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최상위 국정과제이던 '고용 창출'은 어디로 갔나] ....

뚝섬 2025. 9. 5. 10:03

[최상위 국정과제이던 '고용 창출'은 어디로 갔나]

[모든 우려에 귀 막고 '노란봉투법' 강행 처리, 진실의 순간 온다]

[후폭풍 거셀 노봉법 국회 통과… 보완입법 급하다]

["노란봉투법은 선진국 수준 맞추기" 사실 아니다]

[4만7000원 봉투가 코뿔소 되기까지]

 

 

 

최상위 국정과제이던 '고용 창출'은 어디로 갔나

 

[朝鮮칼럼]

청년 고용 최악인데 임금과 세금을 올리면 일자리·투자가 희생된다
기업을 옥죄고 미래 없는 정책만 펴는데 투자가 제대로 되겠나

 

출범한 지 몇 달도 안 된 이 정부의 책임은 아니다. 그래도 어쨌든 15~29세 인구 중 취업하려고 노력하지 않아 실업자로 계산되지도 않는 “그냥 놀았다”는 인구가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인 50만명을 넘겼다. 실업자 중 25~29세의 비율이 20.3%로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았다. 청년 고용이 위기다.

 

2000년대 들어 늘 최상위 국정 과제였던 고용 창출의 행방이 묘연하다. 코스피 5000을 표방하면서 배당과 자사주 취득·소각을 독려하는 정책으로 주가를 높일 때는 청년의 미래를 일자리가 아니라 주식 투자로 해결하려는 건가 생각했는데, 내년도 세제 개편안으로 기를 꺾는 걸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기업이 번 돈의 배분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실물 투자를 최하위에 두는 일련의 정책들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이 번 돈의 배분에서 임금은 최우선권을 가진다. 여기서 정부의 세금을 떼고 나면 주주의 몫이다. 임금과 세금을 올리면 주주의 몫인 배당 가능 이익은 줄어들고 주가는 올라가기 어렵다. 미래를 위한 투자 재원은 배당보다 더 후순위다. 노동자와 국가와 소액주주가 더 많은 몫을 가져가면 미래를 위한 투자가 희생된다. 차입과 증자에 의한 재원 조달 능력도 훼손된다.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서 기업들의 로봇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게티이미지

 

노조의 불법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한 배상 책임 제한으로 시작한 노란봉투법이 사용자의 범위 확대, 노동쟁의의 개념 확대까지 추가됨으로써 기업의 투자 의욕은 결정적으로 꺾이게 될 것 같다. 사업장 내에서의 쟁의행위 금지, 대체 근로 허용, 52시간 노동시간 규제에 융통성 허용 등 경영계의 호소는 모두 외면당했다. 그 이전에도 법 규정으로 약속한 “임금 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 없이 저질러진 정년 연장, 16.4%·10.9% 인상에 주휴수당 효과 20%까지 감안하면 2년간 55%를 올린 최저임금의 폭주, 대법원에 의한 통상임금의 개념 확대와 최근의 고정성 제외 등 입법·사법·행정부가 번갈아 가면서 기취업자 편만 들어 투자 부진을 초래한 위에 노란봉투법이 결정타를 날린 것이다.

 

이어서 투자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대주주와 경영진의 입장은 무시하고 배당과 단기적인 주가 상승에 더 관심이 있는 재무적 투자자와 소액 투자자의 편만 드는 일련의 상법 개정안 시리즈가 이어졌다. 금융회사가 돈 좀 벌면 상생 금융이라는 이름으로 주주의 몫을 떼어서 영세 자영업자 연명에 쓰는 것을 서슴지 않는 관행, 탈원전 때문에 초래된 전기 요금 인상을 가계보다 기업에 더 부담시킨 것, 모두가 투자 활성화에는 악재다.

 

치명타는 미국의 투자 강요다. 관세 협상 과정에서 한 투자 약속이 3500억달러인데,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기업들이 약속한 1500억달러는 ‘추가’로 봐야 한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에 나누어 하더라도 한 해에 140조원인 이 대미 투자를 이행하고 나면 연 180조원 수준인 국내 투자는 어떻게 될까? 기업의 입장에서 국내 투자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라고 변명할 수는 있게 된 것이 다행이기는 하지만, 이 상황에서 노동자·정부·소액주주의 몫을 늘리고 투자의 몫을 줄이는 것이 과연 잘하는 일일까?

