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세에 6번째 징역형 선고받은 장영자]
[장영자의 다섯 번째 구속]
[5번째 구속 ‘큰손’ 장영자]
82세에 6번째 징역형 선고받은 장영자

1980년대 사채업계 ‘큰손’ 장영자 씨(82)가 얼마 전 사기죄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사찰을 공동 명의로 인수하자’고 속여 지인 소개로 만난 피해자로부터 1억 원을 챙겼다고 한다. 1982년 단군 이래 최대 금융 사기였던 ‘이철희·장영자 어음 사기 사건’으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후 6번째 징역형이다. 형이 확정되면 전체 수감 기간이 35년으로 늘어난다.
▷장 씨는 5공 시대를 돌아볼 때 빠뜨릴 수 없는 인물이다. 사건은 시중에 파다한 소문에서 시작됐다. 이순자 여사의 측근인 미모의 여성이 서울 시내 특급호텔 한 층을 세내어 쓰면서 대형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장 씨는 이순자 여사의 작은아버지 이규광 씨 처제이고, 남편 이 씨는 중앙정보부 차장 출신이었다. 장 씨 부부를 통해 청와대가 비자금을 마련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자 청와대 민정팀 내사를 거쳐 검찰 수사가 시작됐고, “겨우 안정돼 가던 청와대와 나라 경제를 뿌리째 뒤흔들어 놓은”(이순자 자서전)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다.
▷장 씨 부부는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에 접근해 현금을 빌려준 뒤 거액의 어음을 받아내고 이를 사채시장에서 할인해 챙긴 현금으로 다른 회사에 같은 수법으로 사기 쳐 돈을 불렸다. 피해액이 6400억 원대로 당시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1.2%, 정부 예산의 10% 수준이었다. 철강업계 2위 일신제강과 도급 순위 8위 공영토건을 비롯해 여러 회사가 부도났고, 이규광 씨를 포함해 30명 넘게 구속됐다. 정부는 민심 수습을 위해 총리를 비롯한 5공 실세 19명을 교체했다. 그러고도 장 씨는 당당했다. “경제는 유통이다. 날 풀어주면 막힌 돈을 유통시킬 자신 있다.”
▷5공 청산 후로도 장 씨는 출소와 재범을 되풀이했다. 1차부터 6차 사건까지 법원이 인정한 피해액만 6891억 원이다. 장 씨는 왜 멈추지 않는 걸까. 사기는 피해자가 속아 넘어가야 완성되는 범죄여서 사기꾼 입장에선 ‘속는 사람이 나쁘다’고 범죄를 합리화하는 경향이 있어 재범률이 높다. 특히 장 씨처럼 ‘큰 건’을 성공시켜 본 사람은 그 쾌감이 워낙 커 평범한 삶은 무료해 견디지 못한다고 한다.
▷이철희·장영자 사건은 피해자에겐 악몽이고 정권에도 치명타였지만 돈도 가족도 없고 세금 체납액만 21억 원인 장 씨에겐 그 시절이 화양연화였을지 모른다. 각별한 인맥과 ‘고위층 구권 화폐 비자금’ 같은 거짓말을 흘려 쉽게 돈뭉치를 만들 수 있었고, 당시 서울 시내 20평대 아파트를 사고도 남는 1100만 원을 하루 생활비로 쓰고 외제차 5대를 굴렸다. 지금은 사기 수법도 첨단화하고 있지만 장 씨는 여전히 어음이나 위조 수표 방식을 고수하며 화려했던 ‘큰손의 추억’에 갇혀 사는 듯하다.
-이진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6-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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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자의 다섯 번째 구속

