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너머 봄]
[얼음으로 뒤덮여도… 그 아래 강물 얼지 않는 이유는?]
겨울 너머 봄
겨울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요즘 같은 혹한 속에서 따뜻하고 안전한 공간과 자원이 부족한 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이제 막 말을 쏟아내기 시작한 네 살 둘째는 종종 깜짝 놀랄 만한 말을 하는데, 며칠 전에는 저녁을 먹고 나서 갑자기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이렇게 추운데 동물들은 밖에서 자면 어떡해?
직업이 직업인지라 나에게 겨울은 실제적이고 물질적인 계절일 뿐 아니라 일종의 은유로도 작동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카프카다. “책은 우리 안에 있는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 공교롭게도 그는 1904년 1월 27일 친구 오스카 폴락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썼는데, 여기서 겨울이란 굳고 경직된 내면의 사고, 타성, 편견, 고립, 무감각 등을 상징한다.

알베르 카뮈의 말은 어떤가. “겨울의 한복판에서, 나는 비로소 내 안에 무적의 여름이 자리 잡고 있음을 깨달았다.” 1954년에 출간된 그의 에세이 ‘여름’에 적힌 이 문장은, 지독한 고립 속에 파리를 떠났던 카뮈의 개인적 상황과 맞물려 역설적으로 읽힌다. 외부의 환경이 아무리 혹독해도 그 내면에는 결코 파괴되지 않는 생명력이 존재한다는 사실. 아니, 그 가혹한 환경만이 내밀한 보물을 발견하게 해준다는 역설.
하지만 추운 계절의 가장 깊은 곳에서 내가 늘 되뇌게 되는 문장은 영국의 시인 퍼시 비시 셸리의 것이다. “겨울이 온다면, 어찌 봄 또한 멀겠는가?”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시인이자 ‘프랑켄슈타인’을 쓴 메리 셸리의 남편이기도 한 그는 ‘서풍에 부치는 송가’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어린 아들의 죽음이라는 비극과 시인으로서의 위기감 속에서 셸리는 내면으로 침잠하는 대신 세상을 향해 선언한다. 겨울과 봄은 연결되어 있다고. 나도 딸에게 말해주고 싶다. 봄은 우리 모두에게 올 거라고. 꼭.
-문지혁 소설가, 조선일보(26-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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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으로 뒤덮여도… 그 아래 강물 얼지 않는 이유는?
강·호수 속 물고기
겨울에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면 강이나 호수의 표면은 얼음으로 덮입니다. 그런데 꽁꽁 언 물속 생물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사실 강이나 호수의 표면 아래 물은 쉽게 얼지 않아요. 그래서 요즘처럼 추운 겨울에도 물속에서는 생명이 살고 있지요. 물고기들은 얼어붙은 강에서 어떻게 추위를 견디며 생활할까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물고기의 능력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답니다. 물고기의 생존 전략과 물의 특별한 성질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죠. 오늘은 겨울에도 물고기의 생명을 지켜주는 물에 숨겨진 과학을 살펴볼게요.


물이 가장 무거워지는 온도? 4도
물질마다 차지하는 공간의 크기와 무거운 정도는 조금씩 다릅니다. 과학에서는 이렇게 물질이 차지하는 공간의 크기를 ‘부피’, 같은 크기일 때 얼마나 무거운지를 ‘밀도’라고 부릅니다. 대부분의 물질은 온도가 내려가면 부피는 작아지고, 밀도는 커집니다. 하지만 물은 이 일반적인 규칙을 따르지 않아요.
물은 4도일 때 가장 부피가 작고 밀도가 큽니다. 4도일 때 가장 무거워지는 것이죠. 그런데 4도보다 온도가 더 내려가면 부피는 다시 커지고 밀도는 다시 작아지기 시작해요. 그러다 0도에서 얼음이 되면 액체 상태의 물보다 가벼워져 물 위에 뜨게 됩니다. 컵에 담긴 얼음물에서도 얼음이 항상 동동 떠 있지요. 이런 성질 덕분에 겨울에도 강과 호수의 물이 아래부터 얼어붙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왜 물은 4도일 때 가장 무거울까요? 비밀은 수소 결합에 있어요. 물을 이루는 아주 작은 알갱이인 ‘물 분자’(H₂O)는 1개의 산소(O) 원자와 2개의 수소(H) 원자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여기서 수소 원자는 이웃한 물 분자의 산소 원자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작용하는데 이를 수소 결합이라고 해요.
물이 차가워지면 물 분자들의 움직임이 점점 느려집니다. 따뜻할 때는 이리저리 많이 움직이던 물 분자들이 차가워질수록 덜 움직이는 거예요. 온도가 낮아질수록 물 분자들은 수소 결합으로 연결된 상태를 유지한 채로 분자 사이 빈틈을 좁혀나가요. 그렇게 물은 4도까지 점점 무거워집니다.
하지만 물이 4도보다 더 차가워지면 상황이 달라져요. 어는 온도인 0도와 가까워지면서, 물 분자들이 얼음이 되기 전 단계에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얼기 위해 가장 안정적인 모양으로 줄을 서려고 하는데요. 4도에서 0도로 갈수록 물 분자들은 얼음이 되기 위해 규칙적인 모양을 잡으려고 움직입니다. 이때 물 분자 사이 빈 공간이 점점 커져서 물이 차지하는 공간도 커지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더 가벼워지죠. 그래서 0~4도 사이의 물은 아래로 가라앉지 않고 표면에 머물게 됩니다. 그러다 마침내 0도에서 얼음이 되면, 0~4도 물보다 가벼운 얼음이 위로 떠오르게 되는 거죠.
얼지 않는 바다
겨울에 강과 호수는 얼음으로 덮이는데, 바다는 얼지 않지요. 한겨울에도 바닷물이 출렁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어요. 왜 바닷물은 강물처럼 쉽게 얼지 않는 걸까요?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닷물 속에 소금(염화나트륨)이 들어 있기 때문이에요. 바닷물에는 소금이 녹아서 물 분자들 사이에 섞여 있는데요. 물이 얼음이 되려면 물 분자들이 가지런히 줄을 서야 하는데, 소금이 그 사이에 끼어들어 물 분자들이 제대로 줄을 서지 못하게 합니다. 그래서 강물은 0도에서 얼기 시작하지만, 바닷물은 더 낮은 온도가 돼야 얼 수 있지요.
소금 외에도 바닷물이 쉽게 얼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바다에 늘 파도가 치고, 물이 계속 움직이기 때문이에요. 물이 섞이면 차가운 물이 한곳에 머무르기 어려워서 얼음이 만들어질 시간도 줄어들게 됩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난류 영향도 꼽을 수 있어요. 난류를 따라 따뜻한 물이 흐르면서, 바닷물이 어는 것을 막아 주지요.
-이동훈 작가·'대충 봐도 머리에 남는 어린이 원소 상식' 저자/기획·구성=정해민 기자, 조선일보(26-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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