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국의 수치" 민주당측 원로들도 우려한 위헌 법들]
[불의에 문제 제기 검사들 강등 좌천, 불의가 이기는 나라]
[정치가 고장난 베네수엘라의 경고]
"문명국의 수치" 민주당측 원로들도 우려한 위헌 법들
진보 성향 법조계 원로들이 11일 ‘사법 제도 개편’ 공청회에서 민주당의 사법 제도 개편 폭주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주로 민주당 정권 시절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 고위직에 임명된 사람들이다. 민주당은 계엄 사건을 맡은 1심 판사를 압박하기 위해 ‘내란 전담 재판부’를 설치하고, 자신들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검사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 왜곡죄’를 추진하고 있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대행은 “분노는 사법 개혁의 동력이지만 내용이 될 순 없다”며 “민주당이 제시한 법안이 진정 사법 개혁을 실현할 수 있는 내용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국민권익위원장이었던 박은정 전 위원장은 “정치적 갈등이 고조돼 사법부가 일방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며 “사법 개혁인지 ‘사법 통제’인지 헷갈린다”고 했다.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은 따로 정청래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법 왜곡죄는 문명국가의 수치”라고 했다고 한다.
지난 8일에는 일선 판사들이 모인 전국법관대표회의도 민주당 강행 법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전국법관회의는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와 같은 친민주당 성향 법관들이 주도하는 기구다. 진보 성향 원로, 소장파를 가릴 것 없이 민주당의 위헌적 사법 제도 개편을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12일에도 내란 재판부 설치 등을 연내에 처리할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정 대표는 “보완할 것은 보완해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지금 ‘내란 재판부’와 ‘법 왜곡죄’는 보완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2심부터’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내란 재판부를 설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심부터 한다고 위헌이 아닌 것으로 되나.
이들이 각계의 반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위헌 법률을 밀어붙이는 것은 현재 계엄 관련 재판을 진행하는 판사들에게 ‘우리 뜻대로 판결을 하지 않으면 이 법들을 진짜로 실행할 것’이라고 압박하는 용도일 가능성이 높다. 권력이 위헌이 명백한 법까지 들이밀며 판사들을 위협하는 것은 그야말로 문명국의 수치다.
-조선일보(25-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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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에 문제 제기 검사들 강등 좌천, 불의가 이기는 나라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뉴스1
법무부가 지난달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에 반발해 경위 설명을 요구한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일선 검사장 중 3명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냈다. 좌천이다. 이들은 검사장 18명이 항의 성명을 냈을 때 발표를 주도했다고 한다. 법무부는 또 현 정권 들어 정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던 또다른 검사장 한 명은 고검 검사로 강등시켰다. 좌천된 검사장 3명 중 2명은 사의를 표명했고, 강등된 검사장은 법적 대응에 나섰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가 “검찰 조직의 기강 확립 및 분위기 쇄신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항소 포기에 경위 설명을 요구한 것이 항명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애초 대장동 사건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하려 했으나 정성호 법무장관과 차관의 압박으로 항소를 포기했다. 이 항소 포기로 대장동 일당은 수천억원을 챙길 수 있게 됐다. 지금 정부 여당은 공무원 군인들이 부당한 명령을 거부할 수 있게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의 검찰청법에도 상급자의 사건 지휘가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런데 정권의 부당한 명령에 대해 경위 설명을 요구한 검사들은 강등 좌천시켰다.
이런 인사를 한 목적은 검사들을 향해 정권 입맛에 맞는 수사와 재판을 하고, 거기에 반기를 들지 말라는 뜻이다. 좌천 인사를 당한 검사장은 사직 인사 글에서 “권력자는 한결같이 검찰을 본인들 손아귀에 넣으려 하고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늘 자신과 측근들을 지키는 데 권력을 남용한다”고 했다. 그 말 그대로다. 겉으로는 ‘검찰 개혁’이고 뒤로는 ‘권력 보호’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데 있다. 민주당은 저항하는 검사들을 손보겠다며 이미 ‘검사 파면법’을 발의했다. 법관에 준하는 신분 보장을 받는 검사를 국가공무원법을 준용해 파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권과 민주당 행태를 보면 결국 이 법도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정권이 인사와 징계라는 수단을 이용해 검찰을 완벽히 장악할 수 있게 된다.
