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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지시, 한 호흡 늦추고 신중할 수 없나] ....

뚝섬 2025. 12. 17. 06:40

[대통령 지시, 한 호흡 늦추고 신중할 수 없나]

[李 국정에 의문 생긴다면 ‘질책’ 아닌 ‘자문’해야]

[“李-3실장 靑 한 건물에”… 직언과 경청이 진정한 소통]

 

 

 

대통령 지시, 한 호흡 늦추고 신중할 수 없나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국가유산청)·국민권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제주 4·3 사건 초기 수습을 맡았던 박진경 대령에 대한 국가 유공자 지정 취소 검토를 지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보훈부는 지난 10월 박 대령이 1950년 받은 을지무공훈장을 근거로 박 대령 유족이 낸 유공자 등록 신청을 승인했는데 4·3 단체가 “박 대령은 양민 학살범”이라고 주장하자 대통령이 정부 결정을 뒤집었다.

 

박 대령은 4·3 사건 발생 다음 달 제주도에 부임해 한 달여 만에 남로당 지령을 받은 부하에게 암살 당했다. 이때는 민간인 희생이 본격화되기 전이었다. 암살범 중 한 명이 재판에서 “도민에 대한 박 대령의 무자비한 공격에 불만을 가졌다”고 했다. 반면 당시 소대장이던 채명신 전 주베트남 한국군사령관은 “박 대령은 양민을 학살한 것이 아니라 죽음에서 구출하려고 했다”고 증언했다. 어느 말이 맞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남로당 암살범의 발언을 근거로 한 주장을 받아들였다. 보훈은 국가의 영속에 필수 제도다. 이렇게 쉽게 취소할 일이 아니다. 박 대령의 관여 여부가 명확히 가려진 후에 해도 결코 늦지 않다. 만약 그 당시 남로당 반란을 진압하려 나섰던 군경들이 지금 이 상황을 본다면 나라를 지키려 했겠나. 그렇다면 지금 대한민국이 존재하겠나.

 

대통령의 정책 지시는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시를 내리기 전 사안을 파악하고, 여파를 고려해야 한다. 이 대통령 지시 중엔 그렇게 보기 어려운 것들이 적지 않다.

 

이 대통령은 16일 복지부 업무 보고에서 탈모 치료의 건강보험 적용 검토를 지시했다. 복지 장관은 “생명이 오가는 치료와는 연관성이 떨어진다”고 답했다. 보험료를 내는 국민 의견 수렴도 없이 대통령이 불쑥 지시할 일이 아니다. 대통령이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을 주장한 백해룡 경정을 수사팀에 투입하라고 지시한 것도 즉흥적이고 전례 없는 일이었다. 백 경정 주장은 망상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초 산재 사고가 이어지자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했는데 산재 사망 사고는 지난해보다 늘었다.

 

이 대통령은 16일 업무 보고에서 진짜 문제는 모르는데 아는 척하는 것”이라며 “그러면 판단이 잘못된다. 못된 것이다”라고 했다. 공무원들에게 한 말이다. 대통령도 지시를 내리기 전에 사안을 충분히 파악하고 그 여파를 숙고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조선일보(2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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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국정에 의문 생긴다면 ‘질책’ 아닌 ‘자문’해야

 

[박중현 칼럼]

李 “모르겠다” “대책 없다” 의외의 발언
정책 의도와 다른 결과에 대한 고민일 것
‘생중계 업무보고’에선 180도 다른 모습
내가 뭘 모르는지’ 돌아보는 모습 기대

 

“압박도 해보고, 겁도 줘보고, 수사도 해보고 하는데 대형 사업장은 줄었지만 소형 사업장은 오히려 더 늘고 있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4일 청와대 영빈관 산업역군 오찬 간담회) “제가 서울과 수도권 집값 때문에 요새 욕을 많이 먹는 편인데, 대책이 없다. 구조적 요인이라 있는 지혜, 없는 지혜 다 짜내고 주변의 모든 정책 역량을 동원해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5일 충남 천안시 타운홀 미팅)

이달 초 전혀 ‘이재명스럽지’ 않은 대통령 발언이 잇따라 나왔다. 중대재해 관련 발언은 대형사고가 터질 때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주가를 폭락하게 해야 한다”며 비판을 쏟아내던 날 선 모습과 많이 다르다. 즉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피할 때를 제외하고, 이 대통령이 특정 정책 사안에 대해 “모르겠다”고 하는 건 이례적이다.

집값을 놓고 “대책이 없다”고 한 데에는 참모진이 적잖이 당황한 모양이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보다 긴 시간 동안 국토 균형발전을 이뤄야 된다는 취지로 이해해 달라.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시키는 정책적 준비는 다 돼 있다”고 굳이 부연설명을 했다. ‘유능함’, ‘효능감’을 트레이드마크로 삼는 대통령은 평생 입에 담지 않을 것 같던 표현이 갑자기 나온 탓일 게다.

