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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애치슨 라인] [‘노팬티’ 북한군]

뚝섬 2025. 10. 14. 08:49

[신애치슨 라인]

[‘노팬티’ 북한군]

 

 

 

신애치슨 라인

 

[임용한의 전쟁사]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군사력의 중심축을 대만과 일본을 잇는 ‘제1도련선’에 두고 중국 견제에 주력하려 한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1950년 미국이 극동 방위선에서 한국을 제외한다고 선언한 ‘애치슨 선언’이 북한의 남침 결정에 불을 붙였던 역사를 떠올리면, ‘신(新)애치슨 라인’ 가능성은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그때와 지금의 공통점은 세계 최강국인 미국조차 군사력의 한계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냉전 초 미국은 최강국이었지만 전 세계의 모든 분쟁에 개입할 여력은 없었다. 6·25전쟁 초반 미군이 고전한 이유 중 하나도 1951년 당시 한반도에 투입할 수 있는 전력 규모가 사실상 한계치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세계 곳곳의 분쟁에 다 개입할 여력이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이유 역시 미국의 군사력 한계와 경제 및 사회 위기로 여력이 바닥난 서유럽 강국들의 비참한 현실을 계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의 가장 큰 차이는 달라진 한국의 국력이다. 당시처럼 군사력과 경제력 모두 불면 날아갈 수준이 결코 아니다. 우리 스스로 무장해제하고 내전 수준으로 국민이 분열하지 않는 이상, 북한 단독으로는 한국을 위협할 수 없다.

고로 ‘신애치슨 라인’은 한국을 버림받는 국가로 만들 수 없다. 오히려 한국이 국제정치에서 자율적 선택권을 쥐게 된다는 뜻일 수 있다. 물론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한국은 세계 1∼4위 군사강국 사이에 있다. 현명한 선택과 처신이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아직도 외교를 관념이나 도덕의 문제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국제협력을 ‘외세 의존’이라고 비틀어 보기도 한다. 그런 발언들이 진심이 아닌 우리의 입지를 높이고 유연하게 처신하기 위한 외교적 수사와 기술이라고 믿고 싶다.

 

-임용한 역사학자, 동아일보(2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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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팬티’ 북한군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10일 열린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북한군 열병부대가 김정은이 지켜보고 있는 주석단 앞을 통과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북한군이 씩씩하게 행진했다. 주석단에서 중국과 러시아 2인자를 옆에 두고 선 김정은은 뿌듯한 얼굴이었다. 북한군이 입은 최신 전투복이나 각종 장비를 보고 “언제 저런 것을 도입했나. 대단하다”라고 분석할 남쪽 전문가도 있을 것이다. 쓸데없는 짓이다. 그 옷과 장비는 행사용일 뿐이다. 행사가 끝나면 다음 열병식을 위해 벗긴다.

실제 북한군 복장 상태는 전혀 다르다. 북한군 병영을 무작위로 가 본다면 상거지가 따로 없다. 태반이 삐쩍 마른 몰골에 군복은 누더기에다 발가락이 드러난 신발을 신고 있을 것이다. 병력 자원이 없어 키 143cm, 몸무게 45kg 이상이면 무조건 입대시키는 현실이나, 얼마나 많은 군인이 영양실조와 싸우고 있는지는 더 말하지 않겠다.

북한군 피복에만 집중하려 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부터 군사분계선 북쪽에 차단물 공사를 하는 북한군들이 출몰한다. 남쪽에서 촬영한다는 것을 알아서인지 새 군복을 입고 나왔다. 그래 봐야 한 달만 햇볕을 받으면 색이 누렇게 변한다. 천 재질이나 염색 수준은 눈 뜨고 못 볼 지경이다.

 

새 군복은 입었지만 바지를 벗기면 장담컨대 70% 이상이 ‘노팬티’일 것이다.

