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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폭한 패권과 한통속 열강 사이에서] [‘무기 금수’ 빗장 푼 日.. ] ....

뚝섬 2026. 4. 21. 09:47

[난폭한 패권과 한통속 열강 사이에서]

[‘무기 금수’ 빗장 푼 日, 첫 군함 수출]

[독일 재무장]

[북한 인민이 굶어죽고 있다]

 

 

 

난폭한 패권과 한통속 열강 사이에서

 

[이철희 칼럼]

트럼프 2기가 불붙인 ‘다극화’ 담론
책임 팽개친 초강대국 美의 핑계와
세력권 노리는 中-러 열망의 ‘합작’
폭주-결탁 속 韓 ‘고단한 동맹살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한때 임시라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벌써 1년 가까이 겸직하고 있다. 50여 년 전 두 자리를 동시에 맡아 세계를 경략하던 헨리 키신저의 위상에 버금간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실상은 허울뿐이었다. 국무부도 국가안보회의(NSC)도 조직이 대폭 축소된 데다 굵직한 외교협상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친구와 맏사위가 도맡아 처리하고 있다. 최근엔 이란과의 종전 협상 수석대표마저 J D 밴스 부통령에게 주어졌다.

그러다 보니 루비오의 주 임무는 트럼프의 뒤를 지키는 병풍 역할에 가깝다. 트럼프의 백악관에서 ‘궁정 신하’로 살기란 그야말로 고단함의 연속이다. 주말마다 트럼프의 마러라고 리조트로 향하는 에어포스원 기내에서도 루비오는 시도 때도 없는 보스의 호출을 피하려고 담요를 푹 뒤집어쓰고 잠든 직원인 척 연기하기도 한다.

루비오는 사실 그 기질도 생각도 트럼프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 과거 트럼프를 ‘사기꾼’이라며 격하게 비판했던 그에게 지금 자리는 차기 또는 차차기 대권을 위한 징검다리에 불과할지 모른다. 루비오는 대외정책에서도 전통적 패권론자지만 소신보다 순응을 택했다. 그러니 마가(MAGA) 진영은 그를 ‘매파 네오콘’이라고 견제하고, 반대편에선 그의 카멜레온 같은 변신을 두고 “마가의 여장 남자(drag queen)가 됐다”고 조롱한다. 이번 대이란 전쟁에 대해서도 ‘달성 불가능한 목표들’을 지적하면서도 반대하진 않았다.

 

루비오가 트럼프 2기 출범과 함께 내놓은 화두가 바로 ‘다극(多極) 세계론’이다. 그는 취임 첫 인터뷰에서 세계에 단극(單極)의 힘만 존재하는 것은 비정상적”이라며 “냉전 종식의 결과지만 결국엔 지구 여러 지역에 여러 강대국이 있던 다극 세계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식 세계관에 맞춘 자신의 시각 교정을 합리화하면서, 동시에 글로벌 리더로서 미국의 책임 대신 트럼프식 강대국 간 거래 외교를 정당화하려는 논리적 시도였다.

사실 다극화 논리는 일찍이 냉전이 종식된 지 얼마 안 된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과 러시아가 내놓은 전략적 슬로건이었다. 미국의 패권 질서를 견제하면서 자신들도 나름의 세력권을 보장받겠다는 열망이 짙게 담긴 전략적 프로젝트였다. 다만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이라크전쟁의 늪에 빠지면서 그 위상이 예전만 못해지자 서방 학계에서도 10여 년 전부터 단극체제의 종언을 기정사실화하며 양극 또는 다극체제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벌써 4년을 넘기고 미국의 대이란 전쟁이 발발한 지금, 이제 세계가 다극화 시대로 본격 진입했다는 주장이 다시 봇물을 이루고 있다. 특히 호기롭게 전쟁을 시작하고도 그 출구 찾기에 급급한 미국 파워의 한계, 나아가 미국이 지난 80년간 이끌어온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를 무시하고 동맹 체제마저 흔들어대는 트럼프의 폭주를 지켜보면서 이제 다극체제를 더는 전망이 아닌 현실로 받아들이는 기류도 적지 않다.

