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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던 미국'이라는 착각] [격변의 한반도 '강대국 암투'.. ]

뚝섬 2025. 10. 3. 07:48

['우리가 알던 미국'이라는 착각]

[격변의 한반도 '강대국 암투' 속 우리의 길은]

 

 

 

'우리가 알던 미국'이라는 착각

 

美 압박에 日 '잃어버린 30년'
한국도 같은 전철 밟을 수 있어
자국 이익 강요는 강대국 본질
결기 품고 협상해 자강의 길 가야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마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등 한국 무역협상 대표단이 지난 8월 1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연합뉴스

 

우리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한미 관세 협상 교착의 이유가 드러난다. 한미는 지난 7월 말 관세 협상 타결 당시 구두 합의를 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펀드에 대해 한국은 대출이나 보증 중심의 간접 투자로 이해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서면 합의 없이도 구두 합의가 충분히 견고하다’며 자신했다. 하지만 이후 후속 협상 과정에서 미국은 이를 대부분 현금 투자로 해석했다는 것이다. 각자 유리한 대로 해석한 ‘동상이몽’을 합의라 믿었던 것이다. ‘협상’이라 부르기 민망한 수준의 치명적인 오해다.

 

미국이 이제 와 딴소리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 정부 관계자들도 “우리가 알던 미국이 아니다”라고 한다. 비망록을 작성했다지만, 구두 합의의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핵심 쟁점을 서면으로 명확히 하지 못한 것은 실수라고 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알던’이라는 인식은 결과적으론 안일함이었다. 국익이 걸린 냉혹한 협상 테이블에서 “동맹국인 미국이 설마…”라는 생각을 했다는 것일까. 자국의 이익이 절대 우선인 국제 협상 무대에서, 그것도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인 미국을 상대로 그런 생각을 했다면 우리는 상대를 제대로 모른 것이다.

 

세계 교역사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많은 나라들이 남긴 뼈아픈 궤적이 점철돼 있다. 멀리 갈 것 없이 일본의 경험이 말해준다. ‘메이드 인 재팬’이 미국 시장을 휩쓸자 미국은 1985년 플라자 합의를 강제해 엔화 가치를 2년 만에 2배로 폭등시켰다. 수출길이 막힌 일본은 자산 거품으로 활로를 찾았고 그 결과 ‘잃어버린 30년’이라는 깊은 수렁에 빠졌다.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석권하던 일본의 싹을 잘라버렸다. 당시 일본 청년들은 정규직을 얻지 못하고 비정규직으로 내몰렸다. 은둔형 외톨이 같은 포기자들이 쏟아졌다. 미국과 협상 한 번이 한 세대의 삶을 바꾼 셈이다.

 

일본은 그래도 버텼다. 세계 최대 채권국이었고 제조업 기술력과 자본 축적이 단단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40년 만에 일본은 다시 미국에 등 떠밀려 5500억달러, 천문학적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일본의 한 전문가는 “버틸 만하니까”라고 말했다.

 

한미 관세 협상에선 미국의 민낯도 드러났지만 한국의 빈약한 내공도 노출됐다. 외환과 금융의 허약한 경쟁력, 그리고 과도한 미국 의존적 수출 구조까지, 일본과 비교할 수 없는 우리 경제의 얕은 뿌리가 드러난 것이다. 3500억달러 요구 중 우리가 현금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은 200억달러 미만으로 보인다. 당초 우리 정부가 생각한 현금 지분 5%가 딱 그 수준이다. 한미 간 무제한 통화 스와프가 체결된다면 그보다 올라가겠지만 일본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과는 차원이 다르다.

 

‘우리가 알던 미국’이라는 헛된 기대는 접고 단호한 결기와 전략으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 자강(自强)하지 못하면 그 어떤 동맹도 우리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냉철한 자각이 그 결기를 받쳐줘야 한다. 미국을 바꿀 힘이 없다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할 쪽은 한국이다. 일본은 버텼다면 한국은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권력을 쥔 쪽은 산업과 금융의 내공을 키우는 자강의 길 대신, 권력 사유화와 표심을 의식한 포퓰리즘 정책에 매몰된 모습이다. 기업을 옥죄는 반(反)시장 입법, 재정 건전성을 해치는 선심성 지출, 산업 경쟁력 강화보다 분배 구호에 매달리고 있다. 미국의 압박에 “놀랍다”고 하면서도 ‘굴욕은 협상단 몫’이란 식으로 권력 다툼에만 몰두하는 건 대책 없는 무책임이다. 이렇게 가다간, 오늘이 우리가 제일 잘사는 날이 될지 모른다.

 

-이길성 산업부장, 조선일보(25-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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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野 협상 자리서 또 ‘3選 도전’ 문구 쓰인 모자 노출. 방귀가 잦으면 뭐가 나온다고 했는데….

