장을 운영하는 현대자동차·기아도 수출 차종을 모두 미국 땅에서 만들긴 역부족이다. 현지 생산 비중이 일본 업체보다 낮아 관세 불이익이 불가피하다. 현대제철이 루이지애나에 제철소 설립을 준비 중이지만, US스틸을 인수한 일본제철에 한발 뒤처졌다. 캐나다·멕시코 공장에서 만든 가전제품을 미국에 수출하던 삼성전자, LG전자도 CUSMA 폐기에 따른 관세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

 

그만큼 미국을 대신할 수출시장을 찾는 일이 급해졌다. EU·동남아·남미·중동으로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가장 큰 ‘메가 FTA’인데도 일본 주도란 이유로 한국은 가입을 꺼려 왔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번에는 소나기를 피한 것이다. 근본적인 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무역으로 절대 손해 보지 않겠다며 관세를 무기처럼 휘두르는 미국의 통상 기조는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될 거란 진단이다. 기업과 정부가 10년, 20년 뒤를 내다보고 수출·산업 전략을 처음부터 새로 짜지 않고는 ‘수출 한국’의 신화를 이어가기 어렵다.

 

-동아일보(25-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