 

최근 있었던 일들이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데 동의하지 않지만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해도 일부만 편파적으로 도입된다면 그것은 이미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다. 노조와 소액주주에게 칼을 건넬 때는 경영 책임을 진 쪽에도 최소한의 방패를 건네는 것이 순리다. 경영권 방어 수단의 강화, 사업장 점거 쟁의행위 금지, 대체 근로 허용 등 실물 투자자의 입장에서 필요한 글로벌 스탠더드의 입법도 서둘러 주면 좋겠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규제 개혁을 제대로 해낸 정부가 아직 없었던 것은 이 정부에는 기회다. 기득권의 저항을 극복하고 공유 경제, 자율 주행, 원격 진료 등 혁신적인 사업이 한국에서도 가능하게 하면 큰 성과가 날 것이다.

 

한 수만 내다보고 바둑을 두는 것은 좌우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의 공통된 습성이다. 그런데 그동안 했던 일, 있었던 일,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것을 다 모아서 한번 생각해 보라. 이러고도 젊은이들과 나라의 미래를 위한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를.

 

그렇게 기업을 옥죄기만 했는데도 기업의 대탈주는 일어나지 않았고 국가 채무가 급격히 늘어났음에도 국가 신용 등급의 하락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가? 그 일이 벌어질 때까지 계속 실험해 볼 작정인가? 일단 거기까지 가면 도로 주워 담는 것은 너무 고통스럽다. 회복이 안 될 수도 있다.

 

-박병원 퇴계학연구원 이사장·前 청와대 경제수석, 조선일보(25-09-05)-

______________

 

 

모든 우려에 귀 막고 '노란봉투법' 강행 처리, 진실의 순간 온다

 

민주당은 일요일인 24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재석 186인 중 찬성 183인, 반대 3인으로 원안대로 가결했다. 민주당은 “노동계의 숙원을 담아 역사적으로 큰 일을 했다”고 환영했고, 국민의 힘은 “한국의 경제와 사회를 근본부터 흔들 ‘독소 입법’”이라며 비판했다.

 

‘노란봉투법’은 불법 쟁의 행위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원청 기업을 교섭 대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동계는 하청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노동권 위축을 방지한다고 주장하지만, 경제계에선 ‘불법 파업을 조장하고 경영 예측 가능성을 파괴한다’고 반발해왔다.

 

직전 대통령이 두 번이나 거부권 행사를 했을 정도로 많은 논란과 우려 속에 통과된 노란봉투법은 이제 현실이 됐다. 우리 경제에 어느 정도 타격을 줄지 드러날 ‘진실의 시간’도 멀지 않았다. 산업계가 일시에 붕괴되진 않겠지만 상당한 후폭풍이 불 것이란 예상엔 큰 이견이 없다. 이 법이 도입될 경우 국내총생산(GDP)에선 연간 약 10조원, 외국인의 한국 투자는 연간 1.5%(약 4000억원) 손실이 예측된다는 학계의 추정치도 나와 있다.

 

또한 이 법안은 잘못된 사실 관계를 기반으로 추진됐다. 민주당은 ‘선진국 수준으로 가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선진국의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하청 노조의 원청 교섭허용(노조법 2조)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고, 손해배상 책임제한(노조법 3조) 역시 해외에선 파업 시 사업장 점거가 아예 불가능해 제한 자체가 없다. 노란봉투법이 글로벌 스탠더드라면, 어떻게 주한 미상의(암참), 주한 EU상의가 일제히 법안에 대해 공개 반발을 했겠는가.

 

법안을 강행 처리한 민주당은 이제 그들이 선택한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부작용이 최소화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유예 기간 동안이라도 “귀족 노조만 대변할 뿐, 대다수 비정규직과 영세 자영업자들을 더 어렵게 할 것”이란 지적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민주당이 밀어 붙인 법안 중에는 약자를 보호한다면서 오히려 약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던 전례는 차고 넘친다. ‘비정규직 보호법’과 ‘임대차보호법’ 등이 대표적이다. 유예 기간 동안 부작용을 철저히 검증해 문제점을 보완할 마지막 기회로 삼아야 한다.

 

-조선일보(25-08-25)-

______________

 

 

후폭풍 거셀 노봉법 국회 통과… 보완입법 급하다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8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석 186인, 찬성 183인, 반대 3인, 기권 0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이훈구 기자

 

사용자 범위를 원청 기업까지 확대하고, 노동쟁의 대상에 ‘경영상의 결정’을 추가하는 내용의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등이 표결한 결과다. 국내 기업은 물론이고, 한국에 투자한 외국 기업들도 재고를 요청한 법이 결국 통과된 것이다. 유예기간도 기업들이 요구한 1년의 절반인 6개월이다. 산업현장의 극심한 혼란을 막기 위해 보완 입법 등 정치권과 정부의 추가 조치가 시급히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노란봉투법은 당초 파업 참여 노조원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막아 달라는 노동계 요구에서 출발했다. 지난 정부 때 민주당이 두 차례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내용은 더 강해졌다. 이번에 통과된 법은 사용자 규정을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해 원청기업 상대로 하청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고, 파업할 수 있는 길까지 열어줬다. 노동쟁의 대상도 임금 등 처우 관련 사유 외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의 경영상 결정 등으로 확대됐다.

