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권력자 한 명이 망친다]
[‘복지병 혼란’에 빠진 프랑스]
[74%가 연체, 경기도 '금융 복지'의 결과]
[정치 생명 걸고 ‘긴축’ 외치는 마크롱]
[내년 예산 8.1% 증액… ‘선심’ 안 쳐내면 나랏빚 통제 불능 될 것]
[4년간 국가 채무 487조원 급증, 文정부보다 심한 재정 중독]
나라는 권력자 한 명이 망친다
프랑스 1위 경제지 레제코가 최근 소셜미디어에 짧은 영상을 띄웠다. 이름을 적시하진 않았지만 작금의 프랑스 재정 위기의 주범이 누구인지 한눈에 알 수 있게 하는 콘텐츠였다. 요즘 프랑스는 국가 신용등급 하락과 국채 금리 급등으로 망신을 당하고 있다. 2020년부터 작년까지 5년간 성장률이 2.4%에 그칠 정도로 나라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복지에 투입하는 비용이 지나치게 많아 재정 파탄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레제코 영상은 1980년 이후 45년간 유럽 주요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사회복지 지출 비율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여준다. 이 비율은 현재 프랑스가 30%로서 인구 2000만명 이상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작년 프랑스 GDP가 4400조원쯤이었으니, 복지에 쓰는 나랏돈이 한 해 1300조원대에 달한다는 얘기다.
이 영상은 프랑스가 원래부터 복지에 풍족한 돈을 투입하는 나라는 아니었다는 걸 분명하게 상기시킨다. 영상을 보면 1980년 프랑스의 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 비율은 16%에 불과했다. 그해 독일 22%, 이탈리아 19%, 영국 18%였으니 당시엔 프랑스가 보수적인 편이었다. 하지만 1981년부터 급격하게 변한다. 그해 사회당의 프랑수아 미테랑이 집권하면서 모든 게 바뀌었다.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 1981년부터 1995년까지 재임했다./엘리제궁
현재의 프랑스 헌법이 시행된 1958년 이후 첫 좌파 대통령이 된 미테랑은 급진적인 사회주의 정책을 대거 실행하며 나랏돈을 퍼부었다. 민간 기업과 시중은행을 대거 국유화해 세금으로 직원 월급을 주기 시작했다. 재임 기간 동안 공무원이 50만명이나 순증할 정도로 공공 부문을 비대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1983년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은퇴 연령을 65세에서 60세로 한꺼번에 5년 앞당긴 건 프랑스를 ‘빚의 지옥’에 빠뜨린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미테랑은 청년 실업률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에 시달리자 60대 초반 근로자를 모두 집에 보내면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는 탁상공론을 밀어붙였다. 그럴싸한 포장은 ‘진정한 복지 국가 건설’이었다.
결국 미테랑이 집권한 14년 사이 프랑스의 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 비율은 16%에서 28%로 급격하게 높아졌다. 그가 퇴임한 지 30년이 지났는데도 30%라는 점을 감안하면 프랑스 복지는 미테랑 혼자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생산성 저하와 실업률 급등 또한 그의 재임 기간부터 고질병이 됐다.
지금의 프랑스 재정 위기가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따져보면 44년 전 취임한 미테랑의 과격한 지출 확대가 가장 큰 줄기다. 프랑스의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그의 집권 기간 동안 22%에서 56%가 될 정도로 수직 상승했다. 시사점은 간명하다. 나라를 망가뜨리는 건 권력자 한 명의 만용이고, 그 폐해는 수십 년 지속돼 두고두고 후손들에게 피해를 끼친다.
-손진석 기자, 조선일보(2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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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병 혼란’에 빠진 프랑스

“정치 분열과 양극화가 심화됐다. 몇 년 새 재정 상황이 나아질 전망이 안 보인다.” 긴축재정에 대한 반발로 내각이 붕괴되는 등 ‘국가 마비’ 위기를 겪고 있는 프랑스가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12일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낮췄다. 독일 등 다른 유럽 선진국은 물론 한국(AA-)보다 낮다. 충격적인 성적표에도 재정 개혁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신임 총리는 ‘공휴일 이틀 축소’ 정책을 여론에 밀려 결국 포기했다.
