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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과 넬슨은 다르다] [K컬처를 외국인의 '체류와 소비'로.. ]

뚝섬 2026. 1. 30. 06:47

[이순신과 넬슨은 다르다]

[K컬처를 외국인의 '체류와 소비'로 이끌어야]

 

 

 

이순신과 넬슨은 다르다  

 

비교하기를 즐기는 역사가들은 이순신 장군과 영국 넬슨 제독을 동일시하며 그들의 공통점을 따져본다. 특히 이순신의 명량대첩과 넬슨의 트라팔가 해전을 자주 비교하는데, 나는 이것이 굉장히 잘못된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명량대첩은 국가의 존폐에 관한 전투였다. 만약 이순신이 명량대첩에서 패했다면 지금 일본이 한국을 지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반면 트라팔가 해전은 영국과 프랑스 중 누가 초강대국이 될지 패권 다툼을 위한 전쟁이었다. 또한 당시 넬슨의 해군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전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순신에 견줄 만한 영국 해군의 영웅은 그와 비슷한 시대를 살다가 430년 전 세상을 떠난 프랜시스 드레이크다. 그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친척의 배에서 견습생으로 항해를 시작했다. 타고난 재능을 인정받아 승승장구하던 드레이크는 영국 해군에 발탁돼 스페인의 신세계 개척을 방해하는 임무에 투입된다. 16세기 후반 초강대국이자 가톨릭 국가였던 스페인은 영국이 자신들의 신세계 개척을 방해하고 개신교 사상을 품고 있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당시 스페인의 왕 펠리페 2세는 3만여명의 병력과 130척의 전함으로 구성된 무적함대 ‘아르마다’를 보내 영국을 정복할 야심 찬 계획을 세운다. 이에 맞서 드레이크는 작은 무역선들이 절반 이상이었던 함대를 이끌고 무적함대의 집결지인 스페인 카디스를 공격했다. 그는 스페인 함선들을 나포하고 많은 시설을 파괴하며 아르마다의 출정을 1년이나 늦출 정도로 큰 피해를 입혔다. 마침내 아르마다가 영국 원정길에 올랐을 때 드레이크와 영국 해군들은 무역선을 개조한 배들을 타고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화공선을 이용한 기습 공격 전법으로 스페인의 초대형 함선을 나포하는 등 스페인의 함대를 궤멸시키며 큰 승리를 거둔다.

 

이순신 장군이 없었다면 지금 한국인들이 일본어를 사용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것처럼, 드레이크의 작전이 실패했다면 지금 영국인들은 스페인어를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팀 알퍼 칼럼니스트, 조선일보(26-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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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를 외국인의 '체류와 소비'로 이끌어야 

지난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 그려진 BTS 로고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관광객들(왼쪽)과 같은 날 서울의 한 PC방에서 만난 BTS팬인 프랑스 관광객들/ 로이터 연합뉴스

 

K팝과 한국 드라마가 세계인의 안방을 점령했다. 그러나 냉정하게 자문해보자. 이 폭발적인 관심이 한국행 비행기 티켓 발권과 한국 내에서의 소비로 직결되는가? 안타깝게도 그 연결고리는 느슨하다. K컬처의 브랜드 가치가 관광 수입과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는 아직 답보 상태다.

 

문제는 명확하다. 우리는 여전히 보여주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이제는 세계인이 달력에 표시를 하며 “이 시기엔 반드시 한국에 가야 한다”고 결심하게 하는 ‘오게 만드는 구조’가 필요하다. 그 해법이 바로 ‘한국판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와 같은 ‘K컬처 글로벌 메가 페스티벌’이다.

 

현재 우리 축제 생태계는 풍요 속의 빈곤이다. 1000개 이상의 축제가 난립하지만 외국인에게 권할 킬러 콘텐츠는 드물다. 천편일률적 기획과 바가지 요금 논란은 축제를 ‘피곤한 소비 현장’으로 전락시켰다. 공급자 위주 사고 탓이다. 이제 우리는 미국의 SXSW나 영국의 ‘에든버러 프린지’ 모델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텍사스 오스틴의 SXSW가 성공한 건 단순한 음악 축제여서가 아니다. 음악·영화·기술이 화학적으로 결합해 도시 전체를 거대한 비즈니스 쇼케이스로 변모시켰기 때문이다. 에든버러 역시 도시 모든 공간이 무대가 된다.

 

한국판 SXSW도 이 지향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10월 한 달을 ‘K컬처의 달’로 지정하고 대한민국 전체를 페스티벌 플랫폼으로 만들어야 한다. 낮에는 서울 코엑스와 부산 벡스코에서 K산업의 글로벌 B2B 마켓이 열리고, 밤에는 상암과 잠실뿐 아니라 부산 영화의전당과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아이돌 콘서트가 이어져야 한다. 홍대·성수와 부산 서면·전포동은 힙한 문화의 해방구가 되며, 한강변과 해운대·광안리 해변은 K푸드를 즐기는 ‘오션뷰 미식 라운지’로 변모할 필요가 있다. 경제적 파급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콘서트 티켓 한 장은 항공권, 숙박, 소비로 이어지는 소비 사슬의 방아쇠다. 관광객의 체류가 길어질수록 낙수 효과는 골목 상권의 모세혈관까지 퍼져 나간다.

 

이를 위해 세 가지 혁신이 필요하다. 첫째, 관 주도를 탈피해 민간 전문가 총괄 체제를 확립해야 한다. 검증된 전문가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정부는 서포터로서 판을 깔아주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둘째, 디지털 기술로 가격과 결제의 투명성을 담보해야 한다. 바가지 요금은 축제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외국인 전용 통합 앱을 통한 예약·결제로 스마트한 운영을 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셋째, 부처 간 칸막이를 걷어내야 한다. 글로벌 메가 이벤트는 문체부 힘만으로는 어렵다. 국토부(항공·교통), 법무부(비자), 중기부(소상공인), 지자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범정부 원팀 컨트롤 타워가 필수적이다.

 

지금은 K컬처의 골든타임이다. 이 열기를 ‘체류와 소비’라는 경제적 성과로 굳혀야 한다. 이제 ‘보는 한류’에서 와서 즐기는 ‘오는 한류’로 전환해야 한다.

 

-장수청 미국 퍼듀대 호텔관광대 교수, 조선일보(26-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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