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노벨상을 가로채?" 트럼프 '뒤끝' 작렬했나]
[베네수엘라 민주주의 저버린 ‘美 우선주의’ 민낯]
[혁명부터 포퓰리즘까지 남미는 '먼저 온 미래'를 보여준다]
"내 노벨상을 가로채?" 트럼프 '뒤끝' 작렬했나

베네수엘라에는 노벨 평화상을 받은 걸출한 여성 야권 지도자(prominent female opposition leader) 마리아 마차도가 있다. 엊그제 미군 특수부대에 의해 생포·압송된 마두로 대통령이 선거 결과 승복과 권력 이양을 거부해(refuse to concede the election results and transfer power) 무산됐지만, 그녀가 대리로 내세운 후보가 지난해 대선(presidential election)에서 3분의 2를 넘는 득표율로 승리했었다. 그만큼 마차도가 여론의 압도적 지지(overwhelmingly strong public support)를 받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마두로 제거 후 대통령 권한 대행(acting president)에 마차도가 아니라 마두로의 수족인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을 앉혔다. 마두로 추종 세력 좌장(standard-bearer)인 로드리게스가 언제 어떻게 뒤통수를 칠지 모르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민주화 운동을 이끌어온 야권 지도자 마차도를 노골적으로 폄하하고(blatantly disparage her) 기어이 내쳤다(ultimately cast her aside).
트럼프는 마두로 생포·압송 후 후계 구도와 관련해 “마차도는 좋은 여성이지만 국내 지지나 존경을 받지 못해 지도자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draw a line). 그러고는 마두로 심복(henchwoman)인 로드리게스를 꼭두각시(puppet)로 내세워 겁박하며 미국에 협조하는 쪽으로 몰아가고 있다.
트럼프는 왜 야권 지도자 마차도를 거부하는 걸까. 워싱턴포스트는 정계 관계자들을 인용, “트럼프가 그토록 갈망했던(desperately covet) 노벨평화상을 마차도가 앗아갔다”며 “‘용서할 수 없는 궁극적인 죄(unforgivable ultimate sin)’로 여기고 있는 앙금(emotional baggage) 때문”이라고 전한다. “마차도가 트럼프의 업적이 더 크다며 노벨상을 양보했다면 그녀는 이미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돼 있었을 것”이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마차도는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 직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상을 고통받는 베네수엘라 국민과 그들의 대의를 결정적으로 지원해 준 트럼프 대통령에게 헌정한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손상(irreparable damage)이 발생했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여 마차도 지지 세력을 충격과 당혹감에 빠뜨렸다.
이와 관련, 트럼프 소속 공화당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토록 옹졸한(be narrow-minded) 인물인가. ‘철의 여인(Iron Lady)’으로 불리는 마차도를 향한 그의 경멸적 발언(contemptuous remarks)은 놀라울 정도로 실망스럽다(be astonishingly disappointing). 트럼프의 개인적 감정으로 인해 베네수엘라 차기 정부 구성과 민주화 여정이 새로운 혼란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는 말이 나온다.
영어 관용구 중에 ‘throw under the bus’라는 것이 있다. 직역하면 ‘버스 밑으로 던져버리다’로, ‘이기적인 이유로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거나 곤경에 빠뜨린다(put someone in hot water)’는 의미다. 한 정치인은 “트럼프가 노벨평화상 문제 때문에 그녀를 버렸다”며 이렇게 말했다. “Trump threw her under the bus over the Nobel Peace Prize issue.”
