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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데헌’, 세계가 만든 K팝의 확장] .... [K팝에는 인재가 몰리는데.. ]

뚝섬 2025. 8. 13. 09:21

[‘케데헌’, 세계가 만든 K팝의 확장]

[K팝 김밥 헌터스]

[K팝에는 인재가 몰리는데 왜 이공계는 기피하는가]

 

 

 

케데헌’, 세계가 만든 K팝의 확장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에서 가상의 걸그룹이 부른 ‘골든(Golden)’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과 영국 오피셜 싱글차트 톱100에서 1위를 차지했다. K팝 가수 중엔 BTS가 핫100, 싸이가 톱100 1위에 오른 적이 있지만 영미 차트 동시 석권은 처음 있는 일이다. 온라인에선 케데헌 세계관을 분석하고 캐릭터들의 춤과 노래를 따라 하는 영상이 줄을 잇고 있다. 케데헌 ‘현상’이라 할 만하다.

6월 20일 공개된 케데헌은 넷플릭스 역대 애니메이션 영화 흥행 1위 기록도 세웠다. 골든을 부른 3인조 걸그룹 헌트릭스가 몰래 악마 사냥꾼으로 활약하며 악령 보이그룹 사자보이스로부터 팬들을 지켜낸다는 줄거리로, 국적을 초월한 협업의 산물이다. 서구의 악마 사냥과 한국적 무속신앙이 결합된 세계관부터가 그렇다. 제작사는 미국 소니픽처스 애니메이션, 감독은 한국계 캐나다인 매기 강이며, 노래는 K팝 작곡가들이 만들고 K팝 가수와 미국인 가수들이 불렀다.

그럼에도 케데헌은 K팝 콘텐츠로 분류된다. 춤추며 노래하는 아이돌과 ‘떼창’으로 환호하는 팬들이 만들어 내는 K팝 특유의 에너지가 영화의 핵심이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에 ‘어두워진 앞길 속에’ ‘영원히 깨질 수 없는’ 같은 한국어 노랫말이 중간중간 나오는 것도 K팝 스타일. 케데헌의 주인공은 정체성 위기를 극복하고 악령들과도 끝내 화해하며 감동을 선사한다.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영감을 주는’ 선한 영향력은 K팝을 다른 팝들과 구별 짓는 중요한 특징이다.

 

케데헌 속 캐릭터들은 영어로 말하고 노래하지만 하는 행동은 한국인 같다. 소파에 기대어 바닥에 앉고, 김밥과 순대와 라면을 먹고, 국밥집에선 수저 아래 휴지를 깐다. 힘들 땐 한의원과 목욕탕도 간다. 영화 배경으로 나오는 강남과 종로 거리가 정겹고, 남산 서울타워와 낙산공원 성곽길을 보면 서울이 이렇게 아름다웠나 새삼 느끼게 된다. 한국과 적당한 거리감이 있는 한국계 외국인 제작진들, 그들만이 포착해낼 수 있는 낯설고도 친숙한 서울일 것이다.

▷아이돌 댄스 음악을 뜻하는 K팝의 시작은 1996년 H.O.T의 데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세 번의 기념비적 순간이 있었는데 첫째는 아시아의 뜨거운 한류 열풍을 실감케 했던 2000년 H.O.T의 중국 베이징 콘서트, 두 번째가 유럽 진출의 신호탄이 된 2011년 SM타운의 프랑스 파리 콘서트, 세 번째가 ‘K팝 인베이전(침공)’이라 불렸던 2020년 BTS의 K팝 최초 빌보드차트 핫100 1위 등극이다. 세계가 만들고 가상의 아이돌이 부른 골든의 영미 차트 석권은 K팝 30년 역사의 또 다른 기념비적 순간으로 기록될 만하다.

 

-이진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5-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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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김밥 헌터스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실망스러웠다. 사람을 지치게 했다. 오버 투어리즘 때문이다. 143년째 건설 중인 성당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중국인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 들어가지도 못했다. 사진 보고 기대에 차 소개팅에 갔더니 단체로 하는 스피드 데이트였다. 뭐 그런 기분이었다.

