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돈, 명예, 섹스] [죽은 엡스타인, 산 트럼프 잡나] [탄핵 위기 트럼프]

뚝섬 2026. 4. 20. 06:36

[돈, 명예, 섹스]

[죽은 엡스타인, 산 트럼프 잡나]

[탄핵 위기 트럼프]

 

 

 

돈, 명예, 섹스 

 

미국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가 9일(현지 시각)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생방송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멜라니아 여사는 이날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어떠한 연관성도 없다고 부인했다. /EPA 연합뉴스

 

돈, 명예, 섹스 등 세 가지 요소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사건이 미국의 ‘엡스타인 파일’이다. 최근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여사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나는 엡스타인과 관련 없다”고 항변했다는 뉴스를 보고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다. 남편이 ‘페르시아 문명을 석기시대로 만들겠다’며 기가 막힌 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그 아내가 오죽 다급했으면 자기 앞가림 하려고 단독으로 기자회견까지 했겠나!

 

일설에는 트럼프가 이 사건을 덮으려고 이란 전쟁까지 일으켰다는 분석도 있을 정도이다. 엡스타인 파일에 오르내리는 사람들은 모두 돈 있는 상류층이고 내로라하는 셀럽들이다. 돈과 명예가 없는 서민은 등장하지 않는다. 돈과 명예가 없는 사람에게는 이성도 달라붙지 않는다. 섹스 문제도 별로 생기지 않는다. 돈과 명예가 있으면 섹스 문제가 커지게 된다.

 

섹스는 음양의 교접(交接)이고 이를 통해 인간 생명과 문명이 진화해 왔다. 이 음양의 문제를 인간사의 모든 문제로까지 확대한 것이 음양오행론이고, 사주팔자이고, 주역(周易)이고, ‘시스템적 사고’이다. 그 사람의 기질과 팔자에 따라서 섹스에 약한 사람이 있고, 돈에 약한 사람도 있고, 명예욕에 약한 사람도 있다. 여기서 약하다는 의미는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돈에 약한 재다신약(財多身弱) 팔자의 공무원은 뇌물을 조금만 먹어도 감옥에 간다. 재다신강(財多身强) 팔자는 부정한 돈을 먹어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를 여러 번 목격하였다. 명예욕도 마찬가지이다. 명예욕을 충족하려고 선거 또는 청문회에 나갔다가 망신만 당하고 돈도 잃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남녀 간의 궁합도 세 가지 차원이 있다. 하단전(下丹田)의 궁합은 섹스이다. 단전은 인체의 에너지가 모이는 터미널이다. 하단전 궁합이 맞으면 돈도 초월한다. 돈을 뛰어넘는 것이 섹스 궁합이고 속궁합이다. 중단전(中丹田)의 궁합은 돈이다. 돈이 많은 사람이 왠지 섹시하게 보인다. 돈이 많으면 섹스도 많아진다. 상단전의 궁합은 무엇인가? 토킹이다. 이야기가 통하면 이것도 깊은 궁합이 된다. 상단전(上丹田)이 상징하는 것은 가치, 지향점, 이데올로기다. 이야기가 통하거나 추구하는 지향점이 같거나, 아니면 정치 노선이 같아도 궁합이 맞게 된다.

 

세 가지 중에서 두 가지만 맞아도 대단한 궁합이다. 세 가지가 다 맞으면 오히려 하나가 일찍 죽을 수 있다. 엡스타인 사건은 섹스에서 시작하였지만 결국 돈, 명예, 섹스가 서로 긴밀하게 연동되는 삼위일체적 사건으로 보인다.

 

-조용헌 동양학자, 조선일보(26-04-20)-

______________

 

 

죽은 엡스타인, 산 트럼프 잡나

 

폭주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1년도 안 돼 대형 장애물을 만났다. 트럼프 정부가 공개 반대를 고수해 온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수사 기록에 대해 상하원이 사실상 만장일치로 공개하라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 엡스타인은 미성년자들을 동원해 정·관·재계 인사들에게 성접대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2019년 구치소에서 자살했는데, 그의 ‘고객’으로 의심되는 명단엔 전현직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각계 거물들이 망라돼 있다. 트럼프가 19일 법안에 서명하면서 한 달 내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게 됐다.

▷엡스타인 사건을 스캔들로 키운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과 경쟁한 대선을 앞두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해 “엡스타인 때문에 큰일을 겪게 될 것”이라며 성접대를 받았음을 암시했다. 이즈음부터 부정선거론과 함께 극우 보수세력의 2대 음모론인 딥스테이트(deep state), 즉 좌파 엘리트 소아성애자들로 구성된 비밀 조직이 세계를 조종한다는 음모론이 퍼지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에선 엡스타인 파일을 공개해 배후 세력인 딥스테이트를 척결하겠다고 공약했다.

