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과 김건희 비리… 흑역사로 막 내린 ‘용산파천’]
[청와대 복귀, 입지보다 중요한 소통과 겸허]
‘내란’과 김건희 비리… 흑역사로 막 내린 ‘용산파천’
[천광암 칼럼]
무모함과 졸속으로 얼룩진 용산 이전
자폭계엄-김건희비리 ‘나비효과’까지
부작용-혼란 ‘파천(播遷)’에 견줄 수준
모든 의혹 사실 밝혀 史草로 남겨야
29일 0시 청와대에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기가 다시 걸렸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단 하루도 들어가지 않겠다”며 취임과 함께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긴 지 3년 7개월 만이다.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
윤 전 대통령이 2개월에 불과한 짧은 기간에 무리하게 대통령실 이전을 강행하면서 내세웠던 논리다. 우리 정치의 오랜 폐단으로 지적돼 온 ‘제왕적 대통령제’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권위주의와 불통’의 공간인 청와대를 반드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을 미국 백악관처럼 개방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최고의 지성들과 공부하고 도시락을 시켜 먹으며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회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이 실제 보여준 모습은 너무도 딴판이었다.
‘최고의 지성’이 앉아야 할 자리에는 ‘충성파 군인’들이 앉았고, ‘도시락’이 있어야 할 식탁에는 ‘폭탄주 세트’가 놓였다. ‘용산의 밤’은 지성의 언어 대신 “총으로 쏴죽이겠다”처럼 원초적인 분노의 배설로 채워졌다. ‘용산의 낮’은 낮대로 1시간 중 59분을 윤 전 대통령 혼자 떠드는 일방통행 회의가 ‘뉴노멀’이 되면서 ‘의대 2000명 증원’과 ‘R&D 예산 삭감’과 같은 정책 참사가 줄을 이었다.
이처럼 용산 이전으로 인한 긍정적 효과는 전무(全無)하다시피 했던 반면 부정적 효과와 소모비용은 막대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용산 이전에는 국방부 이사, 경호부대 이전, 외교부 공관 리모델링 등으로 832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 과정을 다시 거꾸로 되돌리는 데는 추가로 5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한다. 500억 원은 청와대 복귀와 국방부-합참 원상 복귀에만 드는 돈으로,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이전 비용이 1조 원을 넘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지만, 용산 이전으로 인한 정치·사회적 후폭풍과 나비효과까지 고려한다면 이마저도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따름이다.
조은석 내란 특검은 15일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대통령이 군 지휘부와 함께 군 기지 내에 위치하게 되었고, 대통령과 경호처장 지척에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 공관 등 주요 군 지휘부의 공관이 위치함에 따라 대통령과 군이 밀착되는 여건이 조성되었다”고 했다. 즉, ‘용산 이전’이 윤 전 대통령이 ‘망상적 계엄’으로 발을 내딛는 데 있어서 ‘나비의 날갯짓’이 됐다는 이야기다.
윤석열 정권의 최대 리스크였던 김건희 비리의 상당 부분도 졸속 이전과 관련성이 크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한남동 관저에 입주하기 전까지 약 반년 동안을 아크로비스타 사저에서 머물렀는데, 최재영 목사의 디올백, 로봇개 사업자의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 통일교의 샤넬백 등이 이 시기에 아크로비스타 지하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건네진 것들이다. 또한 같은 시기 진행된 한남동 관저 공사도 유례없는 특혜와 불법으로 얼룩졌다. 대통령 관저라는 특급 보안시설 공사를 종합건설 면허도 없는 영세 인테리어업체가 수주한 것은, 김 여사와 이 업체 대표 간 얽히고설킨 인연을 빼놓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시대착오적 계엄과 대통령 가족의 비리 연루 등으로 인한 국격 추락과 사회적 갈등 비용은 추산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우리의 근세사에는 ‘아관파천(俄館播遷)’이라는 수치스러운 사건이 있었다. 1895년 일본의 외교관 군인 낭인 자객들이 경복궁에 난입해 명성황후를 시해하자, 그 이듬해 신변에 불안을 느낀 고종이 몰래 궁을 떠나 ‘아관’, 즉 러시아공사관으로 피신했던 사건이다.