 

하지만 과연 미국 주도의 단극체제는 무너졌는가. 미국이 과거의 힘과는 비할 바 없이 쇠퇴한 게 사실이지만 그 독보적 지위는 여전하다. 경제력에선 중국의 추격이 만만찮다지만 막강 군사력과 달러 패권 등 종합 국력 지수는 중국보다 훨씬 위에, 나머지 나라들에 비해선 까마득히 위에 있다. 학자들도 ‘불완전한(partial) 단극’ ‘불균형한(unbalanced) 양극’ ‘기울어진(lopsided) 다극’ 같은 다양한 형용사를 동원하며 새 체제로의 전환을 단정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진정 우려스러운 대목은 갈수록 거칠어지는 패권의 약탈적 행태와 그에 따라 급속하게 무너지는 동맹 체제다. 미국도 중-러도 다극체제의 안정과 협력을 내세우지만 그건 허상일 뿐 그 불안정성과 분쟁 가능성이 어느 체제보다 크다고 학자들은 지적한다. 강대국들이 서로의 세력권을 인정하며 한통속이 될 순 있으나 역사적으로 다수 강대국 간엔 동맹 관리가 더 복잡해지고 상대 의도를 오판할 가능성도 높아 쉽게 전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결국 단극의 폭주와 다극의 결탁 사이에서 가장 고달픈 신세는 열강의 반열에 끼지 못한 채 버림받을지 말려들지 걱정하는 미국의 동맹들이다. 트럼프는 벌써 대서양 동맹을 손보겠다고 벼르는가 하면 한국에도 북핵과 주한미군을 언급하며 “우릴 돕지 않는다”고 힐난한다. 힘의 논리가 앞서는 국제사회에서, 더욱이 강대국 충돌의 최전선에 있는 한국으로선 동맹의 축을 단단히 쥐면서도 중견 민주국가 간 연대도 모색하는 전방위 외교가 절실한 때다.

 

-이철희 논설위원, 동아일보(26-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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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금수’ 빗장 푼 日, 첫 군함 수출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2020∼2024년 세계 무기 수출 순위에서 한국은 10위, 일본은 51위였다. 국방예산은 일본이 더 많지만 구조, 수송, 경계, 감시, 기뢰 제거용으로만 수출이 제한되다 보니 시장 점유율이 미미했던 것이다. 완제품 수출 실적이라곤 6년 전 필리핀에 대공 감시 레이더 4대를 판매한 게 전부였다. 그랬던 일본이 18일 호주에 모가미급 호위함 11척을 10조 원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첫 군함 수출이자 사상 최대 무기 수출이다.

▷‘바다의 닌자’로 불리는 모가미급 호위함은 길이 132m, 만재 배수량 5500t으로 순양함, 구축함보다 작지만 단독 작전이 가능한 고성능 전투함이다. 스텔스 기능이 있으며 최신형 함대공·함대함 미사일도 탑재할 수 있다. 이런 공격형 군함의 수출이 가능했던 건 “타국과 공동 개발하는 경우 살상무기도 이전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을 적용했기 때문이었다. 일본 방위산업의 분기점이 될 이번 계약을 위해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열흘 사이 호주 국방장관을 두 차례 만나며 공을 들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도 조만간 호주를 찾아 방위 분야 협력 확대를 선언할 방침이다.

▷전후 일본은 ‘전쟁 포기’와 ‘군대 보유 금지’를 규정한 헌법 9조에 따라 ‘무기 수출 금지’ 원칙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아베 신조 내각은 2014년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을 선언하며 무기 수출의 빗장을 열었다. 중국의 군사력 강화에 맞서 방위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방위성 내부에서 “제안서를 어떻게 쓰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초반에는 시행착오가 많았다. 기술 이전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다 호주 잠수함 사업에서 탈락했고, 현지 생산 조건을 수용하지 못해 인도와 맺으려던 구난 비행정 계약도 무산됐다.

