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140억 받았는데 단순 실무자?]
[미국 사람 김범석이 모르는 '한국인특']
[안하무인 쿠팡, 정치권 규제가 독점 만들어준 때문]
4년간 140억 받았는데 단순 실무자?

해마다 3월이면 어느 임원이 얼마를 받았다더라, 누가 ‘업계 연봉킹’이라더라는 기사가 쏟아진다. 사업보고서에 임원 보수 총액과 1인당 평균 보수, 5억 원 이상 받은 임원을 공개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임원 평균 연봉 1위는 삼성전자로 6억7000만 원이었다. 수십억, 수백억 원을 받는 최고경영자(CEO)들은 늘 부러움의 대상이다. 임원이 아닌 ‘단순 실무자’에게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36억 원)만큼의 보수를 안긴 인심 좋은 회사도 있다. 바로 쿠팡이다.
▷쿠팡이 ‘단순 실무자’라 주장하는 이 행운의 직원은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동생 김유석 씨다.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김 씨는 2021년부터 4년 동안 152만 달러(약 22억 원)의 보수를 받았다. 현 주가 기준으로 118억 원에 이르는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RSU)까지 포함하면 4년간 140억 원에 이른다. 김 씨는 지난해 급여와 주식을 합쳐 32억 원을 받았는데 별도 보상 없이 급여 30억 원을 받은 형보다 더 많이 수령했다.
▷김 씨는 미국 본사 소속으로 직위는 ‘Vice President’다. 통상 ‘C레벨’인 한국의 ‘부사장’보단 위상이 떨어지지만 단순한 실무자로 보기는 어렵다. 김 씨는 파견 형식으로 국내에서 쿠팡 배송캠프 관리 부문 총괄로 근무하고 있는데 임원급 직위다. 2021년 한국 법인 의장직과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며 한국 사업과의 법적 연결고리를 끊은 김 의장이 동생을 통해 한국 법인의 경영을 컨트롤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쿠팡이 김 씨를 실무자로 포장하려는 것은 김 의장이 공정거래법상 동일인(기업 총수)으로 지정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기업 총수에서 빠지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친인척 자료 제출 등 법적 의무에서 자유로워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김 의장이 미국 국적이고 국내 지분이 없으며 친족이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며 쿠팡을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분류해 왔다. 김유석 씨의 보수와 직위를 볼 때 경영 참여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불리하면 ‘미국 기업’이 되는 쿠팡은 한국적 정서와는 동떨어진 행보를 보여왔다. 개인정보 유출을 홀로 ‘노출’이라고 했고, 청문회에 출석한 미국인 대표는 “김범석 어디 있냐”는 질문에 “Happy to here(이 자리에 오게 돼 기쁘다)”라고 했다. 29일 쿠팡은 피해 고객 1인당 5만 원의 쿠폰 보상안을 제시했다. 쇼핑과 배달은 각 5000원씩 할인되고, 나머지 4만 원은 여행·명품에 배정돼 보상이 아닌 신종 마케팅이란 지적을 받았다. 한국을 잘 모르고 한국인을 무시하는 기업이 한국에서 사업을 계속해도 되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재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5-12-30)-
______________
미국 사람 김범석이 모르는 '한국인특'

쿠팡 경기 성남 야탑 물류센터. /류호정 제공
‘한국인특(한국인의 특징)’이라는 밈이 있다. 에스컬레이터에서 길을 막지 않는 것, 북적이는 식당에서 종업원이 오기 전에 메뉴를 정해두는 것. 일터와 일상에서 내가 좀 더 신경을 쓰면 전체가 좋아진다는 판단들이다. 한국인은 자기 때문에 일이 늦어지거나, 남이 불편해지는 걸 못 견딘다.
쿠팡 물류센터에서도 볼 수 있다. 해고 후 나는 ‘새벽 배송’을 담당하는 심야 알바를 했다. 노동계가 ‘금지’를 주장했던 그 현장이다. 주문한 택배를 기다리는 심정은 그곳에서 일하는 모두가 안다. 특히 새벽 배송은 더 소중하고 특별하다는 것도 안다. 시급제 노동자의 보수는 물건을 9개 옮기나 10개 옮기나 같다. 그럼에도 몸은 부지런히 움직인다. 위에 언급한 ‘특’ 때문이기도 하고, ‘새벽 배송인데 새벽에 가게 해줘야지’ 하는 마음 덕분이기도 하다. 가끔 송장이 떨어진 채 돌아다니는 택배 박스를 보면 측은하다. ‘아이고 이 분은 물건을 제때 못 받겠구나.’
쿠팡 물류센터의 업무는 앞 공정이 늦어지거나 잘못되면 뒷 공정이 영향을 받는다. 이론이 아니다. 내가 물건을 놓치면, 같은 구역의 동료가 더 분주해지는 걸 눈으로 볼 수 있다. 내가 무거운 물건을 잘못 보냈을 때, 고참 언니는 ‘그러면 다음 공정에 계신 분들이 고생해요’라며 다시 규격을 알려주셨다. 함께 일하는 동료의 고생을 꼼짝없이 목격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적절한 성실함은 필수 덕목이다. 새벽 배송 마감 시간이 다가오면, 관리자들까지 카트에 달라붙어 외친다. “조금만 더 빨리 해 주세요!” 노동자들은 뛴다. 먼저 마감한 구역에서 다른 구역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시간은 어차피 흐르고 시급은 또 어차피 정해졌음에도 대충대충 따윈 없다. 내가 늦으면 고객이 불편해진다, 내가 멈추면 동료가 더 힘들어진다. 직무 기술서에도 없고 임금에도 반영되지 않지만, 현장에서는 이런 내적 동기가 작동한다.
쿠팡 의장 김범석은 물류센터에서 사망한 노동자가 죽을 만큼은 일하지 않았다고 했다. 아니, 힘들게는 일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노동자의 CCTV 영상 가운데 회사 쪽에 유리한 대목만 부각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시급제 노동자들이야” “그가 왜 열심히 일하겠어? 말이 안 되지!”라고 했다.
김범석 의장은 모른다. 시급제는 그저 하나의 임금 형태일 뿐이다. 그러나 그는 노동 가치를 폄하하려는 목적으로 그 말을 썼다. 노동자의 죽음을 임금 체계를 향한 편견으로 덮으려 했고, 자신들이 져야 할 책임을 개인의 직무 태도에 전가하려 했다. 그는 노동자가 왜 자기 노동에 성실할 수 있는지 모른다. 미국 사람 김범석은 ‘한국인특’을 모른다. 한국에서 장사하면서.
-류호정 목수/前 국회의원, 조선일보(25-12-30)-
______________
안하무인 쿠팡, 정치권 규제가 독점 만들어준 때문

