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의 끝]
[이란 출구전략 부재가 드러낸 美 싱크탱크의 약화]
[주한미군 전력 차출, 기계적 대응만이 능사 아니다]
[평북 도당 청사 방화사건의 의미]
확전의 끝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자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친미 성향의 주변국을 공격해 세계를 마비시키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 국민들 사이에서도 이 전쟁에 대한 지지는 50%를 밑돈다.
전쟁은 승자에게도 희생이 크다. 전쟁은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극단적인 방법인 동시에 문제 해결을 포기하고 새로운 문제를 양산해 내는 극악한 정치적 수단이기도 하다. 전 지구적 이해관계가 교차하고 답이 나오지 않는 수천 년간의 복잡한 역사와 사연이 얽혀 있는 중동에서 전쟁은 더욱 그렇다. 하나를 풀면 두 가지 문제가 새로 발생하는 그런 곳이다.
그뿐인가. 세계는 강대국의 횡포를 싫어한다. 시민의식이 성장하고 글로벌화가 촉진되면서 강대국에 대한 반감은 커지고 있다. 강대국의 어떤 행위가 설사 내게 이익이 된다고 하더라도 비판적이 되거나 자조적이 되는 경향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반격이라는 이유로 이란의 무차별 공격이 계속되면 세계는 결국 이란을 등질 것이다. 국가와 개인의 삶을 위협하는 행동에는 절대적인 한계가 있다. 나중에는 미국이 더 강경한 정책을 펴더라도 미국을 비판하던 사람들까지 이에 지지하거나 동참할 수 있다.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처럼 무차별 공세를 퍼부어서는 무기가 곧 바닥날 것이다. 후유증은 더 크다. 장기전에 부담을 느낀 미국이 행여 타협하고 물러선다고 해도 앞으로 중동의 수니파 국가들은 이란에 대해 노골적인 배척, 적대 정책을 펼 수 있는 명분을 얻었다. 실제로 그렇게 할 것이다. 여기에 더 나아가 수니파 주도로 이스라엘과 화해하고 친서방 연대가 구축되면 완전히 새로운 중동 질서가 구축된다. 이에 대한 반발로 테러가 증가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신체제에 더 강한 명분을 줄 것이다. 미국이 전쟁을 포기한다고 해도 결과는 이란의 승리가 아니다.
-임요한 역사학자, 동아일보(26-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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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정 세습 타파’ 神政이란서 최고지도자 자리 아들이 승계. 하긴 4대 세습 각잡는 ‘자칭 공화국’도 있으니.
-팔면봉, 조선일보(26-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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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출구전략 부재가 드러낸 美 싱크탱크의 약화
전술 성공에도 전략 공백 드러낸 이란 공습
그 이면에 美 정책-지식생태계 약화 있어
정치화된 외교 속에 축소되는 정책공동체
외교-민간 對美채널 다변화하며 대응해야
미국의 이란 공격은 놀라운 군사적 성공을 거뒀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은 37년간 철권통치를 이어 온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이란 지도부와 주요 군사시설에 큰 타격을 가했고 단기간에 전장의 주도권을 쥐었다. 그러나 전쟁의 핵심은 첫 공습이 아니라 그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가에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핵 위협 제거, 정권 교체, 협상 유도 등 일관성을 찾기 힘든 목표들을 번갈아 언급해 애초에 명확한 전쟁 목적이 있었는지조차 의심스럽게 하고 있다. 전술적 성공에도 전쟁이 어떤 상태에서 끝나야 하는지에 대한 정치적 엔드게임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행태는 지난해 12월 발표된 국가안보전략(NSS)에 제시된 미국의 대전략 구도가 실제 정책에 제대로 투영되지 않고 있음을 방증한다. 전략적 일관성이 결여된 채 진행되는 군사작전은 이란과 중동 지역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것을 넘어 에너지 공급망과 세계경제 질서 전반에 예측 불가능한 충격을 던지고 있다. 정책 역량의 문제를 넘어 미국 외교정책의 개인화와 정치화 경향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과거 미국 외교의 강점은 군사력을 전략으로 번역해 내는 두터운 정책·지식생태계에 있었다. 20세기 초 브루킹스연구소와 외교협회(CFR) 설립 이후 미국은 학계와 정부를 잇는 정교한 정책공동체를 유지해 왔다. 냉전기 랜드연구소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등 많은 싱크탱크들이 축적한 핵 전략과 국제질서 담론은 국가 이익을 정의하는 정책공동체의 산물이었다. 민간의 전문성을 공직에 수혈하는 개방형 임용과 정권 교체 시 싱크탱크와 정부를 오가는 리볼빙 도어(Revolving Door) 시스템, 즉 민관 인적 교류 체계는 미 외교의 복원력을 지탱하는 핵심축이었다. 양당의 전략가들은 싱크탱크라는 공론장에서 초당적으로 소통하며 국가 이익을 위한 지적 합의를 도출했고, 이 과정에서 축적된 지식은 관료 조직과 결합해 강력한 정책 실행력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는 이러한 정책·지식생태계의 기능이 눈에 띄게 약화되고 있다. 정치적 양극화는 싱크탱크와 학계까지 분절시키고 정책 논의의 공간을 축소시켰다. 정책 결정은 점점 더 좁은 정치권 내부로 수렴해 싱크탱크는 정책 형성 과정에 충분히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정책 정보에 대한 접근도 제한적이고 장기적 대안을 설계할 공간도 줄어들고 있다.