 

현 정부는 취임 후 반년간 노동·증시·부동산 등 모든 분야에서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강도 높은 정책을 많이, 급하게 쏟아냈다. 그런 만큼 다른 정부라면 임기 중반쯤 돼서 나올 ‘우리 해법이 맞지 않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 또는 깨달음의 순간이 앞당겨졌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반길 일이겠지만, 이후에도 여전히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정책,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달러당 1470원을 오르내리는 고환율과 관련해 ‘서학개미’의 해외 주식 투자를 문제 삼은 당국의 태도가 그렇다. 2022년 코로나19 발생 후 글로벌 증시가 급락했을 때 한국 증시에 투자한 이들이 동학개미, 해외에 투자한 이들은 서학개미다. 투자처에 따라 편의상 다르게 불릴 뿐 실제 대다수 투자자는 동학개미인 동시에 서학개미다. 특히 청년 투자자 중에는 한국 주식보다 해외 주식을 포트폴리오에 더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코스피 5,000’을 목표로 정부가 증시를 띄우면 국내 투자뿐 아니라 해외 투자도 동시에 늘어날 수밖에 없다. 원-달러 환율도 상승(원화가치는 하락) 압력이 커지는 게 당연하다. 청년 시절 ‘꽤 큰 개미’였다 해도, 주로 국내에만 투자했을 이 대통령은 서학개미들의 예전과 달라진 투자 패턴, 이들의 투자가 환율에 미칠 영향까진 미처 알지 못했을 것이다.

9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대일 쌀 수출 검토를 채근한 장면도 농업에 대해 잘 아는 이들이 봤을 땐 마음이 복잡해진다.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쌀이 남아서 시끄럽다. 일본에서 쌀값이 3배나 폭등했다는 거 아니냐. 일본하고 협의를 해보라”고 지시했다. 또 “(일본인) 관광객들도 사가지 않나. 한번 검토해 달라”고도 했다.

이상기후로 인한 일시적 생산 감소 영향이 있지만, 일본 ‘쌀 소동’은 과잉 생산된 쌀을 비축해 놓고도 핵심 지지층인 농민을 의식해 높은 쌀값을 유지하려고 정부와 여당이 쌀을 제때 풀지 않은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창고에 쌀이 쌓이는데도, 평년보다 쌀값이 떨어지면 정부가 의무매입해 쌀값을 떠받치도록 ‘양곡법’을 고친 한국이나 마찬가지다. 일본도 우리처럼 일부 쿼터를 제외한 수입쌀에 고관세를 매기는데, 일본 쌀값이 3배로 뛰어 정점을 찍었던 때 정도가 아니면 한국 쌀은 가격 경쟁력이 거의 없다. 일본인 관광객이 한국에 와서 쌀을 사가는 건 개인 휴대 소량 포장 쌀은 관세를 물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주부터 진행된 정부부처·공공기관 ‘생중계 업무보고’는 더 난감하다. 대통령은 세관 업무인 ‘책갈피 달러 반출’을 인천공항공사 사장에게 따지고, 정사(正史)를 다루는 동북아역사재단에 20세기 위서 ‘환단고기’ 연구를 안 하느냐고 캐물었다. 공직사회에 대한 독려는 필요한 일이고, 정부의 모든 일을 대통령이 알아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얕은 지식에 기초한 돌발 질문으로 카메라 앞에서 공직자들을 질책하는 건 대통령 권위에 흠집을 낼 뿐이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것(不知知)’을 병이라 하고, ‘알지 못한다는 걸 아는 것’, 지부지(知不知)를 현명한 인간이 지향할 덕목으로 꼽았다. “저보다 모르네요”라며 상대를 깎아내리는 모습보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자문하고, 잘못 알았던 걸 스스로 바로잡는 대통령을 국민은 더 자주 보고 싶을 것이다.

 

-박중현 논설위원, 동아일보(2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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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3실장 靑 한 건물에”… 직언과 경청이 진정한 소통

 

이달 말 용산 대통령실에서 청와대로 돌아가는 이재명 대통령이 3실장과 같은 건물을 쓰기로 했다고 한다. 청와대 본관의 대통령 집무실 대신 별도의 비서동인 여민관에 집무실을 두고 대통령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 정책실장과 함께 일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청와대가 대통령과 참모들의 집무실이 떨어져 있어 소통의 걸림돌이 됐던 만큼 이 대통령이 주요 참모들과 실시간으로 만나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청와대는 외부로부터 고립되고 집무실들이 서로 다른 건물에 배치된 폐쇄적 환경 탓에 구중궁궐, 불통의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다. 청와대 본관은 참모들의 여민관과 500m가량 떨어져 있어 소통이 단절된 대통령의 일방통행 국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회견에서 대면 보고가 적다는 질문에 참모들을 보며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은 것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여민관에 집무실을 만들었지만 핵심 참모들과 다른 건물을 썼고 소통에 거리가 있다는 지적을 들었다.

집무실 위치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소통 의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과 비서실 건물이 분리돼 원활한 소통을 저해한다며 취임 두 달 만에 용산 이전을 강행했지만 여론 수렴조차 없었던 그 과정 자체가 불통의 연속이었다. 용산의 윤 전 대통령과 참모들은 모두 같은 건물에 있었다. 하지만 주먹구구식 의대 증원 등에서 드러났듯 여론에 귀를 닫은 채 독단적 지시를 되풀이한 대통령, 그 대통령의 격노가 두려워 눈치만 보던 참모들은 민심에서 한참 멀어졌다.

 

이런 용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청와대 이전이 단지 대통령 집무 공간의 이동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 타운홀미팅 등에 이어 국무회의와 업무보고를 생중계하며 공직자들과의 소통 과정을 공개하고 있다. 다만 대통령의 지시나 질타보다 더 필요한 것은 국민이 진짜 어떻게 생각하는지 국정의 문제가 무엇인지 경청하고, 달갑지 않더라도 합리적인 비판은 수용하는 쌍방향 소통이다. 참모들도 아첨꾼이나 예스맨이 아니라 대통령이 불편해하더라도 민심의 실상을 가감 없이 전하는 직언자가 돼야 국정이 성공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2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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