 

-팔면봉, 조선일보(25-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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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의 한반도 '강대국 암투' 속 우리의 길은

 

[朝鮮칼럼]

천안문의 북중러 만남은
북한 내부에 큰 선전 효과
트럼프·시진핑도 만난다

한미일 다 어려운 상황
동맹 가치와 원칙 지키되
균형과 유연성 잃지 말자
 

 

지난 9월 3일 베이징 천안문 성루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과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과 함께 자리해 광장에서 열린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을 보며 박수하고 있다./신화 연합뉴스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은 새로운 국제정치의 단면을 드러냈다. 시진핑 주석·푸틴 대통령과 함께 천안문 망루에 선 김정은의 모습이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북·중·러 세 정상의 만남은 한반도를 포함한 국제 정세에 적잖은 파장을 예고한다.

 

천안문 망루에 서는 위치는 단순한 의전이 아니다. 중국은 전략적으로 가장 중시하는 인물을 초청해 이 자리에 세워왔다. 2015년 박근혜 대통령의 망루 참석이 한중 관계의 호시절을 상징했다면, 이번 북한 정상의 등장은 북·중 관계의 회복을 보여주는 신호다. 시진핑 주석은 북한과 러시아 정상을 자신의 좌우에 세우고 ‘대미 견제 3대 축’ 수립을 국제사회에 과시했다.

 

북한에도 이번 방중은 외교 행보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시진핑·푸틴과 나란히 선 지도자의 모습은 내부적으로 큰 선전 효과를 냈다. 지도자에 대한 북한 주민의 충성심과 자긍심을 독려하기에 충분했다. 중국의 대미 견제 전략에 적당히 맞춰주면서 북·중 관계 회복, 대미 협상력 제고라는 실리까지 챙겼다. 다자 외교를 두려워한다는 국제사회의 ‘편견’에 종지부를 찍고 정상 국가 지도자 이미지를 보여준 셈이다.

 

푸틴 대통령 또한 ‘러시아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와 자국민에게 발신했다. 고립을 부정하고, 협력을 과시하며, 새로운 축을 수립해 서방에 맞서려는 의도가 효과를 봤다. 북·중·러 연대는 푸틴 대통령에게 미국과 서방에 맞서기에 충분하다.

 

베이징 열병식을 본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는 결코 편치 않았을 것이다. 주인공을 자처하는 시진핑, 고립을 부정하고 자신감을 뽐내는 푸틴, 두 강대국 사이에 끼어 ‘동등한 파트너’ 입지를 굳힌 김정은은 세계를 거래의 무대로 만들려는 트럼프 전략에 큰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구도가 고착화되는가 했는데 시진핑과 트럼프의 통화 소식이 들렸다. 트럼프는 “시진핑과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고 경주 APEC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반면 시진핑은 “통화가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APEC 상봉은 언급하지 않았다. 정상회담에 대한 온도 차를 드러냈다.

 

한반도가 강대국들의 암투로 가열되는 가운데 북한의 메시지가 나왔다.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의 많은 부분이 대미·대남 메시지에 할애됐다. 미국에 대해 핵보유국 지위만 인정하면 마주 앉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트럼프와의 애틋한 추억도 소환했다. 한국에 대해선 일절 상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1991년 유엔 동시 가입으로 남북은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두 국가로 존재해 왔다고 주장했다. 영토 조항이 반영된 신헌법도 예고하면서 영구 분단을 기정사실화했다.

 

북한은 북·중·러 연대를 배경으로 전략 국가의 지위를 굳히려는 속셈을 숨기지 않았다. 상호 이익을 위해 결합하는 동반자 관계가 의무와 약속에 묶여 단일 스탠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동맹 관계보다 때로는 더 유연한 융합력을 발휘할 수 있다. 대만 수복을 노리는 중국, 우크라이나 평정이 중요한 러시아, 체제 안전이 절박한 북한이 긴밀히 소통하고 서로 약점을 보완하며 전략적 역할을 분담하는 연대로 결합한다면 한·미·일 모두에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웃을 침략해 본 적도, 남의 땅에 돌을 던진 적도 거의 없는 성실하고 평화로운 민족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강대국 간 이해관계의 산물로 독일과 한반도가 분단의 비극을 맞았다. 독일은 세계대전에 직접적 책임이 있지만 우리는 피해국일 뿐이다. 독일은 수십 년 전에 통일되었지만, 우리가 아직도 비극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지 못하는 이유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주변 4대 강국이 벌인 이권 다툼의 피해는 늘 우리 몫이었다.

 

따라서 한미 동맹 강화와 한·미·일 공조 확대는 국가 안보 수호를 위한 시대적 과제이자 역사적 책무다. 북핵이 우리를 위협하고 북·중·러가 연대 움직임을 보일 때는 더욱 그렇다. 중국은 우리의 수출입 구조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러시아는 에너지와 자원 분야에서 전략적 의미가 큰 나라다. 분단국가에 중국과 러시아가 미치는 지정학적 영향력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우리와 이념적으로 다른 체제지만, 그것 때문에 적대 관계를 고착할 필요는 없다.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공존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민주주의다.

 

미·중, 미·러 대립에 한국이 낄 틈이 있다고 해도 국익에 배치된다면 옳은 선택이 못 된다. 핵심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 줄타기 외교가 아니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동맹의 가치와 원칙은 지키되 균형과 유연성을 잃지 않는 외교가 절실하다.

 

-이일규 前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정치참사, 조선일보(25-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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