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만기친람]
[정책실장 이어 국세청장, 대통령 보고용 소셜 미디어 경쟁]
[무슨 이벤트 기획 하는 것 같은 정부 대북 정책]
[생방 국정보고… 디테일하나 말 넘치고, 투명하나 일방 우려]
대통령의 만기친람
[김대중 칼럼]
네타냐후 총리 체포
스타벅스 찍어내기 등
참견 안 하는 것이 없다
유대인은 건드리면 손해
是非나 好惡가 아니라
국익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제4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요즘 이재명 대통령이 만기친람(萬機親覽)에 나선 느낌이다. 만기친람이란 과거 왕정 시대에 백성을 향한 군주의 애민 정신과 부지런함을 상징하는 말이었지만, 현대에 와서는 인기에 집착한 지도자가 사소한 것까지 직접 챙겨 오히려 조직의 방향과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부정적 오지랖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마디로 요즘 이 대통령이 산지사방 참견 안 하는 것이 없다는 비판이다. 단순히 의욕 과잉인가, 아니면 또 다른 의미를 지닌 이재명식(式) 의지의 표시인가.
그 첫 번째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체포’에 관한 언급이다. 그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던 한국인 구호 활동가를 체포한 이스라엘에 석방을 요구한 것까지는 적절하고 옳았다. 그런데 한발 더 나아가 네타냐후 총리에게 발부된 국제형사재판소의 체포영장을 언급하며 “우리도 검토해 보자”고 한 것이 문제다. 자국인 석방 요구와 그 나라 수장(首長)의 체포는 별개 차원의 문제다. 다행히 한국인은 곧 석방했고, 이스라엘은 ‘조용’하다.
이스라엘을 지탱하고 있는 유대인은 무서운 민족이다. 수천 년의 박해와 유랑을 극복한 사람들이다. 팔레스타인을 밀어내고 그 땅에 나라를 건설한 집요한 민족이다. 이를 악물고 돈을 벌어 세계의 방대한 자금줄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그들을 모욕하거나 폄하하는 세계의 어떤 정치 또는 정치인도 그냥 두지 않는다. 근자에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주 미국 켄터키주 공화당 하원 예비선거에서 일어났다. 7선 현역 의원인 토머스 매시가 하원 선거 사상 최고가(한화 480억원)의 피해자가 돼 낙선됐다. 반(反)네타냐후, 반(反)트럼프의 기수와도 같았던 매시는 결국 미국 내의 AIPAC(아메리칸-이스라엘 공공 정책위원회)라는 이스라엘 로비 단체의 낙선운동 표적이 돼 밀려난 것이다. 지금 미국의 모든 정치 세력은 유대인 로비 단체의 가공할 만한 자금과 조직 그리고 영향력 앞에 먹이사슬이 되고 있다는 자조(自嘲)에 빠졌다.
매시 의원은 “나는 반(反)이스라엘도, 반(反)유대도 아니고 다만 반(反)네타냐후일 뿐”이라고 했는데도 결국 그 유대인 로비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유럽의 송 페스티벌(유로비전)에 이스라엘이 참여했다는 이유로 그 행사를 보이콧한 스페인의 총리도 반이스라엘로 찍혀 그의 정치 생명줄이 순탄하지 않다는 보도도 있다.

정부가 최근 마케팅 문구로 인해 5·18 민주화운동 폄훼 의혹이 제기된 스타벅스코리아에 수여했던 정부 표창의 취소 여부를 두고 내부 검토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24일 서울 한 스타벅스 영업점 모습. /연합뉴스
이 대통령의 두 번째 친람은 ‘스타벅스 찍어내기’로 이어졌다. 스타벅스는 하필 5·18 날에 ‘탱크’를 들먹이고 거기다가 ‘책상 탁’까지 곁들이다니 의도적이었다면 족히 반(反)혁명적이고, 실수였다면 당해도 싸다. 하지만 이것이 일국의 대통령까지 나서서 소셜미디어 맹공에 앞장설 일인가는 별개의 문제다. 그것도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연달아 두 번씩이나 언급함으로써 그의 어떤 개인적 맺힘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들게 만들고 있다. 그가 쓴 용어 ‘금수 같은’, ‘악질 장사치의 패륜’ 등을 보면 더욱 그렇다. 행안부와 법무부 등은 스타벅스 불매에 나섰고 검찰 조사까지 거론되고 있다. 대통령의 코멘트에 따라 춤추는 정부 부처들의 장단 맞추기는 우리가 권위주의 시대로 되돌아간 것인가 하는 자괴감까지 들게 한다.
그런데 스타벅스의 창업주인 하워드 슐츠는 유대인으로 알려져 있다. 스타벅스가 이스라엘에 군자금을 댄다는 소문도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직후 스타벅스는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친이스라엘 논쟁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런 것들이 좌파 정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던 차제에 한국의 스타벅스가 불씨를 키우니 우리가 자칫 시오니즘 논쟁에 뛰어들어 반(反)유대 쪽에 선 모양새가 되고 있다.