특정 정치 진영의 논리를 사후에 정당화하는 ‘지식의 정치화’가 우선시되고 있다. 과거에는 관료와 전문가들의 장기적 식견과 아이디어가 학계와 싱크탱크에서 축적된 뒤 정부 정책으로 이어졌다. 반면 지금은 좁은 정치권 내부의 결단이 먼저 내려진 뒤 싱크탱크가 이를 수습하는 구조로 변질됐다. 이는 미국 정책·지식생태계의 약화와 침묵을 낳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동맹국인 한국에 중대한 도전이자 기회이다. 한국의 대미 외교가 미 행정부와 밀착된 일부 싱크탱크에 집중되는 경향은 경계해야 한다. 분절된 미국 정책 환경에 대응하려면 정책생태계에 대한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필수적이다. 특정 진영에 매몰되지 않고 미 정책생태계 전체를 아우르는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 내 다양한 정책공동체와 교류해 한국이 원하는 국제 질서의 방향을 제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민간 차원의 ‘트랙 투’ 전략 대화는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다. 정부 간 외교 채널과 함께 학계와 싱크탱크, 정책 연구기관 간의 전략적 협력이 확대될 때 보다 안정적인 정책 대화가 가능해진다.
더불어 한국 내부의 정책·지식생태계도 재정비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 산하 연구소들은 국가 정책 수립을 지탱하는 핵심 기관으로서 중대한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연구 방향이 급격히 수정되는 단기성과 정치성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정 정치 세력이나 기업 이익으로부터 독립된 민간 싱크탱크의 역할도 확충돼야 한다. 국제 질서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현 시점에 단기 정책 대응을 넘어 국제정치의 장기적 변화와 미래를 전망하는 연구가 함께 축적돼야 한다. 학계와 싱크탱크가 협력해 장기적인 질서 담론을 발전시키고 한미 간 전략 대화를 통해 이러한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국제 질서가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 한국은 단순한 정책 수용자가 아니라 전략적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참여자가 돼야 한다. 미국 정책생태계가 겪고 있는 변화를 보면서 한국이 장기적 전략 연구와 국제적 정책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새로운 정책 담론을 만들어 가야 할 당위성이 더욱 커진다.
-전재성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동아일보(26-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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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전력 차출, 기계적 대응만이 능사 아니다

6일 미군 대형 수송기인 C-5와 C-17이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기지에 계류 중인 모습. 평택=전영한 기자
“주한미군 전력 운용과 관련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지난달 28일 미국의 이란 공습이 시작된 이후 군 당국이 반복적으로 밝힌 입장이다. “한미는 상시적으로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는 설명 역시 예외가 없다.