1982년 ‘단군 이래 최대 금융 사기’로 불렸던 이철희·장영자 어음 사기 사건이 터졌다. 중앙정보부 출신 전직 국회의원과 결혼한 장씨는 이순자 여사 삼촌의 처제였다. 권력의 배경에 메이퀸을 지낸 미모와 지성. 그야말로 사기 치기 딱 좋은 스펙이었다. 대통령 친인척이 연루된 당시 정부 예산의 10% 수준인 6400억원대 사기 사건이었다. 이순자 여사는 자서전에서 “남편이 자신감을 얻고 있던 시점에서 날벼락같이 찾아온 사건”이라고 회고했다.
▶장영자 사건에 당대 최고 검사들이 투입됐다. 대검 중수부장이었던 이종남은 훗날 법무장관, 감사원장을 지냈고 이명재, 정홍원, 박주선, 안대희는 나중에 검찰총장, 국무총리, 국회의원, 대법관을 지냈다. 사실상 대검 중수부의 첫 사건이었던 장영자 사건을 통해 대통령 처삼촌 등 32명이 구속됐다. 민심 수습 차원에서 국무총리와 안기부장, 그리고 11명 장관이 교체됐다.
▶그러나 시중에는 장영자가 사기 친 돈이 “이순자와 관련 있다” “민정당으로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이른바 ‘영부인 리스크’였다. 액수도 컸지만 38세에 세 번째 결혼인 장영자의 미모와 개인사가 더 화제였다. 그녀는 구속되면서 “경제는 유통 아니냐”며 사기가 아닌 경제 활동임을 강조했다. 당시 드라마의 대사 ‘민나 도로보데스(모두가 도둑이다)’와 맞물려 사회 현상이 됐다. 1985년 총선 때 야당은 “장영자와 이순자”를 부각시켰고 결과는 신민당 돌풍이었다. 5공 붕괴가 여기서 시작됐다.
▶장씨는 81세인 지금까지 인생의 절반을 교도소에서 지냈다. 차용금 사기, 구권(舊券) 화폐사기 등 대부분 사기였다. 구속 기간만 33년. 최근 위조수표 사용으로 다섯 번째 구속됐는데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모두 34년을 복역하게 된다. 장씨는 교도소에서도 자신의 명예회복(?)에 관심이 많았다. 2004년 한 정치인이 대통령 친인척이 연루된 645억원 펀드 의혹을 거론하며 “제2의 장영자 사건”이라고 하자 명예훼손 소송을 냈다. 그녀의 패소였다.
▶2022년 네 번째 출소 후 장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재심을 통해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고 했다. 대학 졸업 후 방송국에서 영어 프로그램 대담자로 일하다 중정에 발탁돼 특수훈련을 받았고, 이후 중정 위장회사에 일했다는 이야기도 했다. 두 번의 이혼 모두 결혼이 아니라 반강제 혼인신고였다며 시골에서 여생을 보내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154억 위조수표를 사용하다 또 구속됐다. 사기도 경험이 필요한 모양이다.
-정우상 논설위원, 조선일보(25-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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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째 구속 ‘큰손’ 장영자

‘큰손’ 장영자 씨가 처음 사기죄로 구속된 건 1982년이다. 당시 나이 38세였다. 사채업을 하던 그는 자금난에 시달리던 기업에 돈을 빌려주고 담보로 그 금액의 2∼9배에 달하는 어음을 받은 뒤, 약속과 달리 어음을 현금화해 버렸다. 만기가 돼 어음을 막지 못한 기업이 부도 위기에 처하면서 사기 행각의 전모가 드러났다. 지금으로 보면 전형적인 폰지 사기인데 당시 장 씨는 “경제는 유통이에요. 난 경제 활동을 한 겁니다”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단군 이래 최대 사기극’이라 불린 장 씨의 어음 사기 피해액은 6400억 원이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현재 가치로는 2조9000억 원가량이다. 기업들이 원금의 몇 배에 이르는 어음을 순순히 담보로 맡겼을 리 없으니 ‘권력형 비리’가 의심됐다. 장 씨의 남편은 중앙정보부 차장 출신으로 유정회 국회의원을 지낸 고 이철희 씨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도 인척 관계로 얽혀 있었다. 장 씨의 형부가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씨의 삼촌인 이규광 씨였다. 더욱이 하루 1000만 원씩 펑펑 써댄 장 씨의 호화생활이 알려지며 민심의 분노에 불이 붙었다. 결국 남편 이 씨와 함께 15년형을 선고받았다. 장 씨는 끝까지 “나는 권력투쟁의 희생양”이라고 강변했다.
▷장 씨가 최근 위조 수표를 쓰다가 5번째 구속돼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농산물 납품 계약을 체결하며 위조 수표를 건네고 3000만 원을 받아 가로챘다. 올해 81세인 장 씨는 4번의 사기죄로 이미 33년을 복역했다. 남편 이 씨의 삼성전자 주식 1만 주(액면분할 전)가 담보로 묶여 있어 돈이 필요하다거나, 비자금이었던 구권 화폐를 바꿔주면 웃돈을 주겠다는 등의 사기를 쳤다. 반복되는 사기로 장 씨가 처음 구속된 이래 감옥 밖에서 보낸 시간은 1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장 씨는 왜 사기를 멈추지 못할까. 과거 그를 수사했던 검사들의 증언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는 정신감정을 해야 할 만큼 자신을 과시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했다. 누구든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고, 남을 속이는 데 쾌감을 느꼈다. 마치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처럼 허황된 측면이 있어 경제관념이 되레 부족해 보였다고도 했다. 서울 한 여대의 ‘메이 퀸’을 지낸 미모, 언변에다 돈과 권력까지 업었으니 이런 자기애적 망상이 부풀기만 했던 것 같다.
▷그가 궁극적으로 갇힌 곳은 철창이 아니라 스스로 만든 거짓 세상이다. 사기를 통해 일확천금을 노린 것인지, 세상을 쥐락펴락했던 그날을 잊지 못했던 것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자신조차 철저히 속이면서 헛된 욕망을 탐닉하는 데 일생을 허비하고 말았다. 돈, 권력, 가족…. 그 곁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탐욕의 덧없음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고통만이 그를 기다릴 뿐이다.
-우경임 논설위원, 동아일보(25-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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