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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 공동 대표' 박석운, 정권의 완장 차다] ....

뚝섬 2025. 12. 27. 07:57

['직업이 공동 대표' 박석운, 정권의 완장 차다]

[부끄러움 모르는 세상이 오고 있다]

 

 

 

'직업이 공동 대표' 박석운, 정권의 완장 차다

 

[박정훈 칼럼]

좌파 진영 안에서도 가장 강성인 인물을 공직에 끌어 들였다…
이렇게까지 위험하고 편향된 인사를 강행한 정권은 역대 없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4년 12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야5당·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연석회의에서 박석운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뉴스1

 

이재명 대통령의 ‘생중계 국정’은 흥행에 성공했지만, 종종 현실과 동떨어진 ‘사오정류(流)’ 인식을 드러내 논란을 빚곤 했다. 인사(人事) 관련 발언이 그랬다. 17일 업무 보고에서 그는 “제가 정치적 색깔을 이유로 누구를 비난하거나 불이익을 줬나”라고 했다. 불과 며칠 전, 야당 출신 공기업 사장을 망신 주며 몰아세웠던 것을 잊은 듯했다. 유능하면 어느 쪽에서 왔든 상관없이 쓰고 있지 않나”라고도 했다. 법까지 만들어 앞 정부가 임명한 방통위원장을 쫓아낸 것 역시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진영 초월의 균형 인사를 한다는 대통령의 자부심은 실상과 차이가 컸다. 1기 이재명 내각 중 총리와 국방·법무·행안부 등 8개 부처 장관이 민주당 정치인이었다. 천안함 음모론을 주장한 전교조 출신이 교육 장관에, 북의 3대 세습을 옹호한 전 민노총 위원장이 노동 장관에 기용됐다. 아마 대통령은 몇몇 경제 부처 장관에 관료·기업인을 앉힌 것을 어필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기재부에선 예산을, 산업부에선 에너지 업무를 떼어내 힘을 빼고는 여당 정치인이 장(長)인 총리실·환경부에 갖다 붙였다.

 

이 대통령의 인사는 사적(私的) 인연이 작용하는 경우가 잦았다. 사법연수원 동기 7명을 장·차관급 고위직에 임명했다. 금융 비전문가를 금감원장에, 외교 문외한을 유엔 대사에 보냈다. 자신의 형사 사건을 담당했던 변호인들도 대거 공직에 앉혔다. 5명에게 공천을 줘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했고, 대통령실 민정·법무·공직기강 라인과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을 개인 변호인들로 채웠다. 세금으로 변호사비를 대납했다는 비판이 나올 지경이었다. 어떤 기준으로도 균형 인사라 하긴 힘들었다.

 

지난주 총리실 산하에 ‘사회 대개혁위원회’란 이름의 조직이 출범했다. 개혁 과제를 제안할 비상설 자문 기구란 설명이 따랐는데, 구성원 면면이 심상치 않았다. 대통령령(令)에 따라 설립된 정부 공식 기구였다. 하지만 위원은 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과 민변·경실련·환경운동연합·시국회의·진보대학생넷·민언련·민교협·민족문제연구소 같은 친여·좌파 단체 출신 일색이었다. 야당이나 보수 쪽 인사는 한 명도 없었다. 아예 참여할지 물어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대개혁위’ 위원엔 사드 반대 시위를 주도한 농민단체 대표, 후쿠시마 오염수 투쟁을 벌인 운동가, 이석기 석방 운동을 한 단체 대표 등이 이름을 올렸다. “미국의 동맹 수탈 종식”을 외친 반미 단체 간부도 있었다. 민간 위원 47명 중 23명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인사였다. 공적(公的) 기구라면 갖춰야 할 최소한의 대표성조차 없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지난 대선 때 이 대통령을 지지한 ‘광장연대’ 소속이란 점이었다. 자기편 인물로 채운 편향적 기구에서 국가 과제를 자문받아 국정에 반영하겠다고 한다. 국민 세금을 이렇게 써도 되나.

 

그중에서도 기가 막힌 것이 위원장을 맡긴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였다. 그가 16년째 이끌고 있는 한국진보연대는 좌파 내에서도 왼쪽에 치우친 NL(민족해방) 계열 단체다. 2007년 광우병 시위를 주도한 핵심이었고, 줄곧 반정부 투쟁의 전면에 서왔다. 이 단체의 극단성은 한미동맹 폐지, 주한미군 철수, 정전협정 폐기, 국정원·기무사 철폐, 이적단체 활동 보장 같은 강령에 나타나 있다. 이런 친북·반미 단체의 대표를 정부 위원회의 장(長)에 앉히면서 ‘균형 인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박 위원장은 좌파 운동권의 ‘사무총장’과도 같은 사람이다. 온갖 시위를 도맡아 주도하며 선봉대 역할을 해왔다. 미선·효순양 사건부터 밀양송전탑·한미FTA·광우병·제주해군기지·세월호·백남기·사드·후쿠시마·이태원·전장연, 트럼프 방한 반대까지, 집회 현장 어디에서도 빠지는 법이 없었다. 그는 ‘직업이 공동 대표’로 불렸다. 사회 운동에 몸을 던진 1980년대 중반 이후, 대표를 맡았던 단체만 해도 족히 100개를 넘겼다.