▷최근 프랑스 정치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이 “프랑스는 총리가 너무 자주 바뀌어 이름을 기억할 수 없다”고 했던 제3공화국 시절을 연상케 한다. 지난해 1월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 사임을 시작으로 9월 가브리엘 아탈, 12월 미셸 바르니에, 이달 8일 프랑수아 바이루 등 개혁을 추진하던 총리들이 줄줄이 물러났다. 7월 정부 지출 동결, 공휴일 이틀 축소 등으로 440억 유로(약 72조 원)를 절감하는 내년도 긴축 예산안을 내놨던 바이루 전 총리는 야당과 갈등을 빚다가 8일 하원의 불신임을 받았고, 내각은 해산됐다.
▷프랑스 정치 혼란을 부른 재정위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프랑스의 국가부채는 지난해 기준 3조3000억 유로(약 5200조 원)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13%에 이른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50%대 수준이었지만 금융위기와 코로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거치며 급격하게 증가했다. 에리크 롱바르 재무장관이 국제통화기금(IMF)의 개입 위험을 경고할 정도다. 지난해 12월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내렸고, 12일 피치에 이어 S&P도 신용등급 강등을 저울질하고 있다.
▷1시간마다 1200만 유로(약 200억 원)씩 국가부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프랑스 정치권은 ‘우리는 희생할 수 없다’며 ‘네 탓’ 공방만 하고 있다. 증세에는 우파가 반대하고, 복지 축소, 노동 개혁엔 좌파가 반대한다. “더 열심히 일해서 위기를 넘자”는 공휴일 축소와 연금 동결 호소에는 좌우파 모두 등을 돌렸다. 10일부터 프랑스 전역에선 긴축 재정에 반대하며 ‘모든 것을 막아라’는 구호를 내세운 ‘국가 마비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프랑스 등 선진국들이 ‘파멸적 악순환’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재정 적자 확대→금리 급등→긴축 재정→국민 반발→포퓰리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번 늘린 복지 지출은 여간해선 줄일 수 없는 구조적 경직성 때문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의 국가채무비율도 40년 뒤에는 현재의 3배인 156.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마약 같은 재정 포퓰리즘의 지독한 끝을 경계해야 한다.
-김재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5-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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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가 연체, 경기도 '금융 복지'의 결과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지사 시절 추진했던 금리 연 1%의 저신용자 대출이 연체율 74%라는 참담한 결과를 냈다. 대출받은 사람의 39%는 연락조차 두절된 상태라고 한다. 이대로면 전체 대출액의 절반인 600억여 원은 상환받지 못해 경기도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금융 원리를 무시한 채 강행한 ‘금융 복지’ 정책의 실패가 수치로 증명된 것이다.
이 사례는 금융을 ‘복지’ 차원으로 접근할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 지를 보여준다. 경기도는 2020년부터 신용 등급 최하위 10%에 해당되는 11만여 명에게 연 1%에 최대 300만원씩 빌려줬다. 정상적이라면 연 10% 이상 금리를 물어야 할 저신용자에게 파격적 혜택을 준 것이다. 경기도가 5년 만기가 도래한 올해 확인해보니 4명 중 3명 꼴로 돈을 갚지 않았고 10명 중 4명은 아예 연락 두절이었다. 6000여명은 대출 신청 당시 없는 번호를 사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금리는 빌리는 사람의 신용도를 반영하는 돈의 가격이다. 신용이 낮으면 채무 불이행 위험이 크기 때문에 금리가 높아지는 것이 금융의 작동 원리다. 이 대통령은 저신용자의 고금리를 “잔인하다”고 했다. 취약층이 높은 금리 부담에 시달리는 현실은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금융 원리를 무시하면 필연적으로 시장의 실패가 빚어지게 되며. 그 피해는 국민 몫이 된다. 금융을 복지나 자선 시스템과 혼동하게 되면 효율성이 무너지고 도덕적 해이가 커진다는 것을 경기도 사례가 보여주었다.
그 실패를 보고도 이 대통령은 “고신용자가 이자를 0.1% 더 내 저신용자를 돕자”는 논리로 금융회사들을 압박했다.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 일종의 ‘금리 궤변’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시장 혼돈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 몫으로 돌아온다. 억지로 금리를 낮춰주는 것보다 저신용자의 신용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진짜로 취약층을 위하는 길이다. 복지 차원의 재정 지원과 함께 일자리 창출로 소득을 높여 스스로 빚 갚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정책이 정도다.
