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중 코앞에 뚫린 北-中 여객 열차길]
[김정은 하나 '아웃'이면 모두가 '해피']
트럼프 방중 코앞에 뚫린 北-中 여객 열차길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잇는 압록강 철교는 북-중 관계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코로나19 확산 전까지 열차들이 북-중 교역의 70%를 차지하는 이 다리를 수시로 오갔다. 중국 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주민들이 열차에 몸을 실었고, 평양을 구경하려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좌석을 메웠다. 유엔에 따르면 10만여 명의 북한 노동자가 중국에서 수억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된다. 북한이 2019년 관광으로 벌어들인 수입은 2억 달러 가까이로 추정되는데 중국인 관광객이 95%였다.
▷2020년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무서운 속도로 퍼지자 북한이 먼저 국경을 닫았다. 열차는 물론이고 평양과 베이징을 오가는 항공편까지 모두 끊겼다. 팬데믹 시기 북-중 교역액은 2019년의 10%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6년 만인 12일 북-중 여객 열차 운행이 재개됐다. 2022년 화물 열차 운행길만 열린 상태였다. 30일부터는 중국 항공사의 베이징∼평양 노선도 6년 만에 다시 운항한다. 그간은 북한 고려항공만 오가고 있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코로나19 종식 선언을 한 것이 2022년이다. 경제난을 겪는 북한이 반길 열차길과 하늘길의 전면 개방은 4년이나 ‘지각’한 셈이다. 사실 지난해 김 위원장의 방중 전까지만 해도 북-중은 서로 얼굴을 붉혔다. 2024년 중국의 대규모 지진 때도, 북한의 압록강 대홍수에도 위로 전문조차 보내지 않았다. 그해 북-중 정상이 2018년 다롄 회담 때 함께 산책한 걸 기념한 발자국 동판이 제거되는가 하면, 중국은 대북 제재 준수를 이유로 중국 내 북한 노동자의 전원 귀국을 압박했다.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김 위원장이 핵보유 노선으로 방향을 튼 것이 1차적 원인이었다. 1993년부터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유지해 온 중국이 이를 선뜻 수용할 수는 없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속도로 밀착한 북-러도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김 위원장은 북-러 관계가 대외정책의 1순위라고 선언했고, 러시아에 대규모 병력을 파병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재자를 자처했던 중국이 이를 지지하기는 어려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재집권하자 상황이 또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전방위로 압박하면서 김 위원장에게는 만나고 싶다는 뜻을 거듭 전했다. 13일에도 “김 위원장을 만나는 건 참 좋다”고 했다고 김민석 국무총리가 전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1기 때도 싱가포르, 하노이 회담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먼저 찾았다. 시 주석에게 김 위원장과의 관계는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과시할 수 있는 핵심 지렛대인 셈이다. 이달 말∼4월 초 미중 정상회담의 민감한 거래를 앞두고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얻을 카드를 꺼내 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윤완준 논설위원, 동아일보(26-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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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하나 '아웃'이면 모두가 '해피'
미국이 손 떼는 '중립 한반도' 美 싱크탱크 일부 전문가 주장… 실제론 중국에 내주는 꼴 돼
미군은 휴전선 안 넘는다 中에 약속하고 북 개혁 나서면 金 빼고 주변국 모두 안도할 것
미국은 결정해야 한다. 북한 핵 보유를 인정하고 살든가, 아니면 그렇게 살 수 없다고 하든가 택해야 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금으로선 단호해 보인다. 북한 핵을 절대로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가 언제 홱 돌아서서 "북한과 적당한 선에서 타협 하겠다"고 할지 누가 알겠는가? 틸러슨 국무장관은 이미 북한에 대해 대화 창구를 열었다고 했다.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지금까지 선제타격이라도 할 듯 세게 나왔지만, 한반도 문제에 대한 미국의 해법이 무언지는 분명치 않다.