 

그렇게 40년간 재야의 온갖 직책을 도맡았지만 정부 공직을 맡은 적은 없었다. 노무현·문재인 정부도 이렇게 이념 과잉인 인물을 데려다 쓸 생각은 차마 못 했을 것이다. 그런데 실용과 ‘먹사니즘’을 내세운 이재명 정부가 금기를 깼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이던 2016년 성남의료원의 초대 상임이사로 박 위원장을 영입하면서 인연을 맺은 뒤 유대 관계를 이어왔다.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 같은 시위 무대에 야당 대표이던 이 대통령과 박 위원장이 나란히 있는 모습이 종종 목격됐다.

 

2년 전 이 대통령이 단식 후 인근 병원을 마다하고 찾아가 입원한 곳도 박 위원장이 상임이사로 있는 중랑구 녹색병원이었다. 급기야 위원장이란 완장을 채워주며 좌파 운동권 내에서도 가장 강성인 인물을 공적 영역에 끌어들였다. 이렇게까지 편향되고 위험한 인사를 감행했던 정권은 역대 본 적이 없다.

 

-박정훈 논설실장, 조선일보(25-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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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 모르는 세상이 오고 있다

 

교황도 수치심으로 인간적 성숙
맹자 "수오지심은 인간의 조건"
권력 치부 드러내는 언론을 규제
부끄러움 어디서 배워야 하나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전날 상정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종결을 위한 투표를 마친 뒤 우원식 국회의장과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10여 년 전 배우 박정민을 인터뷰할 때만 해도 그는 조연급이었다. 강산이 한 번 바뀔 만한 시간이 흐른 뒤, 그도 달라졌다. 주연급 배우가 된 것은 물론, 올 한 해 가장 사랑받는 배우 중 하나로 떠올랐다. 그를 성장시킨 원동력을 최근에야 알았다. 지난 18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그는 “나를 키운 건 부끄러움”이라며 ‘부끄러움’이란 단어를 일곱 번 반복했다.(본지 2025년 12월 19일 A20면) 부끄러움을 잘 느끼는 그는 연기도 글쓰기도 최선을 다하며 치열하게 살았다. 덜 부끄럽기 위해서다. 오죽하면 계간 ‘창작과비평’ 2025년 겨울호에 실린 박정민의 수필 제목도 ‘수치심의 역사’일까.

 

평생 부끄러울 짓을 한 번도 안 하고 살면 좋으련만, 오욕칠정을 가진 인간에겐 버거운 삶이다. 그래서 맹자는 본성 4덕인 인·의·예·지 중 의(義)의 단서를 수오지심(羞惡之心), 즉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라 했다. 그 마음은 짐승과 구별되는 사람다움이라고도 했다. 지난 4월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올 초 출간한 자서전 ‘희망’에 따르면 그의 인격 성장을 도운 것도 ‘부끄러움’이었다. “여느 소년과 다를 바 없는 성장 과정을 겪으며 주님으로부터 경험한 가장 큰 선물을 받았는데 그것은 바로 부끄러워할 줄 아는 수치심”이었다는 것이다.

 

부끄러움은 강하다. 스타 배우도, 교황도 키워낼 힘이 있다. 하지만 제살을 깎아내야 하는 고통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에 외면받는다. 부끄러운 짓은 꽁꽁 숨겨야 할 것이 된다. 그걸 찾아내서 들춰내는 게 언론의 역할 중 하나다. 필부의 주먹다짐이나 불륜 같은 류의 부끄러운 짓이 아니라 힘 있고 돈 있는 자, 즉 권력의 부끄러운 짓을 밝혀내는 것이다. 물론 언론 보도로 문제의 당사자가 언제나 부끄러움을 느끼는 건 아니다. 올해만 해도 신문에 연일 부끄러운 짓이 나왔지만, 부끄러움은 당사자가 아닌 독자 몫이었다. 맹자 입장에서 보자면, 인간도 아닌 이들이다.

 

독자들의 부끄러움을 걱정해서 그랬을까. 일부 권력자들은 권력의 부끄러운 짓을 밝히기 어렵게 만드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 개정안은 허위·조작 정보 규제를 명분으로 언론 보도의 징벌적 손해배상과 강화된 정정·반론 의무를 도입·확대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대로 간다면 규제의 칼날이 허위 정보의 주요 확산 경로인 소셜미디어·유튜브 등 플랫폼 영역보다 법적 분쟁에 취약한 언론사의 고발·비판 보도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징벌적 손해배상과 같은 규제 도구는 권력자가 법적 부담을 앞세워 언론을 압박하는 전략적 소송으로 악용될 여지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론사가 보도 이후의 위험을 우려해 사전에 논쟁적 보도를 자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헌법 제21조 제4항이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할 때 그 취지는 분명하다. 책임은 인정하되, 자유를 무력화할 정도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으로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이들의 의도를 상상해 봤다. 평생토록 부끄러운 짓을 숨기고, 부끄러움을 모른 채 살아가기 위해서가 아닐까.

 

70년대 나온 박완서 작가의 단편소설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의 화자는 탐욕, 허영, 가식에 가득 찬 인간 군상을 겪으면서 울부짖는다. 국어, 외국어, 수학 학원은 많은데 왜 부끄러움을 가르치는 학원은 없느냐고. 50년 전 나온 그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부끄러운 짓을 숨기기 급급한 세상에 부끄러움은 대체 어디서 배워야 하나.

 

-변희원 기자, 조선일보(25-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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