우리의 관심은 어느 특정인이나 특정 정치 집단의 정치생명에 관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우리나라의 안보·동맹 관계, 경제적 여건 등에 영향을 미치는 데 있다. 미국 또는 유럽 여러 나라의 조야(朝野)에 한국의 위상과 상황을 부정적으로 이끌어가는 여론 조성, 그것이 바로 유대인들의 조직이자 장기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자기들은 자기 나라 지도자를 싫어하고 비난하면서도 다른 나라가 자국의 대통령이나 총리를 욕하면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 트럼프와 미국이 그렇고, 네타냐후와 이스라엘이 그렇다.
대통령은 그 나라의 단순한 정치인이 아니다. 그 나라의 대표성을 갖는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그 나라의 이익이나 손실에 직결된다. 더구나 지금 세계는 모든 면에서 시공간적으로 연결돼 있다. 세계의 이목, 특히 한국에 우호적이지 않은 시각에서는 한국의 대통령이 누구를, 어느 나라를, 왜 공격하고 비판하는지를 그냥 액면 그대로 수용할 뿐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그렇기에 중도국의 대통령은 싫어도 ‘오냐 오냐’ 하면서 가는 것이 그 나라가 사는 길이다. 나라를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는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이 판단의 준거가 아니다. 국가 이익이 그 준거다.
-김대중 칼럼니스트, 조선일보(26-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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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실장 이어 국세청장, 대통령 보고용 소셜 미디어 경쟁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뉴스1
김용범 정책실장이 24일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이 또 논란을 일으켰다. “오늘의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은 한국 경제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성공의 비용”이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3고’는 경제의 위기 신호로 받아들여지는데, 김실장은 이를 축복처럼 포장했다. 고물가는 “한국 경제가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하는 과정”, 고금리는 “중동전쟁발 물가 상승과 주요 선진국의 재정 불안이 가세한 결과”, 고환율은 “국내 주가 급등으로 인한 환전 수요 때문”이라고 했다. 야당은 “정부의 무능을 감추기 위한 말장난”이라고 했지만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의 경제 성과를 토대로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종합 제안한 국정 철학”이라고 감쌌다.
김 실장이 소셜미디어에 정책 관련 글을 올린 것은 이달 들어 여덟 번째다. 사흘에 한 건꼴이다. 며칠 전에도 AI 시대 기업이 벌어들인 초과 세수 일부를 ‘국민 배당금’으로 국민에게 돌려주자는 제안을 했다가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조차 “지금 그 얘기를 꺼낼 때냐”는 지적을 받았다.
정책실장은 기본적으로 대통령의 참모다. 국민을 상대로 개인의 ‘국정 철학’을 설파하기보다 조용히 대통령에게 정책 조언을 하는 게 본분이다. 국민이 묻지도 않았는데 나서서 불필요한 논란을 만드는 것은 청와대 참모가 할 일이 아니다.
이 대통령이 직접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정책 방향을 언급하고 고위 공무원의 소셜 미디어 활동을 평가하겠다고 하자 없던 계정을 만들고, 대통령이 즐겨 쓰는 소셜 미디어에 앞다퉈 글을 올리는 게 관가의 유행처럼 돼버렸다고 한다.
임광현 국세청장도 25일 “고가 법인 차량의 취득·운행·비용 처리 내역을 분석 검증 중”이라며 “사적 유용 혐의가 확인되는 경우 엄정하게 세무조사를 실시하겠다”는 글을 소셜 미디어에 올렸다. 국세청장이 직접 국민을 상대로 세무조사 실시 사실을 공개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고급 외제차를 사서 회장 아들이나 손자가 끌고 다니는 사례가 없느냐”고 물었다. 임 청장 글은 이에 대한 답변이었을 것이다. 임 청장이 글을 올린 소셜미디어 계정은 팔로어가 790여 명에 불과하다. 임 청장이 팔로잉한 계정도 지난 7일까지 이 대통령 1명이었다. 대국민 홍보가 아니라 대통령 보고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26-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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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이벤트 기획 하는 것 같은 정부 대북 정책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외교부(재외동포청)·통일부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 질문에 답하는 참석자를 바라보고 있다./연합뉴스
19일 통일부·외교부 대통령 업무 보고는 결국 통일부 자주파가 정책 주도권을 쥐는 모습으로 끝났다. 정동영 통일장관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주도적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하자, 조현 외교장관은 “통일부가 제시한 이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최선의 외교적 노력을 다할 생각”이라고 했다. ‘자주파’가 주도권을 쥐고 ‘동맹파’가 뒷받침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김정은을 향해 온갖 구애를 다하고 있는 정 장관은 이날도 ‘한반도 평화 특사’ 신설, 대북 제재 완화, 서울~평양~베이징 고속철도 구상, 재외 국민의 원산 관광 추진을 밝혔다. 이는 대북 제재를 전부 풀어야 가능하다. 유엔 안보리와 미국이 이에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이 대통령은 이날 “(남북이) 과거엔 원수인 척했는데, 요즘은 진짜 원수가 돼 가는 것 같다”고 했다. 이런 상황의 원인은 “정략적 욕망 때문” “일종의 업보”라고 했다. 남북 간 적대 완화는 필요하다. 그런데 이 모든 업보는 전쟁을 일으키고 청와대 습격, 아웅산 테러, KAL기 폭파, 서해 도발,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국민 납치 등 무수한 공격과 폭력을 일삼은 김씨 왕조가 쌓은 것이다.