-조선일보(25-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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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생명 걸고 ‘긴축’ 외치는 마크롱
“국제통화기금(IMF)의 개입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최근 에리크 롱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늘어나는 재정적자를 우려하며 이렇게 말했다. 세계 7대 경제 대국인 프랑스가 IMF의 구제금융을 받을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했다는 의미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등 IMF 총재만 다섯 명을 배출하며 국제 경제 질서를 좌지우지한다고 자부했던 프랑스의 자존심 또한 큰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게 됐다.
구제금융 위기의 佛
롱바르 장관의 발언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현재 프랑스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5.8%에 달한다. 유럽연합(EU) 평균인 3%의 2배에 이른다. 국가 부채 또한 GDP의 약 114%다. 약 6800만 명인 프랑스 국민이 1년 내내 번 돈을 모두 부채 상환에 투입해도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114%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직후 심각한 재정 위기를 겪어 ‘유럽의 돼지들’이라는 모욕적인 평가를 받았던 스페인(약 104%), 포르투갈(약 96%)보다 나쁜 수치다.
다만 이 위기를 대하는 프랑스 집권 세력의 자세는 인상적이다. 정권을 잃을 위기를 수차례 겪으면서도 국민의 인기가 없는 긴축 정책을 끈질기게 추진하고 있다. ‘정치적 자살 행위’라는 일각의 냉소적 평가 또한 있지만 ‘죽어도 미래 세대를 위해 할 일을 하다 죽겠다’는 결기가 강하게 느껴진다.
우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023년 초 절대다수의 국민이 반대하는 연금 개혁을 강행했다. 집권당 르네상스가 이끄는 중도 범여권 ‘앙상블’ 또한 거센 국민 반발로 이듬해 총선에서 다수당 지위를 잃었다.
그럼에도 그는 미셸 바르니에 전 총리를 앞세워 긴축 정책을 추진했다. 이 여파로 바르니에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의회의 불신임으로 사퇴했다. ‘인기는 떨어졌지만 가야 할 길을 갔다’, ‘정치 자산과 개혁을 맞바꿨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프랑스 집권 세력은 8일 또 한 번의 모험에 나선다. 바르니에 전 총리의 후임자인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는 정부 예산을 삭감해 연금, 복지, 의료 혜택 등을 동결하는 긴축 정책을 시행하려 한다. 그는 정책 집행의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의회에 선제적으로 자신의 신임 투표를 요청했다. 의회 3분의 2를 점한 야당이 반대표를 던지면 바이루 총리를 포함한 내각 총사퇴가 불가피하다.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퇴진 목소리도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적자 감축에 정권의 운명을 걸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재정 건전성 무관심한 韓
프랑스 집권 세력의 ‘사즉생(死則生) 긴축’은 당장 국민들이 환호할 정책에만 치중하는 한국의 정치 지형과는 사뭇 다르다. 한국 정치권에서는 소비쿠폰 등 현금성 지원 정책이 ‘선거의 치트키’가 된 지 오래다. 여야를 막론하고 ‘재정 건전성’ 문제를 거론하는 정치인을 찾아보기 어렵다. 복지 확대에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수혜자에 대한 과학적 추산, 재원 마련책의 유무 등 최소한의 검증은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사라지고 있다. 국민들이 현금성 지원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상황에서 ‘복지 정책을 제대로 검증하자’는 말 한마디로 ‘반(反)복지주의자’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
현금 복지가 일종의 ‘뉴노멀’로 자리 잡는 사이 한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올해 50%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급격한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가만히 있어도 복지 지출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누군가 선심성 정책에 대한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 국가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 마크롱 대통령처럼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고 개혁에 나서는 지도자의 부재가 아쉽다.