 

얼마 전 친구가 바르셀로나에 갔다. 질투가 밀려왔다. 첫 문단을 정정하겠다. 바르셀로나는 실망스럽지 않았다. 반드시 다시 가야 할 도시가 됐다. 음식 덕분이다. 성당과 중국인 관광객에게 지친 상태로 간 ‘타파스24’라는 식당에서 나는 바르셀로나와 사랑에 빠졌다. 고궁과 중국인 관광객에게 지친 상태로 간 고깃집에서 서울과 사랑에 빠진 색목인처럼 말이다. 사람은 나이 들면 먹는 게 제일 중요하다.

 

‘비키니 샌드위치’라는 게 유명한 식당이다. 그래 봐야 샌드위치다. 서양 김밥 같은 것이다. 맛있어 봐야 ‘연희김밥’과 ‘방배김밥’ 차이다. 아니었다. 비키니 샌드위치는 햄과 치즈를 넣고 구운 바르셀로나 전통 샌드위치다. 타파스24는 이베리코 하몽, 모차렐라 치즈와 트러플을 넣어 서민적 샌드위치를 고급화했다. 한입 무는 순간 치즈, 하몽 기름, 트러플 맛이 혀를 프랑코처럼 독재한다. 8유로짜리 샌드위치를 위해 800유로짜리 항공권을 끊을 가치가 있다. 간단한 음식 하나가 한 도시의 인상을 완전히 바꾸기도 한다.

 

세계적 현상이 된 ‘K팝 데몬 헌터스’를 보다가 사업 아이템이 떠올랐다. 주인공들은 야식으로 김밥을 먹는다. 이걸 계기로 김밥은 더 유명해질 것이다. 타파스24 같은 김밥집을 차리자. 감태로 싼 간장게장 김밥, 홍성 한우 김밥, 홍어와 해남 묵은지 김밥 등으로 고급화하자. 밥은 이천 임금님표 쌀로 만들자. 단순한 구성과 최상급 재료의 만남이 비키니 샌드위치 성공 비결이다.

 

핵심이 하나 더 있다. 이름이다. 비키니 샌드위치처럼 섹시한 이름으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K팝 김밥 헌터스’를 저작권 등록해야겠다. 다행히 영화 제목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다. 투자에 관심 있는 독자들 연락을 기다린다. 평생 이런 글만 써 가지고는 팔자 고치기 힘들 것이다.

 

-김도훈 문화칼럼니스트, 조선일보(25-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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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에는 인재가 몰리는데 왜 이공계는 기피하는가

 

[朝鮮칼럼]

'의대 한국, 공대 중국'
우리 사회의 인재 편향은 생태계 설계가 문제다
말뿐인 "이공계 키운다"
예측 가능한 신호와 보상, K팝 같은 일관성 필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글로벌 상위권을 휩쓸었다. 이번 주에는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의 ‘골든’이 빌보드 ‘핫 100’ 1위에 올랐다. 춤과 노래, 서사와 세계관, 팬덤 참여가 상승작용을 일으켜 보고 듣는 것을 넘어 함께 만드는 경험으로 확장됐다. 이 성공이 다시 증명한 것은 한 천재의 재능보다 시스템의 힘이다. 발굴, 훈련, 무대, 팬덤으로 이어지는 상승 시스템을 만든 K팝 세계의 설계 능력.

 

같은 시기 KBS의 한 다큐는 ‘의대 한국, 공대 중국’이라는 대조를 통해 우리 사회의 극심한 인재 편향을 거울처럼 비췄다. 국내 대학과 연구소의 급여·연구비·인사 시스템이 선진국에 뒤처진다는 탄식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한이 견고한 수입, 분명한 자격, 실패의 낮은 비용을 대표하는 의사직에 비해 이공계의 경우 성공은 소수의 대박으로 묘사되고 실패는 이력서에 흉터로 남는다. 그래서 부모와 학생에게 의대는 최상의 답이다. 특히 외환 위기를 집단적으로 기억하는 부모 세대에게 의사의 안정성과 인정 충족은 자식의 미래에 대한 합리적 강요이기도 하다. 탐욕이라 부를 수는 없다.

 

문제는 도덕이 아니라 설계다. 보상-위험-인정의 구조가 의대에만 최적화돼 있기 때문이다. 역설적인 것은 더 불확실한 업계로 보이는 K팝에는 인재가 몰린다는 사실이다. ‘왜 동일 사회에서 어떤 꿈(K팝)은 과잉 공급이고 다른 꿈(이공계)은 기근일까?’ 이유는 재능의 우열이 아니라 생태계의 설계에 있다. K팝 세계에서 입구는 상시 열려 있고(오디션), 성장 과정은 가시화되고(연습생–데뷔–컴백), 실패의 비용은 낮으며(다중 출구), 기여는 기록된다(크레디트). 이 네 가지는 사람들의 열망을 고조시킨다. 망해도 남는 것”이 있다는 감각이 지원을 촉발한다.

