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이 정부 美感은 왜 이리 촌스러운가]
[여권의 '오세훈 시장 스토킹']
[등재 ‘바늘구멍’ 유네스코 유산, 英리버풀은 개발사업 뒤 취소도]
종묘, 이 정부 美感은 왜 이리 촌스러운가
총리는 '氣', 장관은 하늘이시여…
AI 멈추고 풍수로 좌회전하나
문제는 취향 아닌 고정관념
빌 게이츠 반성문 타산지석으로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묘에서 허민 국가유산청장(오른쪽)이 서울시 종묘 앞 개발과 관련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세운 상가 지역 주민들이 개발 추진을 촉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목걸이’ 작가 모파상은 에펠탑이 완공됐을 때 내부 레스토랑에서 매일 점심을 먹었다. 좋아해서가 아니었다. 파리 시내에서 이 흉측한 탑을 직접 볼 필요가 없는 유일한 장소라는 이유였다. 1889년 만국박람회를 준비하며 에펠탑을 지을 때, 그는 격렬히 반대했다. 고전적인 파리의 미를 망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100년을 훌쩍 넘긴 지금 우리는 알고 있다. 에펠탑은 파리를 넘어 프랑스의 자부심이라는 것을.
세운상가 9층 옥상, 루프톱을 종종 간다. 요즘은 옥상 출입을 통제하지만, 엘리베이터가 운행하는 5층까지만 올라가도 괜찮다. 종묘를 내려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산 능선과 종묘 맞배지붕이 갈라지는 선, 11월 단풍의 노랑과 빨강이 포개진 면은 볼수록 아름답다. 하지만 종묘가 아니라 동대문이나 종로 3가 쪽을 내려다보면 참담하다. 아니, 처참하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한 도시의 폐허가 거기에 있다.
종묘 주변 재개발을 둘러싸고 소위 ‘종묘 대전(大戰)’이 한창이다. 대법원이 문화유산 보호구역 밖에서 하는 공사까지 제한할 순 없다는 판결을 내린 뒤 벌어진 일이다. 내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정부와 민주당은 현 오세훈 시장을 공격할 소재라면 뭐든지 찾을 기세다. 문화재 보호와 도심 재개발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전제를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명제와 별도로 불편한 대목이 있다. 이 정부 고위 관료들의 촌스러운 미의식과 고정관념이다. 종묘의 기(氣)가 눌릴 거라는 국무총리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처음 들었을 때는 풍수 전문가나 파묘를 앞둔 지관의 발언인 줄 알았다. “하늘을 가리다니…” 한탄하며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문화부 장관도 마찬가지다. 20년 전 천성산 도롱뇽 지키겠다고 단식하던 시민단체와 스님이 겹쳐지는 순간이었다.
‘도시의 승리’를 펴낸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도시와 빌딩이 부당한 오해를 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파트는 콘크리트 숲이 아니고, 터널은 도롱뇽을 멸종시키지 않으며, 댐은 강물을 끊지 않는다. 진실은 반대다. 재건축한 신축 아파트 건폐율은 20% 안팎이다. 100평이 대지라면, 80평은 녹지와 도로라는 얘기다. 고층·고밀도로 지을수록 녹지가 늘어난다. 터널은 입·출구 외의 산림을 온전히 보존한다. 고갯마루 따라 도로를 만들면 주행 차량 이산화탄소 배출만 늘릴 뿐이다.
누군가는 기와의 반복을, 누군가는 빌딩 스카이라인을, 또 누군가는 둘을 섞은 풍경을 아름답다고 느낄 것이다. 취향이고 자유다. 하지만 나만 옳고 타인 취향을 부정하는 건 폭력이다. 올해 최고 화제작인 ‘K팝 데몬 헌터스’의 할리우드 제작진이 발견한 서울만의 매력이 있다. 뉴욕·도쿄와 달리, 한국의 수도엔 산·고궁·고층 빌딩이 함께 있다는 것이다. 한 앵글에 잡힌 경복궁과 마천루, 서울 성곽과 도심 야경에 감탄하며 외국인들은 지금 서울을 찾고 있다.
미국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많은 존경과 지지를 받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최근 ‘반성문’을 썼다. 인류 멸종 운운하며 최악의 예측으로 위협하던 ‘기후변화 재앙론’을 틀렸다고 공식 인정한 것이다. 게이츠는 ‘기후 재앙론’은 과장됐으며, 오히려 기술 혁신으로 그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 멋지고 책임 있는 리더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하늘이시여를 외치는 우리 정치인과 관료들도 타산지석으로 삼기를 희망한다. 그래야 미래 세대를 위하는 지도자일 것이다.
-어수웅 논설위원, 조선일보(25-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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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오세훈 시장 스토킹'

