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와 强달러 다 잡은 트럼프, 다음 전략은?]
[달러와 메달, 트럼프를 춤추게 할까]
관세와 强달러 다 잡은 트럼프, 다음 전략은?
한·일·EU와 타결한 관세협상은 미국에만 유리한 '불평등조약'
弱달러 카드를 비축한 트럼프, 언제든 환율전쟁 불붙일 수 있어

한미 관세 협상안에 서명하는 트럼프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한미 관세 협상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에 서명하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X 계정에 트럼프 대통령이 문서에 서명하는 사진과 함께 한미 무역 협상이 타결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미 백악관 X
일본·EU(유럽연합)에 이어 한국이 미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했을 때 가장 충격을 받은 나라는 아마 일본이었을 것이다. 지난달 22일 일본이 세 곳 중 처음으로 상호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췄을 때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하는 국가 중 최저 세율”이라며 큰 성과로 내세웠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일본이 미국에 제공하기로 한 5500억달러 규모의 투자 펀드에 대해 “다른 나라들이 모방하기 힘든 혁신적인 자금 조달 메커니즘”이라고 추켜세웠다. 투자 펀드가 일본의 히든 카드였다는 뜻이다.
하지만 며칠 뒤 미국은 이 히든 카드로 EU와 한국을 압박해 각각 6000억달러, 4000억달러의 투자 약속을 이끌어냈다. 관세율도 일본과 똑같은 15%로 정해졌다. 일본이 애써 준비한 히든 카드가 미국의 필승 카드로 활용된 것이다.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어떤 비용도 치르지 않고 완승(完勝)을 거뒀다. 다른 나라들은 미국으로 수출할 때 15% 관세를 물어야 하지만, 미국 제품을 수입할 땐 관세를 못 물린다. 2차 대전 이후 80년간 자유무역의 원칙이던 상호 이익은 사라지고, 미국의 일방적 이익만 남게 된 것이다. 1854년 미국이 일본을 무력으로 개항시키고 체결한 ‘미·일 화친조약’처럼 제국주의 열강이 약소국을 강제로 개방하고 맺은 불평등조약과 다를 바 없을 정도다.
특히 트럼프는 미국 제조업 부활의 핵심인 철강 산업 보호를 위해 무려 50%의 관세를 예외 없이 모든 나라에 부과했다. 미국으로 철강을 수출하지 말라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트럼프의 주요 지지 기반인 러스트벨트(Rust Belt·쇠락한 공업 지대)의 옛 이름은 스틸벨트(Steel Belt·철강 지대)였다. “철강이 없으면 국가도 없다(If you don’t have steel, you don’t have a country)”가 트럼프의 지론이다.
트럼프의 최대 성과는 달러 가치를 건드리지 않고 관세를 관철한 것이다. 원래 이번 관세전쟁의 출발은 미국 무역 적자 개선이었다. 수출과 수입의 차이인 무역수지는 통화가치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달러 가치가 강해질수록 미국 무역 적자가 늘어나는 것이다. 트럼프도 무역 수지 개선을 위해 약(弱)달러를 선호한다고 공언해 왔다.
하지만 달러 가치 하락엔 부작용도 있다. 미국으로 들어오는 수입품 가격이 올라 물가를 자극하는 것이다. 물가에 민감한 정치인에겐 치명적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이번 협상에서 강(强)달러를 유지하면서 관세만으로 무역 수지 개선의 발판을 마련했다. 환율 전쟁이란 비장의 카드를 쓰지 않고 아낀 것이다. 이번에 아낀 카드는 언제든 꺼내들 수 있다. 미국 무역 적자 개선을 위해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를 희생시켰던 1985년 플라자 합의 같은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이다.
관세 협상이 마무리되자 트럼프가 약달러주의자인 스티븐 미란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장을 연방준비제도 새 이사로 지명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미란은 미 대선 직후인 작년 11월 미국의 무역·재정 적자 해소를 위해 징벌적 관세 부과와 약달러 정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이른바 ‘미란 보고서’로 주목받았다. 이 보고서에서 미란은 제2의 플라자 합의인 ‘마러라고(트럼프의 별장 이름) 합의’를 주장했다.
최근 흐름을 복기해 보면, 관세 협상은 타결됐지만 트럼프의 무역 전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제 금융 석학 배리 아이컨그린 UC버클리 교수는 “관세와 환율 정책을 결합하면 보호무역의 파괴력이 더 커진다”고 경고해 왔다. 관세전쟁이 끝났다고 안도하기보다 환율 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나지홍 논설위원, 조선일보(25-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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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와 메달, 트럼프를 춤추게 할까
워싱턴 정상회담 공략 포인트는 돈-노벨상
‘트럼프 따로, 펜타곤 따로’ 틈새 파고들면서
국방비 증액을 자강과 핵우산 강화 기회로
김정은과 협상을 ‘비핵화 굿딜’로 이끌어야
냉전 종식 이후 일극(一極)의 국제질서를 이끌던 미국이 전 세계에 ‘강대국 간 경쟁’의 시대가 왔음을 알린 것은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의 2017년 국가안보전략(NSS) 문서였다. 문서는 “이전 세기의 현상이라 묵살됐던 강대국 간 경쟁이 돌아왔다”며 미국 대외정책의 근본적 전환을 예고했다. 다만 그게 대통령의 생각은 아니었다는 게 문제였다.
