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미티 올림픽]
[맨해튼의 얼음 조각]
돌로미티 올림픽

이탈리아 북동부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돌로미티 산맥은 ‘알프스의 진주’로 불릴 만큼 아름답고 압도적인 풍광을 지녔다. ‘알프스 서쪽에 몽블랑이 있다면 동쪽에는 돌로미티가 있다’고 한다. 자연이 빚은 예술 작품이라 할 수많은 봉우리가 서울의 26배에 이르는 면적에 펼쳐져 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올림픽이 오늘 새벽 밀라노와 돌로미티의 코르티나담페초에서 동시에 개막했다.

▶돌로미티는 18세기 후반 이곳을 탐사한 프랑스 지질학자 돌로미외가 발견한 새 광물을 ‘돌로마이트’로 명명한 데서 비롯됐다. 돌로마이트는 석회암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에 마그네슘이 더해진 암석이다. 석회암은 물에 쉽게 녹아 표면이 뭉개지지만 돌로마이트는 비바람에 깎일 때 날카롭고 들쑥날쑥한 기암괴석을 빚어낸다. 색깔도 흰빛을 띤다. ‘지구 절경’이라고도 일컫는 돌로미티의 장관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요즘엔 한국인 관광객도 크게 늘었다.
▶개최지 코르티나담페초(Cortina d’Ampezzo)는 암페초 계곡의 이름에서 따왔다. 돌로미티의 기암괴석이 사방을 커튼처럼 둘러싸고 있다 해서 ‘암페초의 커튼(코르티나)’으로 불리게 됐다. 이곳은 돌로미티에서 가장 먼저 개발된 마을 중 하나로 스키 레저와 산악 트레킹의 주요 출발지다. 영화 ’007 유어 아이즈 온리’와 실베스터 스탤론이 주연한 ‘클리프 행어’를 찍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코르티나담페초는 깔끔하게 정돈된 거리에 독일어 간판이 눈에 띄어 이탈리아 남부 도시와는 확연히 다른 인상을 준다. 이곳만이 아니라 주변 소도시들이 모두 그렇다. 여기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돌로미티 지역은 과거 오스트리아 티롤에 속했지만 오스트리아가 1차 대전에서 패하며 이탈리아 땅이 됐다. 그래서 독일어 문화권인 오스트리아 모습이 여전히 남아 있다. 돌로미티는 수많은 군인이 희생된 격전지였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있는 당시의 대포 진지 동굴들은 이제 관광지다. 그곳까지 대포와 포탄을 날랐을 군인들의 고행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1956년 이탈리아 첫 동계 올림픽도 코르티나담페초에서 열렸는데 이번에 다시 개최지로 선택됐다. 현지에 가 보면 그 이유를 바로 알 수 있다. 온 사방이 스키 리프트다. 겨울엔 스키 천국, 봄·여름엔 트레킹 천국이다. 돌로미티 여행자들은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 야생화 만발한 고원 평야를 걸은 경험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이번 올림픽 스키 종목은 돌로미티의 장관이 배경이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의 뒤편에 펼쳐지는 돌로미티 모습이 기대된다. 우리 선수들의 메달이 더해지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6-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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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의 얼음 조각

뉴욕의 록펠러센터 광장의 얼음조각. 밀라노-코르티나 2026 동계올림픽의 미국 국가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한 작품으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부터 개회식과 폐회식을 위한 미국선수단의 공식유니폼을 디자인한 랠프 로런(Ralph Lauren)이 후원했다./박진배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 올림픽이 시작됐다. 개막 일주일 전인 지난달 30일 뉴욕 록펠러센터에 미국 대표팀을 응원하는 공공 예술 작품이 설치됐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부터 개회식과 폐회식을 위한 미국 선수단 공식 유니폼을 디자인해 온 랠프 로런(Ralph Lauren)이 후원한 얼음 조각이다. 작품은 뉴욕주 시러큐스의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졌다. 세계 얼음 조각 챔피언이 동료 다섯 명과 함께 10m³ 부피의 얼음을 닷새 동안 깎아 만든 다음 맨해튼으로 운반했다. 약 3.7m 높이의 모델들은 피겨스케이팅, 스노보드, 파라 스노보드 종목의 미국 국가대표 3인이다.
자연의 소재이자 계절의 소재를 다루는 얼음 조각은 단일 재료와 색채로 구성돼 오직 형태로만 모든 걸 표현해야 한다. 그래서 투명성과 간결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실과 같은 정교함 역시 생명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미지가 어색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랠프 로런 패션 특유의 정확하고 단정한 라인을 살리면서 동시에 따뜻한 유니폼의 질감마저 잘 표현하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름 비장한 선수들 표정까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제한된 수명 때문에 결혼 피로연이나 연회장, 뷔페에서 주로 보게 되는 얼음 조각이 공공 장소에 등장한 것은 신선하다. 마침 열흘간 지속된 영하의 날씨 덕분에 조각은 온전히 보존되며 방문객을 맞이했다. 미국이 자랑하는 디자이너 랠프 로런의 고향인 뉴욕, 그리고 올림픽 공식 중계 방송사 NBC가 위치한 록펠러센터라는 위치 선정도 합리적이었다. 1930년대 록펠러센터의 설계 당시부터 시민을 위한 광장을 만들어 놓았기에 가능한 이벤트였다.
혹한의 날씨에 눈이 산처럼 쌓인 시내지만 많은 뉴요커와 관광객이 찾아 사진을 찍으며 선수들을 응원하는 풍경이 훈훈하다. ‘ICE(이민세관단속국)’ 때문에 심란한 뉴요커들의 마음을 ‘ICE(얼음)’가 녹여주는 아이러니다. 전시는 이틀 동안이었지만 창조되었다가 사라지는 얼음 조각의 미학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뉴욕의 록펠러센터 광장의 얼음조각. 많은 뉴요커들이 찾아 기념사진도 찍고 선수들을 응원하는 마음도 다지는 풍경은 맨해튼의 얼어붙은 정서를 녹이기 충분했다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학교 명예석좌교수, 조선일보(26-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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