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전쟁까지 베팅, 폴리마켓 논란]
[‘전망의 오류’가 빚는 비극적인 전쟁을 막으려면]
죽음과 전쟁까지 베팅, 폴리마켓 논란

미국과 이란의 전쟁에 주식 시장 못지않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장이 예측 시장이다. 세계 최대 베팅 사이트인 미국 폴리마켓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시점을 맞히는 내기에 5억2900만 달러(약 7800억 원)가 몰렸다. 지난달 28일 공습 하루 전 베팅해 12만 달러를 벌어간 사람도 있다. 현재는 ‘이란 정권은 3월 중 무너질까’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3월까지 유지될까’를 놓고 내기가 한창이다.
▷폴리마켓은 뉴욕대 중퇴생인 셰인 코플란(28)이 2020년 설립한 가상화폐 기반의 베팅 플랫폼으로 스포츠 경기나 선거 결과뿐만 아니라 이란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사건의 미래에 베팅할 수 있는 최초의 사이트다. 선거를 예로 들면 특정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Yes’나 ‘No’를 0∼1달러 가격에 사고팔 수 있는데 이 가격이 참여자들이 예상하는 그 후보의 당선 확률이 된다. 2024년 미국 대선 결과 예측에는 30억 달러 넘는 베팅이 이뤄졌다.
▷올해 초 잠시 한국어 서비스를 한 적이 있지만 국내에서 폴리마켓이 유명해진 계기는 그보다 앞선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다. 탄핵 여부뿐만 아니라 정확한 시기를 맞히는 세분화된 상품이 나와 판돈이 커졌다. ‘윤 대통령이 2025년 4월 이전에 탄핵될까’에만 2600만 달러 넘게 베팅됐다. ‘LadyGunhee’라는 닉네임의 이용자는 16억 원을 벌어갔다고 한다. 현재는 ‘차기 서울시장’ ‘부산시장’ 맞히기 내기가 뜨겁다. 하지만 스포츠토토처럼 특별법으로 허용하는 경우가 아니면 온라인 베팅은 형법상 도박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폴리마켓은 2024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을 가장 먼저 예측해 주목받았다. 일론 머스크는 “여론조사보다 더 정확하다. 돈이 걸려 있어서”라고 했다. 하지만 2022년 미국 중간선거에선 공화당의 압승을 점쳤으나 빗나갔다. 참여자들 중 다수가 가상화폐에 익숙한 우파 성향의 젊은 남성들이어서 전체 민심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한다. 2024년 베네수엘라 대선에선 여당 후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당선 예측에 실패했는데 집권 세력의 부정선거 변수를 놓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내부자 거래 의혹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엔 이스라엘 예비군이 기밀정보를 이용해 베팅했다 걸려 기소됐다. ‘가장 빠르고 냉정한 여론 지표’라는 낙관론과 달리 ‘큰손’이 특정 후보나 이슈에 베팅해 여론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 예측 결과의 판정 기준도 모호하다. 올 1월엔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언제 침공할까’ 내기가 있었는데 마두로 대통령 체포 압송은 ‘침공’이 아니라며 배당금 지급을 거부해 논란이 됐다. 무엇보다 ‘피 묻은 배당금’이 죽음과 전쟁으로 돈을 벌어도 되느냐는 무거운 윤리적 질문을 던진다.
-이진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6-03-05)-
______________
‘전망의 오류’가 빚는 비극적인 전쟁을 막으려면

사실, 전쟁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행복을 말하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전쟁 없는 세상’은 인류가 오랫동안 꿈꿔 온 이상향 중 하나다. 하지만 전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점을 보여주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유대교 지도자와 이슬람교 지도자가 시나이산에 올랐다. 이 산은 모세가 십계명을 받은 곳이다. 그때 신은 두 사람 간 합의에 관해 한 가지만 질문한다면 그 답을 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자 두 사람은 신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유대인과 아랍인이 함께 평화롭게 살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신은 오랫동안 고민한 후 이렇게 답했다. “그럴 수 있다. 단, 내가 죽은 후에라야 가능할 것이다.”
카를 마르크스는 역사에 관해 이런 명언을 남겼다. “역사는 반복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또 한 번은 희극으로.” 대조적으로 정신분석가 시어도어 라이크는 역사가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운율(rhymes)을 맞출 뿐’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말하는 역사적 운율은 필연성이 아니라 개연성에 기초한 세계다. 필연에서는 예정된 사건이 반드시 일어나는 반면, 개연에서는 해당 사건이 꼭 일어나는 것은 아니며 단지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할 뿐이다.
역사의 운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전쟁이다. 전쟁은 미래에 대한 잘못된 전망이 얼마나 나쁜 결말을 초래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심리학적으로 전망의 오류는 정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정서는 인지에 선행한다. 또 정서는 인지적 평가 없이도 나타날 수 있으며, 고차적인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쟁은 손자병법이 일러주듯 ‘하수의 전략’에 속한다. 그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전쟁의 핵심 특징이 바로 소모전이라는 점 때문이다. 전쟁은 힘과 폭력을 무제한으로 쏟아부을 것을 요구하지만, 사실 이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선전포고를 하는 지도자들은 속전속결로 끝낼 수 있다고 믿는다. 1차 세계대전이 그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그러했다. 하지만 속전속결의 기대 속에서 시작된 전쟁의 대부분은 결국 장기적인 소모전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전쟁 전에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수많은 상처와 후유증을 남긴다.
주로 전쟁은 권력 구조의 긴장 속에서 왜곡된 전망이 증폭된 결과로 발생한다. 그리고 선전포고에는 최선일 수 없는 전쟁이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식의 정당화될 수 없는 주장이 담기게 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흔히 전쟁에서는 진실이 가장 먼저 희생된다.
‘전망의 오류’가 불러올 수 있는 비극적인 전쟁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은 ‘제국적 통치자’가 등장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제국적 통치자에 대한 견제는 그 어떤 사회도, 그리고 그 어떤 순간에도 경계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시민의 행복은 제국적 통치자와는 결코 양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행복한 삶을 위한 필수적인 요건은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을 견제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강제하며 사회에서 진실이 희생되는 상황을 막는 것이다. 개인의 행복은 사회적 조건과 불가분의 관계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실과 유리된 자기만족적인 삶이 아니라 사회적 참살이(웰빙)를 지향해야 한다.
-고영건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동아일보(26-03-05)-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時事-萬物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미국의 동맹 저울은 韓日 어느 쪽으로 기울겠는가] .... (1) | 2026.03.05 |
|---|---|
| [뉴욕타임스가 하메네이 사망 기사로 비판받은 이유] .... (1) | 2026.03.05 |
| [이란 전쟁과 '틱톡커' 이재명 대통령] (0) | 2026.03.04 |
| [중앙은행 총재 인사.. ] [권력에 맞선 판사와 누운 판사] (0) | 2026.03.04 |
| [UAE서 미사일 요격률 90% ‘천궁-2’] [50년전 박정희가.. ] .... (2) | 2026.03.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