-유근형 파리 특파원, 동아일보(25-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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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 8.1% 증액… ‘선심’ 안 쳐내면 나랏빚 통제 불능 될 것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728조 원으로 편성됐다. 정부 지출을 늘려 성장을 이끈다는 이재명 정부의 ‘재정 주도 성장’ 기조가 반영된 첫 번째 예산안이다. 올해 본예산보다 55조 원 늘어난 ‘슈퍼 확장예산’인데,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할 방법이 뚜렷하지 않다. 단기적 경제 성과를 위해 미래 세대의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 대통령은 29일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해 다음 달 초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올해 본예산 대비 내년도 지출 증가율 8.1%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22년 8.9%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다. 건전 재정을 표방한 윤석열 정부 3년의 연간 평균 증가율 3.5%의 2.5배다.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정부는 내년에만 적자국채를 110조 원 추가로 발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2% 밑으로 떨어진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인공지능(AI) 예산을 10조1000억 원으로 3배 늘리고, 연구개발(R&D) 예산도 20% 가까이 증액하면서 전체 예산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건·복지·고용의 비중이 큰 의무지출 항목이 9.4% 급증하면서 전체 지출의 절반을 넘겼고,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등 ‘이재명표 예산’도 여럿 포함됐다.
내수 경기 침체, 관세 전쟁으로 인한 수출 감소로 내년도 성장률이 잠재성장률(1.8∼1.9%)에 못 미치는 1.6%에 그칠 것으로 한국은행이 전망하고 있는 만큼 재정지출 확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1400조 원을 돌파해 내년 말 1415조 원까지 불어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50% 선을 처음 넘어서게 될 국가채무는 심각한 걱정거리다. 정부는 27조 원 규모의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과 법인세율 인상을 비롯한 ‘세제 정상화’를 통해 빚 증가 속도를 늦추겠다고 한다. 하지만 주요 기업들의 실적 부진, 부동산 침체가 올해처럼 계속된다면 내년에도 세금이 정부 기대보다 덜 걷혀 나랏빚이 훨씬 더 가파르게 증가할 수 있다.
이번 예산안 같은 재정확장 기조가 이어질 경우 현 정부 임기 말이면 비(非)기축통화국 재정건전성의 바로미터로 간주되는 ‘국가채무 비율 60% 선’마저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있다. 그런 만큼 국회는 정부 예산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불요불급한 사업으로 나라 곳간을 축내는 선심성 예산을 샅샅이 걸러내야 한다.
-동아일보(25-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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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국가 채무 487조원 급증, 文정부보다 심한 재정 중독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공용브리핑실에서 2026년도 예산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54조7000억원(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해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전년 대비 예산 증가 폭이 재정 중독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문재인 정부의 2022년 기록(49조7000억원 증가)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치다. 재정 건전성을 중시한 전임 정부와 180도 다른 확장 재정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어렵게 되살린 (경기) 회복의 불씨를 성장의 불꽃으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재정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며 확장 재정 기조를 분명히 했다.
가계·기업과 함께 경제의 3주체인 정부가 경제 발전을 위해 필요한 분야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가계·기업과 마찬가지로 정부도 빚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이번 예산안에서는 재정 건전성을 지키려는 노력을 찾아보기 힘들다. 내년 재정 적자가 GDP(국내총생산)의 4%인 109조원이 된다고 한다. 선진국들이 재정 준칙 기준으로 삼는 GDP 3%를 훌쩍 넘겼다.

재정 적자는 나랏빚을 늘려 충당할 수밖에 없다. 내년 국가 채무는 올해보다 113조원 늘어난 1415조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GDP의 50%를 넘게 된다. AI(인공지능) 3강 진입을 위한 투자와 R&D(연구개발) 예산 확대 등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꼭 필요한 예산도 있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아동수당 지급 확대와 농어촌기본소득 등 선심성 예산도 수십조 원 편성됐다.
더 심각한 문제는 4%대 재정 적자가 내년 한 해에 끝나지 않고 현 정부 임기 내내 지속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가 채무가 4년간 487조원 급증해 2029년 말에는 GDP의 58%인 1788조9000억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연평균 나랏빚 증가 폭(121조7500억원)이 종전 최대였던 문재인 정부(연평균 81조4000억원)의 1.5배에 달한다.
국채를 많이 발행하면 국채 가치가 떨어지면서 금리가 오른다. 가계와 기업의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국가신용등급에도 부정적이다. 유럽의 재정 모범국이었던 프랑스는 최근 몇 년간 4~6%의 재정 적자 지속으로 국가 채무가 급증하면서 신용등급이 떨어졌고,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대외 환경 변화에 취약한 한국 경제로선 재정 건전성이 최후 방어선이나 다름없다. 대통령 임기가 끝난 뒤 나라가 어떤 일을 겪게 될지도 걱정해야 한다.
-조선일보(25-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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