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에 집착하는 공산당]
[中國夢 이루려면 '겸양'부터 배워라]
'집중'에 집착하는 공산당
“집합(集合)”이라고 외치면 한국인들은 우선 군대 경험을 떠올린다. 한 군데로 모두 모이라는 명령이라서다. 단어 첫 글자 집(集)은 새[隹]가 나무[木]에 앉은 모습이다. 초기 글자꼴에서는 세 마리가 모여있는 형태로도 나온다.
그로써 글자는 ‘모이다’ ‘모으다’의 뜻을 일찍 얻었다. 우리의 용례도 풍부해 집결(集結), 집단(集團), 집산(集散), 집중(集中) 등의 단어로 이어진다. 우리는 또 집대성(集大成)이란 말도 곧잘 쓴다. ‘하나로 모아 크게 이루다’는 뜻이다.

맹자가 공자를 예찬하면서 쓴 말로 유명하다. “이리저리 흩어진 사상의 맥락을 하나로 모아 체계를 이뤘다”는 뜻에서 쓴 표현이다. 그로써 공자에게는 이 찬양이 줄곧 따랐고, 그의 사당인 문묘(文廟) 핵심 건물이 그래서 대성전(大成殿)이다.
학문을 다루는 중국의 전통 방법론에서도 마찬가지다. 잡다한 흐름을 최대한 모아 들여 큰 맥락을 잡아가는 틀이다. 이른바 융회관통(融會貫通)이다. 우선 저변(底邊)을 넓게 파서 일관(一貫)의 원리를 잡아내는 과정이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중국은 ‘집중’의 사고에 매우 강하다. 여러 요소를 다 통제할 수 있는 중심(中心)과 핵심(核心)의 설정에 매우 집착한다. 현대 중국을 이끄는 공산당이 자신을 국가 영도(領導)의 복판에 놓는 점이 그렇다.
시진핑(習近平) 당 총서기의 통치 스타일은 더 심하다. 집권(執權) 이후 권력의 초밀도 집중인 집권(集權)에 혈안이다. “권력 집중으로 큰일 이루자(集中權力辦大事)”가 그의 정치 구호다. 온 나라 힘을 쏟아붓는 거국(擧國)의 체제다.
첨단산업 영역에서 국가 경쟁력을 높인 점이 성과다. 그러나 “권력 집중으로 큰 실책을 범한다(集中權力犯大錯)”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공자의 옛 업적을 ‘1인 독재의 심화’로 연역한 중국 공산당은 과연 대성(大成)할까 대패(大敗)할까.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조선일보(26-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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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英·佛·獨·加 줄줄이 베이징行. “‘역사의 올바른 편’으로 서방국 몰려온다”고 中이 광고하기 좋은 그림.
-팔면봉, 조선일보(26-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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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國夢 이루려면 '겸양'부터 배워라
中, 민주화 없는 권력 집중과 감시 통제로 '역주행'
21세기 '조공 관계' 부활한 듯 韓國에 불공정·下待 일삼아
역사적으로 대륙에서 강력한 통일국가가 등장할 때마다, 우리는 예외 없이 나라가 망하거나 전쟁을 겪었다. 한(漢)나라의 등장은 고조선의 멸망을 초래했고 백제와 고구려는 당나라의 등장으로 소멸했다. 고려는 명나라의 등장 직후 역사에서 사라졌고 조선은 신흥 청나라에 남한산성에서 굴복했다. 중국의 부상(浮上)은 우리에게 위기와 격변을 불러일으킨 사활적 문제이다.
하지만 청일전쟁 직전, 청나라 전권대신이던 원세개(袁世凱·위안스카이)가 조선에서 도주했을 때, 조공(朝貢) 관계를 통한 중국의 조선 지배도 끝났다. 단군 이래 처음으로 한국은 20세기 후반 들어 경제발전과 민주화로 중국을 능가하는 선진국이 됐다.