시행까지 반년이 남았는데도 벌써 원청 기업을 향한 하청 노조들의 ‘투쟁 선포’가 잇따르고 있다. 자동차, 조선 등 하청업체 의존도가 높은 대기업은 자칫하단 수십∼수백 개 업체와 일일이 교섭하게 될 거란 우려가 현실로 닥칠 수 있는 상황이다. 교섭을 거부했다가 부당노동 행위로 형사처벌될 걸 걱정해 외국 기업들이 투자를 철회하거나, 줄일 가능성도 있다. 기업들이 미국발 관세전쟁에 대응해 해외에 공장을 짓거나, 산업 구조조정을 위해 석유화학 시설을 감축할 때에도 노조 파업을 걱정하게 됐다.

 

이젠 혼선을 최소화할 후속조치를 만드는 게 급선무다. 어떤 경우에 원청 기업이 하청 근로자의 교섭 요구에 반드시 응해야 하는지, 쟁의 대상에 포함되는 경영상의 결정은 어떤 건지 여전히 불명확하다. 민주당과 정부는 보완 입법이나 시행령을 통해 구체적 기준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이를 엄격히 적용해 법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노란봉투법으로 과도하게 노조 쪽으로 기울어진 노사관계의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사업장 점거 금지,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법과 제도를 정비해 달라는 재계의 요청도 넘겨들어선 안 된다. 이 법 때문에 한국이 ‘파업 공화국’으로 전락하고, 산업질서가 무너져 0%대로 떨어진 성장률이 더 낮아지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

 

-동아일보(25-08-25)-

______________

 

 

노란봉투법 강행 처리한 여당 지도부 “역사적 의미” “역사적 순간”. 어떤 門이 열렸는지는 두고 봐야.

 

-팔면봉, 조선일보(25-08-25)-

______________

 

 

"노란봉투법은 선진국 수준 맞추기" 사실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美日 순방 동행 경제단체 및 기업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이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원칙적인 부분에서 선진국 수준으로 맞춰가야 할 부분이 있다”며 거듭 추진 의사를 밝혔다. 미·일 순방에 동행하는 기업인들 간담회에서 노란봉투법을 추진하면 ‘기업으로선 어려움이 커진다’는 우려가 나오자 이같이 말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세계적 수준에서 노동법이나 상법 수준에서 맞춰야 할 부분들은 원칙적으로 지켜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 대통령이 민주당이 추진하는 노란봉투법을 선진국 수준에 맞추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 보고를 잘못 받은 것이다. 노란봉투법의 핵심 중 하나인 하청 노조의 원청 교섭을 허용하는 ‘사용자 범위 확대’(제2조)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노동관계법에 사용자 범위를 따로 정의하지 않은 나라가 많고, 있다고 해도 ‘고용 계약상 사용자’가 대부분이다. 국내외적으로 하청 노조의 원청 교섭을 인정하는 판례가 간혹 나오기는 하지만, 안전 문제 등 특수한 경우이거나 우리나라에서는 하청이 아닌 ‘불법 파견’ 판정을 받을만한 예외적인 케이스들이다.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문구도 너무 추상적이라 진보 성향 학자들조차 노사가 법 적용을 놓고 다투다 소송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실정이다.

 

노조의 손해배상 책임 제한(제3조)도 선진국에서는 파업 시 사업장 점거를 못 하게 하기 때문에 대량 손해배상을 청구할 일이 아예 생기지 않는다. 우리나라 노조 대상 손배 소송 대부분은 노조가 사업장을 점거해 다른 근로자들도 일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생긴다. 대부분 선진국에선 노조의 폭력적 불법 점거가 아예 잘 일어나지 않는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노조 편만 드는 입법을 하면서 선진국 수준에 맞추는 것이라고 하면 사실을 왜곡하는 일이다.

 

노란봉투법이 선진국 수준에 맞추는 것이라면 주한 유럽 상공회의소, 주한 미국 상공회의소가 일제히 입법 반대 성명을 내고 정부 여당까지 찾아가 우려를 전하겠나. 선진국에서도 유례가 없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하니 “기업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 “한국의 투자 매력도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여야, 노사,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제대로 실질적인 논의를 해본 적이 없는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중립적인 노동 전문가라도 불러 이 법에 대해 객관적 의견을 들어보기 바란다.