지금 정권이 역대 다른 정권들과 크게 다른 점은 불의를 저지르고도 당당하며, 심한 경우엔 당당한 정도를 넘어서 공격적이기까지 하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지지율이 높으니 기세가 등등하다. 불의가 판치는 나라를 넘어서 불의가 이기는 나라가 돼가고 있다.
-조선일보(25-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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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고장난 베네수엘라의 경고

지난 10월 칠레 거주 베네수엘라인 주최 행사에서 한 참가자가 "자유로운 베네수엘라"라고 적힌 베네수엘라 국기를 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2009년부터 4년간 미국 플로리다주(州) 남부 마이애미 인근에서 고교 시절을 보냈다. 휴양지로만 알려진 그곳은 한편으론 카리브해를 건너온 중남미 ‘라티노’ ‘히스패닉’ 이민자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삶의 터전이었다. 영어만큼 스페인어가 흔하게 들리던 거리에서 유독 활달하고 낙천적이라는 인상을 준 친구들은 베네수엘라 출신이었다.
그들은 다소 소란스러울 만큼 쾌활했고, 만나면 가벼운 포옹은 필수일 정도로 정(情)이 많았다. 자동차에 베네수엘라 국기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며 애국심을 과시하기도 했다. 당시 귀국을 앞둔 상황에서 무심코 그들에게 물었다.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는데, 너는 언젠가 베네수엘라로 돌아갈 생각이 있니?” 뜬금없다는 듯 웃더니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내 모국을 사랑해. 하지만 딱히 갈 생각은 없어.” 당시엔 그 말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미국이 더 좋은가 보다”라고 받아들였다.
대학에서 중남미 역사를 공부하고 나서야 이 질문이 얼마나 황당한 것이었는지 깨달았다. 그들의 짧은 답변에 담긴 체념과 절망도 그제야 이해했다. 베네수엘라에는 1999년 좌파 대통령 우고 차베스, 2013년 ‘후계자’ 니콜라스 마두로가 숱한 부정선거 논란 끝에 연이어 집권하며 ‘차비스모(차베스주의)’ 독재 정권이 30년 가까이 통치하고 있다. 입법·행정·사법을 장악하고, 석유로 번 막대한 돈을 무상 복지 포퓰리즘 정책에 퍼부었다. 현재는 ‘망가진 국가’의 대명사다. 한때 최대 산유국이었지만 경제는 처참하게 무너졌고, 마약·범죄 조직이 활개 치는 지옥으로 전락했다. 공동묘지 무덤을 파헤쳐 금니 등을 훔쳐 가는 ‘무덤 도둑’이 기승을 부릴 정도다. 망자(亡者)의 안식마저 허락되지 않는 셈이다.
2006년 우리나라 한 방송사가 ‘신자유주의를 넘어서, 차베스의 도전’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적이 있다. 아무리 미화하려 해도 그의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작은 베네치아’라는 뜻의 국명을 가졌고 한때 미인대회 강국으로 이름을 날리던 나라에서, 이제 국민은 기본적인 미래조차 꿈꿀 수 없게 됐다. 수백만 명이 목숨을 걸고 탈출하다시피 떠났다. 아마 15년 전 기자가 만난 친구들이 가장 ‘잘 풀린’ 부류였을 것이다.
최근 미국은 마두로 정권을 겨냥한 군사적 압박을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리며 축출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정권의 노골적 신변 위협과 출국 금지를 뚫고 노벨평화상 시상식이 열린 노르웨이로 향한 올해 수상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를 비롯한 베네수엘라 민주화 지도자들은 “미국이 도와달라”고 절규한다. 정치가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문제 그 자체가 되면 국가는 고장 나고 국민은 피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사랑하는 고국으로 결코 돌아갈 수 없는 마이애미의 친구들을 생각한다. 과연 한국은 어떤 나라로 남을 것인가.

202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맨 왼쪽)가 11일 새벽 노르웨이 오슬로에 도착한 직후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베네수엘라를 극비리에 탈출해 험난한 여정 끝에 노르웨이에 입국한 마차도를 향해 지지자들은 스페인어로 ‘용감하다’는 뜻의 “발리엔테”를 외치며 환영했다. /AFP 연합뉴스
-박강현 기자, 조선일보(25-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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