 

일본은 이번 계약을 발판 삼아 ‘방위산업 대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달 중 구조용 등으로 수출을 제한해 온 지침을 폐기하고 공격용 살상무기까지 수출을 허용할 계획이다. 여론조사에선 ‘살상무기 수출’에 반대하는 의견이 더 많지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모가미형 호위함은 뉴질랜드,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 추가 수출을 타진 중이다.

일본 방위산업의 약진은 한국에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번 호주 사업에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도 도전했지만 예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일본이 다음 수출 대상으로 꼽은 국가들 역시 한국 방산업계가 공들여온 시장과 상당 부분 겹친다. 여기에 과거 제국주의 시절의 악몽도 있다 보니 한국으로선 일본의 군사 대국화를 보는 시선이 여러모로 예사롭지 않을 수밖에 없다.

 

-장원재 논설위원, 동아일보(26-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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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재무장

 

[임용한의 전쟁사]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독일은 군대를 거의 해체 수준으로 축소하고, 독일군의 해외 파병을 헌법으로 금지했다. 독일군의 축소는 승전 연합국의 요구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어떤 배경이 있었을까.

전후에 냉전이라는 새로운 전선이 생겼다. 영국과 프랑스는 독일군을 보존해, 이제는 그들이 소련의 서진을 저지하는 방패가 돼 주기를 원했다. 독일은 속죄의 의미로 스스로 군 축소를 주장했는데, 진짜 속셈은 경제 부흥이었다. 절약한 군비를 경제로 돌리려는 것이었다. 승전국인 영국과 프랑스는 전쟁 중 진 빚을 갚느라 수십 년을 고생했는데, 독일은 군비를 줄인 덕분에 ‘라인강의 기적’을 이루고 유럽 최부국이 됐다. 독일이 빠진 유럽의 방어는 미국이 채웠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의 서진 위협이 커지고 미국이 유럽 방어에서 빠지겠다고 협박하자 독일은 빠르게 군비 확장을 선언했다. 해외 파병을 금지하는 헌법 조항을 폐기하고 2024년 독일군을 리투아니아로 파병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부전선을 강화해 달라는 리투아니아 요청에 따른 것이다. 리투아니아가 내준 영토에 ‘47기갑여단’이 상시 주둔하며, 규모는 2027년까지 5000명으로 증원된다. 징병 제도도 부활했다. 젊은 층의 저항이 있었지만 무난하게 진행됐다.

 

리투아니아의 일부는 과거 프로이센 지역이다. 독일을 통일하고 근대 독일의 부흥을 이끈 프로이센은 서프로이센과 동프로이센으로 분리돼 있었다. 2차대전 이후 동프로이센은 폴란드와 리투아니아로 분할됐고, 리투아니아는 소비에트연방(소련)이 됐다. 리투아니아는 소련에서 독립했고, 이제는 독일군이 진입했다. 당장은 러시아와 접경한 폴란드, 스웨덴, 핀란드 같은 북유럽 국가들과 연합해 러시아의 위협에 대처한다는 이유지만, 언젠가는 동프로이센 부활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임용한 역사학자, 동아일보(26-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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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민이 굶어죽고 있다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 사이] 

 

지난달 11일 딸 주애를 데리고 무기 공장에 찾아간 김정은이 새로 만든 저격총을 들고 조준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날 그는 딸과 권총 사격도 함께 했다. 노동신문 뉴스1

 

전 세계에서 북한만큼 이란 전쟁의 직격탄을 가혹하게 맞은 국가는 없을 것이다. 식품과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 가장 가난한 사람들부터 생계 위기를 겪듯이, 나라도 마찬가지다. 충격에 견딜 내구력이 없는 가난한 나라들부터 국가 파산 위기에 몰린다. 이란 전쟁으로 인해 전 세계가 고물가로 아우성친다. 하지만 북한에선 아우성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김정은은 죽어가는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외부로 흘러 나갈까 봐 내부를 꽁꽁 틀어막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북한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4월 중순 쌀과 휘발유 1kg 가격은 각각 북한 돈 3만 원과 7만6000원이 넘었다. 이는 석 달 전에 비해 두 배 넘게 오른 가격이다. 2년 전 4월에는 쌀 1kg이 5500원, 휘발유는 1만3000원에 불과했다. 가뜩이나 2년 동안 물가가 정신없이 올랐는데, 이란 전쟁 때문에 물가의 고삐가 완전히 풀린 양상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지조차 알 수 없다. 한국에서 2년 전에 L당 1500원이던 휘발유 값이 9000원으로 올랐다고 상상하면 북한의 미친 물가 상승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1990년대 중반의 고난의 행군 시절에도 이 정도로 무섭게 물가가 오르진 않았다.