 

-조선일보(25-08-21)-

______________

 

 

용산 정책실장, 중대재해법 사례 들며 “노란봉투법 우려 과장, 문제 생기면 개정.” 그때랑 경제 상황 다른데.

 

-팔면봉, 조선일보(25-08-21)-

______________

 

 

4만7000원 봉투가 코뿔소 되기까지

 

12년 전 감성적 캠페인이 이제 산업 전체를 위협해
명백한 위험 외면한 대가는 거대한 코뿔소와의 충돌
 

 

경제6단체 및 업종별 경제단체 임직원들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노동조합법 개정안 수정 촉구 경제계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부모님들은 매달 두툼한 노란 봉투를 들고 오셨습니다. 그 봉투는 우리 가족의 행복이었습니다. 어느 날 부모님은 노란 해고 봉투를 들고 오셨습니다. 그 봉투는 우리 가족의 눈물이 되었습니다.’

 

2013년 한 시민단체의 ‘노란 봉투 캠페인’ 문구는 감성적이었다. 그해 쌍용차 노조는 4년 전 불법 파업에 대한 손배소 1심에서 47억원 배상 판결(대법원에선 20억원)을 받았다. 이후 ‘10만명이 4만7000원씩 모아…’라는 한 주부의 편지가 반향을 일으켜 캠페인으로 발전한 것이다. 이 노란 봉투가 훗날 한국 산업계를 위협하게 될 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해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선 미셸 부커라는 여성 경제 전문가가 새로운 리스크 개념을 들고나왔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그 영향도 명확하지만 사람들이 외면하는 거대하고 뻔히 보이는 위험’, 이 개념을 그녀는 ‘회색 코뿔소(Gray Rhino)’라고 불렀다.

 

12년 전 노란 봉투는 이제 법의 이름으로 현실화하기 직전이다. 이를 명백하고도 거대한 위험이라고 규정한 재계의 거듭된 외침은 여당 의원들의 ‘공포 마케팅’이라는 한마디에 일축당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선택한 노무현 대통령, 그가 선택했던 노동부 장관(김대환)조차도 이 법에 대해 ‘노무현 정신과 어긋난다’고 심각하게 우려한다. 대통령과 여당은 마이동풍이다. 결국 한국 산업계는 거대한 ‘회색 코뿔소’와 충돌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개념을 창시한 미셸 부커조차도 놀랄만한 사례이지 싶다.

 

일반 국민들에겐 ‘공장 주인의 호소’보다는 노란 봉투의 감성적 메시지가 더 와닿는 법이다. 재계가 더 노력해야 했지만, 결과적으로 노란봉투법의 파급력에 대해 국민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여당의 입법 폭주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당초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파업 피해에 대한 사용자의 손배 청구를 차단한다는 것이었다. “해고 노동자에게 억대 손배소는 가혹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조 상대 배상 소송 판례들을 보면 사법부는 노조에 책임을 물으면서도 기업이 주장하는 피해 규모도 늘 합리적으로 조정했다. 법원은 일방의 손을 들어준 적이 없었다. 적어도 법정은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었다.

 

노란봉투법은 입법이란 형식을 통해 결국 사법부의 합리적인 판단 가능성마저 봉쇄하는 것에 다름없다. 법이 초래할 결과는 단순한 손배소 감소가 아니다. ‘불법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메시지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과하다고 할 수 있을까.

 

손배 청구 제한에서 시작된 이 법은 노조의 쟁의 대상을 회사의 경영상 판단까지로 넓히고, 원청에 대한 하청 노조의 교섭 가능성도 열어준다. ‘약자 보호’라는 명분이다. 하지만 명분은 선한 의도가 아니라 정교한 설계로 뒷받침돼야 한다. 현실에선 과격한 파업과 무더기 교섭 러시(rush)에 대응 수단을 잃은 기업들이 노조를 낀 기업에 대한 외주, 채용을 줄이고 장기적으론 해외 이전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해외 기업들도 ‘노조 리스크’가 큰 한국을 반길 리 없다.

 

기업 현장에선 “결국은 우리 산업계의 약한 고리인 중소기업과 협력 업체, 비정규직이 제일 큰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법이 명분과 달리 약한 자부터 일터 밖으로 내모는 법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미셸 부커는 ‘사회를 무너뜨리는 건 예상 못한 불운이 아니라, 모두가 알고 있었던 위기를 외면한 무책임’이라고 말한다. 한국 사회가 거대한 코뿔소에 부딪히기 전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이길성 기자, 조선일보(25-08-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