등소평(鄧小平)의 개혁·개방으로 잠을 깬 중국은 박정희 대통령의 국가 주도 수출 공업화 전략을 철저히 따랐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한국이 세계 1위로 있던 LCD·조선 등에서 우리를 앞질렀고 반도체에서도 맹추격 중이다. 중국은 또 첨단기술·산업 육성을 위해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자국 기업에 제공하고 중국 내 외국 기업들에 강압적으로 기술 이전을 요구하는 것으로 악명 높다. 그 주요 타깃이 최고 기술을 가졌지만 만만한 한국이다. 중국의 불공정 행위와 관련, 우리 정부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탓만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 주도의 신실크로드 프로젝트)에 대한 관련국들의 기대감은 '중국은 주변국을 성장시키는 나라가 아니라 궁핍화하는 나라다'는 푸념으로 바뀌고 있다.
경제 발전은 권력 다원화와 민주화로 이어진다는 일반적 믿음과 달리, 최근 중국은 역주행하고 있다. 종신(終身) 집권이 가능해진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권력이 집중되고 있는 게 한 예이다. 과거 우리나라 유신 개헌 논리와 유사하게 중국이 처한 어려움을 헤쳐나가기 위해 권력이 더 강해져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중국이 처한 난제(難題)의 본질은 고도성장이 끝나고 인민의 기대 수준이 높아지며 정체 국면이 벌어지는 이른바 '중진국의 함정'이다. 지난 70년간 '중진국 함정'을 벗어나 선진국이 된 국가들은 한국을 포함해 모두 민주주의 체제로 이행하여 문제를 해결했다. 그런데 중국은 세계사적으로 공인된 길을 거부하고 '민주화 없는 권력 집중'으로 돌파하려 한다. 1억 대가 넘는 CCTV와 얼굴 인식 프로그램, 길거리 거지까지 휴대폰 결제를 하는 정보기술(IT) 등으로 인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무서운 통제사회가 현실화될 위험성이 있다. 그러나 '민주화 없이 선진국 진입이 어렵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더욱이 중국은 2025년까지 제조업에서, 2050년까지는 국력에서 미국을 추월해 세계 1위가 되겠다는 원대한 계획 아래 사실상 패권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양상은 그래서 점점 1930년대 말 2차 세계대전 전야(前夜)와 닮아가고 있다.
이런 마당에 중국은 마치 부모가 아이를 훈계하듯 우리를 대하고 있다. 최근 시진핑 국가주석은 다른 나라 특사들과 면담할 때는 그들을 옆자리에 앉히지만 유독 우리나라 특사들은 홍콩이나 마카오 행정청장이 앉는 하석(下席)에 앉힌다. 21세기에 보기 힘든 '조공 관계'의 부활이다.
조공 관계를 원하는 대한민국 국민은 아무도 없다. 더욱이 포스트모던의 소확행(小確幸·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꿈꾸는 우리 젊은이들이 획일적 국가주의 중국과 과연 친근감을 가질 수 있을까?
중국은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 중국은 크고 작은 15개 이웃 국가로 둘러싸여 있는데, 그 중 9개국과 전쟁을 했었고 8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다. 사이가 좋은 나라는 파키스탄과 북한 정도다. 15개국의 GDP(국내총생산)를 합하면 중국보다 크다. 이들의 인구와 국방비 모두 중국보다 많다. 우리가 중국 주변국들과의 네트워크, 특히 인도·일본·베트남·러시아와 연대를 강화한다면 한·미(韓美) 동맹 외에도 또 하나의 강력한 대중 지렛대를 가질 수 있다.
앞으로 한·중(韓中) 관계는 중국에 달려 있다. 중국의 부상이 이웃에 결코 부정적이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만, 이웃 국가들의 경계심이 풀어지고 중국몽(中國夢)도 이루어질 수 있다. 중국만 잘 사는 일국(一國) 번영의 중상주의가 아니라, 등소평이 꿈꾼 중국의 기본, 즉 '이웃과 더불어 잘 사는 겸양을 아는' 실용주의 대국 중국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윤덕민 前 국립외교원장·한국외대 석좌교수, 조선일보(18-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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