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갑질' 같은 대통령 업무 보고, 민망·유치하지 않나]
[조서 없는 특검 수사, 봐주려 작정한 은폐 범죄]
'직장 내 갑질' 같은 대통령 업무 보고, 민망·유치하지 않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국토부 업무 보고에서 야당 3선 의원 출신인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공개 질책했다. ‘100달러짜리를 책갈피로 끼워 해외 밀반출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이 사장이 “주로 유해 물질을 검색한다” “세관하고 같이한다”고 설명하자 말을 끊으며 “옆으로 새지 말라” “참 말이 기십니다”라고 했다. 준비 자료를 보려는 이 사장에게 “써준 것만 읽지 마시라” “지금 다른 데 가서 노시냐”고도 했다. 전 국민에 생중계되는 자리에서 앞 정부가 임명한 공기업 사장을 면박 준 것이다.
이 대통령이 지적한 ‘외화 반출 단속’은 기본적으로 세관 업무다. 공항 검색은 칼·흉기 등 승객 안전을 위협하는 물품을 적발하는 것이 주 업무이고 종이인 지폐 자체는 보안 검색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대통령 지시대로 승객 책을 모두 뒤지려면 검색 지연으로 제때 탑승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은 입찰 공고조차 안 나온 이집트 공항과 관련한 수요·전망 등을 따지듯 물으며 이 사장을 몰아세우기도 했다. 그러면서 “임기가 3년씩이나 됐는데 업무 파악을 정확하게 하고 있지 않은 느낌”이라고 했다. 다음 날 이 사장은 조목조목 해명하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대통령은 면박을 주고, 공기업 사장이 공개 반박하는 일이 벌어졌다.
동북아역사재단 업무 보고에선 “역사 교육 관련해 ‘환빠(환단고기 추종자)’ 논쟁이 있지 않느냐”고 했다. 환단고기는 고조선 이전의 ‘환국’이 최초의 문명이자 유라시아에 걸쳐 방대한 영토를 차지했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학계에선 ‘위서(가짜 책)’로 판명 난 지 오래다.
박지향 이사장이 “전문 연구자와 문헌을 중시한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환단고기는 문헌 아니냐” “문헌에 있는 것을 증거라고 하는지 논쟁거리”라고 했다. 허황한 자료를 놓고 어떻게 ‘역사 교육’이란 말을 붙일 수 있는지 의아하다. 이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 윤석열 정부가 임명한 박 이사장의 ‘파면’을 요구했었다.
대통령이 부처 보고를 공개하고 기관장이나 정책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공개된 자리에서 상급자가 하급자를 질책할 때는 지켜야 할 선이 있다. 일반 직장에서도 상급자가 모욕적 말로 꾸짖으면 ‘갑질’로 징계 대상이 된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일선 기관장을 생방송에서 면박하는 모습은 국민 보기에 민망하다. 만약 앞 정부 인사를 내쫓으려는 의도가 있다면 유치한 것이다.
-조선일보(2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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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생중계된 신년 업무 보고, 내용은 간 데 없고 ‘달러 반출’ ‘환단고기’ 대통령 발언만 회자. 이제 시작인데….
-팔면봉, 조선일보(2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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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 없는 특검 수사, 봐주려 작정한 은폐 범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의혹 관련 사건을 맡은 민중기 특별검사가 2025년 7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서 현판 제막식을 가졌다. /김지호 기자
민중기 특검이 지난 8월 통일교 간부로부터 문재인 정부 때 민주당 의원들에게 수천만 원대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을 받고도 정식 조서(調書)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한다. 수사에 착수하면 조서를 받는 것이 기본 중 기본이다. 그런데 조서 대신 수사 보고서만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고 넉 달을 뭉개다 관련 언론 보도가 나오자 뒤늦게 사건을 경찰로 넘겼다. 애초부터 수사할 생각이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특검 측은 “특검의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김 여사와 무관한 데도 통일교에서 돈 받은 혐의로 기소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만약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면 특검이 수사 보고서에 그 이유를 남기고 정식으로 지휘를 했어야 한다. 하지만 수사팀이 수사 필요성을 보고했는데도 민 특검은 별다른 판단과 지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수사팀 검사들이 지난달 복귀를 앞두고 뒤늦게 사건 번호만 부여했고, 관련 보도가 나오자 사건을 부랴부랴 경찰로 넘긴 것이다. 여당 인사들을 봐주려고 사건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다.
이뿐 아니다. 특검은 3년 전 통일교 자금이 국민의힘 지역 당협 20곳에 후원금으로 뿌려진 것을 확인해 한학자 총재 등을 기소했다. 하지만 통일교가 민주당 인사들에게도 후원한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민주당 부분은 수사에서 뺐다. 통일교 교인의 집단 당원 가입 의혹에서도 “여야 모두 당원 가입을 진행했다”는 통일교 측 진술이 나왔지만 공소장엔 국힘만 언급했다. 노골적인 편파 수사다.
수사권을 악용한 민 특검의 정략적 행태는 그 자체로 범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국힘은 민 특검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민 특검이 이첩한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 전담수사팀에서 민 특검의 직무유기 사건도 함께 수사한다고 한다. 하지만 현 정권 들어 대놓고 정치 중립을 위배하고 있는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겠냐는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이 민 특검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뭉개면 그 또한 범죄가 될 것이다.
-조선일보(2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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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의원에게 돈 줬다”고 한 전 통일교 간부, 재판에선 “그런 적 없다.” 칼은 칼집 속에 있을 때 위협적이라서?
-팔면봉, 조선일보(2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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