29일 서울 시내의 한 쿠팡물류센터에 쿠팡 물류 차량이 주차돼 있다./장경식 기자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책임에 대한 보상안으로 전 이용자에게 5만원 상당 포인트를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실질적 배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용 빈도가 높은 로켓배송과 쿠팡이츠에는 각 5000원 씩만 배정하고, 이용 빈도가 낮고 단가가 높아 추가 결제가 필수인 여행(트래블)과 명품(알럭스)에 2만원 씩을 할당한 것이다. 배상이 아니라 마케팅에 가깝다는 소비자 반발이 쏟아졌다.
쿠팡이 안하무인식 대응을 할 수 있는 것은 온라인 유통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독점 구조를 만들어준 것이 바로 정치권이다. 2012년 여야 합의로 유통산업발전법을 제정한 이후 정치권은 전통시장 보호와 근로자 휴식권을 내세워 쿠팡 같은 온라인 플랫폼은 놔두고 이마트·롯데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사의 손발만 묶는 차별을 지속해왔다. 쿠팡이 365일, 24시간 무제한 영업을 누릴 때 대형마트는 월 2회 의무휴업과 영업시간(0~오전 10시) 제한이라는 족쇄에 묶였다. 쿠팡이 새벽 배송을 할 때도 대형 마트는 영업 금지 시간대 매장 거점 배송이 원천 봉쇄돼 경쟁할 기회 자체를 박탈당했다.
그 결과 25% 넘던 대형 마트의 점유율은 10%대 초반으로 급락했고, 쿠팡이나 알리 등 이커머스 점유율은 50%를 돌파해 유통 시장을 장악했다. 같은 기간 전통시장은 전국에서 100여 곳 이상 문을 닫아 규제 목적과 거꾸로 갔다. 대형 마트가 쉬는 날 소비자는 전통 시장에 가는 것이 아니라 쿠팡에 주문했다. 정치권 규제는 쿠팡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 독점을 안겨주고 결과적으로 그들을 안하무인으로 만들었다.
이 규제는 실패가 확인됐는데도 국회는 쿠팡 사태 발생 보름 전 대형 마트 영업 규제를 4년 더 연장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래 놓고선 정치권은 마치 아무 책임도 없다는 듯 쿠팡 호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쿠팡이란 ‘괴물’을 키운 공범은 규제 중독에 빠져 있는 정치권이다. 오죽하면 이마트 노조가 나서 “휴식권보다 생존권이 먼저”라며 영업 규제를 풀어 달라는 성명을 냈겠나.
프랑스와 일본 등은 10여 년 전부터 유통 규제의 패러다임을 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바꿨지만 표 계산에만 매몰된 우리 정치권은 규제 정치를 멈추지 않고 있다. 지금이라도 쿠팡이나 알리 같은 이커머스 업체만 덕을 보는 유통발전법을 개정해 시장의 경쟁력을 복원시켜야 한다. 정치권이 규제 중독병을 고치지 않는 한 소비자 주권은 침해되고 산업 경쟁력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25-12-30)-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時事-萬物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025년 올해의 말] (1) | 2025.12.30 |
|---|---|
| [강대국 결탁의 시대가 온다] [1926년과 2026년] .... (1) | 2025.12.30 |
| ['사람에게 충성하지 마라'는 윤석열] (0) | 2025.12.30 |
| [코페르니쿠스도 당황할 인사] [與 지방선거용 이혜훈 영입.. ] .... (1) | 2025.12.30 |
| [흑역사로 막 내린 ‘용산파천’] [청와대 복귀, 입지보다 중요한.. ] (1) | 2025.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