최근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기지에는 C-5 갤럭시를 포함한 미군 대형 수송기가 이례적으로 대거 집결했다. 오산기지 외부에 있던 방공무기 패트리엇도 수송기 집결 시기를 전후해 마침 이 기지로 이동했다. 이들 수송기는 수차례 이륙해 중동 방향으로 향하고, 오산기지로 돌아오기를 반복하고 있다. 주한미군 전력이 대거 한반도 외부로 전개되는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다. 지난해에도 주한미군 패트리엇의 중동 전개에 활용된 C-17이 이란 공습 이후 최소 11차례 오산기지를 이륙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패트리엇 등 중요 자산을 ‘영끌’ 수준으로 반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전례 없는 움직임을 지나치기는 어렵다. 대북 방어의 핵심 무기인 주한미군 전력이 얼마나 어디로 전개됐는지는 한반도 안보와 직결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기자들 질의에 돌아오는 건 공식 대응 문안(Press Guidance)인 판에 박힌 두세 문장이 전부. 국방부는 9일 정례브리핑에서도 관련 질의에 같은 문안을 반복한 뒤 “안보에 대한 불안감이나 불필요한 혼란이 야기되지 않도록 관련 보도를 자제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한국군 전력도 아닌 주한미군 전력 문제인 만큼, 대한민국 국방부가 전력 차출 여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 주는 건 월권이자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국방부의 언론 대응 옵션이 공식 문안의 반복이나 침묵, 보도 자제 요청에만 한정돼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이런 대응이 계속될수록 눈앞에서 벌어지는 수송기 이착륙과 패트리엇 이동을 근거로 한 개연성 높은 추정이 정보의 공백을 메우기 마련이다. 안보 불안을 줄이려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시도 없이 침묵과 상투적 답변만 반복되는 현재 상황은 여러가지 의혹과 불안만 확산되기 좋은 토양이 될 뿐이다.
물론 의혹 확산을 막겠다고 정부가 “주한미군 패트리엇 8개 포대 가운데 현재까지 몇 개 포대가 반출됐고, 언제까지 한반도로 복귀한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숫자를 공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동맹국 정부가 미군의 세부 전력 현황을 공개하는 건 동맹 파괴 행위나 다름없다.
다만 구체적인 전력 반출 규모나 반출 여부를 확인해 주지 않더라도 안보 공백에 대한 불안을 줄일 방법은 있다. 가정을 전제로 “주한미군 전력이 중동 사태 대응 등을 위해 일시적으로 반출되더라도 한반도에 남아 있는 방어 전력은 충분하며 특히 한국군 방공 체계는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점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정보공개 범위는 제한하더라도 한미가 어떤 원칙 아래 주한미군 전력의 역외 전개를 협의·통보하는지, 우리 군 자체 방어망이 어느 수준에 올라와 있는지 정도는 설명할 수도 있다. 이런 설명을 내놓는 것만으로도 수송기의 빈번한 이착륙이 키운 안보 불안을 상당 부분 누그러뜨릴 수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에 실전 배치된 K방공무기 ‘천궁-2’는 최근 이란이 발사한 탄도미사일과 무인기 공격에 대해 90% 이상 수준의 요격률을 기록했다. ‘한국판 패트리엇’으로 불리며 실전에서 성능을 입증한 이 무기는 이미 2020년부터 한국군에 배치됐다. 한국군의 패트리엇 역시 8개 포대 안팎으로, 핵심 시설에 대한 포인트 방어를 담당한다. ‘한국판 사드’로 불리는 ‘L-SAM’은 내년부터 2년간 서울 남부와 전라 등 4개 거점 지역에 실전배치될 예정이다.
동맹의 기밀을 보호하고 외교적 절차를 지키는 것과 안보 공백 우려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을 제공하는 일은 양립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전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전시작전통제권의 조속한 전환이 현 정부의 대표적 국정 과제인 만큼, 주한미군 전력의 일시적 차출은 한국군의 독자적 방위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도 된다”며 “정부가 전작권의 조속한 전환을 진심으로 원한다면, 이번 상황을 계기로 우리 군의 방어 역량을 국민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데 더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근 오산기지에서 목격된 모습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SS) 등에서 거듭 강조한 ‘전 세계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 전략이 눈앞에서 작동한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이 전략적 유연성이 한반도에서 실제로 가동되기 시작한 지금, 이에 따른 안보 불안을 줄이는 출발점은 정부가 언론 대응에 있어서도 전략적 유연성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손효주 정치부 기자, 동아일보(26-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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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북 도당 청사 방화사건의 의미

지난해 12월 7일 북한 신의주 평북 도당에서 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중국인이 압록강 건너편 랴오닝성 단둥에서 찍은 사진이다. 북한 당국은 방화로 결론 냈지만 주민에게 미칠 영향 때문에 범인 색출은 은밀히 하고 있다. X 캡처
지난해 12월 7일 북한 신의주 평북 도당 건물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압록강 건너편 중국 단둥(丹東)에서도 치솟은 검은 연기가 보였다. 북한은 건물 잔해를 급히 철거했다.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도당 청사 중심부 회의실이 불타 5명이 죽고 대형 초상화와 조각상들도 타 버렸다. 당국은 화재를 합선으로 위장한 방화로 결론 내고 은밀히 수사하고 있다. 아직 범인을 잡지는 못했다.