 

이 관점을 이공계에 옮겨보자. 중요한 건 더 많은 구호가 아니라 더 나은 연출이다. 첫째, 입구의 상시성. 한 번뿐인 공모전, 묵직한 스펙, 입사 시즌의 로또 대신, 문제를 중심으로 누구나 수시로 들어올 수 있는 파이프라인이 필요하다. 둘째, 성장의 가시화. 논문과 특허 이전에 작동하는 프로토타입과 데이터, 설계 로그가 ‘보이는 기록’이 돼야 한다. 셋째, 실패의 낮은 비용. 프로젝트가 끝나도 연착륙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촘촘히 엮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크레디트. 제품과 정책, 데이터와 코드에 기여한 이름이 영구히 남고, 보상이 그 기록을 따라 흐르도록 표준을 세워야 한다. K팝의 성공 신화가 말하는 바, 사람을 끌어당기는 것은 “보이는 무대, 예측 가능한 성장의 리듬, 그리고 나를 응원하고 보상해 주는 공동체”다.

 

여기서 가장 큰 장애물은 개인의 용기가 아니다. 정책 신호의 모순이다. 우리는 매년 “이공계를 키우겠다”고 말하면서 실제 제도는 정반대의 신호를 낸다. 실패는 개인의 책임으로 남기면서 규제와 조달은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설계한다. 연구비는 단기 실적에 묶고 성과의 소유권은 흐릿하게 만든다. 한쪽에서는 안정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상향의 보상을 제한한다. 입시 관문은 좁고 채용은 주로 시즌제다. 공공 조달은 최저가를 숭배하고 규제 특례는 파일럿에서 늘 멈춰버린다.

 

반면 K팝은 일관된 신호를 보낸다. 다음 시즌이 오고 연습 과정이 콘텐츠가 되며 이름이 크레디트에 남는다. 성공이 드물어도 시도는 잦고 실패는 자산이 된다. 이 설계된 위험 감수 시스템이 인재를 끌어당긴다. 이공계가 바꿔야 할 것은 바로 이 체감의 회로다. 실패해도 빈손이 아니며 성공하면 나눌 게 많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해야 한다. 스타트업 창업을 가르치고 경험하게 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이공계 사람들도 인정 욕구는 약하지 않다. K팝이 연습실 영상을 올리며 공감과 지지를 받듯이, 이공계도 연구 궤적을 어떤 형태로든 남길 수 있을 것이다. 관객도 다르다. 대중일 수도, 현장 전문가와 정책 담당자일 수도 있다. 관객이 있어야 지식의 여정이 외부의 눈과 만나고, 그 만남이 다음 기회를 만든다. 관객 없는 연구는 예산을 설득하기 어렵고, 팬덤 없는 제품은 시장을 설득하기 어렵다.

 

결국 인재 정책의 해법은 건강한 리듬에 있다. 상시 입구, 보이는 성장, 낮은 실패 비용, 남는 이름. 이 네 박자가 지속적으로 돌아가면, 교수는 프로젝트의 프로듀서가 되고, 학생은 연구와 작품으로 말하며, 기업은 유통과 확장에 집중한다. 지역도 이 리듬 위에서 저마다 무대를 만들 수 있다. 전국 소규모 무대에서 시작된 잦은 데뷔는 전체 이공계 생태계를 두껍게 만든다.

 

정책은 슬로건보다 루프다. 의대 쏠림은 한 방의 처방으론 멈추지 않는다. 무대가 바뀌어야 춤이 바뀐다. 우리의 과제는 천재를 설득하는 일이 아니라 평범한 재능도 반복해서 도전할 수 있는 ‘열망의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다. K팝의 기여는 이 루프의 성공적 작동에 대한 발견일 것이다. 지속 가능한 인기에는 늘 패턴이 숨어 있다. 이공계에도 이 루프를 돌려본다면, 우리 산업의 컴백 무대는 훨씬 다채로울 것이다.

 

-장대익 가천대 스타트업칼리지 석좌교수·진화학, 조선일보(25-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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