이 대통령은 “북은 남의 북침을 걱정해 3중 철책을 치고, 탱크라도 넘어오지 않을까 방벽을 쌓고 있다”고 했다. 북의 3중 철책은 북한 주민의 탈북을 막기 위한 것이다. 북한 주민들이 왜 탈북하겠나. 이 대통령은 그런 북한 주민들 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해보려 한 적이 있나.
이 대통령과 정 장관의 최근 모습을 보면 북한엔 핵이 없는 것 같다. 이날도 두 사람은 북핵이라는 말 자체를 하지 않았다. 북핵 제거 포기하고, 대북 제재 없애주고, 김씨 왕조 존중하고, 4대 세습 존중하고, 김씨들에게 달러 쌀 지원하고, 북한 주민 인권 무시하고 얻으려는 것이 무언가.
북한군은 지난달에만 10차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왔다. 그런데도 정부는 휴전선을 지키는 군에게 ‘신중 대응’을 지시했다고 한다. 대북 정책은 김씨 왕조의 군사적 위험성을 경계하는 안보적 관점과 한반도 상황을 관리하는 정치적 관점을 동시에 고려하며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지금 이 정부는 안보적 관점엔 눈을 감고 맹목적으로 달려가고 있다. 무슨 이벤트를 하는 것 같다.
-조선일보(25-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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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파·동맹파 갈등에 ‘정동영 통일부’에도 힘 실어준 李 대통령. 한 지붕에 두 목소리, 감당할 수 있을지.
-팔면봉, 조선일보(25-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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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방 국정보고… 디테일하나 말 넘치고, 투명하나 일방 우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정부 부처의 업무보고가 중반을 넘어섰다. 11일 경제 부처로 시작한 업무보고는 18, 19일 외교안보 부처를 거쳐 23일 해양수산부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사상 처음으로 거의 전 과정이 생중계로 진행되는 업무보고는 정책 결정의 투명성과 대국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로서 꽤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일부 여과 없는 발언은 또 다른 논란도 불러일으켰다.
역대 정부의 업무보고는 대통령의 모두발언 정도만 공개되고 나머지는 사후 브리핑으로 대체됐다. 하지만 이번엔 대통령의 지시뿐 아니라 그것이 어떤 논의를 거쳤는지까지 그대로 드러난다. 이 대통령이 고객정보 유출 기업에 대한 과징금 규모를 직전 3년 최고 매출의 3%로 하라고 지시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장과 현 과징금 부과 실태와 한계 등을 놓고 토론한 것이 그 한 예다. 이 대통령은 원전 정책에 대해선 “편 가르기 싸움 대신 과학적 토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문제의식이 인공지능(AI) 시대의 에너지 수급 문제에 대한 객관적 논의와 결정을 하는 기초가 돼야 할 것이다.
이 대통령은 남은 업무보고에서 현실을 살피지 않은 주문이나 즉흥적인 제안을 내놓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이 대통령은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 치료약의 건강보험 확대 검토를 주문했다. 2028년 건강보험 적립금 소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건보 재정의 부담을 가중할 것인 데다 중증 질환 우선 지원 원칙을 벗어나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의 언어도 더 정제될 필요가 있다. 이 대통령은 외화 밀반출 단속에 대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게 “나보다 아는 게 없다”고 면박을 줬다. 이후에도 이 사장이 자기네 소관이 아니라고 반박하자 이 대통령은 “권한은 누리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 도둑놈 심보”라고까지 했다. 대통령의 말은 그 무게가 남다르다. 천 마디 말보다 절제된 한마디가 더 무겁다. 생중계 화면에서 대통령의 말은 넘쳐난다. 특히 거친 말들은 정파적 논란만 낳을 뿐이다.
대통령실은 생중계 업무보고가 늘 폐쇄회로(CC)TV를 켜놓고 국민의 감시를 받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공직자들도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국민 앞에 언제든 실력의 바닥이 드러날 수 있다는 다짐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다만 그 과정은 만기친람식 지시나 호된 질책을 넘어 국정을 놓고 품격 있는 언어로 공직자와 소통하는 모습이어야 한다.
-동아일보(25-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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