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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 옷 허영] [흙수저 고교의 규율]

뚝섬 2026. 2. 21. 07:32

[등교 옷 허영]

[흙수저 고교의 규율]

 

 

 

등교 옷 허영

 

중학교에 입학한 1983년엔 교복 입은 선배들이 부러웠다. 그해 시작된 교복 자율화로 신입생은 사복만 입어야 했기 때문이다. 획일성을 벗고 자율성을 높이자는 명분과 함께 집에서 입던 옷을 그냥 입혀 등교시키면 가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브랜드’의 교실 공습이 시작됐다. 고가의 브랜드 옷을 입고 학교에 나타나는 아이들이 생겨난 것이다. 전염병처럼 이 현상이 번졌다. 옷보다 신발이 먼저였다. 나이키 아닌 나이스 등 짝퉁 브랜드까지 등장한 것도 그 무렵이다.

 

등교용 브랜드 옷 때문에 부모 등골이 휘자 당국이 결국 교복을 부활시켰다. 그랬더니 이번엔 교복 위에 입는 외투 브랜드 경쟁이 벌어졌다. 부모 등골이 휘는 정도가 아니라 부러뜨릴 만큼 비싼 패딩이 교실을 점령했다. ‘등골 브레이커’라는 신조어도 유행했다. 특정 브랜드 패딩의 가격대별로 서열을 매긴 ‘계급도’까지 등장했다. 가장 기본 모델부터 100만원대 ‘대장’급 제품까지 무엇을 걸쳤느냐에 따라 교실 내 대우가 달라진다고 했다.

 

요즘은 교복 자체가 값비싼 브랜드가 됐다. 한 벌에 50만~60만원은 예사다. 최근 대통령이 교복을 다시 ‘등골 브레이커’로 지목했다. 교육부 장관도 정장 형태 교복이 꼭 필요한지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학부모 단체 역시 활동하기 편한 후드티나 반바지 같은 ‘생활복’으로 바꾸거나 아예 없애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중국 중고교의 90% 이상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추리닝’이 정식 교복이다. ‘샤오푸(校服)’라 불리는 이 운동복 교복은 아침 체조부터 수업까지 갈아입을 필요가 없다. 세트당 2만~5만원 수준이다. 일본은 교복을 학교의 정체성이자 전통으로 여긴다. 비싼 건 100만원을 넘나들지만 선후배간에 물려 입는 문화가 깊고 탄탄하다고 한다. 교복 전문 중고 매장 ‘사쿠라야’가 전국에 성행하고 학교 어머니회 주도의 바자회도 활발하다. 비싼 값을 준 만큼 끝까지 뽑아 쓰는 내실이 있다.

 

▶한국 부모들은 자식에 관련된 것이라면 비싸도 지갑을 연다. 자식이 입고 학교에 갈 것인데 “싼 것 달라”는 말을 차마 못 하는 부모의 마음을 업체들은 담합으로 파고든다. 브랜드 옷 등교와 그를 이은 정장 교복은 모두 허영의 산물이다.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며 사는 우리 고질병이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와 결합하며 병세가 깊어졌다. 학교에 입고 오는 옷까지 부모의 재력을 과시하는 기회가 된 나라가 또 있을까 싶다.

 

-어수웅 논설위원, 조선일보(26-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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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고교의 규율

모두 옥스퍼드·케임브리지 붙었어요”-영국 런던에서 둘째로 가난한 자치구인 뉴엄에 위치한 ‘브램턴 매너 아카데미’ 고교 정문 앞에서 올해 ‘옥스브리지(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에 잠정 합격한 학생 55명이 최근 기념 촬영을 했다. 이 학교는 올해 입시에서 영국 최고 명문 사립인 이튼칼리지보다 옥스브리지 잠정 합격생을 더 많이 배출해 화제가 됐다. /브램턴 매너 아카데미

 

영국의 이튼(Eton)칼리지는 런던에서 서쪽으로 약 35km 떨어진 버크셔주에 있다. 만 13~18세 남학생을 교육하는 중등 교육 기관으로, 영국의 상류층 자제들과 내로라하는 수재들이 입학하는 영국 최고의 명문이다. 당연히 졸업생 면면도 화려하다. 근대 영국의 정치, 경제, 과학을 이끈 지도자들을 다수 배출했다. 보리스 존슨 현 총리 등 총리만 20명 배출했고, 경제학자 케인스, 소설가 올더스 헉슬리와 조지 오웰도 이 학교 출신이다.

 

▶'브램턴 매너 아카데미'는 런던에서 둘째로 가난한 자치구에 있고 전교생의 98%가 흑인·아시아인 등 소수 인종인 공립 고교다. 이 학교가 올해 이튼칼리지보다 ‘옥스브리지(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에 잠정 합격생을 더 많이 배출해 화제다. 이튼칼리지의 옥스브리지 합격생이 48명인데, 이 고교는 55명 합격시켰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좋은 교육 사다리가 있을까 싶다.

 

▶인상적인 것은 이 학교가 엄격한 규율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선생님을 호칭할 때 항상 서(Sir)나 미스터(Mr)·미즈(Ms)를 붙여야 하고 엄격한 교복 착용에 검은 구두만 허용하고 있다. 아침 6시부터 등교할 수 있고 3주에 한 번씩 시험을 치러 성취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대부분 우리 사회가 구시대적인 것, 학생 인권 침해 등으로 치부하며 버렸거나 버리려는 것들을 이 런던 흙수저 학교는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 학교가 경기도에 있었다면 ‘9시 등교 정책’ 위반으로 교육청 감사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 학교처럼 학생들의 ‘주먹 인사’를 금지하거나 복장 단속을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다양성을 저해하고 학생 인권을 침해했다고 고발당할 수 있다. 3주에 한 번씩 시험을 치르면 학교가 경쟁을 지나치게 부추긴다고 비판받았을 것이다. 현 정부는 기초 학력 미달인 학생을 조기에 찾아내려는 학업 성취도 평가조차 서열화 정책이라며 표본 조사로 바꾸었다. 정부와 좌파 교육감들은 그나마 자율성을 갖고 있는 자사고·외고를 없애지 못해 안달이다.

 

▶호주 맥쿼리대 크리스 바우만 교수는 얼마 전 학교 교칙이 엄격할수록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뛰어나고 추후 긍정적인 직업 윤리까지 갖는다는 연구 결과를 냈다. 그런데 우리 교육에선 교칙, 규율이라는 말은 이제 중년 이상 세대의 향수 정도로 남아 있을 정도다. 그 결과로 학교 교육이 엉망이 되자 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사교육 영향력만 갈수록 커지고 있다그 피해자는 저소득 학생들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정부와 좌파 교육감들은 이 학생들의 인생에 아무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다.

 

-김민철 논설위원, 조선일보(21-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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