트럼프가 자신의 서명이 선명한 문서를 한 번쯤이라도 제대로 읽어봤는지조차 의문이었다. 그는 오로지 ‘아메리카 퍼스트’ ‘힘을 통한 평화’ 같은 자신의 정치적 구호에만 주목했다. 중국, 러시아를 현상 타파를 노리는 수정주의(revisionist) 국가로 규정한 문서 내용과는 딴판으로 트럼프는 기자들에게 “중, 러와의 위대한 파트너십 구축”을 장황하게 얘기했다.
그처럼 트럼프 1기는 ‘대통령 따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따로, 국무부와 국방부 따로’ 제각각 굴러가면서 끊임없이 삐걱거렸다. 행정부 내 이른바 ‘어른들(grown-ups)’은 반기와 사보타지로 저항하다 해고 통보에 하나둘씩 떠나야 했다. 국제질서의 거대한 변화를 예고한 2017년 NSS의 집필 책임자 H R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도 그 혼돈의 희생자였다.
오히려 트럼프 1기 NSS의 대외 인식과 정책 변화를 선명하게 계승한 것은 조 바이든 행정부였다. 바이든의 생각은 모든 면에서 트럼프와 달랐지만 중, 러를 포용해 국제사회로 편입하려 한 ‘관여(engagement) 정책’이 실패로 끝났다는 트럼프 1기의 진단에 동의했다. 그래서 2022년 NSS는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의 대결로서 중, 러와의 경쟁, 특히 미국 패권에 도전하는 ‘의도와 능력을 가진 유일한 경쟁자’ 중국을 향해 본격 경쟁을 선언했다.
그렇게 공화·민주 양당 정부로 이어진 대외정책 컨센서스는 트럼프 2기 들어 실종됐다. 트럼프의 변덕만큼이나 미국의 정책은 혼미하다. 군사 충돌과 경제 전쟁으로 강대국 간 경쟁은 여전하지만 트럼프는 오히려 중, 러 독재자와의 ‘강대국 간 결탁(collusion)’을 꿈꾸는 듯하다. 며칠 뒤엔 러시아 대통령과, 그리고 몇 달 뒤엔 중국 주석과 만나 큰 거래 판을 벌인다.
특히 중국과는 경제 전쟁에 몰두하면서도 군사적 긴장은 원치 않는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지켜줄 것이냐는 질문에도 트럼프는 “내 카드를 공개하지 않겠다”며 답을 피할 뿐이다. 그런데도 관료와 군은 관성대로 중국과의 긴장을 높일 포위망 구축과 동맹·우방에 대한 안보비용 부담을 몰아붙인다. 그런 트럼프와 참모, 군 사이의 미묘한 틈새는 쉽게 메워지지 않을 것이다.
이달 말 이재명 대통령과 예측불허 트럼프의 만남은 아슬아슬하다. 황제의 궁정이나 다름없는 백악관에서의 첫 대면은 일단 이 대통령의 언변과 친화력, 임기응변에 달렸다. “필요하다면 가랑이 밑도 길 수 있다”고 했던 만큼 실용외교에서 개인기는 필수다.
거기에 우리 정부는 트럼프의 귀를 사로잡을 두 가지 카드를 준비하는 듯하다. 트럼프에게 모든 것은 달러 기호($)로 환산돼야 한다. 또 주변엔 늘 황금빛 트로피나 메달, 소품들이 따라붙어야 한다. 그런 트럼프의 허영과 자기애를 채워줄 스토리가 바로 돈과 노벨평화상이다.
정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수준의 국방비 대폭 증액 계획을 선제적으로 준비한다고 한다. 우리의 군사력 자강을 통한 대북 방어 주도 의지를 확고히 보여주면서 미국산 무기 구매, 군함 건조 협력 등 미국에 가져다 줄 동맹 이익을 구체적 숫자로 보여줄 계획인 듯하다.
두 번째 공략 포인트는 트럼프의 노벨상 집착이다. 이미 많은 해외 정상들이 추천서까지 들이밀며 환심을 샀지만 트럼프에게 한반도는 노벨상 꿈의 원조격 무대였다. 트럼프의 관심도 한국보다는 김정은에게 쏠려 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 이래 온갖 대북 유화조치를 내놓은 것도 ‘트럼프 코드’ 맞추기의 일환일 터. 여기에 8·15 때 대북 메시지를 던져 의미 있는 소식이라도 온다면 트럼프의 귀를 쫑긋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그렇게라도 트럼프의 귀를 활짝 열게 한다면 우리 얘기를 할 공간이 생긴다. 첫 만남인데 굳이 공동성명 같은 합의문이 나와야 할지는 의문이다. 정상 간 솔직한 대화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국 견제를 위한 주한미군 역할 조정처럼 동북아 긴장을 부를 사안은 충분한 비공개 조율이 필요함을 역설해야 한다. 나아가 우리의 국방비 증액에 미국의 핵우산 강화는 필수이며, 향후 북-미 대화도 비핵화 목표를 분명히 하고 한국이 배제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철희 논설위원, 동아일보(25-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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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이름으로 발송된 테러 예고 팩스, 광복절 앞두고 재개. 한일 공조해 범인 잡으면 양국 우의에 도움 될 듯.
-팔면봉, 조선일보(25-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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