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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꿈의 고지' 위의 태극기] [포괄임금제]

뚝섬 2025. 12. 31. 06:05

[수출 '꿈의 고지' 위의 태극기]

[포괄임금제]

 

 

 

수출 '꿈의 고지' 위의 태극기

 

세계 수출 시장에서 ‘7000억달러(약 1011조원)’는 꿈의 고지다. 중개 무역이 수출 절반을 차지하는 네덜란드를 제외하면, 이 고지를 밟은 나라는 미국·독일·중국·일본뿐이었다. 거대한 자원과 자본, 인구, 과학 수준, 제국주의의 유산을 가진 나라들이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두 2차 세계 대전을 일으킨 나라이거나 승전국들이다. 2차 대전 때 한국이란 나라는 세계 지도에도 없었다. 망해서 식민지가 됐다. 그 한국이 영국·프랑스까지 제치고 7000억달러 고지를 밟고 수출 ‘G5’로 등극했다.

 

▶정부 수립 해인 1948년 우리 수출액은 1900만달러였다. 한국은 현재 14분 16초마다 당시 1년 치 수출액을 내다 팔고 있다. 세계 최빈국이던 우리가 이제는 전 세계 거실의 TV를 바꾸고, 도로 위 자동차를 점령하며, 첨단 AI 기기의 핵심인 반도체를 공급한다. 원조를 받지 못하면 굶어야 했던 나라가 전 세계 경제의 맥박을 뛰게 하는 핵심 엔진이 됐다.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는 말로도 설명하기 힘든 인류 역사상 가장 극적인 경제 기적이다.

 

▶고도 성장기 한국인에게 수출은 ‘행복’과 동의어였다. 1977년 수출 100억달러를 돌파하며 국민소득 1000달러를 넘어섰고, 1995년 수출 1000억달러를 달성하며 소득 1만달러의 중산층 사회로 진입했다. ‘수출이 늘면 나도 행복해진다’는 공식은 반세기 동안 한국인에게 각인된 성공 방정식이었다. 배고픔을 잊게 해준 것도, 자식 교육시키고, 마이카 시대를 연 것도 수출이었다.

 

한국 수출은 온통 ‘역설’이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가 원유를 수입·정제해 석유화학 제품 수출 세계 5위에 올랐고, 철광석 자급률 0%대인 나라가 포스코를 세워 세계 6위의 철강 대국이 됐다. 6·25 전쟁 당시 소총 한 자루 못 만들었는데 이제 세계 9위권의 방위산업 수출국이 돼 동유럽과 중동, 동남아, 남미의 하늘과 땅, 바다를 지켜준다. 자원이 없어 사람의 머리를 쓰고, 기술이 없어 밤을 새우며 이뤄냈다. 그래서 7000억달러는 성적표 위의 숫자가 아니라 한국인이 흘린 피땀과 눈물의 기록이다.

 

▶축배의 잔만 들기에 눈앞의 현실이 엄혹하다. 수출액과 소득이 함께 뛰던 공식은 깨진 지 오래고, 성장의 온기도 제대로 퍼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우리의 핵심 산업과 모두 겹치는 중국의 급부상이 예사롭지 않다. 미국 등의 자국 우선주의 무역 장벽도 갈수록 높아진다. 7000억달러 고지 너머엔 또 다른 전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인열 논설위원, 조선일보(2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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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임금제

 

“잘 모르는 청년들에 대한 노동 착취 수단이 되고 있다고 하더라.”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한 제도에 대해 질문을 쏟아냈다. “제도 자체의 남용 여지가 너무 크지 않나” “대체적으로 노동자에게 불이익하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이 대통령이 지적한 제도는 ‘공짜 야근’의 주범으로 꼽혀 온 포괄임금제다. 1974년 대법원 판례로 인정돼 산업 현장에서 적용해 왔는데, 52년 만에 정부가 포괄임금제를 대폭 손질하기로 했다.

▷30일 고용부와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은 포괄임금제 오남용을 막기 위해 내년 상반기 중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포괄임금제는 실제 일한 시간과 관계없이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을 사전에 정해 지급하는 방식이다. 연구개발직, 사무직, 영업직 등 근로시간을 정확히 측정·관리하기 어려운 직군에서 많이 활용해 왔다. 하지만 약정한 시간보다 일을 더 해도 추가 보상을 받기 어려워 장시간 노동, 공짜 야근을 유발하는 제도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7월 한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근무하다 사망한 20대 근로자는 주 80시간가량 근무했는데, 포괄임금제를 적용받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노동부는 근로자의 동의가 있고,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않은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포괄임금제를 허용하겠다고 했다. 또 정확한 법정 수당의 산정을 위해 출퇴근 시간 기록을 의무화하는 등 근로시간을 명확하게 측정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의 근태 관리가 지금보다 엄격해져 기존에는 크게 문제 삼지 않았던 흡연·커피 시간, 대기 시간 등을 근로시간에서 제외하는 등 노사 갈등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회사가 근로시간을 제대로 측정하겠다며 폐쇄회로(CC)TV나 마우스 감시 프로그램 등을 설치해 논란을 빚은 경우도 있다.

 

▷고정수당이 폐지되고 실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연장근로 수당 등이 줄어들어 근로자 소득이 감소할 우려도 있다. 디지털 전환과 플랫폼 노동의 확산으로 업무의 질을 시간으로 측정하기 힘든 시대적 변화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들은 행정비용 상승을 우려한다. 예외 규정을 구체화하고 근로시간 관리 시스템을 지원하는 등 보완책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공짜 야근’으로 대표되는 고질적인 장시간 노동을 해소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줄어드는 근로시간을 시장 상황에 맞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유연성도 뒤따라야 한다. 유연근무제 확대나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고연봉 관리·전문직 근로시간 규제 적용 제외)’ 등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노동개혁의 목적은 단지 적게 일하자는 게 아니라 생산성을 높여 적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일하는 것이 돼야 할 것이다.

 

-김재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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