김민석 국무총리가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설치되는 감사의 정원 공사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감사의 정원은 한국전쟁 참전 22개국에 감사를 표하는 공간으로 참전국의 석재로 만든 총기모양의 조형물 23개가 세워질 예정이다. /뉴스1
김민석 국무총리가 17일 서울시가 6·25전쟁 참전국을 기리기 위해 광화문 광장에 조성 중인 ‘감사의 정원’ 공사 현장을 찾았다. 김 총리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을 모신 공간에 ‘받들어 총’ 모양의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을 국민이 이해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법적 절차적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 보고하라”고 행정안전부에 지시했다.
‘감사의 정원’에는 6·25 참전국들에서 가져온 돌에 그 나라 참전 용사의 희생을 기리는 문구를 새기고 조명을 설치해 하늘로 빛을 쏘도록 만든 조형물이 설치된다. 서울시는 “대한민국을 있게 한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미래 세대에게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한다. 하지만 민주당과 친여 시민 단체들은 “국가 상징 공간에 외국 군대 감사 공원을 둘 수 없다”며 반대한다. 이들도 김 총리의 광화문 광장 방문에 동행했다.
광화문 광장 활용은 기본적으로 서울시의 권한과 책임이다. 사업 예산도 전액 서울시가 부담한다. 감사의 정원 사업은 시민 의견 수렴과 설계 공모 절차 등을 거쳐 이미 착공까지 했다. 문제가 있다면 공사 시작 전에 지적해야 했다.
김 총리가 서울시 일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0일에는 종묘를 찾아 문화유산 보호를 이유로 세운상가 개발에 제동을 걸었다. 그 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현행법이 허용한 모든 조치를 다해 막겠다”고 했다. 15일에는 서울시의 한강 버스가 강바닥에 걸려 멈추는 사고가 일어나자 특별 안전 점검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일주일 사이에 총리가 세 번이나 서울시 사업 현장을 찾아 반대하고 지적하니 ‘정부가 오세훈 시장 스토킹을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김 총리는 서울시장에 출마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상황은 없을 것 같다”고만 하고 명확한 태도를 밝히지 않고 있다. 출마에 뜻이 있다면 총리직을 그만두고 서울시 정책에 대안을 제시하며 지지를 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선거운동으로 보이는 일은 출마 희망자들에게 맡기는 것이 옳다.
-조선일보(25-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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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오세훈 때리기’ 하는 정부·여당에 이해찬도 가세. 정치 공세도 과유불급, 때리는 쪽이 지칠 듯.
-팔면봉, 조선일보(25-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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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재 ‘바늘구멍’ 유네스코 유산, 英리버풀은 개발사업 뒤 취소도
1995년 종묘 첫 등재, 최근 반구천 암각화
한양도성은 등재 실패… 서원-백제 재수 성공
세계 1위는 이탈리아 61개… 중국, 프랑스 순
독일 엘베계곡 등 개발-건설 땐 취소 사례도

종묘.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최근 종묘 일대 개발사업을 놓고 서울시와 정부, 여당이 갈등하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보유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실태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국은 지금까지 종묘 등 총 16개를 등재해 전 세계 국가에서 23번째로 많은 유네스코 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 유산들을 둘러싼 개발 논란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영국의 리버풀 해양도시는 2004년 세계유산에 등재됐다가 대규모 부동산 개발로 인한 스카이라인 변경으로 2021년 세계유산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때문에 어떻게 이 유산들을 보존해야 할지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 유네스코 유산 16개 등재… 세계 23위

