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3대 쇼핑 방지법’이라니… ]
[與도 野도 정쟁 속에 中國 끌어들이지 말라]
‘중국인 3대 쇼핑 방지법’이라니…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 연휴에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중국인은 13만 명을 넘겨 지난해보다 30% 늘었다고 한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游客·유커)을 대상으로 무비자 입국이 허용된 여파다.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쓴 돈은 지난해 평균 1622달러(약 230만 원)로 압도적 1위다. 정부는 내년 6월까지 시행되는 무비자 조치로 중국인 100만 명이 추가로 방한할 것으로 기대하는데, 단순 계산해도 2조3000억 원의 효과가 있는 셈이다.
▷이를 통해 얼어붙은 국내 관광 산업과 내수 경기를 되살리고, 사드 갈등 이후 골이 깊어진 한중 관계를 회복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건 극우 단체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혐중(嫌中), 반중(反中) 시위다. 유커 무비자 입국을 계기로 이들을 겨냥한 혐오 발언과 음모론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그런데 야당인 국민의힘이 중국인의 의료·선거·부동산 등 이른바 ‘3대 쇼핑 방지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한다. 국민의힘 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우리 국민은 해외에서 건강보험 혜택도, 선거권도, 부동산 거래 자유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데 중국인은 제도의 빈틈을 파고들어 의료, 선거, 부동산 쇼핑을 하고 있다”며 “바로잡아야 할 국민 역차별”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근거가 희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2만 원이 안 되는 건강보험료를 내고 수천만 원 혜택을 받는다”고 했지만, 그런 사례가 있더라도 극히 일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요건이 강화되면서 국내 체류 중국인들의 건보 재정은 흑자로 돌아섰다. 2020년대 초반까지 있었던 수백억 원대 적자 또한 통계 오류로 밝혀져 적자 폭이 줄거나 흑자로 수정됐다. 더구나 이런 논리라면 특정 국적자 대상 건보 재정이 적자로 돌아선다면 나라별로 일일이 법을 만들어야 할 판이다. 게다가 서울 아파트를 소유한 외국인은 미국인이 중국인을 훨씬 앞선다. “왕서방들이 실제 살지도 않으면서 월세를 받아 간다”고 했지만, 중국인 보유 아파트는 차이나타운이 있는 구로구, 영등포구 등에 몰려 있다.
▷앞서 국민의힘의 한 최고위원은 무비자 입국 중국인들로 인해 “마약 유통과 불법 보이스피싱 등이 확산될 수 있다”, “전염병 확산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원내 제2당이 지지층 결집을 위해 반중 정서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무분별한 반중, 혐중 정서를 확산시키고 한중 관계 개선의 싹을 꺾는 건 국익과 직결된 문제다. 한국 사회가 오랜 기간 일본의 혐한(嫌韓) 시위를 비판했던 기억이 선명한데, 이젠 우리가 누군가를 혐오하는 주체가 됐다니 씁쓸할 뿐이다.
-정임수 논설위원, 동아일보(25-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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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도 野도 정쟁 속에 中國 끌어들이지 말라

중국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이 시작된 29일 서울 중구 신라면세점 서울점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면세점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이 중국인의 ‘의료·선거·부동산 3대 쇼핑 방지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국힘은 “우리 국민은 해외에서 건강보험 혜택도, 선거권도, 부동산 거래 자유도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며 국가 간 상호주의를 기반으로 법 개정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사실이 아닌 괴담과 혐오로 여론을 선동하고 있다”고 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힘이 반중(反中) 정서를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힘이 언급한 외국인의 건강보험, 선거권, 부동산 보유 문제는 제도 보완이 필요한 문제들이다. 선거법은 만 18세 이상으로 한국 영주권 취득 후 3년이 지난 외국인에게 지방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 2006년 외국인 선거권자는 6700명이었지만 지금은 14만명 이상으로 증가했고, 그중 중국 국적자가 11만명 수준이다. 반면 중국·일본 등 외국에 사는 우리 국민은 상호주의에 기반한 참정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실거주 요건 강화 등 제도를 정비해 특정 국가의 국내 정치 개입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특혜를 받고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고치겠다면서 이를 ‘중국인 쇼핑 방지법’이라고 부르는 것은 정치적 접근 방식이다. 국힘 의원이 중국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을 두고 “간첩에게 활동 면허증을 내준 것”이라고 언급한 것 역시 반중(反中)정서 자극이라고 비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반중 집회를 비판하자 사실상 반중 시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특정 인종이나 국가에 대한 차별·혐오 집회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과잉 입법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반미(反美)와 반일(反日)시위에 대해선 침묵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해왔다. ‘중국인 3대 쇼핑금지법’도 ‘반중시위 금지법’도 중국을 정쟁에 이용하겠다는 발상에선 다르지 않다.
부동산, 지방선거 투표권 같은 제도에 문제가 있으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법을 개정하면 된다. 그러나 정치적 목적으로 특정 국가에 대한 국민 정서를 이용하려 하면 안 된다. 더군다나 그 대상이 우리 경제나 안보에 중차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국이라면 국익에 심대한 위해를 가할 수 있다.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정쟁 속에 중국 문제를 끌어들이겠다는 유혹을 버려야 한다.
-조선일보(25-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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