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의 비계(飛階)]
[웨스트민스터 의사당]
맨해튼의 비계(飛階)

맨해튼 건물의 비계들. 비계가 설치되면 건물의 외관이 흉해지고 간판도 잘 보이지 않아 거기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은 죽을 맛이다. 도시 경관을 망치는 주범이기도 하다.
건설 현장에서 작업 보조나 시설물 유지 관리를 위해 설치하는 구조물을 비계, 영어로 스캐폴딩(scaffolding)이라고 한다. 어느 도시에나 있지만 맨해튼에 유독 많다. 거의 건물 두 채당 한 채꼴로 설치돼 있다. 미국 뉴욕을 찾는 방문객들은 의아할지 모른다. 저렇게 많은 건물이 모두 공사 또는 보수 중인가?
뉴욕에 1885년 ‘비계 법(Scaffolding Law)’이 제정됐다. 건물 공사·철거·수리 중에 자재 등이 떨어질 수 있고 작업자나 행인 안전과 직결되니 비계를 의무화했다. 자격을 갖추고 허가받은 업체만 설치할 수 있고, 이용하는 작업자들도 안전 교육을 받는다. 임시 구조물이니 공사나 보수가 끝나면 철거해야 한다. 문제는 비계 설치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점이다. 들여다보면 법적인 함정이 숨어있다. 뉴욕 건축법에서 외장재가 낡거나 훼손되는 등 하자가 생기면 시일 내에 보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벌금이 부과된다.

맨해튼 루이뷔통 스토어는 수리 기간 건물을 통째로 포장하는 환경 예술을 선보였다. 디자인이 거의 천편일률적인 맨해튼의 비계들과는 다른 신선한 퍼포먼스다.
문제는 공사업체들이 그렇게 빨리 섭외되지 않고, 서둘러 공사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이를 피할 방법이 비계다. 일단 건물에 비계가 설치되면 최소한 수리·보수 중인 것으로 인정돼 벌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이다. 또 비계 치수 등을 규정한 기준은 있지만 미적인 기준은 없다. 그래서 디자인은 거의 천편일률적이다. 맨해튼 루이뷔통 스토어 같은 명품 하우스는 이를 참지 못해 수리 기간 동안 아예 건물을 통째로 포장하는 퍼포먼스성 환경 예술을 선보인다.
현재 뉴욕시에 있는 비계 약 8400개 중 대부분은 맨해튼에 있다. 평균 500일 동안 설치되고, 그중 300개 이상은 설치된 지 무려 5년이 넘었다. 도시 경관을 망치는 주범 중 하나다. 비계가 설치되면 외관도 흉하고 간판도 잘 보이지 않아 건물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은 죽을 맛이다. 마침내 뉴욕시 의회도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지난 3월 회의에서 도심 경관을 위한 비계 문제 개선 방안을 진지하게 의논했다. 부디 깔끔한 실행으로 이어지기를.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학교 명예석좌교수, 조선일보(25-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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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민스터 의사당
무너지고 있는 英민주주의 전당... 5조원 들여 수술한다
150년 된 웨스트민스터 의사당, 빅벤 멈추고 조각상도 부서져
각종 전선들 뒤엉킨 지하에선 10년간 크고작은 화재 60건 발생
영국 의회민주주의의 산실(産室)인 웨스트민스터 의사당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 22일 외벽에 설치된 석조 천사상(像)의 받침대 일부가 70m 아래로 떨어졌다. 다행히 아무도 안 맞았지만, 작년 10월 다른 돌 조각이 떨어졌을 땐 한 하원의원의 차량 앞 유리창이 박살 났다. 15분마다 울리는 빅벤(Big Ben)도 멈춘 지 오래다. 시계탑이 들어선 엘리자베스타워 내부 벽지가 곰팡이로 얼룩지고 시계의 안전성도 보장할 수 없어, 작년 8월부터 4년간 보수 작업에 들어갔다. 의사당 지붕은 곳곳이 녹슬고 뜯겨, 심한 날엔 건물 안에 빗물받이 양동이들을 갖다 놓는다.

시계침 사라진 '런던 명물' 빅벤 - 지난 12일(현지 시각) 곳곳이 보수 공사 중인 영국 웨스트민스터 국회의사당 전경. 의사당에 설치된 시계탑 빅 벤(Big Ben)도 멈췄다. 19세기 중반 지어진 의사당은 지붕에서 물이 새고 화려하게 장식된 내부 벽과 로비에 균열이 가는 등 너무 낡아, 영국 의회는 지난 1월 최소 5조원이 드는 대규모 수리를 하기로 결의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1941년 독일군 공습도 견뎌냈던 이 건물도 세월을 이기지는 못했다. 1834년 대화재 이후 약 30년에 걸쳐 새로 지었을 때에는 난방용 증기관(管)과 에어컨도 갖춘 당대 최고의 고딕 양식 건물이었다. 그러나 이제 유리 수만 장을 끼운 구리 창틀은 제대로 닫히지도 않아 에너지 효율은 엉망이다.
영국 언론은 진짜 심각한 것은 건물 지하라고 전한다. 1800년대 중반에 설치된 증기관과 환풍구를 따라 상하수도관·전기선·전화선·인터넷 케이블 등이 계속 덧붙여졌다. 2차대전 때 윈스턴 처칠 총리 시절 설치된 수㎞의 전화선이 여태 있지만 어디로 이어지는지, 아직 작동하는지 아는 이는 없다고 한다.
또 금이 간 증기관과 물 새는 상하수도관이 온갖 전선과 한데 모여 있어, 최근 10년간 크고 작은 화재가 60건 발생했다. 축구장 17개 면적의 의사당 건물 전체가 1100개의 방과 총길이 5㎞의 복도 중 어디서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된 것이다. 현재 의사당 외벽 곳곳에 설치된 공사용 비계(飛階)는 그저 '성형수술'에 불과한 것이다.
2015년 정밀 진단 끝에 산출된 수리 비용은 최소 35억파운드(약 5조2700억원). 의원들은 긴축 재정 속에서 '자기들 직장은 그 엄청난 돈을 들여 고치느냐'는 시선을 의식해 계속 결정을 미뤘다. 하지만 1년 미룰 때마다 1억파운드의 수리비가 추가되자, 결국 지난 1월 말 대대적인 수리를 결의했다. 2025년쯤 상·하원이 6년 간 각각 다른 건물로 이주한다는 것이다. 이주 기간이 얼마나 될지는 누구도 모른다. 의원들이 망설이는 이유는 또 있다. 가디언은 "일부 의원은 다른 건물에서 새로 선출된 의원들이 좌석과 의사 진행, 발언 방식 등이 모두 새로운 환경에서 활동하다 보면 의회 전통도 잊고, 결국 '골동품 가게' 같은 데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도 않을까 봐 걱정한다 "고 보도했다.
-이철민 선임기자, 조선일보(18-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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