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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95일 만의 우승] [세계 골프 전쟁]

뚝섬 2026. 2. 19. 07:01

[5795일 만의 우승]

[세계 골프 전쟁]

 

 

 

5795일 만의 우승

 

지난해 별세한 전설적인 복서 조지 포먼은 1968년 올림픽 헤비급 정상에 올랐다. 이후 프로로 전향해 40연승을 질주했다. 1974년 알리에게 KO패를 당했고, 은퇴한 뒤론 기독교 목회자로 살았다. 그러다가 10년 만에 돌아와 다시 링에 올랐다. 불우한 소년들을 돕기 위한 청소년 센터 건립 기금이 필요해서였다. 돌아온 그는 1994년 45세 나이에 최고령 헤비급 챔피언이 됐다.

 

▶타이거 우즈의 2019년 마스터스 우승은 ‘스포츠 사상 가장 위대한 재기 드라마’로 꼽힌다. 세계 골프를 지배하던 그는 스캔들과 이혼, 부상, 거듭된 수술로 몰락하는 듯했다. 제대로 걷지도, 눕지도 못할 정도의 통증에 시달렸고 허리·무릎 수술도 여러 차례 받았다. 그러나 다시 일어섰다. 44세로 14년 만의 마스터스 우승, 11년 만의 메이저 대회 우승을 추가했다. 경험의 차이가 승부를 갈랐고,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아도 조바심 내지 않았다. 그는 “아이들의 행복 바이러스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고 했다.

 

▶지난 주말 또 하나의 극적인 재기 스토리가 탄생했다. 20대 시절 주목받는 스타였다가 2012년 돌연 골프계에서 자취를 감춘 뒤 2024년 LIV로 복귀했던 앤서니 김이 41세 나이에 우승을 거둔 것이다. 2010년 PGA 투어에서 마지막 우승컵을 들어 올린 지 햇수로 15년 10개월, 날수로는 5795일 만이었다. 마지막 날 버디만 9개를 잡아내며 쟁쟁한 경쟁자들을 꺾은 역전 우승이었다.

 

▶골프를 떠난 10여 년, 앤서니 김은 약물과 알코올에 빠져 인생의 바닥으로 추락해 있었다. 그는 “거의 20년 동안 매일 삶을 끝내는 것을 생각했다”며 “내가 누구인지조차 잃어버렸다”고 했다. 아내와 딸의 도움으로 중독에서 벗어났지만 LIV 복귀 후에도 2년간 최하위권을 전전했다. 부진한 성적 탓에 LIV 출전권마저 잃었으나 좌절하지 않았다. 지난달 상위 3명에게 2026년 출전권을 주는 선발전에 나가 3위에 오르며 재도전에 나섰다. 그는 ‘하루에 1%씩 나아지기’를 모토로 삼고 훈련을 거듭해 왔다고 한다.

 

▶우즈는 2019년 마스터스 우승 당시 “절대 포기하지 마라. 매일 아침 일어나면 우리 앞엔 언제나 도전 과제들이 있다. 계속 싸우고 계속 돌파하라”고 말했다. 앤서니 김도 우승 후 “절대 포기하지 마라. 아무리 힘든 하루를 보내더라도 계속 싸운다면 결코 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실패하고 밑바닥을 맛보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는 선수들의 의지에 팬들은 박수를 보낸다.

 

-최수현 논설위원·스포츠부 차장, 조선일보(2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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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골프 전쟁

 

미국은 전통적으로 최대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트럼프는 첫 순방지로 국경을 맞댄 캐나다와 멕시코 대신 사우디를 택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최고의 환대를 베풀었고, 트럼프는 궁전 연회에서 사우디 칼춤 ‘아르다’를 추기도 했다. 빈 살만이 언론인 카슈끄지 암살에 연루되었다는 증거가 나와도 트럼프는 얼버무렸다. 빈 살만은 트럼프 사위 펀드에 20억달러를 투자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사우디 리브(LIV) 골프 합병 소식에 트럼프는 “거대하고 아름답고 우아한 거래”라고 환호했다트럼프는 전 세계 17곳에 초호화 골프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세계 메이저 대회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트럼프 극렬 지지자들의 의회 난동 사건 이후 미국 PGA는 그해 PGA 챔피언십 장소를 다른 곳으로 바꿨다. 브리티시 오픈을 주최하는 R&A도 트럼프 소유인 스코틀랜드 턴베리 골프장에서는 대회를 치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사우디가 만든 리브 골프는 작년에 두 대회를 트럼프 소유 골프장에서 치렀고, 올해도 3개 대회를 개최한다트럼프 아들은 “합병이 완결되면 트럼프 코스에서 게임이 계속 열리기를 바란다”고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트럼프는 작년 7월 소셜미디어에 “양 투어가 결국 합병될 것이며 PGA에 충성하며 남아있는 선수들은 금전적으로 실수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특유의 빈정거리는 어투지만, 돌이켜 보면 돌아가는 사정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트럼프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 사람들을) 이길 수는 없다. 이들은 위대한 정신을 갖고 있고, 경이로운 사람들이며, 무제한의 돈을 갖고 있다. 무제한의”라고 했다.

 

재선을 꿈꾸는 트럼프에게 이번 합병이 정치적으로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9·11 테러 피해 가족들이 반발하고 있고, 대통령이 외국 정부 기관과 비즈니스를 하는 것에 대한 불신 여론도 상당하다. 미 법무부는 이미 트럼프 재단에 리브 골프와의 관련성을 밝히라며 소환장을 발부한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 관계에서 트럼프와 반대쪽으로 나갔다가 단단히 체면을 구겼다. 사우디를 ‘왕따 국가’로 부르며 빈 살만과 각을 세웠으나, 사우디는 중국과 밀착하며 미국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사우디가 만든 리브 골프와 미국 PGA의 대립도 이 와중에 벌어졌다. 이 세계 골프 전쟁에서 미국의 자존심과도 같던 PGA가 무릎을 꿇었다. 미국 정부도 이제는 빈 살만을 달래려 애쓰고 있다. 적어도 지금의 승자는 ‘사우디의 돈’이다.

 

-박종세 논설위원, 조선일보(23-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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