이미 북한에선 작년 겨울부터 굶어 죽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작년 말에 연초 대비 쌀값이 두 배나 올랐는데, 가계 수입은 그에 맞춰 따라가지 못하니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 굶어 죽는 와중에 다시 식량 값이 석 달 만에 거의 두 배로 뛰었다. 곳곳에서 아사자들이 나올 것이 뻔한데, 탈북이 불가능할 정도로 국경을 철저히 봉쇄해 내부 소식이 외부에 새어 나오지도 못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는지는 북한 당국도 모를 것이다. 처벌이 두려워 간부들이 굶어 죽은 사람들을 병에 걸려 죽었다고 거짓 보고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김정은도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과거의 사례로 봤을 때 평북과 자강도 군수공업 지역에서 제일 먼저 아사자들이 나올 것이고, 영양실조 군인들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이번 위기가 진짜 위험한 이유는 내구력이 전혀 없는 상태인 데다, 대책도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내구력은 4년 가까이 이어진 코로나 봉쇄로 이미 소진됐다. 3년 치를 쌓아두던 군량미를 다 털어먹은 것이 대표적이다.

미래 역시 암담하다. 연료 가격 상승으로 농기계를 제대로 가동할 수 없으니 올해 농사는 망한 것이나 다름없다. 농기계보다 더 문제인 것은 비료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전 세계 비료 교역량의 3분의 1이 지나가던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자 중국이 비료 수출을 금지했다. 중국에서 비료를 수입하지 못하면 북한은 대책이 없다. 북한의 1년 비료 소요량은 150만 t인데, 자체적으로 생산되는 양은 3분의 1에 불과하다. 농번기가 닥쳐왔는데 비료가 없으면 1년 내내 식량난을 극복할 수 없다. 연료 값이 비싸 차가 다니지 못하면 물류 이동이 위축돼 지역별 가격 편차도 상당할 수밖에 없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도 김정은은 너무나 태평하다. 아니, 오히려 김정은의 정책은 인민을 굶겨 죽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시장 폐쇄 움직임이다. 장마당을 풀어줘도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인데, 연말까지 개인 영업을 막고, 카드 결제를 의무화해 개인 재산을 국가가 파악하겠다고 한다. 해방 후 지주, 자본가들의 재산을 뺏어 먹더니, 이젠 뺏을 대상이 없어서 자기들끼리 뺏어 먹고 사는 것이다. 잔디를 심어라, 묘지를 파서 화장하라는 식의 황당한 지시도 계속 하달된다.

1990년대 중반엔 굶어 죽을 바엔 중국이라도 갔지만, 지금은 국경에 지뢰까지 매설해 앉은 자리에서 죽을 수밖에 없다. 북한은 강제로 내리먹이는 김정은주의를 학습하다가 사람들이 쓰러져가는 거대한 ‘나치 수용소’가 됐다.

이런 위기 속에서도 김정은은 13세의 어린 딸을 데리고 다니며 미사일이나 대포 등 뭘 쏘는 것에만 집착하는 ‘발사 광인’으로 살고 있다. 남쪽에 손을 내밀어도 모자랄 판에 여동생과 함께 한국 대통령을 조롱하면서 낄낄대고 있다.

언젠가는 김정은 정권이 망하겠지만, 2026년의 김정은의 행태는 더욱 눈을 부릅뜨고 주시해야 한다. 인민이 굶어 죽어가는 와중에 지도자란 인간이 어떤 짓을 하며 살았는지 역사에 똑똑히 기록해야 한다.

-주성하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동아일보(26-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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