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 거북선, 퍼터… 마음을 담은 선물]
[마지막까지 가슴 졸인 韓·美 첫 만남, 큰 고비 잘 넘겼다]
[韓美 ‘피스메이커論’으로 통했지만, ‘동맹 현대화’ 숙제는 남아]
[지켜낸 15% 관세… 제2, 제3 ‘마스가’ 모델 구축해야]
만년필, 거북선, 퍼터… 마음을 담은 선물

미국 대통령 집무실인 백악관 ‘오벌 오피스’는 트럼프 취임 후 외국 정상들에게 부담스러운 무대가 됐다. 그곳에서 트럼프는 상대국 정상을 옆에 앉혀놓고 일장 훈계를 하거나 면박 주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TV로 중계되는 가운데 그런 ‘봉변’을 당했다. 그래서 미국 방문을 앞둔 정상들로선 트럼프 다루는 법을 예습하지 않을 수 없다. ‘압박에 말려들지 말라’ ‘원하는 선물을 안겨라’ ‘칭찬은 기본, 필요하면 아부하라’는 게 핵심 내용이다.
▷백악관을 찾은 해외 정상은 오벌 오피스에 가기 전 바로 옆 ‘캐비닛 룸’에 먼저 들러 방명록을 쓴다. 이재명 대통령도 25일 한미 정상회담 때 이곳에 들렀다. 이 대통령이 방명록 쓰는 동안 트럼프가 뒤에서 유심히 바라본 물건이 있었다. 한국 장인이 두 달간 원목을 깎아 만든 이 대통령의 만년필이었다. “펜이 멋지다. 그거 도로 가져갈 건가”라며 관심을 보이자 이 대통령은 즉석에서 선물하며 “평소 하시는 어려운 서명에 유용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의 서명은 ‘지진계 그래프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크고 길고 복잡하다.
▷이 대통령이 애초에 챙겨 간 선물은 금빛 거북선이었다. 국내 최대 조선사인 HD현대의 기계조립 명장이 만든 모형이다. 한국의 조선 기술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마스가(미국의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의 성공을 기원한다는 뜻을 담았다. ‘골프광’ 트럼프를 위해 그의 체격과 퍼팅 자세를 연구해 골프 퍼터도 만들어 갔다. 트럼프 이름과 함께 대통령 역임 차수인 45, 47도 새겨 넣었다.
▷회담에선 트럼프 맞춤형 칭찬 공세가 이어졌다. 이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피스메이커’를 하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하자 환호가 터져 나왔다. 그간 트럼프에게 노벨 평화상 수상을 언급하며 환심을 사려 한 정상들은 많았다. 이 대통령은 막연한 립서비스 대신, 노벨 평화상 수상의 관건이 될 수 있는 북핵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행사할 것을 청한 것이다. 트럼프는 “이 대통령은 정말 훌륭한 지도자다. 미국의 전적인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상대가 원하는 걸 주고 내가 원하는 걸 얻어내는 게 외교라면 선물과 칭찬은 아낄 일이 아니다. ‘선물 외교’는 각국이 소프트파워를 과시할 기회이기도 하다. 트럼프가 집무실에서 정상들을 만날 때마다 자랑한다는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은 1880년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당시 미 대통령에게 선물한 것이다. 일본이 100여 년 전 선물로 가져온 벚꽃 나무는 지금도 워싱턴의 봄을 수놓는다. 요즘처럼 관세 협상으로 거센 파도가 치는 때라면 트럼프의 마음을 정확히 읽은 선물이야말로 가장 가성비가 높은 외교일 수 있다.
-신광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5-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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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가슴 졸인 韓·美 첫 만남, 큰 고비 잘 넘겼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이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마무리됐다. 애초 우려했던 트럼프의 돌출 언행은 없었고 주한 미군, 북·중, 관세 협상 등에 관한 불협화음도 노출되지 않았다.
회담 직전까지만 해도 가슴 졸이는 순간이 이어졌다. 트럼프는 회담 3시간 전 SNS에 “한국에 숙청 또는 혁명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동맹국 내부 사정에 대한 언급으로는 너무나 섬뜩한 표현들이다. “그런 곳에서 사업을 할 수 없다”고도 했는데 정상적인 거래가 어렵다는 의미다. 한국 교회와 주한 미군 기지에 대한 압수 수색 문제도 지적했다. 특검 수사 등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내비친 것이다. 이런 도발적인 메시지에 국내 대통령 지지층 일부에서 격분하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회담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회담은 이런 우려를 씻어낼 정도로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 대해 “위대한 전사” “똑똑한 사람”이라고 평가했고, 올해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이냐는 물음에 “갈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또 한국 상황에 대해 오해했다면서 “미국의 완전한 지원을 받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 같은 반전은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과 관심사에 대한 이 대통령의 대비가 잘 맞아떨어진 결과로 보여진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시대 최고가를 경신한 미 주가를 추켜올리는가 하면, 트럼프가 몸 달아 하는 김정은과 만남을 적극 지원하며 ‘피스 메이커’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을 디딤돌 삼아 이번 회담에 임한 것도 회담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일이 잘 지내기가 그렇게 어려운가”라고 물었고 이 대통령은 “일본에 먼저 들러 정리했다”고 답했다.