북한군 피복 규정에 따르면 군인은 1년에 광목천으로 만든 것과 흡사한 흰 ‘면 빤쯔(면 팬티)’ 두 벌을 공급받는다. 땡볕에서 며칠만 일하면 면으로 된 천은 땀에 젖어 쉽게 찢어진다. 더 큰 고통은 땀에 젖은 팬티가 정신없이 말려 올라간다는 것이다. 북한군엔 서혜부 탈장(헤르니아) 환자들이 많다. 못 먹어서 복근은 약해졌는데 고된 육체노동을 시켜 생기는 현상이다. 하지만 많은 군인은 사타구니까지 말려 올라간 팬티 탓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팬티 입기를 더 싫어한다.

세탁 시간은 일주일에 한 번이다. 일주일 입은 새까만 팬티라 할지라도 마를 때까지 잘 지켜야 한다. 안 그러면 눈 깜짝할 사이에 훔쳐 간다. 팬티 같은 복장 검열은 엄격해 장마당에서 일반 팬티를 구입해 입으면 심각한 규정 위반이다. 없는 게 차라리 낫다. 팬티가 누더기가 돼도 버리질 못한다. 1년에 딱 두 벌뿐이니 귀하게 재사용해야 한다.

 

북한군은 양말을 공급하지 않는다. 그 대신 발싸개라 불리는 광목천으로 발을 둘둘 감싼다. 발싸개도 1년에 두 번 주는데 팬티 같은 흰 면 재질이다. 발싸개를 하고 천과 고무로 만든 군화인 ‘지하족’을 신는다. 신발 내부 저질 고무에 쓸려 며칠 만에 발싸개가 까맣게 변한다. 그래도 버릴 순 없다. 겨울에는 발싸개를 해도 발이 시려우니 팬티를 발에 감는다. 그것도 모자라면 발에 비닐을 더 감는다.

팬티를 보면 다른 피복도 알 수 있다. 여름 군복은 1년에 한 번, 겨울 군복은 2년에 한 번 준다. 규정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나마 제때 공급받지 못할 때도 많다. 여름 군복 한 벌을 7개월 넘게 입어야 한다. 한 번만 빨면 색깔이 누렇게 변하고, 몇 달 지나면 걷잡을 수 없이 해어진다. 취사 당번을 서면 나무를 해 와야 하는데, 누더기처럼 된 면은 나무 가시에 약간만 스쳐도 쭉쭉 찢어진다. 농사와 공사가 일상인 북한군은 바늘과 실을 항상 군복 주머니에 보관하고 있다가 찢어지면 바로 기워야 한다. 군인 규정에 그렇게 적혀 있다. 힘든 공사판에 동원된 군인들을 보면 수용소 수감자로 착각할 것이다.

신발은 1년에 여름 신발 두 켤레, 겨울 신발 한 켤레를 준다. 규정이 그렇다는 것이지 제대로 주질 못한다. 군모는 5년에 한 개 준다. 최근까지 북한군에서 10년 가까이 복무한 탈북민은 “동내의는 입대할 때 한 번밖에 입지 못했다”고 했다. 남은 것은 군 간부들이 빼돌려 장마당에 팔았을 것이다.

여성 군인들 사정도 상상해 보시라. “뭔 소리. 김정은이 시찰할 때 보니 다들 멋있는 군복을 입었던데”라는 반박도 있을 것이다. 맞는 말이다. 모든 부대에는 행사용 군복 보관 창고가 따로 있다. 김정은이 오면 꺼내 입고, 가면 다시 벗어 보관한다. 우크라이나 파병 북한 군인들은 각설이 행색에서 해방돼 좋은 팬티와 옷을 입게 됐다고 죽기 전까지 좋아했을 것이다.

“전쟁에 만반으로 준비된 백전백승, 미제와 대적할 무적의 군대”라고 자랑스럽게 연설하는 김정은은 이런 실상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

“저기요. 애들 팬티부터 좀 입혀요.”

-주성하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동아일보(2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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