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아무 데나 씨 뿌리면 가을에 수확할 수 있겠나]
[北 확성기 40대 중 1대 중단에 감격, 北 인권 보고서 안 내기로]
빚내서 아무 데나 씨 뿌리면 가을에 수확할 수 있겠나

<YONHAP PHOTO-3723> 국민보고하는 국정기획위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국정기획위원회 진성준 부위원장이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2025.8.13
이재명 대통령이 ‘나라 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국가 살림을 하다 보니 할 일은 많은데 쓸 돈이 없어 참 고민이 많다”며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대규모 국채를 발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나라 살림을 농사에 비유해 “봄에 뿌릴 씨앗이 없어 밭을 묵힐 생각을 하니 답답하다”며 “지금 씨를 한 됫박 뿌려서 가을에 한 가마를 수확할 수 있다면 당연히 빌려다 씨를 뿌려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경제 발전과 국민 복지 향상을 위해 필요한 분야에는 빚을 내서라도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무조건 빚부터 내기에 앞서 경제를 활성화해 세수를 늘리고, 불필요한 지출 구조 조정을 통해 씀씀이를 줄이는 것이 우선이다. 설사 빚을 내더라도 우선순위를 철저히 따져 불요불급한 지출은 자제해야 한다. 그런데 이 대통령 발언은 돈을 어디에, 왜 써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 자체가 없다. 무조건 빚부터 내야 한다는 식이다.
같은 날, 국정기획위원회는 5년간 공약 이행에 필요한 210조원의 재원 마련 계획을 발표했다. 세제 개편과 세입 기반 개선 등으로 94조원을, 지출 삭감·기금 활용 등으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세수를 늘리고 지출을 줄이겠다는 것으로, 위원회 발표 어디에도 빚을 내겠다는 계획은 없다. 5년 나라 살림의 로드맵을 발표하는데 대통령과 국정기획위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이다. 국민 입장에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민주당 정부의 ‘무원칙 재정’은 처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매년 100조원씩 국가 채무가 늘어날 정도로 재정 확장 정책을 폈다. 문 정부 때 늘어난 국가 채무가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를 합친 것보다 많았다.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나라 곳간이 비어 국가 채무가 계속 늘어나는데도 “곳간에 작물을 쌓아두기만 하면 썩어버리게 마련”이라고 해서 논란을 불렀다.
이재명 정부도 당선 축하금 성격의 전 국민 소비 쿠폰 지급에 13조9000억원을 쓰는 등 선심성 지출을 늘리고 있다. 반면 사업성이 떨어지는 국책 사업을 걸러내는 기준인 예비 타당성 조사 대상은 500억원 이상에서 1000억원 이상으로 완화하는 등 방만한 재정을 견제하는 장치에는 무관심하다. 재정 준칙 제정도 기약이 없다. 이대로 5년이 지나면 재정 중독에 빠졌던 ‘문 정부 시즌 2’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조선일보(25-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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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확성기 40대 중 1대 중단에 감격, 北 인권 보고서 안 내기로

<YONHAP PHOTO-2797> 임진강변 북한 대남 확성기 (파주=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북한이 지난 9일부터 전방 일부 지역에서 대남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는 가운데 12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임진강변 북한 초소에 대남 확성기가 남아 있다. 2025.8.
군 당국은 지난 9일 “북한군이 전방 일부 지역에서 대남 확성기를 철거하는 활동이 식별됐다”고 발표했다. 북한군의 오전 동향을 오후에 신속히 알렸다. 지난 4~5일 우리 군이 전방 24곳의 대북 확성기를 전부 철거한 조치에 북측이 즉각 호응해 왔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가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자 북측도 일부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며 “이런 상호적 조치를 통해 남북 간의 대화와 소통이 열려 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알고 보니 북측이 거둬들인 확성기는 전체 40여 대 중 1대에 불과했다. 2대를 뺐다가 1대는 바로 돌려놨다고 한다. 철거가 아니라 고장 수리 등 기술적 문제일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확성기를 100% 뜯어냈는데 북한이 2.5%만 뺀 것을 보고 ‘확성기 철거’라고 발표한 것이다. 군 당국이 북측의 추가 철거를 예상했다면 오판한 것이고, 실상을 알고도 발표했다면 국민을 속인 것이다. 정부의 대북 조치가 성과를 내는 것처럼 홍보하고 싶어 안달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에도 우리가 먼저 대북 비방 방송을 중단하자, 그쪽(북한)에서도 중단을 한 바 있다”고 했다. 대북 방송은 ‘비방’이 아니라 북 주민에게 ‘자유’와 ‘인권’을 알리는 유일한 외부 통로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도 중단하지 않았다. 대북 방송이 중단되자 북도 방해 전파를 쏠 필요가 없어진 것이지 ‘상호 조치’로 보기도 어렵다.
통일부는 북한 인권 보고서 발간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북한 인권법에 따라 2018년 이후 매년 제작했는데 올해는 ‘추가 내용이 별로 없다’는 이유로 발간을 안 하려고 한다. 북 주민이 어떤 고통 속에서 살고 있고,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반면 미 국무부는 연례 국가별 인권 보고서에서 “북 정부는 처형과 강제 실종 등 잔인함과 강압으로 통제를 유지했다”고 기록했다. 분량은 줄였어도 북 인권 참상의 기록은 매년 빼먹지 않고 있다.
북과 대화할 필요는 있다. 북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이런저런 조치를 취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켜야 할 선이 있다. 국민 눈을 가리거나 보편적 가치까지 외면해선 안 된다.
-조선일보(25-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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