미국의 싱크탱크 전문가들은 요즘 "한반도 문제 이렇게 풀자"며 여러 가지 전에 없던 의견들을 취향대로 내놓고 있다. 아직은 짜임새가 촘촘하지 못한 총론 수준이지만, 미국 내부의 그런 색다른 여론들을 예의주시할 필요는 있다. 싱크탱크의 의견들이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채택된 적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대체로 이런 이야기가 된다. 북한의 레짐 체인지, 다시 말해 김정은 정권을 무너지게 하고, 북한 핵을 없애고, 남한이 한반도를 통일하게 하고, 통일된 한반도가 주변국들에 위협이 되지 않게 하고, 그러기 위해 미국은 한반도 통일 후엔 손을 떼라는 것이다. 그래야 중국이 안심할 것이란 이유다. 헨리 키신저 전(前) 국무장관, 케이토(Cato)연구소의 도그 밴도 연구원,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마이클 스웨인 연구원 등의 주장이 예컨대 그런 것들이다. 중국이 이런 한반도 해법을 받아들이도록 유인(誘引)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헨리 키신저는 "한반도가 통일되면 미국은 한국에서 철수(exit)하겠다는 것을 중국·러시아에 약속하라"고 했다. 도그 밴도는 "한반도가 통일되면 미국은 한·미 동맹도 끝내겠다는 것을 약속하라"고 했다. 마이클 스웨인은 "중국은 전엔 북한의 반발을 우려해 한반도 미래에 관한 미·중 협력을 사절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세 사람의 말은 요컨대, 남한에 의한 한반도 통일이 중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중국이 알게 하라는 것이다.
이런 구상들은 그러나 한국의 자유인들이 전폭 받아들일 좋은 한반도 미래상이라곤 할 수 없다. '남한에 의한 통일'이라는 솔깃한 대목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위험 부담이 더 크다. 이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한반도를 중국 손아귀에 내맡기자는 것이다. 도그 밴도는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가 이제는 없어졌다고 했다. 한국을 그만 버리자는 소리다. 마이클 스웨인은 한반도를 중국과 일본 사이의 중립지대로 만들자고 했다.
이런 진단과 대안은 그러나, 평화협정을 맺는답시고 남(南)베트남을 북(北)베트남에 넘겨준 '키신저 배신'의 되풀이밖엔 안 된다. 될성부른 소리도 아니다. 한국은 중립국이 되기엔 이미 이념 싸움의 늪에 깊이 빠져버린 나라다. 대한민국이냐, 김정은이냐의 죽기 살기 선택이 있을 뿐이다. 우아한 중립이란 8·15 때부터 물 건너가고 없다. 6·25 남침 전후의 역사는 그 무엇으로도 '중립화'될 수 없다.
마이클 스웨인은 또 한국을 과거 소련 앞에서 찍소리 못한 채 연명했던 핀란드처럼 만들자고 했다. 한국인들이 중국 앞에서 왜 그렇게 살아야 하나?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가 사라졌다"했지만, 한반도와 그 주변 해역을 중국에 넘기면 서태평양과 남태평양에서 미국·일본을 몰아내려는 중국의 전략은 날개를 달 것이다.
중국 역시 북한이 무너져 난민이 쏟아져 들어오고, 북한 핵무기 처리가 화급해지고,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 압록강 건너까지 올라오는 걸 좋아할 까닭이 없다. 이보다는 비록 김정은은 싫지만 북한 지역이 일·중, 미·중 사이에서 완충 지대 역할을 안정되게 해주는 게 더 낫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비현실적인 구상 대신 무엇을 생각할 수 있을까? 김정은 하나만 '아웃'시키면 모두가 '해피'해질 수 있다. 극한적 대북 제재-김정은과 북한 엘리트의 분열-김정은 실각-북한 핵 폐기-북한의 개혁·개방-남북한 대화-공존-교류-협력-평화의 길이다. 미군은 휴전선 이북으론 절대 가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중국이 이를 싫어할 까닭이 없다.
이렇게 되면 서울-평양-베이징-모스크바-EU-런던을 잇는 철도가 깔릴 수 있다. 물류가 흐르고, 한국 기업이 북한 개발에 참여하고, 북한 주민 생활이 향상될 수 있다. 모든 주변국도 안도할 수 있다. 미·중이 이제라도 이런 해법을 협의할 수 있을까? 한반도 철수 운운은 미국 쇠망의 시작이 될 것이다.
-류근일 언론인, 조선일보(17-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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