대선 승리 후엔 피해자 정보 보호를 명분으로 비공개로 선회했는데, 이후로는 트럼프에게 불리한 정황이 담긴 자료가 유출되며 거꾸로 궁지에 몰리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2000년대 중반 무렵 ‘역겨운 변태’와 절연했다고 했지만 엡스타인은 2011년 지인에게 보낸 메일에서 “트럼프와 피해자가 내 집에서 몇 시간을 보냈다”고 했고, 죽기 직전 메일에선 “트럼프는 소녀들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트럼프가 성범죄에 연루됐다는 결정적 증거는 없는 상태다.

 

트럼프 정책의 ‘거수기’ 역할을 하던 공화당은 이번 표결에선 하원의원 1명을 빼곤 모두 공개 찬성 쪽에 섰다. 그만큼 엡스타인 음모론은 마가 진영을 결집시키는 핵심 이슈다. 마가를 지탱하는 6개의 기둥이 있는데 미국 우선주의가 중심이고, 나머지가 국경 문제, 반(反)세계화, 표현의 자유, 나라 밖 전쟁 개입 금지, 그리고 ‘우리 국민(we the people)’이다. 마가 진영이 워싱턴 아웃사이더 트럼프를 선택한 건 엡스타인 파일에 나오는 딥스테이트에 맞서 ‘우리 국민’을 보호할 적임자로 봤기 때문이다.

▷클린턴, 오바마 행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래리 서머스 전 하버드대 총장은 얼마 전 엡스타인과 연애사를 공유하는 사이임이 드러나 모든 공적 활동을 중단했다. 엡스타인으로부터 미성년자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동생 앤드루 왕자도 왕실 작위와 칭호를 포기했다. 미국 국민은 판도라의 상자에서 또 어떤 이름이 나올지 못지않게 왜 트럼프가 감추고자 했는지 궁금해한다. 죽은 엡스타인이 산 트럼프를 잡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진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5-11-22)-

______________

 

 

탄핵 위기 트럼프

 

작년 미국 대선 토론회가 '최악'의 평가를 받은 건 트럼프 후보 탓이 컸다. 음담패설이 폭로돼 궁지에 몰리자 힐러리 후보 남편 빌 클린턴의 옛 추문을 끄집어냈다. 클린턴에게 성폭행당했다는 여성들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TV 토론에선 "나는 말로만 했는데 그는 행동으로 했다"고 했다. 토론장 관객석에 있던 남편 클린턴의 떨떠름한 표정이 화면 가득 부각됐다. 1억명이 봤다고 한다.

▶미 의회가 탄핵안을 처리한 건 지금까지 두 건이다. 1868년 장관 해임 문제로 의회와 충돌한 앤드루 존슨과 1998년 음습한 사생활이 천하에 들통난 클린턴이다. 둘 다 하원에서만 가결되고 상원에서 부결됐다. 일명 '지퍼 게이트'로 불리는 클린턴 탄핵은 막장 극이었다. 그럼에도 살아난 건 음란 행위가 헌정 질서를 망가뜨렸다고 볼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 물음 탓이었다. 

▶닉슨 대통령이 여기에 끼지 않는 건 탄핵 직전에 하야했기 때문이다. 버텼다면 확실히 탄핵됐을 것이다. 클린턴이 자신의 성행위만 '섹스'가 아니라고 믿었듯이 닉슨은 자신의 도청은 관행이라고 확신했다. 사건을 은폐하는 것, 은폐하자는 밀담(密談)을 녹음하는 것, 그 녹음을 다시 은폐하는 것도 그랬다. 이걸 밝히겠다는 특별검사를 해임한 것도 대통령의 당연한 권한이라고 봤다. 미국민은 난봉꾼보다 이런 자가 나라를 말아먹는다고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문대로 역사에 어두운 듯하다. 닉슨의 특검 해임을 '토요일 밤의 대학살'이라고 한다. 토요일 밤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 만행으로 닉슨의 운명은 결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FBI 국장을 해임하자 미국인은 예상대로 닉슨을 떠올린 모양이다. '화요일 밤의 대학살'이란 이름이 붙었다. 야당은 탄핵 카드를 꺼냈다. FBI 국장은 러시아가 미 대선에 개입해 트럼프 진영을 도왔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었다. 미국인들은 국장 해임을 '진실을 덮으려는 만행'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혐의는 닉슨보다 악성이다. 여기에 닉슨이 진실을 가리기 위해 저질렀던 것 같은 실책도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트럼프는 날이 갈수록 주변 충고에 불같이 화를 낸다고 한다. 합리적 측근을 적(敵)으로 돌린 닉슨과 성향도 비슷하다. 하지만 한국처럼 금방 결판이 날 가능성도 낮다.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닉슨 하야까지 2년이 걸렸다. 클린턴에 대한 성추행 고소에서 탄핵까지는 4년이 걸렸다. 좌충우돌하다가 임기를 끝낼 것이라고들 한다. 그 기간 동안 트럼프의 울화통이 우리 쪽을 향해 터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선우정 논설위원, 조선일보(17-0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