-윤희영 에디터, 조선일보(26-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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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민주주의 저버린 ‘美 우선주의’ 민낯

미국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 후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된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와 에드문도 곤살레스, 임시 대통령 델시 로드리게스(왼쪽부터). 미국은 로드리게스의 권력 승계를 사실상 승인했다. AP 뉴시스
“마두로의 핵심 측근인 델시 로드리게스가 권력을 유지하는 건 ‘마두로 없는 마두로 체제’의 연장일 뿐이다.”(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에드문도 곤살레스)
“미국의 (로드리게스) 선택은 석유 공급 안정과 질서 유지만을 고려한 ‘냉혹한 거래’다.”(망명 중인 안드레스 이사라 전 베네수엘라 관광부 장관)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한 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을 사실상 승인하자, 베네수엘라 야권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이 마두로 정권에서 외교부 장관, 석유부 장관, 부통령 등을 역임하며 독재체제를 떠받쳐 온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그의 오빠 호르헤 로드리게스 국회의장은 2024년 베네수엘라 대선 때 부정선거를 총괄 기획해 마두로의 3선을 가능케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 시간) 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로드리게스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베네수엘라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Make Venezuela Great Again)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기꺼이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로드리게스 체제 수용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어 다음 날 미 시사주간지 디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로드리게스가 옳은 일을 하지 않는다면 지금 뉴욕의 구치소에 수감된 마두로보다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말만 잘 듣는다면 일단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반면 야권 지도자로 지난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에 대해선 “그녀는 나라 안에서 지지나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녀가 베네수엘라를 이끄는 건 매우 힘들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영토 주권 침해 비판에 대한 반박으로 마약 테러범에 대한 사법적 단죄와 독재 종식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행태라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이번 체포 작전을 주도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5일 X에 “베네수엘라 국민을 억압해 온 잔혹하고 불법적인 통치자 마두로 체포는 그의 폭력적 통치로부터 도망쳐 온 나의 친구와 이웃들에게 기쁜 소식”이라고 썼다.
무엇보다 미국의 로드리게스 승인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미국의 핵심 외교 원칙을 스스로 허물었다는 점에서 향후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미국은 건국 과정에서부터 종교의 자유를 찾아 바다를 건넌 청교도 정신을 강조했다. 또 이를 바탕으로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다른 나라들에 전파해야 한다는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를 금과옥조처럼 여겨왔다. 실제로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1917년 1차대전 참전을 결정하며 “민주주의를 위해 세상을 안전한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고, 미 국무부는 매년 세계 각국의 민주주의, 인권 실태를 조사해 보고서로 펴내고 있다.
5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 중앙정보국(CIA)은 마차도, 곤살레스 등 야권 지도자들에 대해 “군부, 경찰, 마약 카르텔의 저항 속에서 베네수엘라 정국을 관리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 대신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을 비롯한 마두로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 과도정부를 구성하면 베네수엘라가 단기적으로 안정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중남미에서 영향력을 키워 온 중국을 견제하는 것과 석유 확보라는 자국 이익을 위해 베네수엘라 정국에 안정을 가져올 수 있는 로드리게스 카드를 택하기로 한 것. ‘미국 우선주의’를 위해 민주주의 수호라는 미국 예외주의의 가치와 전통을 포기한 셈이다.
사실 이 장면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1979년 전두환 신군부의 12·12 군사쿠데타 당시 미 정부도 국익과 민주주의 사이에서 전자를 택했다. 존 위컴 주한미군사령관이 당시 반란군 진압을 만류한 이유에 대해 윌리엄 글라이스틴 주한 미국대사는 회고록에 “12일 밤과 13일 새벽 북한을 자극할 한국군 간의 충돌과, 민간 정부가 전복돼 한국의 정치적 자유가 무산되는 것 등 두 가지를 방지하는 데 우선순위를 뒀다. 그러나 둘 중에서도 전자를 특별히 경계했다”고 썼다. 민주주의 붕괴보다 체제 안정과 그로 인한 미국의 안보이익을 우선시했다는 얘기다. 미국의 이런 기조는 이듬해인 1980년 5·18민주화운동에서도 유지되면서 한국에서 반미주의가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지금 미국이 베네수엘라에서 ‘마두로 없는 마두로 체제’의 연장을 추구한다면 중남미에서도 미국의 권위는 추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성운 국제부 차장, 동아일보(26-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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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부터 포퓰리즘까지 남미는 '먼저 온 미래'를 보여준다

베네수엘라에서 미군 특수부대에 의해 체포되어 미국 뉴욕으로 이송된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에 대해 5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항의 시위가 열렸고(왼쪽), 같은 날 칠레 수도 산티아고 에서는 미국 성조기를 든 베네수엘라인들이 환호하고 있다./AP 연합뉴스
2026년 신년 벽두는 미국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전격 축출과 함께 시작되었다. 과거 우고 차베스 대통령 시기부터 라틴아메리카의 반미(反美) 정치를 대표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3시간 만에 생포해 오면서 세계가 술렁이고 있다. 당연하게도 그 파급 효과는 베네수엘라가 속한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강하게 울려 퍼질 것이다.
