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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의 멋과 맛을 살린 K-컬처] [ APEC에 드리운 조공외교.. ]

뚝섬 2025. 11. 3. 09:37

[APEC의 멋과 맛을 살린 K-컬처]

[ APEC에 드리운 조공외교의 그늘]

 

 

 

APEC의 멋과 맛을 살린 K-컬처

 

지난달 31일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 만찬은 한마디로 우리의 멋과 맛이 어우러진 자리였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실제 모델인 배우 차은우가 사회를 봤고, 가수 지드래곤은 갓을 쓰고 축하 공연을 했다. 한국계 셰프 에드워드 리가 화합의 의미를 담아 나물 비빔밥을 차려냈다. 싱가포르 총리와 일본 외상, 멕시코 경제장관 등이 “스펙터클한 갈라 디너 쇼”라며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했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K팝이여 영원하라(Kpop Forever)’란 해시태그까지 달았다.

▷정부는 지난해 6월 경주를 APEC 정상회의 개최지로 선정하면서 ‘문화의 멋’을 선보일 기회라는 걸 이유로 들었다. 천년고도 경주에서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소프트 파워’를 보여주겠다는 구상이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을 공식 행사장인 화백컨벤션센터 대신 경주박물관에서 연 것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한 것도 ‘한국적 아름다움’을 보여주려는 시도였다. 신라 금관 6점 합동 전시는 이를 관람한 정상들을 매료시킨 기획이었다.

▷정상들과 기업인들을 사로잡은 것 가운데 ‘한국의 맛’을 빼놓을 수 없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선물 받은) 황남빵을 맛있게 먹었다”고 말한 사실이 전해지며 황남빵 매장 앞에는 긴 줄이 생겼다. 이재용 정의선 회장과 ‘치맥 회동’을 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한국 치킨은 세계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CNN은 세 거부의 회동 소식을 전하며 “치맥은 한국을 방문하는 누구나 꼭 먹어야 할 조합”이란 설명을 달았다. 라면과 호떡, 찰보리빵, 약과, 호두과자 등도 행사장 안팎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K푸드의 저변을 한층 확장시켰다.

 

▷K뷰티 열기도 뜨거웠다. 20대 후반인 캐럴라인 레빗 미 백악관 대변인은 국내 브랜드 화장품 13종을 직접 구입하고 인증샷과 함께 ‘한국 스킨케어 추천 아이템’이란 글을 남겼다. 조선미녀 인삼아이크림 등 이름만 봐도 한국산인 동시에 호기심을 자극할 법한 제품들이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의 배우자인 다이애나 폭스 카니 여사는 김혜경 여사에게 “딸이 사 오라며 K화장품 리스트를 줬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APEC 기간 경주 시내 화장품 매장에는 세계적인 명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APEC은 정치·경제 지도자의 모임이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K컬처가 또 하나의 주역이었다. 천년사찰 불국사를 돌아보며 ‘어메이징’을 연발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지드래곤 공연을 직관한 덕분에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고 말한 싱가포르 총리 배우자 등에게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선사한 감동적인 순간이 오래 기억되리라 믿는다.

 

-장원재 논설위원, 동아일보(25-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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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에 드리운 조공외교의 그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이재명 대통령이 선물한 금관의 파장이 예상보다 크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방한 관련 영상 4건 중 2건에는 금관 선물을 받는 장면이 담겼다. 집권 2기 첫 아시아 순방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한 질문에 “우리나라가 다시 존중받고 있다”고 했다.

황금 선물 경쟁과 힘의 외교

미국에선 풍자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에 황금 선물만 한 게 없다는 건 국제사회의 상식이 된 지 오래다. 일본은 황금 선물의 원조 격인 국가다. 지금도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가까운 친구’로 꼽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016년 황금 골프채를 선물해 황금 선물 경쟁의 서막을 열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총리는 황금 사무라이 투구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는 황금 골프공을 선물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또 다른 ‘절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요원들을 제거하는 데 썼던 원격 폭탄이 탑재된 ‘삐삐’ 모형을 금으로 도금해 선물했다. ‘남미의 트럼프’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노벨 평화상 추천서를 황금 액자에 담아 트럼프 대통령의 품에 안겼다. 이쯤 되면 황금 선물은 당위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디어의 문제인 셈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 정상에게 준 선물을 보면 외교의 기본인 상호주의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 개념인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올해 프로 2년 차로 무명에 가까운 선수의 사인이 새겨진 야구 방망이를 선물했다. 다카이치 총리에겐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제공하겠다”라고 말치레했지만, 황금 골프공에 답례로 준 선물이 무엇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황금 삐삐를 선물한 네타냐후 총리에겐 함께 찍은 사진에 자신의 사인을 해줬고, 아르헨티나 밀레이 대통령에겐 자신의 책 ‘거래의 기술’에 사인을 해 선물했다.

선물만 박했다면 좋았겠지만, 회담 테이블에선 더 인색했다. 외교 소식통은 “집권 2기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은 더 얻어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덜 손해 입기 위한 협상이 되고 있다”고 했다.

물론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 안에서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누리는 안보·경제적 기회는 황금 선물과는 비교조차 어려울 만큼 막대하다. 문제는 선물의 가치가 아니라 동맹 외교에 나서는 인식이다. 강대국 간의 전략경쟁과 자국 우선주의 속에 다자주의와 정의, 인권 등 이상주의의 가면을 내팽개친 외교의 민낯은 힘의 질서를 과시하는 조공외교를 연상케 한다. 더욱이 냉전의 끝자락에 한국과 캐나다, 호주 등이 주축이 돼 다자무역 체제 확산을 위해 창설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강대국 중심의 위계적 국제질서가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드러난 것은 상징적이다.

李대통령 “국력을 키워야겠다” 말한 이유

다자주의가 후퇴하는 흐름은 한두 명의 정치인이 바뀐다고 쉽게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다. 점차 정글을 닮아가는 국제질서 속에서 강자를 상대해야 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의 급소를 찌를 수 있는 실력과 협상력이다. 한국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나름대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조선(造船)과 반도체 때문 아니었나. 이재명 대통령은 두 번째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국력을 더 키워야겠다”라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강대국의 강압적 질서가 노골화되는 시대, 생존을 위해선 자강은 필수다.

-문병기 정치부장, 동아일보(25-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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