신의주는 온실 건설을 계기로 최근 김정은이 가장 많이 찾은 도시이다. 화재 열흘 전에도 김정은이 다녀갔다. 그런 신의주에서 가장 상징적인 도당 건물을 태워 버렸다는 것은 북한 역사를 돌아봐도 유례없는 일이다. 김정은은 “감히 어떤 놈이 이런 짓을 했냐”며 펄쩍 뛰었을 것이다.
김정은은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 북한 민심은 그가 집권한 이래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민생 파탄이다. 이번 겨울에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이후 30년 만에 다시금 수많은 아사자와 동사자가 발생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은 지금 완벽히 봉쇄돼 여러 지역에서 아사자가 많이 생겨도 외부에 소식이 전해지기 어렵다.
주민들은 굶어 죽는 이유가 김정은 때문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다. 아무리 노동당 대회에서 자화자찬해 봐야, 주택단지와 온실이나 지방공업공장을 완공했다고 만세를 불러 봐야 대다수 주민에겐 딴 나라 이야기에 불과하다.
김정은은 주민들이 수십 년 동안 의존해 먹고살던 장마당 경제의 핵심 근간을 단 2년 만에 무너뜨렸다. 몇 가지 사례만 들어 보자.
김정은은 2년 동안 초라한 지방산업공장 40개를 겨우 건설해 놓고 무슨 자신감인지 외국에서 수입하던 제품 180종에 대해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주로 중국에서 들여오던 것으로 민생에 절실한 식품을 비롯한 생필품이다. 김정은의 의도는 지방산업공장 생산품으로 국영 유통망을 강화해 내수 시장을 살리겠다는 것이었을 터다. 그래서 완제품을 사 오지 말고 원료를 사 오라는 지시도 내렸다.
문제는 지방산업공장이 내수 시장을 충족하기엔 턱없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제대로 돌아가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김정은도 지난달 당 대회에서 새로 건설된 공장이 1년도 되지 않아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고 고백하면서, 이를 간부들 태만과 무책임성 때문이라고 했다. 전기도 원료도 외화도 주지 않으면서 공장을 정상화하라는 지시가 얼마나 황당한지도 모르는 것 같다. 이러는 사이에 수입 금지 조치로 장마당 시스템이 붕괴했다.
장마당에서 물건을 팔던 상인들은 하루아침에 굶어 죽게 생겼다. 어제까지 밥 먹고살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소득을 잃었는데, 내부 식량 가격은 무섭게 오르고 있다. 북한에서 지난달 중순 기준 북한돈 환율은 달러당 4만 원을 넘겼고, 쌀 1kg 가격도 2만 원을 넘었다. 2년 전엔 각각 8000원, 5000원 안팎이었는데 미친 듯이 오른 것이다. 그렇다고 주민 소득이 따라 오른 것도 아니다. 월급도 2년째 제자리다. 그러니 비싼 식량과 땔감을 살 수 없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다.
여기에 식량 생산도 크게 줄었다. 이것도 김정은 때문이다. 그의 농촌개혁안에 따라 농장 작업반장은 국가 공급 비료를 외상으로 받아 가을에 식량으로 갚아야 한다. 가을 수확량을 알 수 없는 데다 흉작이면 빚더미에 올라앉는 구조라 많은 반장이 지난해 비료 구입을 포기했다.
인민은 아우성치는데 김정은의 건설판은 점점 커진다. 지방산업공장만 지으라더니 이젠 봉사기지도 건설하고 병원도 건설하고 목장도 지어야 한다. 건설 비용은 주민 주머니에서 나온다. 건설 노동자들에게 장갑과 양말을 줘야 한다, 배부르게 먹여야 한다 등등의 구실로 계속 인민반들을 쥐어짠다.
돈독이 오른 김정은은 병원에 가서도 돈을 내야 치료를 받게 했다. 치료비와 약값은 북한 주민 소득에 비해 어마어마하게 비싸다. 이제 가난한 사람은 아프면 죽어야 한다.
이러니 어차피 죽을 바에야 불이라도 확 지르겠다는 사람이 나오는 것이다. 이란처럼 대규모 민중 봉기가 일어난 뒤 미국이 김정은을 제거해 준다는 믿음만 있다면 북한 주민들은 다 거리로 몰려나올지도 모른다. 정작 김정은은 이런 민심을 알고는 있을까. 어린 딸을 데리고 총이나 쏘러 다니는 것을 보면, 전혀 모르는 것 같다.
-주성하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동아일보(26-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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