미국의 오랜 간섭과 개입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라틴아메리카의 여러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 행동을 ‘주권 침해’라며 규탄했다. 가장 강경한 외침은 미국 턱밑에 있는 공산주의 국가인 쿠바에서 나왔다. 하지만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과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 산디니스타 혁명을 이끈 니카라과의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도 미국을 강력히 비판했다.

그런데 라틴아메리카의 모든 국가가 미국을 규탄한 것은 아니었다. 환영의 목소리도 나왔다.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 칠레의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대통령 당선인은 좌파 독재가 종식되고 민주주의가 회복될 것이라며 일제히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의 ‘서반구 회귀’를 둘러싸고 중남미가 둘로 나뉘는 모양새다.
사실 현재 구도는 지난 10년간 심해진 라틴아메리카의 이념적 대립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신자유주의가 적용된 지역’으로 알려진 라틴아메리카에서는 반엘리트, 반신자유주의, 반미를 기치로 내건 좌파 포퓰리즘이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크게 부상했다. 일국 선거에서 좌파의 승리는 인접국 선거로도 빠르게 전파되었다. 이러한 중남미 좌파의 부상을 일컫는 ‘핑크 타이드(Pink Tide)’라는 용어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부터 흐름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좌파 정부는 중남미 사회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포퓰리즘에 의지했고, 미국과의 대립은 각종 경제·외교적 비용을 만들어내 국가 운영의 난도를 훌쩍 높였다. 게다가 원주민 운동과의 결합, 문화적 진보주의 수용도 보수적 백인들에게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왔다. 이에 종교 가치 회복, 질서 확립, 경제 정상화를 내건 새로운 우파 운동이 라틴아메리카에서 급부상하며 핑크 타이드와 대결을 시작했다.
라틴아메리카의 신우파 운동은 지주·군부·가톨릭으로 구성된 기존의 전통적 우파를 부분적으로 대체하는 우파 포퓰리즘이었고, 같은 시기 미국에서 폭발한 트럼프주의 포퓰리즘과 긴밀한 이념적 연대를 구축했다. ‘열대의 트럼프’로 불린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2018년 선거에서 당선된 사건이 그 시작을 알렸다는 평이 많다. 이후 아르헨티나, 엘살바도르, 에콰도르에서 우파 운동이 정치적 성공을 거두기 시작했다. 2021년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 당선으로 핑크 타이드에 합류한 칠레는 2025년 선거에서 ‘칠레의 트럼프’라 불리는 카스트 당선인이 승리를 거두며 다시 우파로 기울었다. 포퓰리즘 정서를 공유하는 좌우파가 라틴아메리카 각국에서 계속 엎치락뒤치락하며 이념 갈등의 진폭이 커지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우파의 부상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내가 초등학생 시절에 조치원역 앞에서 ‘한미 FTA가 체결되면 우리가 NAFTA를 체결한 멕시코처럼 미국에 종속될 것’이라는 전단지를 받은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신자유주의 반대가 울려 퍼지던 2000년대에 라틴아메리카 좌파 운동은 한국 좌파 운동에도 굉장한 영감을 주었다. 이는 반대로 라틴아메리카의 포퓰리즘 우파의 부상이 한국 우파 운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범죄와의 전쟁’을 내건 부켈레 대통령이나 ‘좌파 포퓰리즘 근절’을 내건 밀레이 대통령이 한국에서도 알음알음 밈(meme)처럼 인기를 얻고 있기도 하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라틴아메리카는 냉전, 혁명, 신자유주의, 좌파 포퓰리즘을 막론하고 다가올 세계적 흐름이 가장 먼저 관측되는 곳 중 하나였다. ‘남미화’라는 말을 ‘우리가 빠질 함정’으로 여기며 정치적 공격의 수사로 쓰는 것보다, 앞으로 더 진지하게 라틴아메리카를 들여다봐야 할 이유다.
-임명묵 대학원생·'K를 생각한다' 저자, 조선일보(26-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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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두로 지키던 쿠바 경호팀 궤멸. 국가 원수 경호를 외국에 의존하는 나라가 美와 한판 뜨려던 것부터가 넌센스.
-팔면봉, 조선일보(26-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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