석굴암. 유네스코한국위원회
15일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은 1995년 종묘를 처음 세계유산에 등재했다. 이후 지난해 반구천 암각화까지 총 16개를 등재했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한국의 주요 세계유산에는 1997년 등재된 창덕궁, 같은 해 등재된 수원화성, 2000년에는 사실상 경주 전체가 세계유산에 올랐다. 이밖에 조선왕릉, 남한산성, 가야고분군 등이 있다. 자연유산으로는 제주 화산섬과 용암 동굴, 서천갯벌 등 한국의 갯벌 등이 있다.
한국은 전세계 최대 세계유산 등재 23위다. 1위는 이탈리아로 61개의 세계유산을 등재했고 2위는 중국(59개), 3위 프랑스(53개), 4위 독일(52개), 5위 스페인(50개) 순이다. 이밖에 영국(35개)은 8위, 미국(26개) 11위, 일본(17개) 17위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으로 구분된다. 세계유산에 등재된다는 것은, 해당 유산이 특정 국가 또는 민족의 유산을 넘어 인류 모두가 공동으로 보호해야 할 가치를 가진다는 것을 말한다. 이를 국제적으로 ‘인증’한 것이다. 세계유산협약에 따라 국제법에 따른 보호를 받게 되고 협약에 가입한 당사국들은 이를 파괴하지 않을 의무가 생긴다. 저개발 국가는 유산을 유지·관리·보호할 자금과 인력 등도 지원받을 수 있다.
●세계유산 등재 실패 및 퇴출 사례도

반구천 암각화.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인류 전체가 지켜야 할 유산’인 만큼 세계유산 등재는 쉽지 않다. 한국의 경우 2017년 한양도성 유산 등재를 시도했지만, 수원화성, 남한산성 등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실패했다. 2019년 등재된 한국의 ‘서원’도 애초 반려 판정을 받았다가 재시도 끝에 어렵게 등재에 성공했다. 2015년 백제역사유적지구도 재수 끝에 등재됐다.
등재가 된 이후에도 해당국의 관리가 소홀하거나 인근 개발로 세계유산에서 제외되는 일도 있다. 대영제국 시절 무역의 중심지였던 리버풀의 해양도시는 산업혁명 당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4년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하지만 2012년 항구와 도심 재개발이 진행됐고 유산 인근의 스카이라인 변화, 경관적 가치가 훼손돼 세계유산에서 제외됐다. 200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던 독일의 드레스덴 엘베 계곡도 4차선 교량 건설 탓에 경관적 가치가 훼손돼 2009년 제외됐다.
●종묘 인근 개발되면 스카이라인 영향… 우려도

오세훈 서울시장. 뉴스1서울시는 최근 종묘 앞 재개발 지구인 세운 4구역 건물 높이 기준을 종묘 쪽은 55m에서 98.7m로, 청계천 쪽은 71.9m에서 141.9m로 완화했다. 층간 높이에 따라 35층 높이 건물이 들어설 수 있는 셈이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세운상가 자리에 공원을 조성해 종묘에서 남산까지 녹지축을 만들어 서울의 구도심을 신도심으로 바꾸겠다는 복안이다.
일각에선 서울시가 추진하는 종묘 인근 개발로 인해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종묘가 세계유산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에 따르면 실제로 국가유산청은 이러한 서울시의 종묘 인근 개발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해, 올 4월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실시해 달라는 유네스코 자문기관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이코모스)의 검토 보고서와 권고사항을 조치하라는 공문을 서울시에 보냈다.
이에 시는 “종묘 관련 이코모스 검토 의견서가 영어 원문으로 작성돼 전문 분야인 문화재 사항에 대한 정확한 의미를 파악할 수 없어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없다”고 회신해 논란이 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와 관련해 “세계유산 지정 해제는 그야말로 기우”라면서 “유네스코를 비롯해 세계유산 지정 실무를 담당하는 분들이 종묘 경계로부터 100m 이상 떨어진 건축물에 대해 걱정한 적이 없다. (국가유산청이) 법으로 규정된 구역 밖까지 영향을 행사하겠다는 과욕을 부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유산 취소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서울시의 개발 사업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15일 종묘 일대 현장점검에 나선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문체부 장관과 국가유산청장도 유네스코 세계유산 1호인 종묘의 가치가 훼손되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취소될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며 ”독일 드레스덴, 엘베 계곡이나 리버풀, 해양산업 도시 등 과잉 개발로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취소된 세계적인 사례도 이미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종묘의 유네스코 유산 유지와 서울시 개발 사업의 영향에 대해선 아직 의견이 엇갈린다. 다만, 한번 유네스코 유산에서 지정 취소되면 다시 지정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때문에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유네스코 유산을 보존, 보호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민 기자, 동아닷컴(25-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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