‘파천’은 원래 임금이 난리를 피해 머무는 장소를 옮기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의 경우 윤 전 대통령이 적극적 의지로 벌인 일이기는 하지만, 그 무모함과 조급증으로 인해 빚어진 혼란상과 부작용의 연쇄효과는 ‘파천’에 견주고도 남을 것이다. 그 3년 7개월을 잃어버린 세월로 치부하기에는 우리가 치른 국가적 비용이 너무나 크다. 그 실패를 두고두고 반면교사로 삼아 경계하는 것만이 그 손실을 조금이라도 만회하는 길일 것이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사실(史實)’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무속 논란을 포함해 용산 이전의 진정한 동기와 장소 선정 과정, 공사업체 선정 경위와 특혜, 이에 대한 봐주기 감사 논란 등 아직 속 시원히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너무 많다. 이런 의혹들을 끝까지 규명해 ‘사초(史草)’로 남기는 것이 ‘용산파천’ 같은 흑역사를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게 하는 첫걸음이다.
-천광암 논설주간, 동아일보(25-12-29)-
_______________
청와대 복귀, 입지보다 중요한 소통과 겸허

2025년 12월 28일 오전 청와대 주변의 모습. 윤석열 정부가 이전했던 대통령 집무실을 이재명 대통령이 다시 청와대로 복귀 시키면서, 29일부터 청와대에서 업무를 시작한다. /장련성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로 출근한다. 대통령 상징인 봉황기도 용산 대통령실에서 내려가고 청와대에 다시 게양된다.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긴 지 3년 7개월 만에 청와대로 복귀하는 것이다.
과거 청와대는 불통과 제왕적 대통령을 상징하는 장소였다. 일제 총독부 관저, 미 군정 사령관 관저 등으로 쓰였던 이곳은 시작부터 일반 국민이 범접하기 어려웠다. 밖에서 내부가 보일 정도로 개방적인 미국·영국·일본 등의 대통령·총리 집무실과는 천양지차였다. 종전엔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과 참모들이 근무하는 여민관 사이 거리가 500m가 넘어 급하게 대면 보고를 하려면 차를 타야 할 정도였다. 청와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국민은 물론 출입 기자도 알기 어려웠다. 그래서 ‘구중궁궐’이란 말이 나왔다.
역대 대통령들은 당선 직후엔 소통을 강조하며 국민 뜻을 겸허히 받들겠다고 했다. 그런데 청와대에 들어가 제왕 대접을 받으면 태도가 달라졌다. 대통령만이 아니라 참모들도 ‘청와대’라는 특별 권력에 취해 세상과 동떨어졌다. 여론에 귀를 막고 폭주하다 불행한 결말을 맞았다.
이런 문제를 의식해 새 청와대는 대통령과 핵심 참모인 비서실장·정책실장·안보실장이 여민관에서 같이 근무하기로 했다. “대통령 요청”이라고 비서실장이 설명했다. 직접 가본 미국 백악관을 참조해 대통령이 부르면 참모들이 바로 달려와 수시로 현안을 토론할 수 있는 집무실 위치와 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용산 대통령실도 건물 하나에 대통령 집무실, 비서실, 기자실 모두 들어가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은 구중궁궐에서 벗어나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했지만 아집과 불통으로 시대착오적인 계엄 사태를 일으켰다. 결국 중요한 것은 대통령 집무실 입지가 아니다. 낮은 자세로 소통하고 겸허한 태도로 국민을 설득할 때 청와대의 어두웠던 역사를 끊어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소통과 협치를 내세운다. 하지만 나라의 근본 틀을 바꾸는 법과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 붙이는 걱정스런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대통령이 불쑥 불쑥 내뱉는 말 한마디로 정책 방향이 급변하는 사례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대통령이 “내가 모든 분야를 다 안다”는 자신감에서 독주가 시작된다. 역대 정권의 불행이 시작된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권력은 잠시 위탁 받아 대리하는 것” “특별한 존재라는 착각에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라고 했었다. 청와대에 복귀해도 이 말은 꼭 기억하길 바란다.
-조선일보(25-12-29)-
______________
○오늘부터 다시 ‘청와대 시대’. 대통령, ‘구중궁궐의 제왕’ 아닌 대중과 소통하는 ‘1호 국민’ 시대로 가야.
○지방선거에 ‘진심’인 대통령, 장관급에 與 약세지역 인사 발탁. 靑 참모 대거 차출설도… 과하면 동티나는데.
-팔면봉, 조선일보(25-12-29)-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時事-萬物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사람에게 충성하지 마라'는 윤석열] (0) | 2025.12.30 |
|---|---|
| [코페르니쿠스도 당황할 인사] [與 지방선거용 이혜훈 영입.. ] .... (1) | 2025.12.30 |
| [아마존에 입사 지원서 낸 北 공작원 1800명] .... (1) | 2025.12.29 |
| ['직업이 공동 대표' 박석운, 정권의 완장 차다] .... (0) | 2025.12.27 |
| ['서해 피살 은폐' 1심 무죄, 유족 한과 피눈물 누가 닦아주나] .... (0) | 2025.1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