한편에선 이번 회담에 대해서 구체적인 이슈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정리된 것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두 정상이 “동맹 현대화”에 공감했다지만 주한 미군의 역할 재조정 등 구체적 합의는 하지 못했다.
또 우리 측은 기존의 3500억 달러 투자 펀드 외에 1500억 달러 추가 투자라는 선물을 준비했는데 우리 경제의 핵심 현안인 반도체 관세와 원자력 협력 등에서 손에 잡히는 진전은 없었다.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야당에서 “홀대받고 우리 부담만 키운 50점짜리 회담”이라는 박한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으로부터 반미·친중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았던 이 대통령으로서는 예측 불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만남을 무난하게 소화해 낸 것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큰 고비를 잘 넘겼다.
-조선일보(25-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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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피스메이커論’으로 통했지만, ‘동맹 현대화’ 숙제는 남아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마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워싱턴=송은석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달라”고 요청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그를 만나고 싶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 세계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에 평화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북-미 회동 추진을 제안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은 매우 좋은 일이다. 추진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새 정부 외교의 최대 시험대였던 이번 한미 정상회담 관문을 일단 무난히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예측불허의 긴장감 속에 시작된 회담이 화기애애하게 끝난 것만으로도 크게 안도할 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3시간 전 돌연 ‘한국에서 숙청 또는 혁명 같은 게 일어나고 있는 건가’라는 메시지를 띄웠지만 이 대통령의 설명을 듣고 “오해라고 확신한다”며 물러섰다. 그런 해프닝 끝에 두 정상은 서로에 대한 최상의 지지와 협력을 다짐하며 회담을 마무리했다.
이런 의기투합에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이 대통령의 찬사 공세가 주효했다. 이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의 황금빛 새 단장부터 미국 주식 시장의 최고치 경신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일 최고의 상찬을 이어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피스메이커’ 역할을 주문하며 “저는 ‘페이스메이커’로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했다. 김대중 정부 이래 이어진 ‘한반도 운전자론’을 접고 미국의 조력자로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낮춘 것이다.
그런 이 대통령을 향해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위대한 지도자다. 정말 똑똑하다. 미국의 완전한 지원을 받게 될 것이다”고 극찬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에 집중함으로써 주한미군 역할 조정 같은 한미 간 민감한 현안은 다뤄지지 않았다. 공동선언 같은 합의문도 나오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굳이 합의문이 필요 없을 정도로 얘기가 잘됐다”고 했지만 실상 민감한 논의는 피하고 후속 실무 논의로 넘긴 때문일 것이다.
이 대통령은 싱크탱크 모임에서 “한미동맹을 더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현대화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안미경중)’ 태도에 대해 “과거처럼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이런 발언이 한미동맹을 중국 견제에 활용하자는 데 동의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이미 이 문제에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은 이 대통령이다. ‘동맹 현대화’를 둘러싼 한미 간 조율이 만만치 않음을 예고하고 있다.
-동아일보(25-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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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낸 15% 관세… 제2, 제3 ‘마스가’ 모델 구축해야
2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기존 관세 합의를 뒤집는 미국 측의 추가 협상 요구는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회담을 마친 뒤 “난 우리가 협상을 끝냈다고 생각한다”며 “매우 큰 무역 합의로 한국이 역대 타결한 합의 중 가장 크다”고 말했다. 상호관세율을 15%로 낮추는 대신 조선업 협력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포함해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기존 합의안을 지켜낸 것이다.
정상회담 직전 미국 측은 대미 투자펀드 중 직접 투자 비중을 늘리거나 투자 규모 자체를 확대할 것을 요구했고, 쌀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도 압박했다. 자칫 기존 관세 합의를 뒤흔드는 돌발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컸지만, 다행히 정상회담을 통해 당초 합의 원안대로 이행하기로 했다. 정상회담 이후 양국은 조선, 원자력, 항공, 액화천연가스(LNG), 핵심 광물 등에서 총 11건의 계약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다양한 제조업 분야로 협력을 확대했다. 한국 기업들은 1500억 달러(약 210조 원) 규모의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힘을 실었다.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마무리됐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15%로 낮추기로 한 자동차 품목 관세 적용 시기를 조속히 확정해야 하고, 반도체·의약품 등의 최혜국 대우도 공식화해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거론되지 않았지만 농축산물 시장 개방 요구도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다. 당장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회담 후 “미국은 시장 개방을 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후속 실무 협상 과정에서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관세 협상의 돌파구를 열었던 ‘마스가’ 프로젝트에 이어 반도체, 원전, 인공지능(AI) 등 한미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후속 사업을 많이 발굴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미국 제조업 르네상스의 핵심 파트너로서 글로벌 시장을 함께 견인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 해외 투자 확대가 국내 투자, 고용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자면 기업들이 부담 없이 뛸 수 있도록 정부가 규제 합리화와 정책 지원 등을 통해 제대로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25-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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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를 ‘전쟁부’로 바꾼다는 트럼프 “우린 공격도 원해.” 호전 집단 북한도 ‘무력부’ 명칭 버렸는데….
-팔면봉, 조선일보(25-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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